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송전시장 민간 개방 더 신중해야 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4-17 14:14 수정일 2023-04-17 14:14 발행일 2023-04-18 19면
인쇄아이콘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는 송전망 구축에 변화가 예고된다. 민간자본을 끌어오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거론되는 서해안 종축 해상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사업이 첫 민간 송전투자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공공 전력망을 민간에 개방하는 사안이라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재무적 어려움 탓이지만 어느 단계든 공급 과정의 독점을 푼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한전이 독점하는 송전망 시장에 민간 참여로 물꼬를 터줄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 국가기간산업의 이름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전기를 팔다 생긴 일이다. 한전 사업 역량과 건설 여건상, 향후 증가가 예상되는 송전설비 건설사업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지연되다 보면 또 한전 민영화가 거론될 것이다. 정부는 선을 긋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전체 경영권,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는 민영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간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수면 위로 떠오를 민영화 이슈를 완전히 잠재우진 못할 것 같다.

상세한 민자사업화 계획은 10차 송변전 설비계획을 기다리면 확실해지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시장 원리에 입각한 원가주의 요금을 채택하지 않는 한, 천문학적 적자 행진을 못 막기 때문이다. 전력 구입비와 전력 판매액의 불균형, 비용이 매출보다 큰 구조를 그냥 덮어두면 민간투자 유치는 멈출 수 없는 대안으로 남는다. 한전의 독점적 전력 판매 방식은 투자받는 대신 시장을 여는 식으로 허물어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송전망 사업의 돌파구에 그치지 않는다. 민영화 논란이 점화되는 과정에서 전력산업을 민간 경쟁 체제로 하고 전기료는 정부와 협의하는 반(半)민영화 모델도 제기될지 모른다. 민공 합작 1호 프로젝트 향배가 더 주시되는 이유다.

서해안 송출과 비슷한 모델은 외국에도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한 영국은 근해송전망이 그것이다. 유사한 민간투자 방식은 미국과 호주에도 있다. 그런데 조심할 부분이 많다. 외국 사업자에게 송전과 배전은 넘기지 않는다는 걸 어떤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전력 송배전에 외국인 지분한도를 철폐하고 에너지 시장까지 추가 개방한 필리핀의 경우를 보자. 기간산업이 중국의 놀이터가 되다시피 했다. 송배전 건설비용을 감당할 여력 부족으로 대기업 등의 손을 빌리는 방식은 전면적 민영화와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송전 투자의 민간시장 개방부터 신중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송전뿐 아니라 발전, 배전, 판매 전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로 인해 재정이 멍들었지만 달리 국가기간산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