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빌라 인기 추락, 주거 양극화 차원에서 다뤄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4-12 14:03 수정일 2023-04-12 14:04 발행일 2023-04-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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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던 빌라(다세대·연립·다가구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일명 ‘빌라왕’ 사건 발생 이전에도 인기 하락이 경미하게 진행된 적은 있었으나 일부의 특이사항 정도에 그쳤다. 거래량 면에서 빌라는 한때 아파트의 두배를 넘고 정점을 찍으며 전체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그와 정반대로 현재 진행되는 아파트 선호의 극단화는 전세사기 여파다. 피해를 막으려는 심리가 빌라를 기피하게 하고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를 늘렸다. 주거 사다리 역할의 붕괴로 읽어야 할 신호다.

그러한 현상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단적인 예로 올해 2월 전국 주택 거래량(7만7490건)의 82.5%(6만3909건)가 아파트 거래량이다. 통계 작성 이후 아파트 거래 비중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세종시의 경우 아파트 거래가 97.9%(779건 중 763건)에 달한다. 빌라 전세 수요도 매매를 따라간다. 대출과 세제, 청약 규제 등 아파트 관련 규제의 대거 완화도 역대 최저치인 빌라 거래 침체의 한 축을 이룬다. 결정적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상품이 된 데는 물론 빌라 전세사기가 겹쳐 있다. 안전한 집에서 멀어진 결과가 이렇다.

심지어 빌라 전세보증보험 기준 강화 등 전세사기 대책마저 빌라 시장 침체를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탈바꿈한다. 전세사기 낙인이 반영된 빌라 매매수급지수로 보면 호전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전세사기에 이용된 주택 유형에서 빌라 비중 61.6%는 치명적이다. 아파트(24.4%)나 오피스텔(1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전세사기의 핵심 고리인 무자본 갭투자가 악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단독·다세대·연립 등 비(非)아파트 공급 불균형은 주거 다양성을 해친다. 입법을 포함한 대책을 보강해 서민 보금자리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일은 특히 막아야 한다. 빌라 시대가 저물면 선량한 집주인까지 피해자가 된다.

연립과 다세대, 다가구주택가 감당하는 전체 거주 가구의 약 28%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주거용 오피스텔, 즉 아파텔도 집값 급등기에 관심을 끌었으나 혜택에선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근원을 파고들면 다주택자 규제, 비아파트 건축규제 강화, 임대차법 시행도 공급 불균형 심화의 주범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빌라·단독주택에까지 규제를 적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부실을 소환하고 싶은 이유다. 아파트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 서민 주거에서 주요 몫인 빌라와의 양극화는 더 벌어진다. 아파트 대체재 기능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거 불안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빌라 매수심리 위축을 주거 선호도 차원으로만 다루는 것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