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도쿄 '아키하바라'가 변신하고 있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7-05 10:45 수정일 2016-07-05 16:11 발행일 2016-07-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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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아키하바라’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직 이곳에 가서 최첨단 전자기기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이곳에 가야 세계전자제품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스마트폰이 떠오르면서 아키하바라의 전문 전자제품들의 수요가 확 줄었다. 그 이유는 동영상 촬영, 정보저장, GPS 등 전문기기로만 작동되던 기능이 스마트폰에 의해 잠식되어버려서다.

때문에 한국 중국 동남아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광명소였던 아키하바라가 도쿄 문화의 중심지인 시부야, 오모테산도, 신주쿠 등에 비해 고객유치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근데, 최근 들어 하키하바라가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세계 최첨단 테크놀로지 제품에 ‘컬처’를 융합해나가고 있다. 그러자 중국 및 인도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옛날의 아키하바라는 전자음악을 시끄럽게 틀어놓고, 새로 나온 제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곳. 그런데 지금은 조용히 문화를 즐기며 쇼핑도 할 수 있는 거리로 서서히 변모해나가는 중.

아키하바라역에서 오카치마치역쪽으로 조금 따라가면 철길아래 ‘2K540’라는 쇼핑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일본의 전통제조업인 ‘모노즈쿠리’를 현대 디자인으로 해석해 만든 제품들을 깔끔하게 전시해 놨다.

이 제품들은 모두 세련된 제품인데다 공간이 미술관 같아서 주말에 이곳을 가면 데이트를 즐기는 쇼핑객들이 참 많다. 그동안 쇼핑만을 위해 오던 ‘아키하바라’가 드디어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는 셈.

또 아키하바라역에서 만세이바시쪽으로 나가면, 100 여 년 전 세운 만세이바시역을 쇼핑장소로 활용한 ‘mAAch-ecute(마치에큐트)’라는 공간이 나온다. 좁은 강변에 붉은색 벽돌건물인 이곳도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여기에선 독특한 디자인 제품을 구경할 수 있고, 가지런한 양식 음식을 찾아먹을 수 있다. 물론 이에 앞서 아키하바라는 ‘애니메이션’시장도 주도해왔다.

지금까지 첨단기술만 추구하던 하키하바라가 이제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는 장소고 변했다. 다시 말해 이곳이 첨단 테크와 아름다움이 융합하는 ‘크레비즈’의 공간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의 화장품업계가 공동으로 ‘아키하바라’ 공략에 나섰다. 22개 중소기업이 여기에 공동면세점을 개설한 것.

이 사업을 주도한 기업은 카이스인포. 이 회사는 아키하바라에 있는 C-KS 빌딩 3층에 현지법인 카이스인포K뷰티크(대표 안병철)을 설립하고, 이 빌딩 1층에 한국산 화장품과 일본산 화장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을 열었다. 이 면세점 개설은 아시아협력기구(ACO)가 지원했다.

한국중소기업들은 전자제품만으로 가득 찼던 이곳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 공동매장을 개장하고, 중국 인도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바르는 보톡스’, 아토피용 비누 등 기능성화장품과 스킨 로션 미스트 등 고급화장품을 판매한다.

사실, 2~3년 전까지 아키하바라를 찾아오는 고객은 대부분 젊은 남자고객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이 아키하바라를 찾기 시작한데 이어, 2K540, mAAch-ecute 등을 찾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곳은 새로운 문화적 상권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카이스인포의 한국공동면세점도 빛을 더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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