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점심시간 휴무제 찬반 논란 키울 일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권리인가, 공직사회의 기본 도리인가. 대구지역 공무원 노조가 12월 들어 시청사와 8개 구·군청 인근 도로변에 설치하면서 불붙는 찬반론이다. 점심시간 휴무제 전면 실시 요구는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일부 지자체는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대구시처럼 내년 1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라고 주장하는 지역도 있다.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찬반 사이의 이항대립적 구조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공무원 노조가 보장받고자 하는 점심시간 휴무제의 근거는 법적인 것이기도 하다. 근로시간이 8시간이면 엄연히 도중에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다. 그 중간쯤이 점심시간이긴 하나 바쁜 직장인들은 민원 담당 공무원을 찾아 민원서류를 떼는 시간임을 부인하긴 힘들다.이 때문에 ‘1시간 소등 중식시간 휴무제’와 같은 제도는 민원인 편의는 뒷전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노조의 은행원 점심시간 보장 요구에서 비슷하게 드러났지만 찬반이 격화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 당장 실시보다는 대안을 찾아가는 게 순서다.일제히 취하는 휴무와 휴식이 공직사회 내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점심시간이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인 것은 맞고 노동권 보장도 이뤄져야 한다. 다만 공무원인 근로자의 요구뿐 아니라 국민인 민원인의 편리한 민원 처리에 대한 요구까지 충족돼야 하는 사안이다.일부 지자체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이는 대면 업무가 아닌 무인발급기로 대체가 안 되는 노년층이나 점심시간에 짬을 내야 하는 직장인의 업무 중단에 대한 고충을 해결하는 일과 맞물려 있다. 공무원 사회도 적절한 휴식 보장으로 민원 담당 공무원의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논리를 펴기 전에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관련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공무원의 권리 침해와 주민 민원 편의 사이에서 순환론적인 논란을 키우는 대신, 장단점을 분석해 보완 방안을 내놓고 전면도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밥 한끼라도 편하게 먹도록 보장해 달라는 공무원의 노동권 보장, 교대근무를 해서라도 편의를 챙겨달라는 고객 불편 해소 사이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즉각 시행에는 무리가 따른다. 시민 편의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제한적인 시범 운영은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에게도 점심시간이 중요하다는 명제에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거리에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

2022-12-05 14:15 사설 기자

[사설] 특별자치도 설치, 지역경제 위한 ‘남발’인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연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앞서 강원도는 628년 만에 그 이름을 내린다. ‘강원특별자치도법’에 따라 내년이면 법적 성격이 다른 강원특별자치도가 된다. 지난 2006년 발족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선례지만 이렇게 전국의 광역 단위 행정구역이 변화를 거쳐도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다. 특별자치를 원하는 것은 재정과 인사권 등에서 ‘특별’해지기 위해서다. 전북에 집중해보면 특별회계로 연간 3조원가량의 재정이 확충되고 자체 발전기금도 받는다.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 큰 그림을 그려 나가려는 다분히 좋은 의도는 지지한다. 경제적으로든 다른 요인에서든 지역 발전 전략을 도모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17개 광역단체 중 특별광역단체가 곧 4곳으로 늘어날 전망인 데서 보듯이 문제는 난립이다. 이런 추세라면 너도나도 특별자치를 거침없이 여망할 것이다. 쇠락한 지역을 살리자는 명분으로, 또는 형평성을 근거로, 이런저런 명분은 가득하다.그러다 보면 특별자치 간에도 상호 비교하여 끝없는 관련법 개정 논의가 나올 게 뻔하다. 제주에는 없는 기초지방자치가 강원특별자치도에 있는 점 역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특별자치 실시와 세종이나 제주의 기초단체 폐지 사이에는 사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특례 권한이 실질적이고 선진적인 지방분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즉 특별자치를 하는 것과 본연의 지방자치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부터 한번 살펴봐야 한다. 고도의 자치권 보장이라면 지방자치 발전을 통해 구현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지역 역량 강화도 결국 마찬가지다.연원을 다시 따지자면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 관광도시라는 특수성이,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수도라는 특수성이 ‘특별’한 행정구역명을 붙이게 했다. 다만 주목할 것은 행정 명칭의 변화가 아니다. 각종 특례를 받는 사실에 눈독을 들이는 지자체가 한둘 아니라는 부분이다. 강원도처럼 지역경제가 고사되는 절박함에서 나온 거라면 할 말 있는 광역단체는 줄을 서 있다. 지방자치법 예외를 인정받는 조직·재정 특례 제도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다. 우후죽순 같은 특례 요구로 중앙부처와의 협의가 어려워지거나 특별자치시·도 간의 정체성 시비도 이제 본격화할 것이다. 특례 요구 남발이 득이 아닌 독이 된다면 난립은 막아야 한다. 너무 많은 특별광역단체는 ‘특별’의 의미까지 상실하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내놓는 지적이다.

