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 기자

편집부 기자

cetuus@viva100.com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가상현실(VR) 세계가 밀려온다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읽었다. 요즘은 대부분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이런 광경도 곧 바뀐다고 한다. 앞으론 ‘이어폰’이 아니라 ‘안경’을 낀다는 것. ‘안경’을 끼는 이유는 출근시간 동안 가상현실(VR)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앞으로 이 가상현실을 즐기는 사람 수가 급팽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는 가상현실시장이 현재의 22억 달러에서 오는 2025년엔 80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가상현실은 출근길 지하철 속에서도 농구 아이스하키 레이싱을 현장에 앉아있는 것보다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그러니까 영화분야에서도 가상현실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디즈니 등 미국 영화사들은 이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중. 이에 질세라 구글도 360도 영화 ‘헬프’를 공개했다.이 가상현실시장은 교육 분야에서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 기반의 교육콘텐츠를 배포중이며, 이온리얼리티는 여러 가지 교육콘텐츠를 온라인 스토어에서 서비스한다.이 가상현실 교육콘텐츠는 열심히 학습을 해야 하던 것을 게임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동안 저절로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VR은 군사훈련에도 적용된다. 미국 육해군은 BAE 및 엘빗시스템이 개발한 가상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국방, 자동차, 철도 분야에서 국방부와 산자부가 가상훈련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VR시장이 팽창할 것에 대비해 구글은 매직리프를 인수, VR플랫폼인 데이드림을 발표했다. 그동안 스마트폰 분야에서 뒤졌던 소니도 VR게임 전용 PS4용 PSVR을 오는 10월 출시할 계획이다.마이크로소프트는 ‘VR안경’인 ‘홀로렌즈’를 윈도10에서 지원할 예정이며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도 VR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기어VR’등을 통해 가상현실시장을 주도하는 중이다.이 가상현실이 ‘현실화’되려면 카메라의 기능이 향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360도 스티칭 기술이 필요하다. 스티칭이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분야에선 삼성과 리코가 주도한다.가상현실의 최고의 장점은 24시간인 하루를 36시간을 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10시간을 생각해보자. 그냥 좌석에 앉아 있으면 10시간을 완전히 허비하고 만다. 그러나 가상현실을 즐긴다면 10시간을 보내는 동안 엄청나게 흥미진진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콴타스항공은 이미 A380기내에서 삼성의 기어VR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의료분야에서도 가상현실 분야의 바람은 거세다. 삼성전자는 독일 러시아 등에서 VR을 활용한 심리치료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분당서울대병원도 VR치료실을 운영 중이다.가상현실은 의욕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인력과 기술이 지원되어야 한다. 현재 방송국이나 영화용 카메라는 VR을 제작하기엔 기능이 부족하다. 따라서 VR전용 카메라세트, 촬영보조장치, 모션캡처, 스티칭 등에 필요한 장비를 확보할 수 있게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물론 VR이용에 따른 신체적 영향이나 중독 등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어쨌든 출근길 지하철이나 출장길 항공기안에서 VR을 즐기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7-12 14:24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도쿄 '아키하바라'가 변신하고 있다

도쿄 ‘아키하바라’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직 이곳에 가서 최첨단 전자기기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이곳에 가야 세계전자제품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스마트폰이 떠오르면서 아키하바라의 전문 전자제품들의 수요가 확 줄었다. 그 이유는 동영상 촬영, 정보저장, GPS 등 전문기기로만 작동되던 기능이 스마트폰에 의해 잠식되어버려서다.때문에 한국 중국 동남아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광명소였던 아키하바라가 도쿄 문화의 중심지인 시부야, 오모테산도, 신주쿠 등에 비해 고객유치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근데, 최근 들어 하키하바라가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세계 최첨단 테크놀로지 제품에 ‘컬처’를 융합해나가고 있다. 그러자 중국 및 인도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옛날의 아키하바라는 전자음악을 시끄럽게 틀어놓고, 새로 나온 제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곳. 그런데 지금은 조용히 문화를 즐기며 쇼핑도 할 수 있는 거리로 서서히 변모해나가는 중.아키하바라역에서 오카치마치역쪽으로 조금 따라가면 철길아래 ‘2K540’라는 쇼핑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일본의 전통제조업인 ‘모노즈쿠리’를 현대 디자인으로 해석해 만든 제품들을 깔끔하게 전시해 놨다.이 제품들은 모두 세련된 제품인데다 공간이 미술관 같아서 주말에 이곳을 가면 데이트를 즐기는 쇼핑객들이 참 많다. 그동안 쇼핑만을 위해 오던 ‘아키하바라’가 드디어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셈.또 아키하바라역에서 만세이바시쪽으로 나가면, 100 여 년 전 세운 만세이바시역을 쇼핑장소로 활용한 ‘mAAch-ecute(마치에큐트)’라는 공간이 나온다. 좁은 강변에 붉은색 벽돌건물인 이곳도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여기에선 독특한 디자인 제품을 구경할 수 있고, 가지런한 양식 음식을 찾아먹을 수 있다. 물론 이에 앞서 아키하바라는 ‘애니메이션’시장도 주도해왔다.지금까지 첨단기술만 추구하던 하키하바라가 이제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는 장소고 변했다. 다시 말해 이곳이 첨단 테크와 아름다움이 융합하는 ‘크레비즈’의 공간으로 떠오른 것이다.이런 시기에 한국의 화장품업계가 공동으로 ‘아키하바라’ 공략에 나섰다. 22개 중소기업이 여기에 공동면세점을 개설한 것.이 사업을 주도한 기업은 카이스인포. 이 회사는 아키하바라에 있는 C-KS 빌딩 3층에 현지법인 카이스인포K뷰티크(대표 안병철)을 설립하고, 이 빌딩 1층에 한국산 화장품과 일본산 화장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을 열었다. 이 면세점 개설은 아시아협력기구(ACO)가 지원했다.한국중소기업들은 전자제품만으로 가득 찼던 이곳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 공동매장을 개장하고, 중국 인도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르는 보톡스’, 아토피용 비누 등 기능성화장품과 스킨 로션 미스트 등 고급화장품을 판매한다.사실, 2~3년 전까지 아키하바라를 찾아오는 고객은 대부분 젊은 남자고객이었다.하지만 이제 여성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이 아키하바라를 찾기 시작한데 이어, 2K540, mAAch-ecute 등을 찾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곳은 새로운 문화적 상권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카이스인포의 한국공동면세점도 빛을 더할 것으로 내다보인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7-05 10:45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EU란 ‘보이지 않는 코끼리’다

런던의 금융중심가인 ‘더 시티’안에 캐넌스트리트라는 역이 있다. 이 역에 내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 탬즈강변 산책로로 들어서다보면 붉은 벽돌건물에 작은 청동현판이 하나 보인다. 이 현판엔 이곳이 13~14세기에 독일 한자동맹의 자치지역이었다고 적혀있다. 당시 이곳의 이름은 스틸야드였다. 독일어로는 슈탈호프. 당시 이곳이 독일인들의 지배지역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싶지 않은지 영국은 이곳의 이름을 캐넌스트리트로 바꾸고 그 위에 역을 세웠다. 최근에 와서야 이렇게 작은 현판 하나 달랑 붙여 놨다. 당시 한자동맹은 영국의 경제에 깊이 관여할 만큼 재력이 막강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어떻게든 한자동맹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한자동맹은 요즘의 유럽연합(EU)과 비슷했다. 국가도 아니면서 국가보다 힘이 더 셌다. 도시간의 동맹인데도 국가인 덴마크와 전쟁을 쳐서 이길 정도였다. 요즘 영국은 한자동맹의 간섭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때와 비슷한 입장. 지난주 영국의 ‘EU탈퇴’를 놓고 전 세계가 영국을 비난하는 정보를 쏟아낸다.근데 이쯤에서 영국을 ‘탈퇴’로 몰고 간 EU는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가를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 일단 EU에 취재를 하러 가보면 “이 조직은 ‘보이지 않는 코끼리(Invisible Elephant)’이구나”라는 한숨부터 나온다.세계경제를 좌우하는 연합인데도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책임가진 주체가 없다. 이 코끼리의 다리를 더듬어보면 4개의 ‘기둥’이 있는 듯하다. EU집행위원회, EU이사회, 유럽의회, 유럽중앙은행 등. 근데 이번에 이 4개 EU대표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EU의 책임이나 앞으로의 혁신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영국을 협박하다가 투표결과가 탈퇴로 나오자, “갈 테면 빨리 나가라”라고 외치고 있다.