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 미국 국빈방문 키워드는 확장 억제, 경제안보 강화로 압축된다. 25일 한국전쟁기념비 참배,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시곗바늘도 이를 가리킨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성사되는 자리라 그렇긴 하지만 경제에서나 안보 면에서나 ‘동맹’이란 두 글자가 유난히 자주 쓰인다. 외교, 안보 협력과 경제적 성과물을 바라보는 국민 기대치가 그래서 크다. 군사 안보 중심의 동맹 영역을 첨단기술동맹으로 넓히겠다는 데 대해서도 관심도가 지대하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의 동행, 122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경제단체 및 협회단체, 공기업까지 사절단으로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과 보스턴에서 소화할 투자신고식과 첨단과학기술 협력 방안 논의 등 7건의 경제 일정도 관심사다. 우주 분야 협력, 첨단기술 분야 인재 양성 지원,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등 안건들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도 촉각이 쏠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보조금 신청 과정의 자료 제출범위 조정 등에 관해 맨투맨식으로 협상할 것도 있다. 규모보다는 역시 성과다.즉, 한국 기업이 실질적인 이득을 낼 협력 보따리다. 이는 저절로 풍성해지지 않는다. 신뢰를 기반으로 해도 국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협상력으로 얻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기대이익을 초과하게 되면 미국 정부와 공유하는 내용의 초과이익 환수와 같은 독소조항은 꼭 풀어야 한다. 이럴 때 쓰는 ‘공유’는 일방적이다. 반도체 시설 접근권 허용은 원천기술 유출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공급망, 첨단기술, 투자 유치는 기업·기관 간 양해각서로만 모두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양국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우리 기업의 명운이 걸린 사안은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이 바로 이 경우다.윤 대통령 방미 성격을 두문자로 따면 ‘안경미’로 표현할 수 있겠다. 안보와 경제와 미래다. 군사 안보 중심이던 안보동맹의 영역을 경제동맹, 미래동맹으로 넓히라는 뜻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동맹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같이 가는 것이다. 일방의 이익만 추구하면 성립이 어려운 경지가 동맹이다. 첨단기술동맹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호혜적이어야 한다. 국민적 관심은 경제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의 숙제를 풀면서 속이 꽉 찬 성과로 국민 기대에 화답하길 기대한다.
2023-04-24 14:02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