2022-12-04 14:08 사설 기자

[사설] 美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반등 기회로 삼아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 억제를 위해 인상 ‘자체’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당장 12월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포인트의 빅 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4차례나 연이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파월이기에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다.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우리 경제에 절대적이다. 생산과 소비 부문 부진이 점차 완화되어 다행스럽다. 아직 민간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불안과 물가 고공행진 우려는 여전하지만, 꾸준히 일자리가 늘고 근로자 임금이 올라가는 모습은 다른 한편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게 한다.유로존도 최악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라 반갑다. 11월 물가상승률이 10.0%로, 거의 1년 반만에 첫 둔화세를 보였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소한 1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이언트 스텝 대신 빅스텝을 택하게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다.속단하긴 이르지만 주요 거래 경제권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때 마침 우리도 3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0.3%로 발표되었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순수출은 1.8%포인트 낮아졌지만 민간소비가 1.7% 증가하며 받쳐준 덕분에 올해 정부 목표치인 2.6% 성장은 무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이런 변화의 시기에 우리도 그런 흐름을 잘 타고 제대로 활용해야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갈수록 커지는 무역적자는 가장 큰 족쇄가 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을 1.8%포인트나 갉아 먹은 것이 과거 ‘효자’였던 무역 부문의 부진이었다. 무역이 어느 새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고, 환율 불안을 야기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수출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 경제의 최대 먹거리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려는 조짐을 보이는 이 때에 우리도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 수출 기회를 잘 살려 무역적자 폭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마땅하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고 수출항만이 묶인다면 그런 실낱 같은 기회마저 우리 스스로 날려버리는 꼴이 된다.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막판 극적인 타결로 지하철 파업 사태를 막았다. 사측이 전격적으로 구조조정안을 철회한 덕분이지만 노사가 대승적으로 타협을 통해 이뤄낸 성과니 박수받을 만하다. 이제 화물연대 차례다. 국민과 경제를 위해 파업을 접고 통 큰 타협에 나서길 기대한다.

2022-12-01 14:28 사설 기자

[사설] 추락하는 한국경제, 공생의 해법 도모해야

10월 전 산업 생산이 2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전달에 비해 1.5%나 줄어 지난 2020년 4월의 1.8% 감소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두 달째 감소 중인 소비 부진에 네 달 연속 생산 감소까지 겹치면서 제조·서비스 모두 장기침체 가능성이 완연해 졌다. 수출 시장의 불확실성도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노조까지 3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당장은 서울 지하철이지만 이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교통 대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공공운수노조 측이 표면적으로는 사측 구조조정안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화물연대와의 정치적 ‘파업 연대’가 이뤄지면 노동계 전체의 파업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일찍부터 한국경제의 중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제 혹한기 진입을 예고하는 징후들도 속속 드러났다. 글로벌 경기부진 탓에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두 축인 제조업과 수출의 장기 부진이 확연했다.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외생변수 탓이 워낙 컸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한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지 않게 할 유일한 방도였다.하지만 이번 연쇄파업으로 한국경제의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 진입은 기정사실화됐다. 실질소득 감소에 더욱 위축된 소비시장까지 겹쳐 아마도 우리는 ‘가장 추운 겨울’을 나야 할 것이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전력을 다 해야 할 때에 제 앞만 챙기는 이기적인 불법 집단행동은 국민을 희생자로 만들고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갈 뿐이다.반짝했던 경기 회복 기대도 완전히 물 건너 갔다.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전달과 같지만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2로 0.1포인트 떨어져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상태라면, 그나마 정부가 바라는 내년 1%대 중후반대 성장도 공염불이 된다. 지친 국민들이 다시 도소매업 창업에 나선다는 소식이 오히려 불안스럽기만 하다.생산은 부진하고 소비는 위축되고 투자는 부진한데 경제가 나아질 리 없다. 노동계는 제 몫 챙기기 파업을 일삼고, 정치권은 민생 경제 팽개치고 정쟁만 일삼으니 더더욱 해법이 없다. 엄혹한 이 위기를 그나마 슬기롭게 지나려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공생 방안을 찾는 것 뿐이다. 파업은 ‘그들’을 살릴 수 있을 지 몰라도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 트리는 최악의 패착이다.

2022-11-30 15:38 사설 기자

[사설] 업무개시명령 실제 발동 전 '노정 대타협'을

정부가 29일 시멘트 운송 거부자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발동 배경을 설명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중단돼 전국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산업 기반이 초토화되어 국민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자신들 이익을 관철하려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윤 대통령은 특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운송 차량의 사업장 출입을 막고 쇠구슬 공격까지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이 같은 불법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그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화물연대 파업 참여자들에게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문제는 파업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임을 부정한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안전운행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보장해 달라고 한 요구가 맞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몰제’를 운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영구화하고 대상까지 확대하라는 것은 누가 봐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나쁜 의도다. 안전운행의 책임을, 아무 책임 없는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다.이번 업무개시명령은 곧 ‘노정 갈등’의 첨예화를 예고한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파업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고 정부와의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다. 야당까지 가세해 명령 철회를 요구할 것이 뻔하다. 종국에는 ‘정권퇴진 총투쟁’ 구호가 나올 것이다. 그런 사태를 예상하고도 강경 대처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경제와 국민들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노동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국민 불편과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고통을 더 깊이 체감하게 될 것이다. 절대다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훨씬 나은 여건의 사람들이 하는 파업 때문에, 대다수가 노동자들인 우리 국민과 서민들의 고통은 배가 될 지경이다.이제 국민을 인질로 한 연대파업을 끝내야 한다. 안전운임제부터 다시 정부와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기준점과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고 ‘정부가 우릴 버렸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말고, 정치권도 나라 경제를 생각해 합리적 해법을 찾는 노력부터 경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총체적 경제 위기 앞에서는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2022-11-29 15:15 사설 기자