그리고 많은 언론들도 브렉시트는 글로벌의식이 결여된 잉글랜드 장년층이 탈퇴를 찬성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이들이야말로 30년 전부터 대처총리와 함께 ‘금융빅뱅’을 주도해 전 세계의 돈줄을 런던으로 끌어 모은 주역들이었기 때문. 이들이 바로 시들어가던 런던금융가를 다시 ‘글로벌금융시장‘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런던에 EU의 자금이 많이 몰려서 그렇게 된 것만은 아니다. 중국 인도 아랍 미국의 자금이 몰려오는 바람에 융성한 것이다. 또 다른 코끼리 ‘기둥’ 가운데 하나인 유럽의회를 가보자. 이 의회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다. 국경도시인 이곳은 거리표지판이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되어있는 유일한 곳. 이 의회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그룹은 유럽인민당그룹(EPP)와 사회민주진보연맹(SD)이다. 이 2개 그룹에 속한 의원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다. 영국은 소외되어있다.또 다른 ‘기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이 중앙은행은 EU기관은 아니지만, 유로를 관리하기 때문에 막강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영국은 유로를 쓰지 않아 이 은행에 관여할 수 없다. 이 중앙은행은 독일의 콧김을 심하게 받는다.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얼마 전 ‘IMF 위기’를 겪었던 아이슬란드가 EU회원국이었다면, 그렇게 빨리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스처럼 갖가지 조건을 들이댔다면 그 늪에서 쉽게 빠져나왔을까?그럼에도 이 ‘보이지 않는 코끼리’인 EU는 영국 등 회원국들에 사법에다 조세, 입법, 경찰, 군사까지 조정하겠다며 콧김을 세차게 내뿜고 있다. 그래서 영국은 이 코끼리가 도버해협을 넘어 다리를 내딛는 건 막아야겠다며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영국은 앞으로 중국 인도 미국 등과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6-28 15:18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이야기] ‘O2O시장’이 뜬다… 메쉬코리아 같은

중국집 배달, 피자배달, 택배 등 전국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미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가운데 배달대행을 하는 사람도 25만 명 정도 된다는 것. 더 놀라운 건 온라인쇼핑시장이 커지면서 배달대행시장도 약 15조규모로 팽창했다. 이 배달시장을 제대로 겨냥한 업체가 있다. 메쉬코리아다. 근데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들은 유정범 대표는 배달시장 출신이 아니다.유 대표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받고 딜로이트컨설팅뉴욕에서 근무한 회계전문가. 이 회사의 기술총괄을 맡고 있는 김형설 이사도 일리노이대에서 컴퓨터공학박사를 받은 사람. 운영을 담당하는 이희수 이사도 서울대 산업공학과 출신.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약 40명의 시스템 개발진도 대부분 미국 명문대 출신이다. 근데, 이런 사람들이 오토바이배달사업을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까?그래서 처음 이들이 사업을 시작할 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요즘 대한민국의 배달시장을 서서히 점령해나가고 있다.어떻게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갔을까?이게 바로 ‘오투오(O2O)시장의 확산 덕분. O2O시장이란 온라인(Online)시장과 오프라인(Offline)시장을 융합하는 걸 말한다. 물론 O2O시장은 일찍이 형성된 시장이다.성주에서 유기농 참외를 생산하는 농부가 온라인을 통해 서울에 있는 고객에게 직접 배달하는 시스템이 지금까지의 O2O시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O2O시장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업체들을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배달업체가 전국의 모든 유기농사업자들과 연계해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참외를 배달하는 체제다.이렇게 쉽게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 회사의 성공의 지름길은 ‘투자유치’라고 할 수 있다.이 회사는 O2O사업을 하겠다는 사업전략을 가지고, 1차로 산은캐피탈 등에서 40억원을 유치했다. 이어 휴맥스 등으로부터 20억 원을 유치하고, 다시 산은캐피털 등으로부터 무려 50억 원을 더 투자받았다.이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장사를 못할 리가 없지 않을까.근데, 거꾸로 생각해보자. 도대체 오토바이배달을 하겠다는 회사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을까? 하지만 이 투자업체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O2O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과감히 투자를 했을 것이다.그렇다고 이 회사는 배달현장을 무시하는 기업이 아니다. 유정범 대표는 오늘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현장을 직접 뛰어다닌다. 메쉬코리아와 제휴한 기사는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전담 배달 기사 수도 3000명을 넘었다. 하루 배달할 수 있는 건수는 180만 건에 이른다. CU, 맥도날드, 신세계, 이마트, 버거킹 등 프랜차이즈 대기업과도 운송관리시스템을 마련했다.이 회사는 별도의 평가법을 활용,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배달기사들은 A B C D E F 등급으로 분류, 수행비용을 따로 책정한다. 이 분류방법도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배달기사들의 성실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교육시스템도 만들어 놨다. 어떻게 배달해야 고객들로부터 칭찬을 받는지 철저하게 분석해놨다는 얘기.올 들어 메쉬코리아 이외에도 야놀자, YAP, 화이트위클리 등 O2O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 돈 벌 생각이 있다면 O2O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6-21 13:21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이야기] 돈 잘 갚는 사람, 돈 잘 떼먹는 사람

“사람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돈을 잘 갚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돈 잘 떼먹는 사람’이다. 근데 이 체질은 살아가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난주 서울 서초동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투자자 한분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 어떤 기업이냐’고 물었더니, 먼저 사람 나누는 방법을 꺼낸다.“최선의 투자방법은 그러니까 돈 잘 갚는 사람을 먼저 찾아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이 창고에 쌓여있어도 빚을 갚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굶어죽더라도 돈부터 먼저 갚는 사람이 있다. 이것만 알면 투자대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20년 이상 투자사업을 해온 그분에게 그렇다면 “돈을 잘 갚는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돈 잘 갚는 사람을 가려내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얘기는 상당히 주관적이었지만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내용인 만큼 귀 기울여 볼만했다. 그가 예시한 돈 잘 갚는 사람의 행동양식은 이러했다.1.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사업하는 사람이 늦게 일어난다면 이미 빚이 많다)2.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시간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빚 갚을 날짜도 잊어버린다)3. 밥 한 끼 얻어먹고도 고마워할 줄 안다.(잊지 않고 자기도 밥을 산다)4. 돈 많은 사람에게 굽실대지 않는다.(굽실대는 사람은 돈 받자마자 도망간다)5. 잔돈과 영수증을 잘 챙긴다.(잔돈 잘 챙기는 사람이 큰돈 번다)6. 구분할 줄 안다.(미래전망에 대해 안 좋은 건 안 좋다고 얘기하고, 좋은 건 좋다고 얘기한다)그의 지론이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다시 생각해볼수록 기억해둬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 얘기를 듣고서 ‘돈 잘 갚지 않는 사람’의 행태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가 제시하는 ‘돈 잘 갚지 않는 사람의 행동양식은 이러하다.1. 대출서류가 너무 완벽하다.(대출서류나 투자요청서가 너무 논리적으로 완벽하면 최악이다. 현실은 언제나 논리적이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2. 돈 빌리러 올 때 동행인과 함께 온다.(동업자라고 소개하지만, 빚쟁이일 가능성이 높다)3. 의도적인 표정을 짓는다.(일부러 표정을 짓는다고 얼굴의 가치가 올라가진 않는다. 그 사람의 가치는 얼굴에 쓰여 있다)4. 승용차 속이 지저분하다.(사업자가 정리정돈을 잘하지 않으면, 빚 정리도 잘하지 않는다. 예술인은 제외)5.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그렇게 전화질 하더니, 돈 빌려 가면 함흥차사)6. 외상을 좋아한다.(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그의 지론을 듣다보면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정책자금지원기관에서도 이처럼 ‘돈 갚지 않을 사람’을 구별해내는 방법을 더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왜냐하면 대출기관 및 투자기관들은 기업인의 체질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과거의 재무제표를 보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신용’을 영어론 크레딧(credit)이라고 한다. 크레딧이란 ‘돈을 잘 갚는 척도’를 뜻한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크레딧이 높은 사람의 체질을 잘 분석한다. 