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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비바100] '아수라'에 빠진 '내부자들', '모가디슈'로 간 까닭은?

영화 '아수라'올해 추석 연휴에는 때 아닌 ‘현실 소환 영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영화 ‘아수라’의 포스터를 올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을 거론했다. 이 지사가 2015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된 공영 개발 사업이었던 대장동을 둘러싼 이번 사건은 신생 업체인 화천대유와 소수 민간 투자자들이 수천억원의 개발 이익금을 배당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 역시 “빠져나가려고 느닷없이 택지 공공개발을 운운하다니 가소롭다. 꼭 영화 ‘아수라’를 보는 기분”이라고 저격했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5년 전 개봉한 영화로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조직폭력배와 결탁한 악덕시장의 만행을 그린다. 극중 각종 비리와 위법을 저지르던 박성배 안남시장(황정민)의 최후는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영화 '내부자들'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내부자들’의 부패 정치인 장필우(이경영)와 겹친다는 주장이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을 향해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선 후보 장필우처럼 ‘X라 고독하구만’ 대사를 반복하며 소주 드실 날이 멀지않았다”라고 말했다.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에서 장필우는 재계, 언론과 결탁해 대권을 넘보는 인물이다. 윤 전 총장이 지난 13일 대학생 간담회에서 한 “지금 기업은 기술력으로 먹고 산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란 발언을 저격하며 “세상 물정 모르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도대체 어떻게 국민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고 비난했다. 윤 전 총장이 장필우처럼 대권 도전에 실패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두 영화가 정치와 권력의 부패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한다.개봉 6주차에도 아프간 이슈와 맞물린 영화 ‘모가디슈’는 흥행 역주행에 성공하며 누적관객수 350만 고지를 밟았다. 올해 최초 350만 돌파 기록으로 좌석판매율까지 1위에 오르며 추석 극장가에 가장 크게 웃었다. 영화는 1990년 12월 소말리아 반군이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다룬다.미군의 아프간 임무 종료 선언 한달여 뒤인 8월 15일(현지시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진입하며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카불 공항의 대규모 탈출 행렬이 30년 전 모가디슈와 다르지 않다는 입소문으로 장기흥행에 돌입했다. 특히 국제적인 관심이 쏟아지며 영화 촬영지인 모로코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와 이집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해외 판매가 75개국으로 확대됐다. 아시아에선 지난 2일 싱가포르에 이어 이달 홍콩과 마카오에서 개봉하고,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1-09-23 18:00 이희승 기자

[문화공작소]역사의 아이러니, 신구·동서의 충돌과 조화…덕수궁 뜰에 펼쳐진 9인 9색 ‘상상의 정원’

