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물가와 성장, 아직 포기할 때 아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할 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8월까지 빅 스텝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천정부지 물가를 잡으려면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기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반면 경제성장을 발목 잡을 것이라며 신중론 혹은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떨어트리려면 경제성장률을 0.96% 희생해야 한다는 최근 대한상의 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가 그만큼 금리에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때문에 항간에서는 지금 물가와 성장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할 상황인 것처럼 단순화하려는 경향마저 엿보인다.하지만 지금 우리는 물가 안정과 성장,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포기해선 안되는 상황이다. 당장은 물가잡기가 시급해 정책 시행의 우선 순위는 있을 수 있지만, 성장 자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 정치권과 노동계가 모두 힘을 합해야 하는 가능한 부분이다.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고 중하다. 금리인상에 따른 물가 안정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정비와 함께 수입물가 상승세를 묶어놓기 위한 환율 관리가 시급하다.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와 선물환포지션 한도 확대, 그리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수준의 연기금 환헤지까지 검토해야 한다.한미 금리역전을 막기 위한 기준금리의 적절한 속도 조절과 함께 이를 상쇄시킬 정책적 보완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말만 무성한 기업 금융·조세 완화조치를 조속히 시행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지원도 끊김 없이 이뤄져야 힐 갓이다. 국회는 당분간 규제입법을 멈추고 민생 협치에 나서야 할 때다.경영계와 노동계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화물연대로 시작해 레미콘 철근에 이어 조선 자동차로 옮겨 붙은 ‘파업 도미노’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 우려가 큰 탓이겠지만, 그렇기에 그런 일이 없도록 노사가 힘을 모아 극복해 가야 한다. 파업은 기업과 경제, 근로자를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지금은 서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때가 아니다. 여야 정치권이든 노사든 모두 힘을 모아 위기 극복 방안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29년 만에 국내 공장 신설에 투자키로 합의한 것은 좋은 시그널이다. 다른 기업들도 연초에 투자와 고용확대를 약속했던 것을 기억하자. 지금은 인내심이 더 필요한 때다.

2022-07-12 14:29 사설 기자

[사설] 가장 확실한 과학방역은 ‘예방’이다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1일 신규 확진자가 1만 2693명이나 늘어 1주일 단위로 확진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보편화되는 양상이다. 위중증 환자도 매일 70명 안팎에 이르면서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들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정부는 앞서 지난 8일 코로나 사태가 확산 국면으로 전환되었음을 공식화했다. 11일에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로부터 ‘과학적 방역’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할 새 정부의 방역·의료 체계 대응 방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주목된다.윤석열 정부는 시종일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을 ‘주먹구구’라고 비판했다. 백신이냐 치료제냐 선택을 오판해 백신 도입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엄청난 혈세를 낭비했고, 원칙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남발하다 국민 피로감만 높이고 결국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곤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했다며 꾸짖었다.이제 ‘과학방역’을 강조해 온 새 정부의 차례다.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과 같은 규제 일변도 봉쇄 정책의 폐해를 크게 경험했던 만큼, 민간 자문위원회 의견을 십분 반영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덜 고생하면서 효과는 배가 될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책임이 크다.방역당국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예방’이다. 신규 감염 예방 못지 않게 중증화로 발전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저하자 등으로 제한된 4차 백신 접종 대상을 50대, 필요하다면 40대 기저질환자에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충분한 양의 백신과 치료제 확보는 기본이다.질병관리청이 14일부터 해외입국 후 PCR 검사 결과를 Q코드에 등록케 한 것은 의미 있는 예방 방역이다. 지금은 위중증 병상도 충분하니 기존의 격리 의무를 유지하되 사망률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예방 조치를 펼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요양병원 면회 제한 조치도 다시 강화하되, 방역 협조를 전제로 조금은 유연하게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수다. 4차 접종 대상자 가운데 아직 30% 밖에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코로나 불감증’을 우려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확진 경험이 있는 국민들부터 “나는 이제 괜찮아”하는 안이함을 다잡아야 한다. 아무리 과학적 방역을 펼치더라도 국민들 협조가 없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2022-07-11 15:02 사설 기자

