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사태 계기로 새로운 한일 관계 노력을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7-10 14:55 수정일 2022-07-10 14:55 발행일 2022-07-11 19면
인쇄아이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갑작스런 사망이 향후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그의 필생의 숙원이던 방위력 증강과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일본 헌법 개정 작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개헌 가능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이미 연초부터 이를 뒷받침할 정책 추진을 공언해 왔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1% 수준인 방위 예산을 내년부터 2% 이상으로 꾸준히 끌어올리고 탄도미사일 등 무력 도발에 대응할 방위력 증강과 함께 자위대를 파병 가능한 군대로 인정하는 헌법 9조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에 이런 내용이 모두 담겼다.

다수의 일본 언론들은 이런 우경화 정책을 강력히 주도해 온 ‘아베’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우리 역시 야스쿠니신사 참배, 수출규제 보복, 군비 증강 등을 강행해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노력은 하겠지만 기존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그의 사망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여당은 과반은 물론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될 정도였는데, 여기에 아베 사망에 따른 동정표까지 가세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시다파가 아베파 보다는 덜 강경한 축에 든다는 점이다. 우리로선 당장 외교 채널을 활짝 열고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워낙 아베의 그림자가 짙어 당장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 때보다 진전된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다만, 성급하게 해결하려 들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오해와 곡해를 하나 씩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은 민간이 주도하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함께 참여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조문 외교도 필요할 수 있다. 냉각된 한일 관계의 실리적 해법을 찾는 것이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시작이 아베 조문 외교일 수 있다. 최고위급 책임자를 통해 끊어진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나라는 지금 ‘북핵’이라는 공동의 안보 대응 과제도 안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