덕수궁 뜰 전체가 저마다 상상의 산물이 되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지니서의 ‘일보일경’(사진=허미선 기자)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들판이고 길가에 마구 자라 꽃을 피워대는 ‘망초’의 유래, 궁궐도 아닌 덕수궁에 머물던 고종이 염원하고 상상하던 정원, 인간이 아닌 향나무와 쥐똥나무의 대화, 개화기를 맞아서야 비로소 대문 밖을 나서 외유에 나설 수 있었던 여성들의 봄날, 이질적인 동물과 식물의 공존, 공들여 비단을 마름질하고 염색하고 인두질해 완성한 정교하디 정교한 도화, 독자적인 근대화와 외세에 의한 근대화가 씨실과 날실이 돼 엮인 가든카펫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지털 매체로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AR 정원, 동서양이 부닥치지만 반목하기보다는 어우러지는 풍경….덕수궁 뜰 전체가 저마다 상상의 산물이 되는 ‘상상의 정원’(11월 28일까지) 야외전시가 한창이다. ‘정원’을 매개로 덕수궁 역사를 돌아보는 ‘상상의 정원’은 국립현대미술관이 2012년, 2017년, 2019년에 이어 네 번째로 진행하는 ‘덕수궁 프로젝트’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김아연 작가의 ‘가든카펫’(사진=허미선 기자)집안의 뜰이나 꽃밭, 더 나아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을 아우르는 개념인 ‘정원’은 인간과 자연, 문화, 철학, 시대 등이 스며든 공간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족의 사저였고 임진왜란 때는 행궁이었다가 대한제국이 출범하면서야 황궁이 된 덕수궁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대한제국이 막을 내리고 망국의 길로 접어들면서 덕수궁은 일제에 의해 공원화됐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원래 지형을 존중하는 전통 풍수지리, 궁궐배치 방식이 아닌 기하학적인 서양 방식, 인위적 조형 등으로 조성된 정원을 가지게 됐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윤석남의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역사, 민족의 아픔과 설움, 시대상 등을 담은 덕수궁에는 현대미술가 권혜원·김명범·윤석남·이예승·지니서(이하 가나다 순), 조경가 김아연·성종상, 애니메이터 이용배, 무형문화재 황수로 장인, 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 신혜우에 의해 상상된 정원이 펼쳐진다. 궁궐의 신성함이 무너지고 추진된 공원화, 이름 없는 여인들의 자유로운 출입, 민초들의 궁궐 나들이 등은 식민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역사의 아이러니는 1938년 완성된 석조전 잔디밭 두 그루의 노거수와 어우러진 윤석남의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 설치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권혜원의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사진=허미선 기자)권혜원은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나 행위, 향나무와 쥐똥나무의 대화, 인간 지식 밖에 있는 식물의 세계,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바라본 정원 등을 통해 현대에 스며들고 연결된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화재로 재건된 중화전에 자리잡은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은 정원을 가꾼 사람들을 상상해 소환한 작품이다. 식물의 시각으로 바라본 정원, 강원도 금강소나무로 만든 기둥, 나무들 간 대화 등을 통해 사람만이 아닌 존재로 바라본 정원을 반추할 기회를 제공한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이용배·성종상의 ‘몽유원림’(사진=허미선 기자)고종의 와유(臥遊) 장소로 추정되는 함녕전 뒤쪽의 정관헌에서 펼쳐지는 ‘몽유원림’(夢遊園林)은 ‘파업전야’의 제작자이자 애니메이터인 이용배 계원예고 교수와 조경학자 성종상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나비가 나는 산수풍경, 연못에 흐드러지게 핀 꽃 등 강제 퇴위 후 덕수궁 함녕전에 머물던 고종이 역사적 풍랑을 지켜보며 염원했지만 외세에 의해 좌절된 근대 황제국과 유폐되다시피 한 고립상태에서 간절히 꿈꿨을 정원풍경을 담는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신혜우 작가의 ‘면면상처’(사진=허미선 기자)꽤 흥미로운 정원에 대한 탐구는 식물학자이자 보태니컬 아티스트 신혜우가 행각에 꾸린 ‘면면상처(面面相覷): 식물학자의 시선’이다. 본격적인 식물학 연구가 추진된 일제강점기, 동경대 교수 나카이 다케노시는 1913년부터 30년 동안 총독부 촉탁 식물학자로 4000여종의 조선식물을 분류했다. 