때문에 담보나 인적보증을 세우기보단 CEO의 체질과 능력을 보고 신용으로 돈을 빌려준다. 담보를 세우지 않더라도 좀체 돈을 떼먹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도 ‘밥 한 끼 얻어먹고도 꼭 갚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6-14 09:53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최상목 차관은 왜 중소기업을 방문했나?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대영유비텍은 정보통신기술(ICT)업체다. 종업원수 186명 규모의 중소기업인 이 회사는 공중통신망, 국방통신, 도로교통시스템(ITS), U-시티 프로젝트 등을 수행한다. 이런 회사에 지난 26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방문했다. 산자부나 미래부 차관이 방문했다면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지겠지만, 기재부 차관이 개별 중소기업을 방문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닌가. 최 차관은 왜 대영유비텍을 찾아갔을까? 최 차관이 이 중소 ICT업체를 방문한 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EDCF는 기재부에서 예산을 배정해주는 개도국지원기금이다. 그렇다면 EDCF를 통해 기재부는 어떻게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걸까.일단 대영유비텍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EDCF의 방글라데시 인터넷 확충사업에 참여하면서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근데 여기서 사업실적이 높아지자 미주개발은행(IDB) 등 국제기구 사업을 계속적으로 수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그동안 EDCF 사업은 개도국의 경제 및 인프라사업에 장기 저리로 지원해주는 차관사업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사업에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열려있다고 한다.특히 정보통신기술업체들의 경우 해외 현지 패키지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데, 베트남에선 교통정보센터와 교통관리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고, 방글라데시에선 데이터센터와 토지측량시스템 및 교육훈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우즈벡에선 아동병원사업, 의료정보시스템, 교육훈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이날 최 차관은 “대영유비텍과 같은 성공사례의 확산을 위해 EDCF와 같은 공공재원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의 컨설팅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UNESCO방문 특별연설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2억 달러 규모의 개도국 지원 구상을 발표했다. 이들 지원 프로젝트는 단순히 개도국에 돈만 지원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개도국 스스로 만들기 어려운 정보통신시스템을 한국 중소기업기업들이 구축해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이 같은 개도국지원 프로젝트 안에는 정보통신기술 분야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기재부는 중소기업이 EDCF 사업을 수주할 경우 금리를 무이자로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66억 원이던 EDCF 컨설팅 사업비를 75억원으로 늘렸다.중소기업이 EDCF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경우 특별한 혜택이 하나 더 있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개도국에 진출할 때는 현지 전문가를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EDCF를 활용하면 이 기금의 해외사무소가 채용한 믿을 만한 해외전문가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EDCF 해외사무소는 지난해 6명이던 현지전문가를 14명으로 늘렸다. 이 기금은 ICT기반 서비스업을 ‘우선지원사업’으로 정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교육 및 시스템운영 사업 등 운영하는 중소기업들이 개도국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 이제 ICT관련 중소기업들은 이 기금이 어떤 사업을 펴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때가 왔다.따라서 이번 최상목 차관의 중소기업방문은 EDCF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면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도 확대하는 최고의 윈윈(win-win)전략으로 평가된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6-07 09:07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일본 극우파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방법

일본에 가서 기업현장을 취재하다보면 가끔 ‘극우파’를 만난다. 야스쿠니신사를 매번 찾아가는 이들 극우파의 공통점은 ‘자아도취’이다. 이들은 일본인은 본디 한국인과 중국인보다 우수해서 항상 한반도와 중국남부를 보호하고 지원했다는 이론을 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임나일본부’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반도 동남쪽에 임나일본부가 있었는데, 한국의 역사가들은 왜 이걸 인정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필자는 일본에서 대학교수로 근무하면서 이런 터무니없는 이론을 펼치는 극우파와 마주치면 끝까지 승부를 벌이곤 했다. 그런데 몇 년 전 북한 평양의 조그마한 서점에서 놀라운 책을 하나 발견한 이후부터는 언제나 극우파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었다.이 책엔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일본의 극우파들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가 확실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임나일본부는 한반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본의 빗츄지역에 있었다는 것.일본의 ‘성잔성씨록’ 등 다양한 문헌과 조사를 통해 분석해낸 이 책의 이름은 ‘고대 일본의 조선계통문벌(조선 사회과학출판사)’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임나일본부가 한반도에 있었던 게 아니라 일본본토에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걸 애써 설명을 하는 것보다,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다.“객관적 입장에서 ‘일본서기’의 신라정벌 관련 내용을 잘 따져보면 야마토 왕정의 힘이 가해진 것은 한반도 남부가 아니라, 일본열도 안의 신라소국이었다. 한반도 주민들이 일찍이 일본 열도에 진출해, 한국계의 소국들을 세웠다는 걸 확인했다. 이러한 소국들 가운데서 신라소국은 세츠(오사카부), 하리마(효고현), 기비(오카야마현) 일대에 있었다.야마토 왕정에 의한 서북일본통합을 가장 심하게 방해했던 나라가 신라소국(6세기~7세기중엽)이다. 이는 비젠국(오카야마현 동부)에, 신라소국의 위협을 받던 임나국은 비츄국(오까야마현 서부)일대에, 백제소국은 빈고지방에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이를 근거로 보면 야마토가 있는 나라현에서 세토나이카이 연안을 따라가면서 북쪽에서부터 신라소국, 가야소국, 백제소국의 순서로 놓여있었다. 그러니까, 일본서기 응신기 16년 8월초에 기록된 ‘신라정벌’에서, 가야에 머무르고 있던 소쓰히코가 신라 때문에 야마토에 돌아가지 못한 건 쉽게 이해된다. 왜냐하면 임나국에 가있던 소쓰히코가 신라소국이 가로막아서 야마토로 갈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게 한반도였더라면 가야에서 그냥 배를 타고 일본으로 떠나면 되었으니까.일본열도 안의 신라소국, 임나소국, 백제소국은 제2신라, 제2가야, 제2백제였다. 그러므로 일부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그 이름을 한반도의 신라, 가야, 백제인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서기에 나오는 ‘신라정벌’은 자국 내 신라의 식민지 국가인 ‘신라소국’을 잠시 쳐들어간 것이었다.”사실 옛날에 누가 누구를 정벌했다는 게 지금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가 발행한 이 책은 정말 일본 극우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에 적합하다. 따져보면 일본에서 살면서도 ‘극우파’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2년에 한 번 쯤은 한·일 역사관계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것 같다. 일본기업과 사업하시는 분들은 어느 날 느닷없이 ‘극우파’의 논리에 곤욕을 치른다. 이럴 땐 ‘오래전 일본 본토에 한국의 식민지가 있었다’는 걸 아느냐고 질문하시길 바란다. 필자의 경험으론 이 주장이 매번 상당한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5-31 14:21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오성시스템, 회사는 ‘놀이터’다