[사설] 아베 사태 계기로 새로운 한일 관계 노력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이 향후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그의 필생의 숙원이던 방위력 증강과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일본 헌법 개정 작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개헌 가능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이미 연초부터 이를 뒷받침할 정책 추진을 공언해 왔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1% 수준인 방위 예산을 내년부터 2% 이상으로 꾸준히 끌어올리고 탄도미사일 등 무력 도발에 대응할 방위력 증강과 함께 자위대를 파병 가능한 군대로 인정하는 헌법 9조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에 이런 내용이 모두 담겼다.다수의 일본 언론들은 이런 우경화 정책을 강력히 주도해 온 ‘아베’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리 역시 야스쿠니신사 참배, 수출규제 보복, 군비 증강 등을 강행해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결론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노력은 하겠지만 기존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그의 사망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여당은 과반은 물론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될 정도였는데, 여기에 아베 사망에 따른 동정표까지 가세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시다파가 아베파 보다는 덜 강경한 축에 든다는 점이다. 우리로선 당장 외교 채널을 활짝 열고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워낙 아베의 그림자가 짙어 당장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 때보다 진전된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다만, 성급하게 해결하려 들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오해와 곡해를 하나 씩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은 민간이 주도하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조문 외교도 필요할 수 있다. 냉각된 한일 관계의 실리적 해법을 찾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시작이 아베 조문 외교일 수 있다. 최고위급 책임자를 통해 끊어진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나라는 지금 ‘북핵’이라는 공동의 안보 대응 과제도 안고 있지 않은가.

2022-07-10 14:55 사설 기자

[사설] 구조적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IMF(국제통화기금)가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공식 경고했다. 당장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부터 재차 하향 조정하겠다고 한다. 지난 4월 당초의 4.4%에서 3.6%로 대폭 내리는 등 올해만 벌써 두 차례에 걸쳐 1.3%포인트나 끌어내린 것으로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의 글로벌 확산, 실질금리 인상,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리스크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매우 거친 바다에 있다”고 했다.우리도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5월 경상수지 보고서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달만에 경상수지가 38억 6000만 달러의 흑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1년 전에 비해 흑자 규모가 65억 5000만 달러나 줄었다. 운송수지 흑자와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가 아니었으면 사실상 큰 폭 적자였다.특히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증한 탓에 상품수지 흑자가 39.1억 달러나 줄었다. 석유·화학제품과 반도체 호조에 수출은 617억 달러로 20.5%나 늘었지만 반도체·수송 장비 등 자본재 수입액이 크게 늘며 수입이 589억 6000만 달러로 32.4%나 증가했다. 석탄과 가스 원유 석유제품 같은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2.9%나 급증한 것이 컸다.문제는 수입 급증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감소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상반기 전체로는 한은이 예상한 210억 달러 경상 흑자가 가능하더라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 적자가 큰 난제다. 수입 증가는 결국 국내 물가를 자극할 것이고, 만성적 수요부진에 허덕이는 국내 경기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지금은 경상수지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많이 수입하는 만큼,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수출국이나 새 주력 수출 아이템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의적절한 환율 방어도 긴요하다.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되, 재정의 순기능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재정 투입의 적절한 타이밍도 잘 살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주력 대기업들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매출과 이익 성장세가 실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투자와 고용 확대에 관한 대 국민 약속도 철저히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구조적 경기침체기에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 노력과 함께 기업의 혁신적 도전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2022-07-07 15:10 사설 기자

[사설] 대통령 지지율 간과해선 안된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화제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0%를 웃돌며 긍정적 평가보다 10%포인트 안팎이나 처지는 모양새다. 지난 달 중순 첫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이후 좀처럼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당 지지율도 아직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높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비판했던 전 정권의 ‘내로남불’이 이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가 자기 판단의 정당성만 감싸는 게 확연하다. 그렇기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때 큰 도움을 주었던 20대와 60대마저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 않고 국민들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국민들이 점점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지지율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도이겠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말처럼, 지지율이 높아야 국정 운영에 동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출근길 인터뷰와 서민현장 방문 등으로 윤 대통령은 소통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단어 선택이 늘 불안감을 준다.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한 말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능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도덕성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과거 정부를 늘 비교해 탓하는 것도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스스로의 격만 낮출 뿐이다. 집권 세력의 그런 불평은 국민들에게 먹히지도 않고 오히려 지지율만 까먹은 잘못된 프레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언론과 야당의 ‘공격’에 고생했다”며 임명장을 주는 대통령에게서 국민들은 오히려 편가르기에 집착했던 전 정권을 떠올린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어느 정부건 일정 수준의 코드 인사가 불가피한 게 정치 현실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코드를 떠나 충분한 인재풀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성과 능력도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일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탕평’의 인사원칙을 얘기했던 초심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차제에 스스로를 ‘윤핵관’으로 자처하는 주변 라인의 정비도 시급해 보인다. 벌써 누가 누구를 어디에 꽂아 주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새 정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내부 정비에 실패하면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은 더욱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2022-07-06 14:15 사설 기자