[사설] ‘떼 파업’ 풀지 않으면 국민들이 등 돌린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현장이 속속 마비되자 정부가 육상화물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엿새 째 이어지는 ‘떼 파업’으로 대한민국 물류가 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운송 거부 및 방해로 항만 물류까지 큰 차질을 빚으면서 ‘전방위 물류대란’이 임박한 모습이다.정부는 총파업에 따른 경제·산업 피해 최소화에 역량을 총동원하면서 화물연대 측의 파업철회와 조기복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어렵게 이뤄진 화물연대 측의 만남은 대화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영구적인 안전운임제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 3년 연장·품목 확대 불가라는 정부 입장차가 너무 크다.화물연대와의 협상 결렬은 곧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의미한다. 정부로선 최악의 상황에서 경제에 발목을 잡는 노동계 집단 행동을 좌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면 정부와 노동계 간 확전이 불가피해 진다. 나라 경제나 화물연대를 포함한 노동계 전체에도 결코 득 될 것이 없다.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위반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최악의 경우 화물운송자격까지 취소된다. 화물연대가 책임지지 못할 것이고, 개인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지금 나라 사정은 ‘최악’이다. 물류가 끊기고 원자재 공급이 막히는 바람에 전국 공사현장이 속속 멈추고 있다. 곧 주유소 유류 공급에도 막대한 차질이 올 것이다. 철강 자동차 등 타 업종으로 파업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항만 물류의 90% 이상이 마비되어 수출 역시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고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실력행사부터 일삼는 ‘떼 파업’은 이제 더 이상 국민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칫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어두운 과거로 기억될 수 있다.이번 주부터 진짜 피해가 본격화된다. 정부가 아무리 대체 차량과 인력을 배치한다 해도, 물류를 막고 방해하면 답이 없다. 파업 장기화는 곧 한국경제의 궤멸(潰滅)을 부를 뿐이다. 지난 6월 일주일 여 파업에도 2조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다시 또 국민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화물연대는 파업을 즉각 멈춰야 한다.

2022-11-28 13:57 사설 기자

[사설] 실효성 있는 부동산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다음달 1일부터 부동산 금융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온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현재의 20~50% 차등 적용에서 50%로 일괄 적용한다.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서민·실수요자 주택대출 한도는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서민과 실수요자는 주택구입 목적이라면 규제지역 내에라도 주택대출 때 6억원 한도 내에서 최대 70%까지 LTV를 적용받게 된다. 대출 한도 증가 폭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라는 정책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도 당초 계획을 앞당겨 집행키로 한 만큼,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이번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로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현재보다 8%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간 급여가 낮은 경우 4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어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자칫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한 규제완화일 수 있다.정착 시행 날자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시장이나 금융기관들이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규제 완화 정책 시행 시점에 맞추기 보다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 수요가 활발해 질 때를 기다리는 듯한 모양새다. 매매나 전세 수요가 확실히 살아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부정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탓이다.근본적인 문제이자 한계는 여전히 오를 수 밖에 없는 고금리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한, 대출까지 받아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얻을 동기가 떨어진다. 연 8%에 육박하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잡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과 함께 금융당국의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집행 노력이 필요하다.특히 DSR 규제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대출 금융기관들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능력을 살펴 대출을 해 주는데 40~50%로 DSR 규제를 지속한다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고소득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보다 합리적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가계발 금융 리스크는 절대적으로 정밀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 여건을 반쪽만 보고 판단한다면 정책 효과는 반감되거나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가계대출 리스크를 잘 관리하되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정책 집행이 필요한 때다.

2022-11-27 14:11 사설 기자

[사설] 파업 장기화하면 내년 1%대 성장도 어렵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년도 우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 2.1%에서 0.4%포인트나 대폭 내렸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로 여겨지는 2%를 밑도는 목표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전망한 1.8%보다 낮은, 이제까지 발표된 국내외 경제예측기관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 충격이 크다.한국은행은 예상대로 이날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중반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예측했다. 지난 8월의 전망치 3.7%에서 소폭 내린 것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만큼 내년 경제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선제 경고다.대부분 전문가들이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년 세계경제 바닥 가능성을 점쳤지만 와 닿지 않는다. 더딘 경기 회복세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수출 부진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데다 소비와 투자 역시 완연한 회복세를 기대하기엔 무리다.당장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1억 6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가량이나 모자란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전달(88.8)보다 더 떨어졌다. 기업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는 10월의 76 보다 1포인트 더 내려 75를 찍었다. 2020년 12월(75) 이후 1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금리인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가까스로 1%포인트 이내로 좁혀놓은 한미 금리 차도 곧 더 벌어지게 된다. 원화 가치는 더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환율이 그나마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의 자금·신용 경색은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동계의 총파업 동투(冬鬪)는 우리 경제를 끝 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당장도 큰 타격이지만, 파업이 자칫 장기화하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극심한 경기 한파가 몰아 닥칠 가능성이 높다.누구 하나 어렵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모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도 헤쳐나가기 힘든 ‘혹한의 2023년’이 다가온다. 정말로 국민과 경제를 생각한다면 상생의 길부터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22-11-24 14:11 사설 기자

