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전재정’ 지킬 재정 구조조정 필요하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7-03 14:42 수정일 2022-07-03 14:42 발행일 2022-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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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의 관리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30년 장기재정 관리계획까지 포함해 제대로 된 중장기 재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유명무실한 재정준칙을 현실성 있게 획기적으로 개선해 재정이 온갖 정치 변수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본예산 기준으로 연 평균 8.7%의 과격한 증가율을 보였다.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 원이던 것이 올해 추경예산까지 더해 1075조 7000억 원까지 불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를 넘겨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문 정부도 애초에 ‘국가채무비율 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GDP 대비 -3% 이내’라는 재정준칙을 제시했었지만 법제화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 사이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재정관리에 실패했다.

직전 정부의 무계획적인 확장 재정으로 인해 어느 덧 우리 재정은 경계 수위에 놓였다. 코로나 장기화로 예상치 못했던 지출이 늘긴 했지만, 의무화된 재정 운용지침이 없던 탓에 재정은 ‘전가의 보도’ 마냥 쓰였고, 그때마다 나라 곳간은 위협받았다. 복지 대국의 국가채무 비율과 어울리지 않게 비교하며 재정을 마주 가져다 쓰려 했다. 보다 건전한 관리, 특히 집권정부의 자의적 운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일정 수준의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윤 정부의 건전 재정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미 정부 각 부처에 내년 예산 편성에 앞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지금은 가뜩이나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정부 부문의 낭비요인을 줄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재정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안정적 삶을 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철저히 비 정치적으로 제대로 운용되어야 한다. 명분을 뛰어넘어 정치적 고려가 앞서선 안될 것이다. 재정이야 말로 정부 재원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재정지출을 감행했던 미국 등 많은 선진국들이 앞다퉈 재정건정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 국가채무비율이 여유가 있다며 확장재정을 부추겼던 그 나라들이다. 재정건전성은 국제 신용도 평가에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중시될 것이다. 새 정부가 이제 할 일은 재정건전성을 적극 추구하되 적재적소에 필요한 지출이 이뤄지도록 총체적 효율성 관리에 나서는 일이다. 그것이 마약 같은 효과에 기대다 실패한 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