[사설] 소비자물가 7~8% 상승에 미리 대비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를 기록했다. 드디어 우려했던 6%대를 넘어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이다. 생활물가는 7.4%까지 뛰었고 외식물가는 8.0%나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은 30~50%씩 올라 천장이 어디인지 도저히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경유가 50.7%나 뛰었고 휘발유가 31.4%, 등유는 무려 72.1%나 올랐다.빵 같은 가공식품류도 7.9%나 뛰었다. 돼지고기(18.6%), 수입소고기(27.2%), 배추(35.5%) 등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공업제품도 1년 전에 비해 9.3%나 올랐다. 이번 통계에는 7월 전기·가스료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대외변수인 국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여전한 탓에 당분간 국내 물가안정 기대는 요원해 보인다.가파른 물가 상승은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최대 위협 요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든 인플레이션이든 제대로 잡으려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데,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에 0.5% 포인트의 기준금리 ‘빅 스텝’을 단행이라도 하면 소비심리는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최근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5% 인상을 기화로, 곳곳에서 임금인상 및 제품 및 서비스 단가 인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당장 7월부터는 찜통 더위와 함께 본격 휴가철이 시작된다. 6.0%를 기록한 6월이 물가의 정점이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예측했었지만, 현재 추세라면 하반기 내낸 7~8%대 상승률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추가 동시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한 동안 물가 상승 압박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힘을 모으는 것 외에 없다. 우선, 정부와 국회는 최대 37%로 제한되어 있는 유류세 인하 범위를 50% 수준까지 확대키로 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전기 등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선 원자력 발전 비중을 보다 확대하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다. 여름철 블랙아웃에 대비한 ‘에코백’ 보상 시스템 보강도 서두르는 게 좋다.최저임금 5% 인상이 자칫 물가 앙등의 불쏘시개가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자칫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에 그쳐 경기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하고 성장 동력을 축나게 할 수 있다. 기업체는 임금과 제품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고 투자와 고용확대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극복했던 ‘위기극복의 DNA’를 다시 발휘해야 할 때다.

2022-07-05 13:59 사설 기자

[사설] 법인세 인하를 경기회복 지렛대로 쓰자

대한상의 등 7개 경제단체가 4일 공동 세미나를 갖고 법인세 인하, 파견 기간제 및 해고 관련 규제 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코로나 장기화와 불안정한 글로벌 공급망, 가중되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이 다시 전면에 서야 하는데 이런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참석자들은 규제 개혁과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원만한 노사관계 만큼이나 엄정한 법 집행과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기업이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며, 기업에 다시 힘을 실어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입을 모았다.그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려는 게 법인세 인하다. 전체 국세수입 중 법인세 비중이 20% 안팎에 이르다 보니 세수 감소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2단계 혹은 단일구간으로 단순화하고 25%인 최고세율을 22%로 낮출 경우 매년 수조 원의 세수감소가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그렇지만 우리 법인세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내에서도 꽤 높다. 총 조세 대비 2020년 기준 12.1%로 OECD 평균치인 8.8%보다 훨씬 높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법인과세 비율도 3.4%로 OECD 평균치 2.7%를 웃돈다. 그럼에도 법인세 인하에 반대가 많은 것은 법인세 감면이 기업에 특혜만 줄 뿐,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란 믿음 때문일 것이다.법인세 감면이 즉각 투자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은 일차원적이다. 어느 나라든 둘 사이에는 시차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같은 복합불황 속에서 무조건 기업에 투자를 강요하는 것 자체도 무리다. 하지만 우리 대기업들은 이미 엄청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세금인하 법안을 제시하고 암살 당했다. 후임자인 존슨 대통령이 이듬해 대대적인 감세법을 발표했다. 그 결과 매년 세수는 늘고 1964년 5.2%였던 실업률은 2년 후 3.8%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감세가 가능했던 것은 ‘법인세율을 낮추면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초당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법인세 인하가 이뤄지면 기업들도 그 보답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는 고용 창출 노력이다. 투자할 곳도 부단히 찾아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약속을 감시·독려하고, 법인세 인하분을 상쇄할 추가 대책까지 강구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부가가치세율 상향 등 세제 전반의 개선 방안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2022-07-04 15:07 사설 기자

[사설] ‘건전재정’ 지킬 재정 구조조정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의 관리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30년 장기재정 관리계획까지 포함해 제대로 된 중장기 재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유명무실한 재정준칙을 현실성 있게 획기적으로 개선해 재정이 온갖 정치 변수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본예산 기준으로 연 평균 8.7%의 과격한 증가율을 보였다.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 원이던 것이 올해 추경예산까지 더해 1075조 7000억 원까지 불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를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문 정부도 애초에 ‘국가채무비율 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GDP 대비 -3% 이내’라는 재정준칙을 제시했었지만 법제화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 사이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재정관리에 실패했다.직전 정부의 무계획적인 확장 재정으로 인해 어느 덧 우리 재정은 경계 수위에 놓였다. 코로나 장기화로 예상치 못했던 지출이 늘긴 했지만, 의무화된 재정 운용지침이 없던 탓에 재정은 ‘전가의 보도’ 마냥 쓰였고, 그때마다 나라 곳간은 위협받았다. 복지 대국의 국가채무 비율과 어울리지 않게 비교하며 재정을 마주 가져다 쓰려 했다. 보다 건전한 관리, 특히 집권정부의 자의적 운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일정 수준의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윤 정부의 건전 재정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미 정부 각 부처에 내년 예산 편성에 앞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지금은 가뜩이나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정부 부문의 낭비요인을 줄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재정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정적 삶을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철저히 비 정치적으로 제대로 운용되어야 한다. 명분을 뛰어넘어 정치적 고려가 앞서선 안될 것이다. 재정이야 말로 정부 재원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엄청난 재정지출을 감행했던 미국 등 많은 선진국들이 앞다퉈 재정건정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 국가채무비율이 여유가 있다며 확장재정을 부추겼던 그 나라들이다. 재정건전성은 국제 신용도 평가에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중시될 것이다. 새 정부가 이제 할 일은 재정건전성을 적극 추구하되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출이 이뤄지도록 총체적 효율성 관리에 나서는 일이다. 그것이 마약 같은 효과에 기대다 실패한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