오성시스템(대표 지성한)은 대구테크노폴리스 안 2000평 부지에 첨단설비를 갖춘 공장을 가진 포장기계 생산업체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사무실 입구에 ‘삶의 놀이터’란 현판이 붙어있다. 다른 회사들 같으면 ‘목표 달성’이 붙어 있을 그 자리에 ‘놀이터’란 간판이 붙어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판을 붙여놨을까? 지성한 대표에게 물어봤다. “산에 지게를 지고 가면 고된 일이 되고, 배낭을 메고 가면 놀이가 됩니다.”지 대표는 회사를 ‘산’이라고 전제하면, ‘지게’를 지고 산에 가는 사람은 돈 안되는 무거운 나무를 지고 끙끙대며 산을 내려오지만, ‘배낭’을 메고 산을 올라가는 사람은 ‘혁신기술’로 ‘산삼’을 캐서 휘파람불며 산을 내려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그래서인지 산뜻하게 정돈된 이 회사의 대구공장 내부를 살펴보면 곳곳에 ‘산삼’이 쌓여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혁신기술을 계속 개발해내고 있는 이 공장의 생산 품목은 △컴퓨터 스케일 △자동충진기 △자동캐핑머신 △3면 포장기계 △컨베이어시스템 등에 이른다. 이 회사의 최고기술은 컴퓨터 스케일이나 로봇형 멀티헤드를 부착, 비정형적인 식품을 포장하는 기술이다.일단 이 회사가 특허를 획득한 김치 포장기계를 한번 살펴보자. 현재 일본 베트남 중국 등에선 한류 덕분에 소비자들이 ‘소량포장김치’를 무척 선호한다. 근데 김치는 배추 무 국물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소량씩 균등하게 배분하기 힘들고, 정량화하기는 더욱 어렵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컴퓨터 스케일링 기술이다.하지만 김치포장의 어려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치는 계속 발효가 되기 때문. 그래서 김치봉지 안에 초소형 가스흡입제를 부착해야 한다. 또 외국인들의 경우 이 가스흡착제를 스프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가스흡입제가 포장지 안쪽에 떨어지지 않게 부착시켜야 한다.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혁신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이 회사의 자동 김치포장기계는 한류바람을 타고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잘 팔려나가고 있다.사실 김치를 포장하는 건 대단한 기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시장이나 마트에서도 비닐봉지에 김치를 포장해주니까. 하지만 시장 기술은 ‘지게 기술’이고, 오성시스템의 기술은 ‘산삼 기술’이다.포장지 내부에 가스흡착제를 완벽히 부착하는 기술 덕분에 실리카겔 및 탈산제 등을 부착해야 하는 식품회사들의 주문도 밀려오기 시작했다. 오성시스템은 이제 과자에서 닭고기까지 어떤 식품도 포장할 수 있는 첨단 기계를 만드는 세계적인 자동 포장기계업체로 올라섰다. 이는 사원들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영업을 한 덕분이다.해외 및 수도권 지역 포장기계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 파주 월롱단지에 제2공장도 마련했다. 제2공장에선 △로터리포장기계 △선형계량기 △컵포장기 △멀티헤드 계량기 △분말 충진기 등을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멀티헤드 계량기는 시리얼, 파스타, 비스킷 등 불규칙한 형태의 품목을 포장하게 해주는 것. 때문에 이 기기는 볼트 너트 플라스틱스크랩 등을 계량하는 업체에서도 주문해온다. 제2공장에서 생산되는 포장기계도 모두 세계적 혁신기술을 가졌다.지난 37년간 전 세계 제조공장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취재해본 경험을 가진 필자는 언젠가부터 기계장비를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그 회사 사원들의 표정을 먼저 살핀다. ‘사원들의 표정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오성기계에서 만난 사원들은 모두 ‘놀이터’에 나온 사람들처럼 표정이 밝았다. ‘배낭’을 메고 취재를 가서 오랜만에 숨어있는 ‘산삼기업’을 발견했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5-24 07:33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예측을 잘하면 갑부가 된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델피(Delphi)라는 마을이 하나 나타난다. 파르나소스산 아래 웅장한 계곡의 기슭에 있는 이곳은 지금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고대 그리스 때는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도시국가였다. 당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이곳에선 ‘오라클’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오라클이란 흔히 신탁이라고 해석하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미래를 예언해주는 것’이란 뜻이다.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델피의 아폴로신전에선 여사제인 ‘피티아’가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이번에 생산한 칼을 리디아에 가서 팔까요?,아니면 페르시아에 가서 팔까요?”이렇게 질문하면 피티아는 “이번에 페르시아에 가서 팔면 큰돈을 벌 거다”라고 응답해주었던 것이다. 지금은 이 대답이 미신에 불과하다고 믿지만, 수십 년간 델피에서 피티아의 예언을 전달해주는 사제로 근무해온 플루타르코스는 피티아의 예언을 절대 미신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대 서양사 인물들을 명쾌하게 분석했으며, 객관적인 논술로 현대의 역사학자 및 교육학자들조차 신뢰하는 플루타르코스가 델피의 예측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그의 영웅전에 나오는 대부분의 그리스영웅들은 ‘오라클’을 따른 덕분에 지금도 역사 속에 살아남아있다.오라클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소크라테스의 경우다. 소크라테스는 델피에서 신탁을 받고 서양철학의 ‘보스’가 되었다.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와 오후 한나절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나의 기술 재산을 전부를 받치겠다”라고. 스티브 잡스가 왜 그런 말을 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소크라테스가 오라클을 이해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처럼 현재도 오라클은 생생히 존재한다. 오라클의 장소가 델피에서 맨해튼 또는 상하이로 옮겨왔지만, ‘오라클의 역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왜냐하면 지금도 세계 100대 갑부 가운데 절반은 ‘오라클’ 덕분에 갑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예측(prediction)’을 잘해서 갑부가 되었다.더 쉽게 얘기하자면, 내일 어떤 회사의 주식이 얼마나 올라갈지 안다면 갑부가 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근데, 지금 갑부 중 절반은 이걸 어느 정도 간파한 덕분에 갑부가 되었다. 세계 100대 갑부 가운데 ‘오라클’의 위력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을 한번 꼽아보자.영국의 마이클 플랫은 전형적인 ‘오라클 맨’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도 마찬가지. 켄 피셔, 빌 애크먼, 존 아놀드 등도 오라클을 활용, 세계 100대 갑부가 되었다.이 갑부들처럼 미래 예측을 잘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는 현상을 ‘오라클효과(Oracle Effect)’라고 한다.이 ‘오라클 이펙트’를 수학적으로 분석, 세계 100대 갑부에 오른 사람이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수학과 교수를 하던 제임스 사이먼스다. 그는 3일 뒤, 3개월 뒤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3시간 뒤의 미래는 수학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방법을 주식투자에 적용했다. 상승세인 주식을 초단위로 사서 초단위로 팔았다. 그는 겨우 기십 명의 수학자를 직원으로 채용, 한국의 최대기업그룹이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몇 년 동안 벌었다. 델피의 ‘오라클 신화’는 오늘도 우리 곁에서 생생하게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r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5-17 14:58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손님이 없을 땐, ‘비사용자 자극법’을 써야

장사를 잘하려면 손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건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손님이 아예 나타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비사용자 자극(Nonuser Stimulation)’이다. 여기서 ‘비사용자’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카드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만년필회사에서 볼 땐 평생 단 한 번도 만년필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비사용자’에 해당된다.요즘 들어 만년필은 그야말로 비사용자 그룹이 갈수록 커지는 품목. 비사용자 그룹이 커지는 품목으로는 만년필 이외에도 맞춤양복, 책, 시계, 종이신문, 손수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이러한 품목들이 다시 매출을 올리려면 기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하기에 앞서, 비사용자를 ‘자극’하는 게 훨씬 낫다. 지금까지 ‘비사용자 자극법’을 가장 잘 활용해온 것이 ‘파커 만년필’이다.지난 1987년 12월8일, 미국과 소련의 정상인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워싱턴에서 중단거리 핵미사일(INF) 폐기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이야말로 끊임없이 핵무기 개발경쟁을 벌이던 양국이 핵감축에 합의를 한 것. 이날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서명을 한 뒤 서로 사인한 만년필을 교환했다. 이때 역사적인 서명을 한 만년필이 다름 아닌 파커 펜. 이 펜은 파커사에서 백악관에 공짜로 제공한 것이다.퀸엘리자베스호는 총 8만3673t의 호화 여객선이었다. 이 배는 여객선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엔 총 75만 명의 연합군 병사를 노르망디전투 등에 실어 날랐다.이 배가 1972년 홍콩 앞바다에서 침몰하자 파커사는 이 배의 황동을 구입해 5000개의 만년필을 만들었다. 퀸엘리자베스호의 황동으로 만든 이 파커만년필은 이 배를 타본 사람에겐 자극제가 아닐 수 없었다. 너도 나도 이 만년필을 사려고 경쟁하는 바람에 다시 ‘파커 붐’을 일으켰다. 파커 펜은 학교교사를 하다가 존홀랜드골드펜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조지 파커가 개발한 제품이다. 그는 학생들이 만년필의 잉크가 잘나오지 않아 불만을 터뜨리는 걸 보고,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잉크가 펜촉 끝까지 공급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1889년 특허를 획득한 그는 1891년 미국 위스콘신 제인스필에서 창업을 했다.이 후 파커 펜은 1920년 빨간색 만년필을 만들어 색채마케팅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으며 여성용 슬림 펜을 만들어 시장 세분화를 유도하기도 했다.