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재미있는 일본기업의 인공지능(AI)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3-29 13:53 수정일 2016-03-29 13:54 발행일 2016-03-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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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사는 다나카준(38)은 수학자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수학박사학위를 받고 측도를 연구하다가 5년 전 도쿄 나카노에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샤논랩.

종업원 12명의 소기업인 이 업체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앱을 만든다. 이 회사는 이미 ‘말하는 트윗’을 개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앱으로 발표했다.

근데 요즘 이 회사가 개발 중인 2개의 프로젝트가 참 재밌다.

첫 번째가 ‘인공지능부장’이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부장은 다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을 쓰면 AI가 부장직을 맡는다. 부하직원들은 그에게 결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이 회사가 개발하는 인공지능부장은 모든 경영부문의 관리하진 않는다. 통계분석, 광고배분, 고객센터운영 등 특정분야에서만 부장역할을 한다.

둘째로 이 회사가 만드는 AI는 ‘버추얼 연인’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연인을 말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가진 ‘연인’은 끊임없이 상대에 대해 공부한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학습이라면 지긋지긋해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 판별을 해주고, 훈련데이터만 입력해놓으면 교사가 없어도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생이 된다는 것이다. 이걸 인공지능용어로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고 한다.

때문에 앞으로 자칫하면 버추얼 연인과 현실의 연인이 삼각관계가 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AI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지만, 이제 AI가 ‘사랑’을 빼앗기 위해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활용법을 보면 AI의 피해에 대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소프트뱅크는 오는 4월부터 AI를 활용, 휴대폰 재고를 20%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AI가 판매량 매장규모 제품선호도 등을 분석, 하루판매량을 예측하고 주문량을 제안하면 매장 관리자가 주문량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또 히타치제작소는 제조업체용 ‘범용 AI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계 및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던 기업들은 일본에서 ‘범용 머시닝센터’를 도입해 활용했다. 이제 범용머시닝센터가 범용인공지능시스템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AI의 활용을 넓혀나감에 따라 올해 일본의 AI 관련 시장 규모는 3조745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AI시장규모 3조원에 비해 약 10배 정도 된다.

그런데 실제 중소기업분야에서 AI를 도입할 수 있는 사업분야는 다음 3가지라고 한다.

첫째가 고객센터 지원시스템. 이는 제품을 주문하는 고객의 질문이 뭔지 알아차리고, 응답이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둘째는 고객의 주문을 서류로 접수, 판매부서에 알리는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는 수출 수입 배달 특허 등에 따른 법적 규정 시스템을 지원받을 수 있다. AI는 국제특허 FTA 수입규제 등에 대한 각종 규정 및 소송사례 판례 등을 찾고 분석해 대처하는 일에 탁월하다는 얘기.

AI전문가인 이시야마 리크루트홀딩스 실장은 “앞으로 AI는 백인백색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거대기업이 영업이익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빅데이터가 아닌 민주화된 AI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의 수학자 다나카준이 만들고 있는 ‘버추얼 연인’이 바로 그런 AI가 아닐까?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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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