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돈 되는 이야기] ‘아바타 로봇’ 시대가 온다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기자
입력일 2016-03-22 07:55 수정일 2016-03-22 14:52 발행일 2016-03-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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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살던 가네이시 다이스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가 도쿄에서 결혼식을 한단다. 그는 친구의 결혼식에 꼭 참석하고 싶지만 학기 중이라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분신로봇’을 결혼식장에 참석하게 했다. 그 결혼식장에 참석한 분신로봇은 친구들을 쳐다보면서 대화도 하고 축하 박수도 쳤다. 미래의 인공지능 로봇시대 얘기가 아니다. 최근 도쿄에서 진짜 있었던 일이다.

이날 가네이시 다이스케를 대신해 참석한 로봇의 이름은 ‘오리히메’다. 오리히메는 키 20㎝에 폭 15㎝의 반신형 로봇. 이 로봇은 스스로 걸어 다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현장에 옮겨놓으면 그곳에서 분신역할을 한다. 때문에 일반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필요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가기 힘든 장애인학생의 경우 이 로봇을 교실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장애인학생은 집에서 조그마한 화면리모컨하나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도 할 수 있고, 쉬는 시간엔 친구들과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도 할 수 있다.

이 로봇을 만든 기업은 일본의 벤처기업인 오리연구소(orihime.orylab.com)이다. 지난 2013년 9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오리히메 덕분에 올 들어 급부상하는 기업이 됐다. 이 회사가 이 로봇을 개발하자 병원 등에서 갑자기 주문이 밀려와 제품생산에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 상황이라고 한다.

도쿄 중앙본선 미타카역에서 이노카시라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 회사는 오는 7월부터 이 로봇 양산체제를 갖추고 일반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지금까진 ‘아바타’가 사이버공간에서 분신역할을 했지만, 이제 현실공간에서도 로봇이 아바타 역할을 하는 시대가 왔다. 아바타로봇인 오리히메는 마이크 스피커 카메라가 내장 되어있을 뿐이다. 이 로봇은 인공지능도 없고, 보행기능도 없다. 그럼에도 이 로봇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바꾸어놓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로봇은 무척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이 로봇을 개발한 요시후지씨는 “고향에 사는 부모님을 언제든 지켜볼 수 있는 등 각자의 필요성과 요청에 따라 거기에 맞는 제품을 공급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인해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인다.

이 제품은 기술적으로 첨단 제품은 아니지만 로봇의 대중화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인구의 고령화로 집에서 움직이기 힘든 노인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런 아바타 로봇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로봇시장은 앞으로 수십 조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문기관들이 분석한다. 이 오리히메란 로봇은 그 제품이름도 참 재미있다. 일본어로 오리히메란 직희(織姬)를 말한다. 직희란 한국말로 직녀(織女)다. 직녀는 옥황상제의 손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목동인 견우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알아낸 옥황상제는 엄청나게 화를 내며 견우와 직녀를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떼어놓는다.

견우와 직녀는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1년 중 7월 7일 칠석에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선 칠석(다나바타)이 양력 7월 7일이고, 한국과 중국에선 음력 7월 7일이다. 때문에 한국에 사는 견우와 일본에 사는 직녀는 만나고 싶어도 날짜가 엇갈려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이젠 걱정할 게 없다. ‘오리히메’란 로봇이 견우의 분신으로 직녀를 일 년 내내 만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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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구 브릿지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