그러나 미국기업이던 파커사는 경영난으로 영국 뉴헤븐에 있는 지사에게 본사를 넘겨주게 됐다. 이 회사는 1993년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에 다시 넘어갔다가, 현재에는 다국적 브랜드기업인 샌포드의 문구사업본부가 운영 중이다.이 만년필은 세계 역사의 주요 현장을 기록하면서 함께 살았다. 그래서 파커 펜의 브랜드가치는 엄청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비사용자 자극을 잘해오던 파커도 요즘 들어 이 전략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파커의 명망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지금 파커 펜이 벤치마킹을 해야 할 곳은 스위스 시계회사들의 비사용자 자극전략이다. 한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스위스시계회사는 곧 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스위스 시계는 다시 일어서서 세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초고급 시계를 내놓아 ‘비사용자’들을 자극한 덕분이다.사실 눈앞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손님도 고객이다. 이들이 우리 가게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바로 비사용자 자극인 것이다. 비사용자를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이벤트’와 ‘공짜 제공’이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5-10 07:00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벤처기업에 취직하는 방법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인 후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취직시험에서 삼성전자와 엔씨소프트에 동시에 합격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꽤 오래전의 얘기지만, 당시엔 엔씨소프트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김택진 CEO의 성품을 아는 터라 “너처럼 창의적인 사람은 엔씨소프트를 선택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하지만 그 후배의 집안에선 “삼성전자로 가야지 무슨 얘기냐?”라며 그가 엔씨소프트로 가는 걸 결사반대했다. 그럼에도 후배는 벤처기업인 엔씨소프트에 입사했다. 그는 엔씨소프트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실전능력을 쌓고, 빠르게 승진했고, 높은 연봉을 받았다. 그 후배는 현재 또 다른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벤처사업을 전개 중이다.물론 그 후배가 삼성전자를 선택했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연봉을 받았을지 모른다. 아니, 훨씬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엔씨소프트를 선택한 걸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대기업보다는 벤처기업이 더 재밌다”고 서슴없이 털어놓는다.후배의 이런 케이스는 너무나 행복한 사례여서 미취업자들에게 소개하기엔 전혀 적합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 사례를 털어놓는 건 꼭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에 취직을 해도 자아실현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걸 힘주어 얘기하고 싶어서다.실제로 대기업 입사시험에 낙방하고서도 성공한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오늘도 참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취직을 하지 못해 밤잠을 설친다.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직하기 위해 ‘재수’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 필자도 팔자가 사나워서 언론기관, 대기업, 벤처기업, 대학 등 여러 곳에서 근무해봤다.근데 이 가운데 최고의 직장은 ‘나의 땀과 능력이 조직 성장에 확실하게 기여하는 게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정말 그런 곳에서 근무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그러니까, 대기업 못지않게 ‘벤처기업’을 취업대상으로 삼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벤처기업에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벤처기업에 취업을 하려면 먼저 벤처취업전문포털(www.v-job.or.kr)에 접속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게 상책이다. 먼저 이 포털에 있는 MS테크놀로지의 취업자모집 정보를 살펴보자. 서울 근교인 분당신도시 한컴타운 3층에 있는 MS테크놀로지는 오는 5월20일까지 사원을 대거 모집한다. 모집분야는 영업지원, 기술영업, 응용프로그래머 등. 이 회사의 채용매력은 입사즉시 정규사원이 된다는 것. 경력은 무관하고, 대졸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오는 5월 20일까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데, 전형조건이 그리 높진 않다. 학점이 3.0이상이어야 하고, 토익이 700점 이상이면 된다.이 정도가 까다롭다면 지방 벤처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대구 성서에 있는 액트는 23명의 사원을 모집 중. 연봉은 2600만원에서 2800만원 수준. 대구 대명동에 있는 데이타뱅크도 14명의 앱개발 프로그래머를 모집하고 있다. 학력은 전문대 졸업이상으로 연봉은 2500만원 전후.물론 이들 벤처기업의 연봉수준을 보면, 입사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연봉’에 얽매이면 ‘인생’도 얽매인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5-03 14:34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바이오창업, 돈 벌 수 있는 기회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졌는데 지금 돈이 없다. 더욱이 그 아이디어가 바이오분야라면 정말 괜찮은 기회가 왔다. 바이오분야에 탁월한 아이템을 가진 창업자라면 팁스(TIPS)를 활용할 수 있는 괜찮은 기회가 왔다. 왜냐하면 정부가 오는 5월부터 ‘바이오 특화형 팁스’ 정책을 펴기로 결정했기 때문.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오창업 전문 팁스’를 운영하겠다는 프로그램은 확정되어 있다. 따라서 바이오분야에서 창업을 할 사람이라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바이오분야의 프로젝트에서 엔젤투자자(운영사)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 약사출신 기업가, 의약 관련 기업, 바이오관련 대학 등의 컨소시엄이다. 그런데 의약 및 바이오에 대해선 잘 알지만,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가 뭔지에 대해 잘 몰라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할 창업자들이 있을 수 있다. 팁스란 중소기업청이 초기창업자를 위해 만든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민간투자회사가 유망한 기술창업자를 발굴, 약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에서 최고 9억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이 프로그램은 성공한 벤처투자가들을 활용, 벤처시장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13년 만들어진 제도다. 이는 미국 이스라엘처럼 한국에서도 벤처 붐을 다시 일으켜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되살려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그런데 최근 이러한 정책이 검찰의 갑작스런 조치로 검찰청과 중기청이 묘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팁스의 투자 및 지분거래행위가 철저하게 법률에 위배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중기청에선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일단 본론으로 돌아가서 팁스를 이해하려면, 요즘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의 사례를 보면 이 제도를 이해하기 쉽다. 호창성 대표는 유망해 보이는 벤처창업자 10명을 선정, 회사돈 10원을 투자하고 중기청으로부터 37억4000만원을 투자받았다.물론 호창성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투자를 받아낸 대가로 투자한 기업들로부터 20억원대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게 검찰의 조사이유다.이번 검찰의 벤처투자자조사가 지난번 ‘정현준 벤처게이트’처럼 검찰이 벤처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해외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벤처투자가 급성장하는 국가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선 죄가 되지 않지만 한국에선 죄가 될 수 있는 게 법률이다.이에 대해 중기청은 “팁스 운영사(엔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체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또 “운영사별 평균지분율을 공개하고 지분인정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건강한 투자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내놓은 새 방안이 바로 ‘바이오 특화 팁스’ 프로그램이다. 이 바이오 특화 팁스에 운영사가 몰린다면 바이오 관련창업자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팁스를 활용한 창업이 바로 이런 기회다.검찰이 팁스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강도를 높일지는 알 수 없다. 검찰이 호창성 대표와 관련해 팁스운영사 전체에 대해 조사를 확대해나가겠다고 한다면, 벤처캐피털업계는 그대로 침몰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호창성 대표의 개별사건으로 끝낸다면 팁스는 오히려 다시 벤처 붐을 일으킬 수도 있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4-26 12:54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몰이냐? 골목이냐?