[사설] 지금은 수출·투자 확대만이 살 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그만큼 수출이 우리 경제 앞날에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수출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연말을 앞두고 주요 경제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수출 애로점과 향후 지역별·국가별 맞춤형 수출 전략을 논의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개괄적인 경제 활성화 추진 전략을 제시하면서 수출·수주 확대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한 바 있다. “한마디로 말해 ‘수출 드라이브 회의’라고 보면 된다”고 했을 정도였다. 윤 대통령은 23일 회의에서도 모든 부처가 수출과 수주, 투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것을 거듭 촉구했다.마침 우리는 얼마 전 ‘제2의 중동 붐’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최소 수 십 조원 규모의 수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제 그 성과물을 만들어 낼 만반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아세안(ASEAN)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얻어낸 성과들도 하나 둘 씩 매듭지어 나가야 한다.내수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당장은 수출을 최대한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4대 주력산업의 수출전략을 보강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바이오와 전기차, 수소산업, 이차전지 등 차세대 핵심산업에 대한 보다 과감한 정부 지원과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민관 공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힘을 합쳐 수출 촉진과 투자확대 전략을 펼쳐야 한다. 정부는 기업을 힘껏 밀어줘 기업이 더 많이 수출하고 투자하고 고용을 늘리게 해 주어야 마땅하다. 기업은 다시 기업가 정신과 보국 정신으로 무장해 한국 경제 회생의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이제 ‘수출산업’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모두가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국방부가 방위산업수출기획과를 신설해 ‘방위산업부’가 되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모든 부처가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원전과 관련 시스템, 소프트웨어 같은 보이지 않는 수출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수출과 투자 확대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제2의 중동붐’이 신기루가 되지 않도록 후속 경제외교 노력도 당연히 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을 다시 ‘수출공화국’으로 거듭나도록 할 민관의 전방위 공조 노력이 절실하다.

2022-11-23 17:09 사설 기자

[사설] 노동계, 동투(冬鬪) 보다 상생(相生)이 먼저다

민주노총이 총파업과 대여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22일 건설노조 대규모 집회시위를 시작으로 23일 공공운수노조, 24일 화물연대,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고 다음 달 초에는 전국철도노조가 가세할 예정이다. 여기에 학교 급식 노동자들과 공무원 노조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 동시다발적 ‘동투(冬鬪)’ 국면이다.정부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없다. 정부는 귀를 열고 대화에 임한다는 계획이지만 대화 채널이 모호하다. ‘대화’ 보다는 ‘엄단’에 무게중심을 둔 듯 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현장의 요구사항에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되,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노동계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당장 화물연대 파업이 전국 16개 지역에서 동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2만 5000여 조합원은 물론 화물 사업자 상당수가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간의 짧았던 지난 6월 총파업을 돌이켜보면, 엄청난 물류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 측도 “물류가 일시에 멈춰 유례 없는 강력한 파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화물연대 파업의 최대 쟁점은 올해로 일몰이 끝나는 ‘안전운임제’다. 당정이 이날 3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노동계는 대상 차종 확대 요구와 함께 화물기사 최저임금과 안전운임제 상설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견을 좁히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은 “지난 6월 총파업 때 정부가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신뢰’의 문제를 거론한다.서울 지하철과 철도 노조의 총파업은 물류대란에 교통대란까지 부를 것이 뻔하다. 인력감축계획 철회 여부가 최대 현안인데, 당장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다. 25일로 예정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이 현실화하면 학교 급식과 돌봄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22일부터 시작된 조합원 투표 결과에 따라 공무원 노조도 파업 여부를 결정할텐데, 이태원 참사 책임자 행안부 장관 파면,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등 다분히 정치적인 이슈가 많아 위법 논란이 거세다.지금은 국민 모두가 힘든 때다. 어떤 집단 행동이든 국민과 기업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파업 동참자를 포함해 국민 모두에게 되돌아 갈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불법 행위는 엄단해야 하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계와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모두가 힘든 이 때, 극단적 파업은 답이 아니다. 같이 사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할 때다.