2022-07-03 14:42 사설 기자

[사설] 최저임금 5% 인상…파장 최소화 조치 필요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보다 5.0%(460원)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 전 정부가 공약했던 1만 원을 이번에도 넘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양 측 요구안을 절충한 결과인데다 특히 법정기한을 준수해 심의·의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일각에선 이번 인상률이 역대로 대통령 취임 첫 해 인상률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매년 기준점이 높아지면 인상률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인상폭을 놓고 봐도, 올해가 과거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은 “가게를 접으란 말이냐”며 강력히 반발하는 수준이다.노사 대타협이 아닌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최종 결정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한 대립을 펼치기에 법정기한을 맞추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다. 이 참에 누구의 동의도 못 받고 극한 대립만 부르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객관적으로 적정 인상률을 산출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아쉬운 것 이상으로 우려되는 바도 많다. 우선, 노동계의 불복 가능성이다. 최종 표결에 불참한 민주노총 계열이 걱정된다. 이미 하투(夏鬪)를 위한 집단행동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기에 언제 어디로 불똥이 튈 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민노총 계열은 5% 인상안을 거부하며 실력행사에 돌입할 태세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가중되는 기업체 경영부담이다. 앞으로 있을 임금협상 때마다 이번에 결정된 5% 인상이 기준점이 되어 그 이상의 인상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미 편의점이나 배달업계 등 최저임금 시급을 기반으로 한 영업장에서는 이번에 오른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사람을 쓸 여지가 없다고 하소연한다.노사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함께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노사 모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웃도는 노동 생산성 증가율을 보여 주는 것이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더욱 늘리고 노동계 역시 고통 분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이번 최저임금 상승이 물가 추가상승을 부추기고 일자리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시급하다. 전 정부 초기 과도한 인상에 집단 해고 사태를 빚었던 경험을 고려해 특단의 고용안정 대책이 서둘러 보완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거부되었지만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위한 연구검토도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022-06-30 15:28 사설 기자

[사설] 한덕수 총리, 새 정부 중심역할 보여주길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평소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그 답지 않게 결연함을 내보여 이목을 끈다. 한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설정부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사드 보복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옳고 그름을 단호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기본적으로 상호이익과 존중의 관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에 관한 중국 측 반발에는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한 바를 하는 데 중국이 하라 마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적어도 함부로 핵을 써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수는 없게 억지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와 같은 ‘안일함’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그의 발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공직임을 거듭 확인하면서 “대통령과 싸울 의지도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여기서 잘 보여서 하나 더 올라가 볼까’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옳다고 생각하면 소신껏 윤 대통령에게 건의도 드리고 필요하면 싸우겠다고 말했다.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를 보이며 하락세다. 한 부총리는 이외로 담대한 입장을 보였다. 정권 초기에 지지율에 지나치게 민감해 하다 정작 해야 할 일을 못 해선 안된다며 뚝심 있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그런 뚝심 있는 총리의 모습이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윤 대통령이 한 총리를 2인자로 영입하려 삼고초려했던 것은 정치 자체에 익숙치 않은 자신의 한계를 보완 강화해 주는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정치 초보인 대통령이 자칫 기존 정치권의 구태에 휘둘리는 것을 막고 협치를 거중조정할 수 있는 역할까지 기대했던 것이리라.하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우려될 정도이고 집권당은 사분오열되어 있다. 복합불황 극복의 길은 보이지 않은 채 대통령 자신의 여과되지 않은 실언성 발언, 대통령실과 부처간 불통과 부조화, 여당 집행부 내 불협화음이 연일 끊이질 않는다. 대통령 주변 ‘윤핵관’ 세력 내 주도권 다툼도 발목을 잡는다. 확실한 ‘구심점’이 절실한 상황이다.과거 이회창 총리는 대통령이라는 다음 자리에 취해 책임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지금 한 총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이행하는 책임총리다. 집권세력 내 중심을 잡아주고, 사익에 취한 일부 정치꾼들을 걷어내야 한다. 매일이라도 대통령과 설전을 벌여야 한다. 제대로 ‘어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2-06-29 14:10 사설 기자

