[사설] KDI 성장률 1.5% 유지에 안심해선 안 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8-10 14:47 수정일 2023-08-10 15:44 발행일 2023-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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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새로 내놓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5% 그대로였다. 내년 성장률(2.3%)도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이번 성장률 전망이 큰 관심인 것은 연구원이 최근 몇 달 간 경제 상황을 비교적 밝게 평가했던 때문이기도 했다. ‘나라경제’ 8월호에서도 민생지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하반기 경기가 대체로 개선된다고 봤다. 수출도 갈수록 나아진다는 관측이었다.

지난해 11월 1.8%, 올해 5월 1.5%에서 다시 0.1%포인트(p) 내릴 거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기존 성장률 전망은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 5월 0.3% 내렸을 때와 대동소이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상수처럼 반영되는 중국 경제는 수출, 제조, 고용, 부동산 할 것 없이 나쁘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다 더블딥(불황에서 일시 회복했다가 다시 불황에 빠짐) 징후까지 보인다. 성장 둔화 압력이 만만치 않다. 한 차례 더 예측 변화를 낮게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KDI가 똑같이 제시한 GDP 성장률 1.5%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 2.0% 정도는 성장해야 한다. 유효하다고 본 상저하고(上低下高·경제가 상반기에 저조하고 하반기에 반등) 시나리오가 쉽지만은 않을 걸로 내다본다. 구조적인 저성장에서 빠져나오고 최악이라도 간신히 역성장을 피한 2분기보다 더 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경제 체질 개선,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에 별 관심 없고 정쟁에 진심인 정치권을 여기서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상반기 우리 경제 성적표가 걱정보다는 좋다며 안심하고, 혹시라도 지금 0.1%p 더 하향 조정하지 않았다고 자족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 시점만 보면 KDI가 경기 저점을 지난다며 경기 회복에 다소 확신을 가졌던 7월보다 좋지 않다. 지난 전망 시점인 5월보다 월등하게 나을 것도 없다. 세입 여건까지 악화된 상태다. 우리 경제가 저점을 벗어나 회복세로 한달음에 가기 힘듦을 보여준다. 수출 구조 다변화나 수출국 다변화 대책은 물론 좋다. 중국의 수요 중심으로 대중 교역 구조를 재정립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더 맞을 수 있다. 미국 경제 하방 위험이 완화된 점을 이날 수정 전망에 반영했지만, 중국 경기 회복 지연은 곧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된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제성장률, 한국은행 전망과 0.1%p 차이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도달하려면 난관이 적지 않다. ‘수정 경제전망’에서 유지된 1.5%는 하반기 경기 반등에 명운을 걸어야 가능하다. 1% 초중반이나 초반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