2022-11-22 15:15 사설 기자

[사설] '불통(不通)의 정치' 끝을 모르나

‘용산 시대’의 상징 같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중단됐다. MBC의 대통령에 대한 공격과 태도를 문제 삼아 대통령실이 21일부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와중에 야당은 당 대표 최 측근이 모두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마땅한 사과나 유감 표시 없이 대통령과 여당 공세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불통’의 늪에 빠졌다.도어스테핑 중단의 근거는 ‘재발 가능성’이다. 최근 대통령 출근 길에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속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상징하는 것이라 자부했던 것이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취임 직후인 5월 1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모두 60여 차례에 걸쳐 도어스테핑을 통해 기자들과의 즉석 만남이 있었다. 때론 지나치게 즉흥적인 답변으로 설화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평균 대화 시간 3분 30초가 말해주듯 도어스테핑은 나름의 소통 수단으로 유효했다.국민들은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기자의 항의성 질문을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선택적 언론관’을 문제 삼는 비판도 많다. 이전 정부처럼 ‘불통의 정치’가 재현될까 우려가 깊다. ‘소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겸허하게 되새겨야 할 때다.야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불통이 안쓰럽다. 태생적으로 안고 왔던 사법 리스크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자신이 “이 정도는 되어야 측근”이라고 했던 두 핵심 인물이 모두 구속되었는데도 해명이나 유감 표명조차 없다. 당내에서도 당혹해 할 정도로 내부 비판에 귀를 닫고 있다. 오로지 ‘검찰 공화국’ 공세 일변도다.민주당도 민생과 협치보다 당 대표 지키기에 몰두한다. 여의치 않으니 대통령과 법무장관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근거 없는 청담동 술자리판 주장 같은 헛발질이 많다.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이 줄을 잇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사과가 없다. 그들에게 ‘소통’이란 열성 지지자들에 대한 낯부끄러운 ‘맹목’일 뿐이다.최고 정치지도자들의 ‘불통’은 늘 불행한 결과를 낳았다. ‘협치’는 이제 바라지도 못할 상황이다. 말로는 민생과 경제, 협치를 외치면서 정작 사사건건 말 꼬투리잡고 정쟁거리를 만드는 데만 혈안인 정치인들이 가득한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사과는 없고 불통만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2022-11-21 15:20 사설 기자

[사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적극 검토를

내년 도입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정부의 ‘2년 유예’ 안에 야당이 ‘조건부 유예’ 절충안을 냈으나 정부가 거부했다. 야당은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에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2년 유예와 함께 ‘증권거래세 0.20% 인하,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100억 원’의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 발생시 20%, 3억원 초과시 25%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금투세는 채권이나 펀드, 파생상품에서 일정액 이상 투자 차익이 생겨도 공히 적용된다. 여야가 2020년 세법 개정 때 내년부터 도입키로 합의했음에도 유예 여부가 논의되는 것은, 2년 전과 판이하게 다른 ‘불안한 시장 상황’ 때문이다.여야가 합의했던 2020년은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그때보다 400포인트나 떨어진데다 금리도 수직상승세라 시장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이런 때 새로운 과세까지 더해지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과 그에 따른 환율 상승의 악영향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세수(稅收) 감소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야당 안대로 거래세를 0.15%로 낮추면 연간 1조 9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 든다. 내년 세수 감소가 뻔한데 큰 폭의 세율인하는 부담이다. 금투세 유예 시 큰 폭의 세율 조정 명분도 떨어진다. 연말 대주주 물량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을 차단해 ‘개미’를 보호하려면 대주주 양도세 요건의 합리적 판단도 필요하다.여야는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첨예한 내년 예산안 심사에 더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가 거래세 인하나 대주주 기준 상향을 시행령으로 밀어 부칠 수도 있으나, 수적 우세인 야당이 금투세 유예안을 끝까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극적인 타협 없이는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그나마 여야가 유예를 전제로 거래세 하향, 금융투자 수익 과세라는 기본 원칙에는 공감한다는 데 실마리가 있다. 시장은 누가 봐도 아직 금투세를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다. 15만 명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부담에 세금까지 내야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된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절충안을 찾아봐야 할 때다.기왕에 합의한 정책을 물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과 투자자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장 참여자들이 더 큰 불안감을 갖기 전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기하는 것이 정치권이 지금 할 일이다.

2022-11-20 14:25 사설 기자

[사설] ‘민관 공조’로 사우디 투자기회 꼭 살려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1970년대에 이은 ‘제2 중동 붐’ 기대가 높다. 서울의 44배 크기에 우리 한 해 예산보다 많은 약 660조 원 규모로 건설될 ‘네옴시티’는 건설·에너지 등에 국한됐던 한-사우디 경제협력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줄 흔치 않은 기회다. 총력을 기울여 보다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프로젝트다.윤석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는 17일 오찬까지 함께 하며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및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오후에는 두 나라 기업인들이 모여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 및 투자 방안을 협의했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별도로 빈살만 왕세자와 티 미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타진했다.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라 하니 다행이다.역대급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네옴시티에 우리 기업들은 주택·도로 등 건설 인프라는 물론 도심 모빌리티 등 다양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계획이다. 수 조원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가 많아 기대가 크다. 디지털과 바이오, 수소 에너지, 기후변화에 우주항공과 관광 및 레저, 엔터 등 향후 협력분야를 더욱 다각화할 여지가 많다. 우리가 인프라·건설, 디지털, 바이오 분야 역량을 인정받아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의 5대 중점 협력국에 이미 선정돼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하지만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선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 워낙 큰 사업이라 사실 사우디도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한다. 관련 법규 정비 등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데다 중동 자체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현지 진출 시 충분한 현지 조사와 함께 꼼꼼하고 탄탄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현지 진출을 추진하려는 기업들 간 질서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 돌파구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과당 경쟁과 출혈 경쟁의 ‘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들도 줄을 선 상황이니, 저가 입찰이나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가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무작정 들어가기 보다 사업의 수익성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정부와 민간이 적정한 룰을 정하고 민관이 상호 협력해 공동진출하는 전략이 최선이다. 정부의 합리적인 질서 유지 노력과 민관 공조가 필수다. 현지 진출을 발목 잡는 법과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면 좋겠다. 이번 프로젝트가 우리 경제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2022-11-17 14:00 사설 기자