[사설] 지금은 모두의 고통분담이 필요한 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과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여타 산업과 기업으로 과도한 임금인상 분위기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콕 찍어서 정보기술(IT) 업계와 대기업을 지목하며 우려를 표했다.추 부총리는 과도한 임금인상이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키고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확대를 부추겨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할 것이라며, 비용상승 요인은 투자 확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해 달라고 당부했다.이른바 잘 나가는, 여력이 있는 큰 기업들이 임금과 물가 안정에 앞장서 달라며 공식적으로 경영계에 고통분담을 호소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다수의 대기업들이 통 큰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큰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통분담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은 당연한 책무다.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한다고 해도 정부 힘만으론 역부족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경영계에 요청한 고통분담의 원칙은 노동계에도 똑같이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노동계에 고통분담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반기 예정된 하투(夏鬪) 일정만 봐도 극한 투쟁 방침 일변도다. 하지만 이른바 대기업 노조 만큼은 그 동안 임금과 고용 면에서 적지않은 수혜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이달말 예정된 최저임금 결정부터 최소한의 고통분담 원칙이 공유되길 기대해 본다.새 정부 경제팀이 그나마 잘 하는 것은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진정성 있게 미리 예고했고 7~8월 소비자물가 6%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빅 스텝’ 가능성을 열어두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제 서로가 힘을 모아 그런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지금은 유례 없는 복합 위기 상황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된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고통분담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물론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자기 몫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아야 할 처지다. 정유업계와 금융권에 이익의 일정부분을 국민을 위해 써 줄 것을 강제하는 만큼, 노동계 역시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의 고통분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2022-06-28 16:03 사설 기자

[사설] 검찰처럼 경찰도 견제와 균형 필요하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격 사임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신설,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을 골자로 한 경찰 통제방안을 강행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청장은 사퇴의 변으로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논의와 관련해 국민의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방안이 재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을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중립성 및 독립성 훼손 논란과 함께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경찰 업무조직 신설을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강행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독립적인 기능을 이행하던 경찰 조직을 정부 마음대로 컨트롤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기도 했다.김 청장은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치안이 이 정도 수준까지 높아진 것은 오로지 경찰의 노력 덕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치안을 이뤄놓은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공적이다.지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어떻게 ‘국민의 경찰’ 답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핵심 화두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을 공중분해시킨 것도 검찰의 비대화, 정치화를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 막강한 권한을 이어받은 경찰 조직에 대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정부조직법 제34조 5항은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되어 있다. 경찰청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행안부에 있다는 얘기다. 견제와 균형 없이는 힘이 한 쪽으로 쏠리고 권력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과거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을 멋대로 주무르며 내로남불 했던 그릇된 관행을 이제 공식적으로 끊어야 하지 않겠나. 많은 국민들이 검찰 만큼이나 경찰의 권력 남용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사실은 경찰도 인지할 것이다. 아무리 자신들을 믿어 달라고 한 들, 경찰이 정치화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려면 감시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경찰은 막강한 수사권과 함께 정보권과 인사권까지 갖게 됐다. 책임이 커질 수 밖에 없어 ‘자기 검열’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 경찰 수뇌부가 할 일은 행안부 경찰국이 주어진 역할대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정권의 불법·편법 간섭 통로가 되지 못하도록 제도화 방안을 찾는 것이다.

2022-06-27 15:22 사설 기자

[사설] 국민경제 위한 ‘선의의 관치’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 새 정부가 약속한 ‘민간 주도 경제’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지경이다. 민간 영역 밖의 변수들로 인해 시장이 정상 궤도에서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의 ‘선의의 관치(官治)’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초위기 상황이다.가장 시급한 과제는 물가 잡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26일 방송 인터뷰에서 “6월 또는 7∼8월에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가격 등 대부분이 해외발 요인이라 상당 기간 고물가 체제가 불가피할 것임을 토로했다.당연히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단체장들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과 제품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던 것처럼, 노동계에도 똑같은 요구를 해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 18.9% 인상 안을 압박하는 노동계를 어떻게든 설득해 인상률 최소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억제에도 ‘선의의 관치’가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최대한 시기와 인상폭을 잘 조율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전 등 만정적자인 공기업의 자구 규모를 더 늘리고 이를 반영한 적정 인상 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환율 관리도 시급하다. 추 부총리는 “원·달러 환율 1300원 돌파가 위기 징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시장은 그의 기대와 다르다. 경쟁국 환율까지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수출확대 효과는 ‘제로’다. 내수에 이어 수출시장마다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적절한 금리 인상으로 달러 이탈을 최소화하고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할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중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방만한 인력 운용, 과도한 성과급 잔치에 확실히 메스를 가해야 할 필요가 크다. 오로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중단 없는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부채비율 등 적정한 이행목표를 보강해 경영 내실화를 도모해야 할 때다.그렇다고 이 때다 싶게 ‘무소불위 관치’가 남발되어선 안될 일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이자 장사 운운하며 가계 대출금리를 낮추게 한 것이 정부 혹은 정치권의 관치 확대 시발점이 되게 해선 안된다. 벌써 시중에 횡행하는 ‘횡재세’ 논란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정부 역할을 다하는 ‘선의의 관치’와 의도성 있는 정치행위인 ‘무소불위 관치’는 염연히 다른 것이다.

