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80만명의 폐업자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3-08 10:31 수정일 2016-03-08 10:37 발행일 2016-03-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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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한 해 동안 100만 명이 자영업창업을 하고, 약 80만 명이 폐업을 한다. 이들 폐업자 80만 명중 약 30만 명이 가게가 망하는 바람에 무직자로 전락한다. 다시 말해 1년에 약 30만 명의 자영업 ‘사장님’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이렇게 많은 사장들이 별안간 실직자가 되는 이유는 음식점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과잉현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때 중소기업정책위원회에서 분석해보니 한국에선 수요인구 8명당 음식점이 1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식당가운데 하루에 손님이 8명이 왔다면 평균수준인 셈이다. 그런데 하루에 손님 8명을 받고서 장사가 될까?

현실적으로 한식집 횟집 치킨집 맥주집 양식집 술집 라면집 등 음식점은 적어도 30명 이상의 손님을 받아야 현상유지가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는 자영업자의 창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해왔다. 그리고 ‘나들가게’ 등 다양한 지원 등을 통해 자영업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문에 재정투자를 했다. 물론 이런 정책은 상당히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한 사업자들을 다시 경제인구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그동안 제대로 전개하지 못했다.

이번에 고용노동부와 중기청이 손잡고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 정영훈 과장은 이 정책의 핵심은 “폐업했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임금근로자로 재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NICE데이터, 생산성본부, 신인적자원개발원 등을 통해 무료 재기프로그램을 마련했다. NICE데이터의 경우 자영업 사장들이 자존심을 꺾지 않고서도 재취업의 길을 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이 교육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교육은 발표하자마자 마감이 되어버렸다.

NICE데이터는 서울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3층 한경아카데미강의실에서 올해 1000명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재기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미 올해 수강생이 꽉 찼다. 지금까지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가운데 이렇게 인기가 높은 것은 드물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자영업자들 가운데 폐업하고 다른 직장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교육실시업체에 따르면 이미 폐업을 한 자영업자보다 사업이 잘되지 않아 직업을 전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창업자들은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경험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무조건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창업을 하고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참 많은 창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한 뒤에야 “창업교육을 좀 받고 시작했더라면...”이라며 후회한다.

두 번째로는 이번에 실시하는 ‘희망리턴패키지’라는 이름의 재기교육이 실무교육에 앞서, 정신교육을 먼저 실시하는 점이 장점이다.

사업을 한번 해본 사장들은 “내가 명색이 사장이었는데 사원으로 취업할 수 있나”라며 허송세월을 한다. 하지만 이번 교육은 전직 사장으로서의 자존심을 꺾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는 ‘자존심을 당당함으로 재무장하라’이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하는 동안 월급쟁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땀과 경험을 축적했다. 이 경험을 직장에서 다시 활용한다면 최고의 직위를 빨리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돈 못 버는 ‘사장’보다는 돈 잘 버는 ‘차장’이 낫다는 게 결론이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cetu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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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