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5세 초등 입학, 충분한 의견수렴부터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01 14:34 수정일 2022-08-01 14:36 발행일 2022-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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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교육관련 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단 시위에 나섰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새 교육정책에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학부모들과 의견 수렴을 했다”고 해명한 것이 더 화를 키웠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하려는 데 대한 우려와 반발이 크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을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도 없던 정책이 불쑥 튀어나왔다. 교육 공급자나 수요자 어느 쪽과도 충분한 사전 의견수렴이나 정책 협의가 없었다.

교육부는 아마도 3년 후에나 추진되는 사안이니 시간이 있다고 판단했을 지 모른다. 그 동안 의견수렴하고 정책화 과정을 밟으면 될 것이라 쉽게 생각한 듯 하다. 아동 지능 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급격한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시대에, 조기에 인력을 배출토록 하자는 기본 취지는 수긍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일방적인 추진 방식이 문제다.

학부모들은 유아 사교육이 더욱 성행해 육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돌봄 공백도 큰 걱정거리다. 때문에 학제개편 전에 교육과정 개정과 돌봄 인프라 확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18∼2022년생의 대학 입학 및 취업의 불이익 우려도 크다. 교육단체들은 교사 부족 등 교육현장의 열악함 외에 자신들이 정책 추진과정에서 배제된 데 대한 배신감이 커 보인다.

반발이 확산되자 급기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 수요자들의 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갑작스런 교육 제도 변화에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국민들을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 한 총리 말처럼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이나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더욱 그렇다.

만 5세 취학은 20년도 전인 김영삼 정부 때부터 나왔던 아이디어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다 무산됐고, 이명박 정부 때는 실효성이 없다며 폐기됐던 정책이다. 어찌 보면 정권 교체로 이전 정부의 정책이 뒤엎어지는 ‘흑역사’의 희생양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졸속이어선 안된다.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가 수긍할 안이 만들어져 충분한 찬반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도록 여야 합의도 필수다. 그러려면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소상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