2022-06-26 15:13 사설 기자

[사설] 원자력과 신재생은 대체재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 짓’이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전 세계가 탈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로 가고 있는 마당에 윤석열 정부가 원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으로서 할 표현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후자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하겠지만 전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명백한 곡해다. 원자력 발전은 신재생 에너지의 ‘대체재’가 아니다. 원전을 없애거나 원전 비중을 대폭 낮춰야 올바른 에너지 정책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문제다. 원전과 신재생은 ‘보완재’다.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할 미래 에너지 생태계의 두 핵심 축이다.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위기감을 조성해서도 안될 일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피해 사망자 수를 말도 안되게 부풀리고는 국민 의견도 묻지 않고 탈 원전을 밀어부친 게 전 정부였다. 가짜뉴스로 국민을 호도하고는 진정한 사과 한 마디 없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원전의 정치적 이용 운운하는 것은 후안무치요 내로남불이다.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세계 원자력 발전량 중 중국 비중은 13.5%로 2위다. 2015년 4위(6.6%)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같은 기간 한국은 6.4%에서 6.0%로 떨어졌다. 고스란히 탈 원전의 결과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도 중국 독주는 확연하다. 우리가 변죽만 울리는 사이에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나락으로 떨어졌다.원자력은 현존하는 가장 가성비 높은 발전원이다. 더욱이 우리의 원전기술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각 나라의 실제 이용률을 기준으로 추산한 MW/h 당 원전 발전비용을 봐도 미국이 90원 안팎, 일본이 120원 수준인데 반해 우리는 40원 안팎에 불과하다. 원전기술이 응용되는 수소 에너지까지 결합되면 우리는 더욱 막강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신재생 만으로 에너지 생태계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원전 생태계 복원에 따른 산업 경제적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우주개발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낸 것처럼 원자력 발전 역시 민관 협력을 통해 경쟁력 있는 미래에너지 사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정부와 원전업계의 과제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원자로(SMR)의 개발 속도를 더욱 높이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안전성 확보로 원자력에 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원자력과 신재생이 균형 성장할 수 있는 민관 협력이 절대적이다.

2022-06-23 16:37 사설 기자

[사설] 혁신적 민관 협력 상징이 된 누리호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2일 새벽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이로써 누리호의 위성궤도 투입 성능이 완전하게 확인되었고 누리호 발사는 완벽한 성공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우리도 이제 명실상부한 우주탐사국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지난 21일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는 이미 1톤 이상의 실용위성을 ‘직접’ 쏘아 올린 7번째 나라가 됐다. 엔진과 추진제 탱크, 페어링 기술까지 3대 핵심 우주기술을 모두 확보했음도 공인받았다. 우리 발사체로 위성을 쏨으로써 러시아와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우주강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되돌아보면 누리호 성공의 역사는 처절한 실패와 도전의 역사였다. 1993년과 1997년 고체연료 과학로켓 1호와 2호를 시작으로 2003년 30t급 액체엔진 개발, 2010년의 나로호 폭발사고, 그리고 2013년 러시아 발사체로 쏘아 올린 나로호 등이 모두 이번 성공의 밑거름이었다.2010년부터 시작된 누리호 프로젝트도 2조 원에 육박하는 대형 사업이었으나 ‘우리 처지에 무슨 우주사업이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았다. 엔진을 개발해도 시험할 설비조차 없었던 시절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우주기술을 독학과 귀동냥으로 익혀 포기하지 않고 처절한 도전을 이어 온 대가다.우리가 특히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우리 우주사업이 민관의 끈끈한 협력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설계와 개발은 정부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이 맡고, 제작은 300여 곳의 민간 기업들이 함께 했다. 무수한 실패 속에서도 민관 공조에 흔들림이 없었다. 기술개발의 인프라를 깔아 준 정부에 민간 기업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져 오늘의 기적이 만들어 졌다.지금 우주사업의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기술혁신의 주체도 마찬가지다. 우주로 날아오를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방법을 찾던 일론 머스크가 있었기에 로켓 발사 시장의 절대강자 ‘스페이스X’가 탄생했고, 그를 적극 지원하고 리스크를 떠안아 준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있었기에 우주도 이제 도전 가능한 영역으로 다가온 것이다.우리 역시 기술혁신의 리스크를 부담해 준 NASA 같은 정부와 항우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1단 로켓의 재활용이라는 엄청난 창의력을 실현한 머스크식 도전정신이 더더욱 필요한 때다. 민관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정부 기술을 민간으로 확산시켜 보다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이뤄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미래산업은 창출되는 것이다.

