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발 경기회복?… 우린 아직 바닥 아니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2-11-13 14:00 수정일 2022-11-13 14:00 발행일 2022-11-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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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경기 바닥론이 제기되면서 한국경제 역시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계기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가파른 금리 상승세가 꺾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긴축 강도가 약해져 우리 수출도 기지개를 켜고 한미 금리차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그런 장밋빛 기대는 아직 이르다. 미 연준이 아무리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 해도 꽤 오랜 동안 한미간 금리차는 1%포인트 이상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만큼, 미국 경기가 확연한 회복세도 아니다. 우리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유럽 역시 여전히 경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물가 앙등에 따른 사회 갈등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미국 CPI 상승률도 7.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정점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고물가가 여전하고 따라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존한다. 계속 벌어질 한미간 금리 차는 원화 가치를 더 떨어트려 수입 물가와 국내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 우리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내외 경기예측기관들이 내년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1% 중후반을 제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우리로선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겨냥한 정책 조합 및 추진이 합리적이다.

경기를 살릴 최대 주체인 기업들은 오랜 인플레이션에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이 담보되는 반도체나 배터리 업계도 기왕의 투자 계획을 접거나 미루는 판이다. 우리 주력 산업들이 내수보다는 해외향이기에 내수 시장 반등 역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내수시장 진작인 이유다.

무엇보다 적절한 재정 운용과 정책 집행을 통해 수출과 투자, 내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잠시 오르거나 치솟던 환율이 주춤한다 해서 섣부른 경기회복 기대를 속단해선 안된다. 당분간은 정부나 기업, 민간 모두 ‘진짜 침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경제전문가 절반 이상이 현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는 경총 조사결과도 나왔다. 균형 잡힌 재정 운용,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한 적절한 정책 믹스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