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F발 건설사 위기 실체 제대로 보고 있나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4-16 14:12 수정일 2023-04-16 14:14 발행일 2023-04-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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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사업성, 수익성을 판단해 그 가치를 믿고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의 속성상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수익률이 악화된 건설사의 위기는 점점 현실로 옮겨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심한 몸살을 앓는 중이다.

1·3 대책 등 규제 완화 조치 단행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 건설사엔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주택시장 침체로 문 닫는 건설사가 속출한다.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사를 다 포함하면 올해 폐업 신고는 1000곳을 넘어선 지 오래다. 건설업체 줄도산 행렬이 시장이 미치는 영향을 안이하고 한정적으로 보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차후 들어오게 될 분양수익을 담보로 한 PF 대출 부실화는 명확해진 사실이다. 건설사, 시행사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까지 위협받지 않게 해야 한다. 부실 여파가 닥쳤는데 부실을 우려하지 않는 것은 가장 잘못된 대처법이다.

작금의 법정관리 사태가 말해주듯이 규모 있는 건설사들까지 고전하는 양상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000가구를 넘어섰다. 대출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유동성 리스크는 건설사 다수의 문제가 됐다. 확대해석을 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도 전국의 시장 실태는 실로 엄중하다. 상황에 비해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건설산업의 위기나 붕괴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태도다. 하도급 업체, 일자리 문제로까지 시야를 넓히면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닐 터인데 말이다. 부동산 경기를 넘어 한국 경제 전반을 위협하게 마련이다. 자금 구조가 취약한 PF 대출 한파의 심각성부터 인식할 때다.

제2금융권 부실은 더 걱정이다. 증권사나 캐피털사가 개발업체에 빌려준 토지 매입 자금(브리지론)만 해도 21조원에 달한다. PF 대출 연체율은 3월 들어 1.19%로 뛰었다. 증권사 PF 대출은 연체율이 10%를 넘어 위험수위다. 이자를 못 내는 지방 소재 건설사는 17%를 헤아린다.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비롯해 미분양 위험을 떨어뜨려야 할 절박한 단계다. 금리나 세제 문제로부터 시작해 부동산 경기 전체까지 보는 실질적인 대책이 아쉽다. 대출 잔액이 130조원에 육박하는 모든 부동산 PF를 살리라는 뜻이 아니다. 미분양 물량 10만 가능성을 공식화하기 전에 PF 대출을 잘 관리하자는 것이다. 혹시라도 과거 2009년 위기 때의 16만여 호보다 양호하다고 팔짱 끼지는 않길 바란다. 위기의 뇌관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