2022-06-22 14:03 사설 기자

[사설] 새정부 첫 부동산 대책… 이제 국회의 몫이다

윤석열 정부가 분양가 규제 및 양도세·비과세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조만간 대단위 신규 주택공급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전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큰 혼란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다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인다.정부는 공사비 현실화를 기반으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해 주택공급의 저해 요인을 제거할 방침이다. 심사 기준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손을 봐 정책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정부는 재개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1.5~4.0% 정도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책도 내놓았다. 주택가격이나 연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200만 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2024년까지 전세 가격을 5% 이내로 올리는 ‘상생 임대인’에게는 2년 실거주 의무를 제외해 주고 양도세 비과세도 확대해 주기로 했다. 제도 적용 기한도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무주택 세입자는 월세 세액공제 규모를 현행 12%에서 최고 15%까지 받게 된다. 전세자금 대출이나 월세 보증금 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늘어난다. 현재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해 연 300만 원 한도로 40% 소득공제되는데 이를 당장 올해부터 연 400만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이런 조치들이 빛을 보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 상생 임대인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같은 것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가 필요없지만, 월세 세액공제나 전세자금 대출 소득공제 확대 등은 법 개정 사안이다. 거대야당의 동의가 필수라는 얘기다. 시행령이나 규칙을 입법 예고 과정에서도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어려워진다.이번 대책에서 이른바 ‘임대차 3법’이 빠진 것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법 개정이 필요한 때문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임차인 주거 안정까지 종합 고려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정책에 ‘자기부정’을 해야 할 민주당이 쉽게 동의할 지 미지수다.부동산 정책의 최대 목표는 ‘시장 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힘으로, 정치력으로 누르려다 ‘대책이 대책을 낳는’ 큰 실패를 야기했다.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시장지향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2022-06-21 14:07 사설 기자

[사설] 서민들 숨 넘어가는 소리 안 들리나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출근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새 정부의 추가적인 민생대책 추진에 필요한 법 개정에 거대야당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호소였다.윤 대통령은 또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기침체와 물가 속등에 관해선 “지금은 통화량이 많이 풀린데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라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타깃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물가를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들, 특히 서민들은 고물가·고금리에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경제고통지수가 5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물가상승률 5.4%에 실업률 3.0%를 더해 8.4까지 올라 2001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당장 이달부터 물가상승률이 6%대까지 올라갈테니 이 기록 역시 곧 깨질 가능성이 높다.정부의 수정 경제 전망치로 봐도 올해 경제고통지수는 7.8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7.9에 근접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1년 내 경제침체 확률이 44%로,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듯이 우리도 곧 최악의 상황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큰 위기 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서민들이다.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며 민생을 위한 협치를 외면하고 있다. 겉으론 모두 ‘민생안정’을 외치지만 정작 그 ‘민생’을 정쟁의 도구로 쓴다. 서해 국민피살 사건 논란 때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생이 시급한데 지금 왜 그런 걸 꺼내 시끄럽게 하느냐는 식으로 ‘물타기’를 해 버렸다. 정작 민생을 위한 협조는 외면하면서.여당인 국민의힘도 ‘물가 및 민생안정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유류세 인하 등의 긴급 조치를 취하긴 했으나 거대야당과의 협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듯하다. 의석 수 탓에 법으로 안되면 시행령으로 라도 밀어 부치겠다는 편한 생각에 정쟁만 심화되고 있다.장기 고물가 체제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서민과 취약계층이다.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지원책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중장기적인 전방위 구조개혁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법인세 인하, 유류세 인하 등이 모두 법개정 사안이다. 노동·연금개혁도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더욱 ‘협치’가 중요한 것이다.

2022-06-20 15:25 사설 기자

[사설] 유가 다음은 공공요금·밥상물가다

정부가 19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상 최대치인 37%까지 확대해 석유류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차원에서 하반기 대중교통 카드소득 공제율은 80%로 높이기로 했다. 화물차와 택시 등 생계형 경유 차량 이용자들을 위해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기준단가를 리터 당 1700원으로 50원 내리고 국내선 항공유에는 현재 3%인 수입관세를 없애 국내선 운임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하지만 유류세를 아무리 깎아줘도 국제유가가 내리지 않으면 인하 효과는 단기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지난 달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크게 확대했을 때도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8일, 20일 만에 이전 가격을 웃돌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된 유류세 인하에 이젠 세수 부족을 걱정해야 할 상황까지 이르렀다. 올 연말까지 세수 손실이 1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전기·가스 등 공공 에너지요금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기·가스요금은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철도와 우편, 상하수도 요금은 하반기 동결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공공기관 및 지자체의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 상승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겠다고 밝혔다.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잡기 어려우니 공공부문 물가부터 오름 폭과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정책방향은 매우 적절하다. 문제는 밥상물가다. 정부는 가격상승 품목을 중심으로 매일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비축물자 방출과 긴급수입, 가격 할인 정책이나 할당관세 적용품목 확대 등을 추진하겠고 했다. 사실상 이것이 우리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최선이다.마지막은 재정 투입으로 세금을 완화해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이 방법은 투입 대비 효과가 미지수다. 자칫 곳간만 거덜낼 우려가 크다. 결국 재정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기업이 더 자유롭게 뛰게 해 세금을 많이 거두어 그 세원으로 서민 물가를 잡는 데 투입할 수 밖에 없다.예전처럼 돈을 풀어 서민들 주머니를 일시적으로 채워주려는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할 것이다. 온당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쓰게 하고 줄여야 할 사람들은 씀씀이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일시적인 양극화 불균형을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최대한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기업은 더 많은 세금을 내 나라경제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고, 소비자들은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 매는 방법밖에 없다.