런던 지하철 노팅힐게이트역을 나와 북쪽출구로 나오면 ‘포토벨로’란 골목을 만난다. 이 골목길 양쪽에 있는 가게에선 별별 잡동사니를 다 판다. 공식적으로 이 골목의 가게들은 금, 토, 일요일 사흘만 연다. 하지만 월요일만 아니면, 평일에도 이 골목에 가면 꽤 괜찮은 물건들을 살 수 있다. 낡은 가죽가방, 지갑, 케케묵은 헌책, 과일, 바로크풍 액세서리 등 잡화류는 평일에 가면 오히려 더 차근히 고를 수 있다. 이른바 ‘주말영업’만 하는 골목이지만, 평일에도 쇼핑객들이 여기를 찾아오는 이유는 이곳이 쇼핑과 함께 런던의 다정한 일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실제, 런던의 빛나는 고급주택가를 구경하려면 포토벨로의 바로 동쪽에 있는 노팅힐을 걷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노팅힐을 걷는 쇼핑객이나 관광객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곳은 골목이 아니라 그냥 도로이기 때문이다.포토벨로가 ‘골목길’이 아니었다면 전세계의 쇼핑객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들까?세계 어디에서든 골목길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인다. 젊은이들은 골목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파리의 마레지구에 있는 로지에르골목을 한번 가보라. 주말이라면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다. 옛날에 이곳은 유태인거리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상가로 조성되면서 지금은 팔라페 하나를 사먹으려 해도 길게 줄을 서야 한다. 헌옷을 파는 좁은 가게에 들어갔다가 인파에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정말 땀을 흘렸다.도쿄 시부야에 있는 좁은 골목 ‘스페인자카’도 선글래스나 문구류 팬시제품 등을 파는 허름한 골목이지만, 매일저녁 발 디딜 틈 없이 고객들이 몰려든다. 도쿄에서 골목개발로 가장 성공한 곳은 다이칸야마. 이곳이 처음부터 쇼핑골목은 아니었다. 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이 도쿄외곽의 조용한 주택가에 독특한 패션가게들을 유치하자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주말이면 점심 사먹기 힘들 정도다.젊은이들은 왜 골목길을 좋아할까? 젊은이들이 막힌 공간보다는 골목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여러 가지 숨겨진 문화와 예술적 디스플레이, 그리고 남다른 패션을 연출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울 홍대앞 골목길이 성공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덕분일 것이다.최근 들어 한국 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안에 청년몰을 만들도록 지원해줬는데, 그 성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울산중앙시장의 톡톡스트리트를 비롯, 부산 서동미로시장, 서울 열정도 야시장, 역곡 상상시장 등 여러 곳이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비해 서울시내에 있는 몇몇 청년몰은 아직 고객들이 몰려들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그렇다면 청년고객을 사로잡는 소상공인정책에 ‘몰’에 중점을 둬야 할지, 아니면 ‘골목’에 중점을 더 둬야 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 온 듯하다. 물론 인사동의 쌈지길은 ‘몰’인데도 젊은이들이 많이 몰린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쌈지길은 분명히 ‘몰’이지만 사각형으로 빙빙 돌면서 쇼핑할 수 있는 ‘골목길’의 특성을 가졌다.도쿄에 있는 ‘오모테산도 힐즈’도 이와 마찬가지다. 쌈지길보다 먼저 생긴 이 ‘몰’도 사각형으로 빙빙 돌면서 구경할 수 있는 골목길 형태다. 사실 중기청은 이미 청년몰 지원보다 더 많은 예산을 ‘골목시장 조성’에 투입하고 있다.그렇다면 청년몰과 골목시장 조성을 융합하는 정책이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래야 홍대입구, 포토벨로, 다이칸야마 같은 청년쇼핑골목들이 더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span style="font-family: 나눔고딕, NanumGothic; line-height: 22px;"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4-19 13:04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유커의 인기품목 된 ‘바르는 보톡스’

‘바르는 보톡스’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유커들이 국내 피부과 병원을 찾아가 보톡스를 맞으려면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커들은 바르는 보톡스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국내에선 여전히 바르는 보톡스의 효과에 대한 찬반론이 일고 있지만, 이 제품의 가격이 중국 관광객들이 구매하기에 그리 높은 가격이 아니어서 이 제품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거라는 게 업계의 전망.특히 서울 서초동 국제 전자센터 3층에 있는 서초면세점엔 주사기 형태의 바르는 보톡스를 내놨는데, 이를 구매하기 위한 유커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이곳에 바르는 보톡스를 내놓은 카이스인포(대표 김은화)는 매장에서 보톡스를 사가기 어려운 관광객들을 위해 이 제품을 중국으로 직접 배달해주는 시스템도 갖추어 놓는 바람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카이스인포는 GG익스프레스와 중국으로 물품을 직송하는 EMS 시스템을 갖추었다.또 서초 면세점에선 바르는 보톡스를 사러 왔다가 한국산 고급 영유아용품을 발견한 유커들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상품을 사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이에 따라 이 서초 면세점엔 중국의 ‘젊은 엄마’들을 위한 숍의 매출도 급증하는 추세.주식회사 네오코는 젖병소독기인 에코맘을 내놔 유커들의 발길을 잡고 있고, 수피오의 실리콘 젖병인 마마치로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라고 한다.요즘 중국의 ‘젊은 엄마’들이 한국식 육아법을 전수받기 위해 대거 서울로 몰려들고 있어 보톡스와 함께 유아용품 특수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또 유커들에게 인기가 점쳐지는 아이템은 ‘맞춤형 화장품’.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맞춤형 화장품 제조 판매를 허용하기로 한 것.맞춤형 화장품은 찾아오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그 자리에서 갖가지 원료, 색소, 영양성분, 향료 등을 배합해주는 제도.화장품 업계는 이 맞춤형 화장품이 중국 유커들에게 대박 날 상품으로 보고 있다.왜냐하면 맞춤형 화장품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특유의 향기 등을 조합해줄 수 있기 때문.무엇보다 향수 등 4개 방향용 제품, 로션 크림 등 10개 기초화장용 제품, 그리고 립스틱 등 8개 색조 화장품 등을 중국 고객을 위해 즉석에서 만들어 줄 수 있어서다.요즘 중국에선 셀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황.이들은 “너 어떻게 갑자기 예뻐졌니?”라고 물으면 “한국 화장품을 썼으니까”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라고 한다.그래서 한국에선 바르는 보톡스의 수요자가 대부분 중장년층이지만 중국에선 보톡스 수요자가 대부분 20~30대 고객이라는 점이 이 사업분야의 강점.그중에서도 바르는 보톡스는 얼굴을 갸름하게 해줄 수 있다거나, 사각형 얼굴을 개선해줄 수 있다는 소문이 나는 바람에 중국 고객이 더 몰리고 있다고.중국 사람들은 입소문을 더 믿는 풍조가 여기에도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4-12 14:23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명문 장수기업의 앞면과 뒷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는 어디일까? 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 교토에 있는 곤고구미(金剛組)이다. 일본 중소기업관련기관들은 이 회사가 세계 최고의 ‘장수기업’이라고 항상 자랑한다. 하지만 이 회사를 3번 취재해본 필자로서는 이 회사에 대한 일본 중소기업기관들의 태도가 좀 의심스럽다고 판단한다.일단 이 회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한번 살펴보자. 이 곤고구미가 설립된 것은 지금부터 1428년 전인 서기 578년이다. 당시 일본의 쇼도쿠(聖德)태자는 교토에 사천왕사를 건립하기 위해 백제 최고의 도목수 3명을 일본으로 초빙했다.한국엔 이 자료가 없지만, 일본 자료에 따르면 이 3명의 도목수의 이름은 금강, 조수, 영로이다. 이 3명은 쇼도쿠태자의 명에 따라 백제에서 짓던 방식대로 지극 정성 기예 성실을 다해 사천왕사를 지었다. 사천왕사의 건립이 끝나자, 기록엔 없지만 조수와 영로는 백제로 귀환했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금강은 이렇게 혼을 다해 지어놓은 사천왕사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처음 지을 때의 지극성이 소멸될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금강은 교토에 남아 사찰유지사업을 펴는데 온힘을 쏟기로 했다.이때 금강이 설립한 사업조직이 바로 곤고구미(金剛組)다. 이 곤고구미를 설립한 금강의 본래 이름은 류중광(柳重光)이다. 류중광은 일본에서 ‘금강중광’으로 이름을 바꾸고, 백제 건축정신을 일본에 심는데 몸을 받쳤다.그의 정신은 건축물을 완벽하게 지어야하고 이 건축물이 처음 지었을 때처럼 지극성과 정밀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배들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연마하게 했다. 사실 이것이 지금 일본의 모노즈쿠리 정신의 시초가 됐다.필자가 이 회사를 처음 취재하러 간 건 일본 가나가와중소기업재단 선임연구원으로 있을 때다.교토에 가서 일단 이 회사가 1400여 년 전에 지은 사천왕사를 구경하고, 이 회사를 찾아갔다. 사실 사천왕사는 일본의 고도인 교토에 걸맞은 문화재다. 하지만 그 문화재의 정문을 나와 오른쪽에 있는 곤고구미의 건물을 처음 봤을 때의 실망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세계최고의 장수기업. 1400년 이상 ‘금강정신’을 이어온 이 회사의 건물은 적갈색 5층 건물로 그야말로 ‘성냥곽 건물’이었다. 갑자기 취재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정도였다.2008년 ‘세계최고의 장수기업’이란 제목으로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해주기 위해 다시 취재를 하러 갔는데, 이 회사는 취재를 거부했다.“요즘 회사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몇 달 뒤 이 회사는 1400여년 만에 파산했다. 40대째 사장인 곤고 마사카즈가 파산신청을 하고, 다카마쓰건설에 영업권을 넘겼다. 지금 곤고구미는 다카마쓰그룹으로 넘어가 다시 최고의 사찰건축 및 문화재보수기업으로 발돋움했다.지금 이 회사는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기술정신은 이어받았지만 전통을 고수하는 ‘백제정신’은 없어져버렸다. 이제 곤고구미는 기업의 수익성을 추구할 것이다. 이 회사의 오사카공장에 가보면 120명의 목수들이 정성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도 섭섭한 건 수익성보다 백제정신의 ‘전통’을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일본은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런 일본에서도 정책 및 금융에서 이렇게 장수기업을 푸대접한다. 장수기업이 그리 많지 않은 한국에서 ‘명문 장수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29일 공포됐다. 오는 9월부터는 본격적인 지원책이 마련된다. 이 지원책이 일본의 곤고구미처럼 뒷북치는 정책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www.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4-05 10:38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재미있는 일본기업의 인공지능(AI)

