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발된 공약 추스르고 이제 다시 ‘민생’으로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6-02 06:00 수정일 2022-06-02 06:00 발행일 2022-06-02 19면
인쇄아이콘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역대급 사전투표율 만큼이나 갈등과 논란이 난무했던 선거였다. 거대야당의 벽을 허물어야 하는 국민의힘 여당과, 정치적 힘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 간 치열한 기 싸움 속에 무리한 정책과 소모적 논쟁이 횡행했다. 특히 지방선거 답게 선심성 지역 공약이 남발돼 앞으로 어떻게 주어 담을 지 걱정이다.

이제 그런 공약들을 추스르고 다시 민생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오로지 표만 얻으면 된다는 얕은 수에 쏟아냈던 공약(空約)은 다시 현실에 맞게 원위치 되어야 할 것이다. 김포공항 이전 등 지역구 유권자에게만 솔깃했던 공약이 대표적이다. 어떤 정책이든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순 있으나 이제는 ‘유권자’보다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필요한 때다.

아쉽게도 선거 하루 전 날 대통령 탄핵을 꺼내든 야당은 우리 정치를 또 다시 과거로 돌려놓는 악수를 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 영상을 문제 삼아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탄핵을 들먹었다. 오로지 선거만 생각한, 선을 넘은 행위였다. 과거 정부에서 난무했던 반대파에 대한 문자폭탄 세례를 ‘양념’이라고 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자성할 부분이다. 이걸 두고 또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여당도 진중하지 못했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경제는 엉망이고 민생은 최악이다. 4월 소비는 전달 보다 0.2% 줄었고, 생산은 반도체까지 포함해 0.7% 감소했다. 투자는 무려 7.5%나 뒷걸음질쳤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반감소한 것은 2020년 2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손실보존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경기 회복에 회의적이다. 소상공인 6월 전망 경기지수(BSI)가 87.1로, 지난 5월 전망치 101.0을 크게 밑돌았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한 달 새 확 바뀐 것이다.

성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인 제조업의 성장동력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05.0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1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제조업 가동률지수도 103.5로 전월 대비 1.6%나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0%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추락의 끝이 보이질 않는 형국이다.

이제 앞으로 2년 가량은 큰 선거가 없다. 큰 선거야 말로 이제까지 우리 정치를 한 발 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 때까지 만이라도 여야가 선거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 국민과 민생을 위한 협치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 이대로 여와 야가 물과 기름이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