2022-06-19 15:45 사설 기자

[사설] ‘복합 위기’ 민·관·정 힘 모아야 극복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16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법인세 등 세금을 깎아주어 기업이 경제활성화에 적극 앞장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상 초유의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밀어주는 ‘민간 주도 성장’의 청사진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연말까지 3.4% 수준까지 올릴 예정이라니 추후 두 세 차례 더 0.5%포인트 이상의 ‘빅 스템’이 예상된다. 이에 우리도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경제 회복 의지를 꺾을 수도 있는 최대 난제가 현실화한 것이다.가파른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6%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소비를 둔화시켜 경제 활력을 떨어트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줄이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락해 수입 물가가 급격히 오르며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날 발표한 정책들이 시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특별 TF를 꾸려 수시로 이행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현재 물가상승은 외부 공급충격에 크게 기인하는 만큼, 외교력을 발휘해 글로벌 공급망 복원에 노력해야 한다. 재정 안정성을 해치치 않는 선에서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도 계속 필요하다.한국은행은 물가와 통화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되, 가파른 금리인상 보다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가장 시급한 물가 안정을 위해선 정부와 긴밀한 협력 아래 유기적인 금융·통화정책 운용이 절실하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막을 다각적인 정책 협력이 필요하다.정치권의 민생 정책 협력도 긴요하다. 따지고 보면 지난 정부에서 표를 의식해 억눌렀던 탓에 지금 물가 상승 압력이 배가된 것이 사실이다. 탈 원전으로 저원가 전기 공급망을 무너트린 덕분에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을 단 번에 크게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치 싸움만 되풀이하지 말고 민생을 위한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다.기업은 새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최근 발표했던 대규모 투자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고, 무엇보다 고용 창출이 꾸준히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 복합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가 그나마 살아나는 길은 모두가 힘을 모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2022-06-16 14:09 사설 기자

[사설] 화물연대 파업 종료가 끝이 아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14일 끝났다. 핵심 쟁점이던 ‘안전운임제’를 내년 이후에도 계속 시행하고 적용대상 품목은 추후 더 논의하기로 정부와 극적으로 합의했다. 15일부터 조합원들이 속속 업무 현장에 복귀하면서 물류 중단에 따른 산업계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파업이 장기화할 조짐 속에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특히 물류난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면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다. 정부로부터 유가보조금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으니 화물연대로선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하지만 이번 타협은 미봉책일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차종·품목 확대라는 ‘불씨’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이미 안전운임제 상설화, 안전운임 적용 대상 전 품목 확대를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들이 올라와 있지만, 안전운임제의 영구 법제화냐 아니면 3년 일몰 연장이냐를 두고 여야 이견이 여전하다.파업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이냐도 큰 변수다. 화물연대는 “현장 복귀 후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도록 국토부가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했다”고 선수를 쳤다. 자칫 운송 거부로 입은 손해를 기업이 모두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노동계에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화물연대의 2차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화물연대 파업은 일단락되었으나 18일부터는 택배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 7월에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와 산하 금속노조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8·15 전국노동자대회와 함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는 8월을 기다리고 있다. 10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11월 민중 총궐기 대회까지 노동계의 릴레이 실력행사가 예정돼 있다.일주일의 짧다면 짧았던 이번 파업에도 산업계 피해액은 1조 6000억원에 달했다. 철강업계가 가장 큰 7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고 석유화학업계와 자동차 업계도 각각 5000억원, 2600억원 가량의 직간접 피해를 당했다. 시멘트업계와 타이어업계도 500억~75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보았다. 모두 우리 주력산업들이다.파업이 끝났다고 절대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 현장을 추스르고 다시 정상화하는 데는 또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나설 차례다. 명백히 불법을 저지른 대상자들은 엄중처벌하고, 향후 예고된 파업에는 노동계와 만나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입법 과정도 당리당략을 떠나 ‘현장’을 십분 고려해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022-06-15 14:20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