일본 도쿄에 사는 다나카준(38)은 수학자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수학박사학위를 받고 측도를 연구하다가 5년 전 도쿄 나카노에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샤논랩. 종업원 12명의 소기업인 이 업체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앱을 만든다. 이 회사는 이미 ‘말하는 트윗’을 개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앱으로 발표했다.근데 요즘 이 회사가 개발 중인 2개의 프로젝트가 참 재밌다.첫 번째가 ‘인공지능부장’이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부장은 다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을 쓰면 AI가 부장직을 맡는다. 부하직원들은 그에게 결재를 받아야 한다.물론 이 회사가 개발하는 인공지능부장은 모든 경영부문의 관리하진 않는다. 통계분석, 광고배분, 고객센터운영 등 특정분야에서만 부장역할을 한다.둘째로 이 회사가 만드는 AI는 ‘버추얼 연인’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연인을 말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가진 ‘연인’은 끊임없이 상대에 대해 공부한다고 한다.보통 사람들은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학습이라면 지긋지긋해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 판별을 해주고, 훈련데이터만 입력해놓으면 교사가 없어도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생이 된다는 것이다. 이걸 인공지능용어로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고 한다.때문에 앞으로 자칫하면 버추얼 연인과 현실의 연인이 삼각관계가 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AI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지만, 이제 AI가 ‘사랑’을 빼앗기 위해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을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활용법을 보면 AI의 피해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소프트뱅크는 오는 4월부터 AI를 활용, 휴대폰 재고를 20%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AI가 판매량 매장규모 제품선호도 등을 분석, 하루판매량을 예측하고 주문량을 제안하면 매장 관리자가 주문량을 책정한다는 것이다.또 히타치제작소는 제조업체용 ‘범용 AI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계 및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던 기업들은 일본에서 ‘범용 머시닝센터’를 도입해 활용했다. 이제 범용머시닝센터가 범용인공지능시스템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AI의 활용을 넓혀나감에 따라 올해 일본의 AI 관련 시장 규모는 3조745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AI시장규모 3조원에 비해 약 10배 정도 된다.그런데 실제 중소기업분야에서 AI를 도입할 수 있는 사업분야는 다음 3가지라고 한다.첫째가 고객센터 지원시스템. 이는 제품을 주문하는 고객의 질문이 뭔지 알아차리고, 응답이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시스템을 말한다.둘째는 고객의 주문을 서류로 접수, 판매부서에 알리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셋째는 수출 수입 배달 특허 등에 따른 법적 규정 시스템을 지원받을 수 있다. AI는 국제특허 FTA 수입규제 등에 대한 각종 규정 및 소송사례 판례 등을 찾고 분석해 대처하는 일에 탁월하다는 얘기.AI전문가인 이시야마 리크루트홀딩스 실장은 “앞으로 AI는 백인백색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거대기업이 영업이익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빅데이터가 아닌 민주화된 AI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도쿄의 수학자 다나카준이 만들고 있는 ‘버추얼 연인’이 바로 그런 AI가 아닐까?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3-29 13:53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아바타 로봇’ 시대가 온다

일본 도쿄에 살던 가네이시 다이스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가 도쿄에서 결혼식을 한단다. 그는 친구의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싶지만 학기 중이라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분신로봇’을 결혼식장에 참석하게 했다. 그 결혼식장에 참석한 분신로봇은 친구들을 쳐다보면서 대화도 하고 축하 박수도 쳤다. 미래의 인공지능 로봇시대 얘기가 아니다. 최근 도쿄에서 진짜 있었던 일이다. 이날 가네이시 다이스케를 대신해 참석한 로봇의 이름은 ‘오리히메’다. 오리히메는 키 20㎝에 폭 15㎝의 반신형 로봇. 이 로봇은 스스로 걸어 다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현장에 옮겨놓으면 그곳에서 분신역할을 한다. 때문에 일반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필요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가기 힘든 장애인학생의 경우 이 로봇을 교실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장애인학생은 집에서 조그마한 화면리모컨하나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도 할 수 있고, 쉬는 시간엔 친구들과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도 할 수 있다.이 로봇을 만든 기업은 일본의 벤처기업인 오리연구소(orihime.orylab.com)이다. 지난 2013년 9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오리히메 덕분에 올 들어 급부상하는 기업이 됐다. 이 회사가 이 로봇을 개발하자 병원 등에서 갑자기 주문이 밀려와 제품생산에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 상황이라고 한다.도쿄 중앙본선 미타카역에서 이노카시라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 회사는 오는 7월부터 이 로봇 양산체제를 갖추고 일반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지금까진 ‘아바타’가 사이버공간에서 분신역할을 했지만, 이제 현실공간에서도 로봇이 아바타 역할을 하는 시대가 왔다. 아바타로봇인 오리히메는 마이크 스피커 카메라가 내장 되어있을 뿐이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도 없고, 보행기능도 없다. 그럼에도 이 로봇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바꾸어놓을 전망이다.무엇보다 이 로봇은 무척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이 로봇을 개발한 요시후지씨는 “고향에 사는 부모님을 언제든 지켜볼 수 있는 등 각자의 필요성과 요청에 따라 거기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인해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인다.이 제품은 기술적으로 첨단 제품은 아니지만 로봇의 대중화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인구의 고령화로 집에서 움직이기 힘든 노인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런 아바타 로봇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일본의 로봇시장은 앞으로 수십 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문기관들이 분석한다. 이 오리히메란 로봇은 그 제품이름도 참 재미있다. 일본어로 오리히메란 직희(織姬)를 말한다. 직희란 한국말로 직녀(織女)다. 직녀는 옥황상제의 손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목동인 견우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알아낸 옥황상제는 엄청나게 화를 내며 견우와 직녀를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떼어놓는다.견우와 직녀는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1년 중 7월 7일 칠석에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선 칠석(다나바타)이 양력 7월 7일이고, 한국과 중국에선 음력 7월 7일이다. 때문에 한국에 사는 견우와 일본에 사는 직녀는 만나고 싶어도 날짜가 엇갈려 만날 수 없다.하지만 이젠 걱정할 게 없다. ‘오리히메’란 로봇이 견우의 분신으로 직녀를 일 년 내내 만날 수 있게 해줄 테니까.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www.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3-22 07:55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아이돌 굿즈’로 중국시장 더 넓혀야

‘굿즈’란 용어를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아이돌 팬덤 용어로 스타의 얼굴이 그려진 컵이나 수건 같은 상품. 영어 ‘goods’에서 온 말’ 최근 들어 이 ‘굿즈’의 중국수출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내 한국 아이돌인 K-POP의 팬덤(fandom)수가 이미 1300만 명을 넘어선 덕분이라고 한다.코트라 선양무역관(양효선)이 바이두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엑소 티아라 빅뱅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에프엑스 아이유 투피엠 씨엔블루 등 10위권 아이돌의 팬덤 총 회원 수는 약 1300만 명이며, 상위 1~3위만 합쳐도 약 650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에 따라 코트라는 한국기업들이 굿즈의 수출확대전략을 새로 짜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한다.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 팬덤의 공식 굿즈 구매 현황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중국 기업투자사이트인 타이메이티에 따르면 중국에선 아이돌 팬덤 가운데 약 50%가 굿즈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한 달 평균 100~1000위안(약 1만8000~18만여 원)어치를 구입하는 팬이 절반에 이른다는 것. 특히 5000위안(약 92만원) 어치 이상을 구입하는 열광적인 팬도 2.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열광적인 팬들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보급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그런데 굿즈의 공급과정에선 아직 문제점이 도사린 듯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굿즈 구매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를 하는데 구매사이트가 대부분 중국매체들이기 때문.