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투자는 연초 대기업들이 새 정부에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의 일환이었다. 2025년까지 총 4조 3000억 원에 이르는 대단위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SK의 투자 계획이 보류되면서 다른 대기업들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섣불리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엔 글로벌 수요 침체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라 더욱 그렇다.
가파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기에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마저 확연히 경기둔화 양상을 보이며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원화 약세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해, 투자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투자 계획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자칫 향후 2~3년의 중장기 계획까지 전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치가 ‘백지화’가 아니라 ‘보류’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1000조 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밝혔던 주요 대기업들이 자칫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전국 확산 발대식’을 가진 것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일 한국경영학회와 공동개최한 발대식에서 기업인들은 다시 ‘기업가 정신’으로 힘을 모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면 기업가정신은 자본주의의 피, 그리고 한국경제를 발전시키는 에너지원”이라며 독려했다.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기업들은 이윤 추구라는 본질적 존립 가치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위기 극복의 DNA를 발휘해 왔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야 말로 또 다시 기업가정신이 발현되어야 할 때다.
SK처럼 외부적 요인에 따른 계획수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당초 악속대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제반 지원 체계는 재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 입법을 서두르고, 중소·중견기업까지 투자와 기술 혁신에 과감히 다시 나설 수 있는 세제 개편 및 지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