[사설] 尹 대통령, 이제 내치(內治)에 힘쓸 때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성숙한 한중·한일 관계를 주문하고 아세안 국가들에는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제안하는 등 아시아권 주변 국가들과의 정치·경제 협력 확대 및 다변화에 공을 들여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윤 대통령도 귀국길에 올린 페이스북 글에 중국과의 새로운 한중 협력시대 개막을 위해 양국 고위급대화 정례화를 시 주석에게 제안했고 시 주석도 공감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이번 순방성과를 바탕으로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기반해, 우리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이번 순방의 성과는 무엇보다 ‘아세안구상’을 통해 경제협력 다변화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과거보다 더 폭 넓고 깊이 있는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아세안 국가들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끌어올림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같은 극단적 상황에 대비하고 상호 국익을 도모할 기반을 다졌다.이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NSP)’이 베트남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던 미비점을 확대 보완한 것으로 이해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태국 같은 아세안 선도 국가들과 연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이들 나라 민간 기업들이 공동 참여하는 상생과 협력의 프로젝트에 기대가 크다.정치외교적으로는 시진핑 주석과 한중관계 발전 및 경제 협력,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현안을 폭 넓게 논의하고 상호 협력과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시다 총리와는 지소미아 등 그 동안 꽉 막혔던 ‘불통’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실질 성과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두 나라와 관계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 주목된다.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이 이제 해야 할 일은 내치(內治)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합리적인 이태원 참사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 지우고 안전사고 관리시스템을 확실히 재정비해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실타래처럼 얽힌 야권과의 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원수 같던 중국과 일본과도 ‘새로운 관계’를 제안한 마당에 새로운 여야 관계 구축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권도 말로만 ‘협치’를 떠들면서 사사건건 발목 잡는 구태 정치에서 빠져 나와야 할 것이다. 정치판 역시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들은 바란다.

2022-11-16 14:21 사설 기자

[사설] 이태원 희생자를 정쟁과 사익에 이용말라

친 야권 성향의 인터넷 매체들과 천주교 정의사회구현단이 유족의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실명을 공개한 것은 상식 밖이다. 그들을 정쟁과 사익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매우 잘못된 행위다. 황당한 음모론과 가짜뉴스로 세월호 참사를 정쟁과 사적 이익의 도구로 삼았던 구태를 반성 없이 되풀이하는 꼴이다.이들의 희생자 실명 공개에 대해선 진보 진영조차 비판 일색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참담하다”고 한탄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죽음의 정치를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트라우마를 겪는 유가족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라며 즉각적인 명단 삭제를 요청했다.명백한 2차 가해이며 고의적· 정략적 폭거다. 줄곳 희생자 명단 공개를 재촉했던 민주당이 막상 명단 공개 후 침묵하는 것도 이를 자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적 처벌 여부를 떠나,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유가족들 항의까지 빗발치자 그제서야 일부 실명을 가리는 것은 더더욱 할 일이 아니다.희생자 명단 공개는 ‘애도’가 아니라 ‘정치’다. 목청 높여 명단 공개를 부단히 주장하고 여론을 환기시켜 이런 사태까지 만든 민주당의 책임이 작지 않다.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한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초에 ‘유가족 동의’를 전제로 명단 공개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발을 빼지만, 납득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명단 공개를 찬성하는 이들은 “정부가 시민들을 강제된 침묵 속으로 가둬 두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친 자기편의적 해석이다. 정부와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할 것이란 예단도 우려스럽다. ‘셀프 수사’ 비난 속에도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무조건 국정조사 판으로 끌고 들어가 정쟁감으로 삼으려는 의도는 옳지 않다.명단 공개로 얻는 ‘공익’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보다는 망자의 ‘인격’이 더 중시돼야 했다. 어느 부모가 자식 이름을 밝히고 국민들이 공개 애도하길 원했겠는가. 정부와 여당, 경찰에 대한 불신과 망자에 대한 애도는 다른 문제다. 유족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으니 잘못도 없고 면책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 책임도 저야 할 것이다.우리는 세월호와 이태원을 엮어 뭔가를 모의하려는 불손한 움직임을 경계한다. 세월호의 교훈은 ‘음모론을 차단 않고 오히려 악용하면 그 피해는 결국 희생자와 유가족의 몫’이라는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의 재판이 되어선 안된다.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은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다.

