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경제 위한 ‘선의의 관치’ 필요하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6-26 15:13 수정일 2022-06-26 15:14 발행일 2022-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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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 새 정부가 약속한 ‘민간 주도 경제’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운 지경이다. 민간 영역 밖의 변수들로 인해 시장이 정상 궤도에서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의 ‘선의의 관치(官治)’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초위기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물가 잡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26일 방송 인터뷰에서 “6월 또는 7∼8월에 6%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국제 유가와 원자재 및 곡물가격 등 대부분이 해외발 요인이라 상당 기간 고물가 체제가 불가피할 것임을 토로했다.

당연히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단체장들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과 제품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던 것처럼, 노동계에도 똑같은 요구를 해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 18.9% 인상 안을 압박하는 노동계를 어떻게든 설득해 인상률 최소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억제에도 ‘선의의 관치’가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전기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최대한 시기와 인상폭을 잘 조율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전 등 만정적자인 공기업의 자구 규모를 더 늘리고 이를 반영한 적정 인상 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환율 관리도 시급하다. 추 부총리는 “원·달러 환율 1300원 돌파가 위기 징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시장은 그의 기대와 다르다. 경쟁국 환율까지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수출확대 효과는 ‘제로’다. 내수에 이어 수출시장마다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적절한 금리 인상으로 달러 이탈을 최소화하고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할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방만한 인력 운용, 과도한 성과급 잔치에 확실히 메스를 가해야 할 필요가 크다. 오로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중단 없는 혁신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부채비율 등 적정한 이행목표를 보강해 경영 내실화를 도모해야 할 때다.

그렇다고 이 때다 싶게 ‘무소불위 관치’가 남발되어선 안될 일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이자 장사 운운하며 가계 대출금리를 낮추게 한 것이 정부 혹은 정치권의 관치 확대 시발점이 되게 해선 안된다. 벌써 시중에 횡행하는 ‘횡재세’ 논란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정부 역할을 다하는 ‘선의의 관치’와 의도성 있는 정치행위인 ‘무소불위 관치’는 염연히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