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반등 기회로 삼아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2-12-01 14:28 수정일 2022-12-01 14:29 발행일 2022-12-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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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 억제를 위해 인상 ‘자체’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당장 12월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포인트의 빅 스텝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4차례나 연이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파월이기에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우리 경제에 절대적이다. 생산과 소비 부문 부진이 점차 완화되어 다행스럽다. 아직 민간고용이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불안과 물가 고공행진 우려는 여전하지만, 꾸준히 일자리가 늘고 근로자 임금이 올라가는 모습은 다른 한편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게 한다.

유로존도 최악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라 반갑다. 11월 물가상승률이 10.0%로, 거의 1년 반만에 첫 둔화세를 보였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소한 1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이언트 스텝 대신 빅스텝을 택하게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주요 거래 경제권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때 마침 우리도 3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0.3%로 발표되었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순수출은 1.8%포인트 낮아졌지만 민간소비가 1.7% 증가하며 받쳐준 덕분에 올해 정부 목표치인 2.6% 성장은 무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우리도 그런 흐름을 잘 타고 제대로 활용해야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갈수록 커지는 무역적자는 가장 큰 족쇄가 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을 1.8%포인트나 갉아 먹은 것이 과거 ‘효자’였던 무역 부문의 부진이었다. 무역이 어느 새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고, 환율 불안을 야기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

수출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 경제의 최대 먹거리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려는 조짐을 보이는 이 때에 우리도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 수출 기회를 잘 살려 무역적자 폭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마땅하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고 수출항만이 묶인다면 그런 실낱 같은 기회마저 우리 스스로 날려버리는 꼴이 된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막판 극적인 타결로 지하철 파업 사태를 막았다. 사측이 전격적으로 구조조정안을 철회한 덕분이지만 노사가 대승적으로 타협을 통해 이뤄낸 성과니 박수받을 만하다. 이제 화물연대 차례다. 국민과 경제를 위해 파업을 접고 통 큰 타협에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