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예측을 잘하면 갑부가 된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5-17 14:58 수정일 2016-05-17 14:58 발행일 2016-05-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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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델피(Delphi)라는 마을이 하나 나타난다. 파르나소스산 아래 웅장한 계곡의 기슭에 있는 이곳은 지금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고대 그리스 때는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도시국가였다.

당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이곳에선 ‘오라클’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오라클이란 흔히 신탁이라고 해석하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미래를 예언해주는 것’이란 뜻이다.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 델피의 아폴로신전에선 여사제인 ‘피티아’가 이곳을 찾아오는 고객들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이번에 생산한 칼을 리디아에 가서 팔까요?,아니면 페르시아에 가서 팔까요?”

이렇게 질문하면 피티아는 “이번에 페르시아에 가서 팔면 큰돈을 벌 거다”라고 응답해주었던 것이다. 지금은 이 대답이 미신에 불과하다고 믿지만, 수십 년간 델피에서 피티아의 예언을 전달해주는 사제로 근무해온 플루타르코스는 피티아의 예언을 절대 미신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고대 서양사 인물들을 명쾌하게 분석했으며, 객관적인 논술로 현대의 역사학자 및 교육학자들조차 신뢰하는 플루타르코스가 델피의 예측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그의 영웅전에 나오는 대부분의 그리스영웅들은 ‘오라클’을 따른 덕분에 지금도 역사 속에 살아남아있다.

오라클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소크라테스의 경우다. 소크라테스는 델피에서 신탁을 받고 서양철학의 ‘보스’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와 오후 한나절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나의 기술 재산을 전부를 받치겠다”라고. 스티브 잡스가 왜 그런 말을 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소크라테스가 오라클을 이해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도 오라클은 생생히 존재한다. 오라클의 장소가 델피에서 맨해튼 또는 상하이로 옮겨왔지만, ‘오라클의 역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세계 100대 갑부 가운데 절반은 ‘오라클’ 덕분에 갑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예측(prediction)’을 잘해서 갑부가 되었다.

더 쉽게 얘기하자면, 내일 어떤 회사의 주식이 얼마나 올라갈지 안다면 갑부가 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근데, 지금 갑부 중 절반은 이걸 어느 정도 간파한 덕분에 갑부가 되었다. 세계 100대 갑부 가운데 ‘오라클’의 위력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을 한번 꼽아보자.

영국의 마이클 플랫은 전형적인 ‘오라클 맨’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존 도어도 마찬가지. 켄 피셔, 빌 애크먼, 존 아놀드 등도 오라클을 활용, 세계 100대 갑부가 되었다.

이 갑부들처럼 미래 예측을 잘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는 현상을 ‘오라클효과(Oracle Effect)’라고 한다.

이 ‘오라클 이펙트’를 수학적으로 분석, 세계 100대 갑부에 오른 사람이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수학과 교수를 하던 제임스 사이먼스다. 그는 3일 뒤, 3개월 뒤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3시간 뒤의 미래는 수학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방법을 주식투자에 적용했다. 상승세인 주식을 초단위로 사서 초단위로 팔았다. 그는 겨우 기십 명의 수학자를 직원으로 채용, 한국의 최대기업그룹이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몇 년 동안 벌었다. 델피의 ‘오라클 신화’는 오늘도 우리 곁에서 생생하게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r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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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