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고용 약속 폄하말라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5-25 14:09 수정일 2022-05-25 14:10 발행일 2022-05-26 19면
인쇄아이콘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그룹이 24일 국내 투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데 이어 SK, LG 등 여타 그룹들도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할 분위기다. 24일 ‘신 기업가 정신’을 선포하며 거듭날 것을 다짐한 기업들이, 의미 있는 투자와 고용계획까지 발표해 대단히 고무적이다.

3~5년을 목표로 국내 10대 그룹 정도가 계획 중인 투자 규모는 어림잡아 8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최소 60~70%가 국내용 투자라고 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해 평균 100조 원 이상이 국내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는 데 투입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투자에 수반되는 신규 고용 창출 규모도 12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당초 계획에 없던 깜짝 이벤트라며 폄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선물 보따리로 내놓은 미국 현지 투자 규모가 과하다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서둘러 만들어낸 일회성 발표라는 비판도 있다. 윤석열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 용이라는 지적도 심심치 않다.

기업 투자를 매 번 이렇게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올드 한 발상이다. 기업을 정쟁의 도구로 끌어들여선 안된다는 역대 정권의 교훈을 벌써 잊은 듯 하다. 기업을 있는 그대로 봐주어야 기업도 신명나게 투자도 하고 고용도 하는 것인데, 여전히 이렇게 정칙적 음해의 시선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는 반드시 불식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기업들도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그룹별 발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추진해 왔던 투자 계획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겹치거나 다소 부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 핵심은 실천 의지다. 앞으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동안 매년 수 백조원 씩 투자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되도록 꾸준히 점검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협력 중견·중소기업들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 줄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참에 정부도 당초 약속한 민간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대로,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해 실효성 있는 세제 혜택과 각종 불합리한 규제 개선으로 화답해 주길 바란다.

국내외 환경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대단위 투자계획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보다는, 대기업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지 감시하고 독려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고 일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이번 수 백조원 투자 계획이 부디 ‘선한 낙수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