2022-11-15 14:55 사설 기자

[사설] 한일 관계 풀리듯 여야 극한 대립도 풀리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적 수사’의 한계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꽁꽁 얼어붙었던 한일관계에 돌파구가 뚫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두 정상은 이날 예정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45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때 스치듯 지났던 첫 만남 이후 2개월 만에 마주 앉아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과 핵 무력 시위에 관한 공동 대응방안을 숙의했다. 각자가 가진 인도·태평양 전략을 교환하며 한일 간 빠른 관계 정상화의 기반을 다졌다.아직 강제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한 동안 마주 보기도 역겨워했던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공통의 현안을 논의하며 대책을 숙의했다는 자체가 긍정적이다. 일본 측도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해 외교당국 간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하며 ‘소통 재개’를 기대하는 모습이다.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한미일 3국 정상은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한 목소리를 내며 전통의 동북아 3국 동맹체제가 건재함을 알렸다.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경제안보대화체 신설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한미일 3국 정상간 포괄적 공동성명 채택은 이번이 처음이다. 곧 지소미아 재개 기대까지 갖게 한다.프놈펜 정상회담의 첫 화두가 이태원 참사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고, 윤 대통령도 이번 사고로 미국인과 일본인이 희생된 것에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이렇게 외교적·정서적 협치가 하나하나씩 진전되는 것이다.하지만 눈을 안으로 돌려 국내 상황을 보면 ‘정치와 협치 실종’ 그 자체다. 사사건건 정쟁을 삼으려는 야당, 누가 책임질 지를 놓고 갈팡질팡 하는 여당, 국정운영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대통령실까지 모두 답답하고 애처롭다. 하찮은 일까지 모두 정쟁을 만들어 증폭시키는 정치권에 국민들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툭하면 ‘국민’을 팔고 ‘국민’이란 단어를 오남용 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여든 야든 법적 책임질 것은 책임지면 될 일이다. 품위를 잃고 협치를 외면하는 정치는 더 이상 안된다.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된다’는 원수 같던 일본과도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려는 마당에, 같은 나라 정치인들끼리 언제까지 치고 받고 싸우기만 할 것인가.

2022-11-14 14:11 사설 기자

[사설] 미국발 경기회복?… 우린 아직 바닥 아니다

미국에서 경기 바닥론이 제기되면서 한국경제 역시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계기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가파른 금리 상승세가 꺾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긴축 강도가 약해져 우리 수출도 기지개를 켜고 한미 금리차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하지만 그런 장밋빛 기대는 아직 이르다. 미 연준이 아무리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 해도 꽤 오랜 동안 한미간 금리차는 1%포인트 이상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만큼, 미국 경기가 확연한 회복세도 아니다. 우리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유럽 역시 여전히 경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물가 앙등에 따른 사회 갈등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미국 CPI 상승률도 7.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정점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고물가가 여전하고 따라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존한다. 계속 벌어질 한미간 금리 차는 원화 가치를 더 떨어트려 수입 물가와 국내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 우리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시장에서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내외 경기예측기관들이 내년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1% 중후반을 제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우리로선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겨냥한 정책 조합 및 추진이 합리적이다.경기를 살릴 최대 주체인 기업들은 오랜 인플레이션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이 담보되는 반도체나 배터리 업계도 기왕의 투자 계획을 접거나 미루는 판이다. 우리 주력 산업들이 내수보다는 해외향이기에 내수 시장 반등 역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내수시장 진작인 이유다.무엇보다 적절한 재정 운용과 정책 집행을 통해 수출과 투자, 내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잠시 오르거나 치솟던 환율이 주춤한다 해서 섣부른 경기회복 기대를 속단해선 안된다. 당분간은 정부나 기업, 민간 모두 ‘진짜 침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경제전문가 절반 이상이 현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는 경총 조사결과도 나왔다. 균형 잡힌 재정 운용,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한 적절한 정책 믹스가 시급하다.

2022-11-13 14:00 사설 기자

[사설] 부동산 정책, 시장·실수요자 안정이 최우선

정부가 10일 발표한 ‘11.10 부동산 대책’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 조치다. 가파른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들과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다.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서 아파트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지는데 계속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둘 순 없는 노릇이다.이번 조치로 서울과 경기 4곳(과천·성남·하남·광명)을 뺀 모든 지역이 14일 0시를 기해 규제지역에서 풀리게 된다. 수원과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등 경기도 9곳은 당장 투기과열지구과 함께 조정대상지역에서도 해제된다. 고양과 남양주, 김포, 의왕, 안산, 광교지구 등 경기도 22곳과 인천 8곳 전 지역, 세종 등 31곳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다.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다음달부터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50%로 단일화된다. 덕분에 무주택자나 이사 예정인 1주택자는 다음달부터 집값의 50%까지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규제지역 내 실수요자에게는 LTV 우대 대출 한도가 4억에서 6억 원으로 늘어나고,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도 전격 허용된다.미분양 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위기의 주택건설업체들을 돕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준공 전 미분양에 대해서도 5조 원 규모의 PF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보증이 이뤄진다. 이밖에도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보유세 인하방안까지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어떤 분야든 규제 완화는 시장의 활력을 돕고, 시장이 제대로 기능 하도록 작동한다. 하지만 급작스런 정책 변화는,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전 정부 정책이라고 무리하게 반대되는 극단의 정책을 펴다 우리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 아니었나.가장 위험한 시장은 갑작스럽게 가격 변동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말대로,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당연히 경계해야 했다.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과 집값 급등에 따른 보유세 인하 방안도 이런 관점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지금 우리 부동산 시장은 한 번의 극약처방으로 안정될 상황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숨통을 터 주는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중장기적 안정과 실수요자 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최종적 목표 아래 일관성 있게 후속 대책이 추진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2022-11-10 14:16 사설 기자

