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운드리 전쟁, 지원금… 강화된 정부 역할 필요하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4-23 14:31 수정일 2023-04-23 14:31 발행일 2023-04-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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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2년마다 집적도가 배로 늘어난다’는게 무어의 법칙이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지키기 어려운 예언을 위한 삼성, TSMC, 인텔 등 반도체 업계의 패권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각축장으로 변했다. 미국, 유럽, 중국은 반도체 보조금을 뿌릴 준비가 끝나간다. 자국 이익 극대화에 방점을 둔 이상, 잘못 맛들이면 ‘독이 든 사과’처럼 되기에 신중해야 한다.

유럽연합(EU)까지 본격 참전했다. 반도체 생태계 자립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잡는다. TSMC를 끌어들이려 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주도하는 2나노 초미세공정을 둘러싼 파운드리 선단 공정 경쟁은 숨가쁘다. 기술력의 격차는 있지만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 등의 도전에도 긴장해야 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려면 대규모 설비·기술 투자가 필요하다. 메모리 분야의 영업이익 감소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더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이번 정상회담은 반도체 하나만 해결해도 성공한 회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의 “반도체가 한미 동맹의 핵심”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미국이 응답할 차례라고 본다. 반도체 지원을 받기 위해 영업비밀을 미국 정부에 넘긴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독소 조항이며 족쇄다. 첨단기술이 아닌 간접 노하우일지라도 민감한 정보인 건 마찬가지다. 기업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고 단안을 내려야 한다. 제안에 응답할 때도 우리 반도체 기업을 보호할 조치는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분리해 메모리 반도체는 규제에서 제외하라고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선폭의 회로를 집적하기 위한 반도체 첨단기술 경쟁이 국가대항전으로 번지고 있다.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중간 역할인 디자인하우스, 그리고 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안정이 긴요하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서도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미국 보조금을 받으려면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는 반면 우리가 얻어낼 건 뚜렷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속을 들여다본다며 열라는 판인데 정상회담에서 반도체지원법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 아닌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도 전략 수립을 잘해야 하지만 강화된 정부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미래를 놓고 다투는 격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