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이야기] 돈 잘 갚는 사람, 돈 잘 떼먹는 사람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6-14 09:53 수정일 2016-06-14 09:53 발행일 2016-06-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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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돈을 잘 갚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돈 잘 떼먹는 사람’이다. 근데 이 체질은 살아가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난주 서울 서초동에서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투자자 한분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 어떤 기업이냐’고 물었더니, 먼저 사람 나누는 방법을 꺼낸다.

“최선의 투자방법은 그러니까 돈 잘 갚는 사람을 먼저 찾아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이 창고에 쌓여있어도 빚을 갚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굶어죽더라도 돈부터 먼저 갚는 사람이 있다. 이것만 알면 투자대상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20년 이상 투자사업을 해온 그분에게 그렇다면 “돈을 잘 갚는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돈 잘 갚는 사람을 가려내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얘기는 상당히 주관적이었지만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내용인 만큼 귀 기울여 볼만했다. 그가 예시한 돈 잘 갚는 사람의 행동양식은 이러했다.

1.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사업하는 사람이 늦게 일어난다면 이미 빚이 많다)

2.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시간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빚 갚을 날짜도 잊어버린다)

3. 밥 한 끼 얻어먹고도 고마워할 줄 안다.(잊지 않고 자기도 밥을 산다)

4. 돈 많은 사람에게 굽실대지 않는다.(굽실대는 사람은 돈 받자마자 도망간다)

5. 잔돈과 영수증을 잘 챙긴다.(잔돈 잘 챙기는 사람이 큰돈 번다)

6. 구분할 줄 안다.(미래전망에 대해 안 좋은 건 안 좋다고 얘기하고, 좋은 건 좋다고 얘기한다)

그의 지론이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다시 생각해볼수록 기억해둬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 얘기를 듣고서 ‘돈 잘 갚지 않는 사람’의 행태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가 제시하는 ‘돈 잘 갚지 않는 사람의 행동양식은 이러하다.

1. 대출서류가 너무 완벽하다.(대출서류나 투자요청서가 너무 논리적으로 완벽하면 최악이다. 현실은 언제나 논리적이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2. 돈 빌리러 올 때 동행인과 함께 온다.(동업자라고 소개하지만, 빚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3. 의도적인 표정을 짓는다.(일부러 표정을 짓는다고 얼굴의 가치가 올라가진 않는다. 그 사람의 가치는 얼굴에 쓰여 있다)

4. 승용차 속이 지저분하다.(사업자가 정리정돈을 잘하지 않으면, 빚 정리도 잘하지 않는다. 예술인은 제외)

5.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그렇게 전화질 하더니, 돈 빌려 가면 함흥차사)

6. 외상을 좋아한다.(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의 지론을 듣다보면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정책자금지원기관에서도 이처럼 ‘돈 갚지 않을 사람’을 구별해내는 방법을 더 확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출기관 및 투자기관들은 기업인의 체질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과거의 재무제표를 보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

‘신용’을 영어론 크레딧(credit)이라고 한다. 크레딧이란 ‘돈을 잘 갚는 척도’를 뜻한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크레딧이 높은 사람의 체질을 잘 분석한다. 때문에 담보나 인적보증을 세우기보단 CEO의 체질과 능력을 보고 신용으로 돈을 빌려준다. 담보를 세우지 않더라도 좀체 돈을 떼먹히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도 ‘밥 한 끼 얻어먹고도 꼭 갚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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