[사설] 尹 정부 6개월 … ‘혼돈의 정치’ 모두 반성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 마디로 ‘혼돈의 6개월’이었다. 청와대를 떠나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에서 시작된 파열음부터 첨예한 여야 정쟁으로 얼룩진 반 년이었다. 최근에는 용산 이태원 참사까지 빚어지며 대통령과 정부 모두 총체적인 리더십 위기에 직면해 있다.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의욕적으로 자유시장과 탈 원전, 과감한 공공부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과 각종 인사 실패,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 북한과의 불화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매사에 강경한 검찰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이미지 탓에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덧씌워졌다.‘상식’과 ‘공정’을 추구했지만 현실 정치는 녹록치 않았다. 거의 매일 출근길 기자회견으로 국민과 소통하려 했으나 힘에 부쳤다. 불명확한 국정 목표와 협치 없는 정치로 국정 동력은 떨어지고, 주변 관리 실패로 보수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아직도 당선 때의 48.56%에 턱없이 못 미친다.이런 혼돈의 정치에는 169석 거대 야당의 책임도 크다. 툭하면 발목 잡고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졌다. 근거 없는 음해와 정치공세로 구태 정치를 되풀이한 일이 적지 않다.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는 당 대표를 지키려 당 정체성마저 포기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선의의 경쟁자, 건설적 비판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문제는 앞으로 더 소모적 정쟁이 확산될 것 같다는 점이다. 협치 없는 정치는 대한민국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민생은 돌보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국민들은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권이 올해 가을야구에서 참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SSG과 키움의 올해 코리안 시리즈는 ‘참된 경쟁’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6차례 명승부에 관중들은 열광하며 갈채를 보냈다. 2군 선수 이름까지 줄줄 외고, 메이저리그급 라커룸으로 자부심을 높여준 구단주, 팀 생산성을 높이도록 유기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프론트, 구장을 가득 매운 팬들, 그에 보답하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SSG의 우승이 가능했다.여기에 키움이라는 선의의 경쟁자가 있었기에 올해 가을야구가 더욱 빛났다. 이기든 지든 꼼수 없이 패기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 그리고 무엇보다 페어 플레이 정신이 있었기에 “졌지만 정말 잘 싸웠다”며 찬사를 받았다. 우리 정치권이 올해 가을 야구에서 배울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2022-11-09 14:01 사설 기자

[사설] KDI의 경고… 생산성 혁신없이 미래 없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8일 내놓은 한국경제 장기경제 전망 보고서는 우리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KDI는 우리 2050년 성장률을 0.5%로 제시했다. 그나마 구조개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제로(0%) 성장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KDI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 우리 잠재성장률을 2.0%로 보았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과속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자연스럽게 경제 성장동력이 둔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특별한 외부 요인 없이 순전히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만으로도 한국경제는 불가피하게 활력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그나마 우리 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9년의 0.7% 수준에서 1%로 반등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희망치에 가깝다. 사실상 KDI는 중장기 역성장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전방위적 노력으로 생산성 증가율이 1.3%에 이른다면 2050년 1.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 역시 희망 고문에 가깝다.때 마침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치를 봐도 우리 경제 미래는 단기적으로도 매우 암울하다. 최대 무기인 수출은 9월에 570억 9000만 달러로 작년보다 0.7% 줄어 2020년 10월 이후 23개월 만의 첫 감소세를 보였다. 올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 누적흑자 규모도 241억 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32억 7000만 달러나 줄며 반 토막 났다.KDI의 지적대로 생산성 증대가 시급하다. 고령화라든가 글로벌 공급망 붕괴처럼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요인들은 그렇더라도 생산성 증대는 그야말로 우리 하기 나름이다. 할 수 있고, 반드시 해 내야만 하는 상수다.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임금과 훨씬 낮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 경제의 부활은 요원하다.정부는 당장 생산가능연령(15~64세)이 더 이상 가파르게 줄지 않을 환경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출산·육아 부담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는 여성들, 아직도 건재한 고령 노동층을 하루빨리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과 생산성 증대는 필수다. 경제 역동성을 담보할 규제 합리화 조치도 전향적으로 검토되길 바란다.노사 공존의 기반 아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 노사와 정부가 힘을 모아 외국 인력을 과감히 영입하고, 기업 활동을 발목 잡는 과격·불법 파업은 자제되어야 한다. ‘역성장 대한민국’이 안되려면 모두 각자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22-11-08 14:14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