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주도 내수 ‘붐업’, 효과와 한계 함께 봐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4-09 13:59 수정일 2023-04-09 13:59 발행일 2023-04-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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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수출 국가임이 강조되다 보니 내수는 상관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대단한 오해다. 최근 2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은 61.9%였다. 내수에 딸린 자영업자 수도 유난히 많은 나라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부양책을 내놓은 것,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 그 초점을 국내 관광 활성화에 맞춘 것은 나쁘지 않은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지표들은 민간 소비 둔화를 정면으로 가리킨다. 체감경기라도 끌어올릴 시도는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13개월째 적자인 무역수지도 어떻게든 벌충해야 한다. 문제는 경기둔화를 방어하는 방법론과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1인당 숙박비 3만원, 놀이시설 1만원 등의 ‘붐업 패키지’가 내수의 물줄기를 바꿀 비책이며 비급이 되겠느냐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최대 4만원의 숙박 할인쿠폰 100만개 지원의 효과는 다분히 일시적이었다. 또한 지금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현상과 국내 여행이 늘어날 가능성은 역의 상관관계일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관광 정책으로 둔화한 민간 소비를 끌어올릴 마중물을 찾기 전에 소매판매 수치가 지난해 11월부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원인부터 더 규명해봐야 한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으로 볼 때 중산층·서민 지갑이 얇아졌다. 경기가 워낙 안 좋으니 안 하느니보다 낫다는 식이 아닌 정공법이 절실한 내수 시장이다. 대통령의 일방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2021년 11월 가을휴가 지원 명목으로 565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매출액 944억원, 여행소비액 3108억원을 찍었다는 추정을 과신하지 않아야 한다. 600억원 규모를 정부가 쏘아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믿음은 좀 터무니없기도 하다.

내수를 떠받칠 서민·중산층의 소득 안정화 없이는 특히 그렇다. 국내 가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는 55% 밑으로 내려갔다. 이번 주 여행박람회(13~16일)를 시작으로 서울페스타(4월 30~5월 7일) 등의 행사도 앞두고 있어 내수에 안간힘을 쓰는 정부 정책에 합리적 기대를 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출이 저조하면 내수 진작의 성장 정책을 펴는 중국, 미국과 달리 국내 내수 시장의 파이가 크지 않다. 파급력 면에서는 건설 경기 활성화 쪽이 낫겠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여행 쿠폰을 풀어 소비의 불씨를 실리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관광 활성화도 하되 규제를 과감히 푸는 등 보다 공격적인 돌파구를 찾는 게 실효적일 수 있음을 여기서 지적해두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