실제 시장조사 사이트인 원쥐안왕에 의하면 중국의 공식 굿즈 구매자의 약 75%가 온라인 구매자였으며 이 가운데 72%가 웨이보·웨이신 등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굿즈를 구매하는 이유로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고 밝힌 팬이 40.91%로 가장 많았지만, ‘아이돌 및 소속사 수익을 위해서’라는 의견이31.82%에 이르렀다.이는 중국의 한국 아이돌 팬들이 얼마나 아이돌과 그가 소속된 기업의 성장을 열렬히 바라는지를 잘 반영해주는 수치다.때문에 중국팬들이 서울에 직접 찾아왔을 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장소의 제공도 새로운 마케팅전략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서울 청담동 한류스타 거리인 K-스타로드에 아이돌 캐릭터 ‘강남돌’이 설치됐다.여기에 설치된 강남돌은 방탄소년단 블락비 B1A4 빅스 인피니트 AOA 카라 등.이 같은 방식의 한류스타의 홍보전략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차원에서도 더욱 다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무엇보다 식품 화장품 가전 의류 등 분야에서 한류를 활용한 수출방식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코트라 선양무역관은 전망한다.엑소손짜장 등 식품분야에서까지 굿즈 아이템을 넓혀나가는 점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들도 더욱 발 빠르고 기발한 아이템을 개발, 한류관련 기업과 협업해 중국진출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이 저작권 및 초상권에 대한 로열티를 내지 않고 한국 중소기업들과 아이돌 상품을 개발하자는 유혹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자라면 이런 유혹은 단호히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r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3-15 10:45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80만명의 폐업자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우리나라는 한 해 동안 100만 명이 자영업창업을 하고, 약 80만 명이 폐업을 한다. 이들 폐업자 80만 명중 약 30만 명이 가게가 망하는 바람에 무직자로 전락한다. 다시 말해 1년에 약 30만 명의 자영업 ‘사장님’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이렇게 많은 사장들이 별안간 실직자가 되는 이유는 음식점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과잉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때 중소기업정책위원회에서 분석해보니 한국에선 수요인구 8명당 음식점이 1개였다고 한다.그렇다면 우리나라 식당가운데 하루에 손님이 8명이 왔다면 평균수준인 셈이다. 그런데 하루에 손님 8명을 받고서 장사가 될까?현실적으로 한식집 횟집 치킨집 맥주집 양식집 술집 라면집 등 음식점은 적어도 30명 이상의 손님을 받아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그래서 지금까지 정부는 자영업자의 창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해왔다. 그리고 ‘나들가게’ 등 다양한 지원 등을 통해 자영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문에 재정투자를 했다. 물론 이런 정책은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한 사업자들을 다시 경제인구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그동안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다.이번에 고용노동부와 중기청이 손잡고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 정영훈 과장은 이 정책의 핵심은 “폐업했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임금근로자로 재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이를 위해 정부는 NICE데이터, 생산성본부, 신인적자원개발원 등을 통해 무료 재기프로그램을 마련했다. NICE데이터의 경우 자영업 사장들이 자존심을 꺾지 않고서도 재취업의 길을 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이 교육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교육은 발표하자마자 마감이 되어버렸다.NICE데이터는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3층 한경아카데미강의실에서 올해 1000명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재기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미 올해 수강생이 꽉 찼다. 지금까지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가운데 이렇게 인기가 높은 것은 드물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분석된다.첫째 자영업자들 가운데 폐업하고 다른 직장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교육실시업체에 따르면 이미 폐업을 한 자영업자보다 사업이 잘되지 않아 직업을 전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창업자들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경험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창업을 하고나서야 깨닫게 되었다.참 많은 창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한 뒤에야 “창업교육을 좀 받고 시작했더라면...”이라며 후회한다.두 번째로는 이번에 실시하는 ‘희망리턴패키지’라는 이름의 재기교육이 실무교육에 앞서, 정신교육을 먼저 실시하는 점이 장점이다.사업을 한번 해본 사장들은 “내가 명색이 사장이었는데 사원으로 취업할 수 있나”라며 허송세월을 한다. 하지만 이번 교육은 전직 사장으로서의 자존심을 꺾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이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는 ‘자존심을 당당함으로 재무장하라’이다.사실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하는 동안 월급쟁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땀과 경험을 축적했다. 이 경험을 직장에서 다시 활용한다면 최고의 직위를 빨리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돈 못 버는 ‘사장’보다는 돈 잘 버는 ‘차장’이 낫다는 게 결론이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3-08 10:31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이태원 경리단길을 더 빛내자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이 골목을 찾아가려면 지하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도로를 건너면 된다. 이 길에 들어서면 각국 양식의 레스토랑 카페 술집 등을 만나게 된다. 이 골목이 경리단길로 이름 붙여진 건 육군경리단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건너편에 미국부대가 있어서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의 주거지역으로 자리 잡았는데, 외국인들이 활용하던 식당들이 창의적인 상인들에 의해 카페 등으로 변신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인기 테이트장소가 되었다.덕분에 경리단길은 지난 2012년 50개에 불과하던 음식점수가 현재는 150개로 무려 300%나 늘어났다. 새로 생긴 맛집 카페 등은 대부분 상인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예술성을 활용, 이곳에 창업을 한 것이다. 후진 곳이 값진 곳으로 변모하는 이른바 ‘젠트러피케이션(gentrification)현상’이 일어난 것이다.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손님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건물주들이 임대료를 3년간 평균 70%를 올렸고, 최고로는 6배까지 올려버렸다.상인들은 색다른 방식과 노력으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왔지만 결국 돈을 번 사람은 건물주가 되고 말았다.올 들어 이 경리단길처럼 창의적인 방법으로 상권을 일으킨 지역을 자율상권지역으로 지정, 지나친 임대료 상승을 막고 상권을 더욱 살리도록 해주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이를 위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자율상권법’을 제정하자고 발의해놓은 상태다. 이 자율상권법은 자율상권지정요건을 정하고, 지정된 권역에선 임대자기간을 최대 10년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일본의 경우 이미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임대기간연장 등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거절할 경우 퇴거료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영국도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기간을 최대 14년까지 인정하는 임대차법을 제정했다.이러한 점을 감안, 한국 중소기업청도 임차상인의 피해를 줄이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먼저 전통시장에서 임대료 자율동결협약을 맺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특히 전통시장을 문화관광형, 글로벌명품형, 청년몰, 골목형 등으로 특성화하고 이를 추진하는 상인들에 대해선 자금지원 등 다양한 혜택도 주기로 했다.중기청은 문래동 예술촌처럼 소공인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거리를 조성하는 ‘문래동식’사업도 지원해주기로 했다.‘문래동식’이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길처럼 철공소길을 예술길로 조성한 방식을 말한다. 문래(文來)란 문익점이 목화씨를 가져와 재배를 한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이 곳은 일제강점기엔 방직공장단지가 들어서있었지만, 산업화이후엔 철재상가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 철공소거리에 예술인들이 몰려오면서 예술의 거리로 변화해 젊은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중기청은 이 같은 ‘문래동식’ 상가조성을 위해 소공인특화센터 조성지원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서울 창신동 의류제조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공인지원센터가 그런 케이스다. 이 지원센터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지봉로 금호팔레스 빌딩 12층에 개설됐다.이 센터의 11층~12층에 공용재단실, 패션기술연구소, 패션오더뱅크, 경영교육실 등을 설치했다. 덕분에 숭인동 창신동 지역 봉제업체들은 공동설비를 활용,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창의적인 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지원을 통해 문래동 철공소길이나 이태원 경리단길이 더욱 많은 국내외 젊은이들이 찾는 명소로 빛나길 기대한다.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2016-03-01 09:26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