신 작가는 “지난해 4월부터 덕수궁 조경, 사람이 원치 않았지만 들어온 해외 유입식물들을 포함한 풀들 160여종 정도를 조사·연구했다”며 “대한제국시기에 자주적으로 연구하는 식물학자가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상상해 꾸린 방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당시 황실에서 영국 메이플사 가구를 썼다는 걸 알아내고 1920년대 영국 가구로 꾸렸다”며 “식물분류학의 채집 과정, 표본 만드는 과정, 식물학적 도예 만들기 등 연구방법도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이예승 작가의 ‘그림자 정원: 흐리게 중첩된 경물’(사진=허미선 기자)4월부터 채집한 것들 중 중요하거나 아름다운 식물들의 표본, 독도와 덕수궁 모두에 있는 식물 그림 등을 비롯해 신 작가는 우산이끼에 주목했다. 그는 우산이끼에 대해 “이 신작 전시를 위해 식물 생장 과정을 1년 이상 살펴보고 그린 덕수궁 식물 중 우리 민족과 닮은 식물”이라며 “크고 작은 우산, 찢어진 우산, 안찢어졌지만 아주 작은 우산 등 힘없고 원시적인 형태의 식물이지만 절대 보잘 것 없지 않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미디어아티스트 이예승의 ‘그림자 정원: 흐리게 중첩된 경물’ ‘구곡소요’(九曲逍遙)는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에 AR기술과 QR코드 등 디지털 기술을 탑재한 작품이다. 정원에서의 소요유(자유롭게 노님)가 불확실성, 유동성, 소통, 감각의 확장, 변화 등의 특징을 가진 지금의 디지털 매체에서 노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김명범 작가의 ‘원’(사진=허미선 기자)일제강점기부터 모란화단이 있던 즉조당과 준명당 앞에는 김명범 작가가 스테인리스스틸로 주조한 사슴과 창경궁에서 가져온, 선계를 은유하는 괴석으로 꾸린 ‘원’,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디자인 감독인 김아연이 고종일가 사진에 등장한 카펫을 고증해 재현한 ‘가든카펫’, 무형문화재 황수로 장인이 되살려낸 채화작품 ‘홍도화’도 만날 수 있다. ‘홍도화’는 생화를 꺾어 장식하는 것을 금한 생명 존중, 왕의 위엄과 길상, 장수와 영원불멸 등의 염원이 깃든 채화작품이다. 비단, 명주, 모시, 밀납, 송화가루, 아교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공들여 마르고 붙이고 염색하고 인두로 눌러 꽃잎 하나, 꽃한송이, 가지와 이파리 등으로 완성한 붉은 도화가 탐스럽게 관람객들을 맞는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중 황수로 장인의 ‘홍도화’(사진=허미선 기자)설치작가 지니서는 석조전 앞 대정원 조성을 위해 중화전 행각이 훼철된 역사성에 주목한 ‘일보일경’(一步一景/驚)을 선보인다. 석조전의 웅장한 기둥과 대정원 조성으로 사라진 중화전 행각의 열주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지니서는 동서, 전통과 근대가 다름으로 인해 대립하고 충돌하기 보다는 마주하는 풍경을 형상화했다. 바람이 불면 들리는 풍경소리, 빛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띠는 격자 형태의 그림자 등이 시간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야기로 변주된다. 이번 전시 중 윤석남의 ‘눈물이 비처럼, 빛처럼: 1930년대 어느 봄날’, 김명범의 ‘원’, 김아연 ‘가든카펫’에서는 QR코드 태그로 잠비나이 멤버 심은용·김보미의 신곡을 감상할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21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졸수’ 구순에도 식지 않는 ‘비움’ 행보, 박서보 “자연이, 인간들의 모습들이 내 스승”

10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박서보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자연이, 인간들의 모습들이 내 스승이에요. 원초적 자연 뿐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2의 자연, 예를 들어 쇼윈도 풍경 등은 계속 변해요. 그게 시대감각이죠. 예술가는 그걸 느끼고 자기화할 줄 알아야 해요.”형광 연두빛 마스크, 연보라 셔츠, 파스텔 블루톤 커프스, 흰색 정장과 운동화 차림으로 전시장에 들어선 박서보 작가의 모습은 그가 일생을 바쳐온 ‘색채’ 연구 그대로를 보는 듯했다.1970년대 초기 연필 묘법을 시작으로 1980년대 중기 묘법, 2000년대 색채 묘법까지 시대와 사회를 담아낸 그의 개인전 ‘PARK SEO-BO’(10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가 한창이다. 2010년 이후 국내 두 번째 개인전에는 ‘색채 묘법’이라 불리는 2000년대 이후의 후기 작품 16점이 전시됐다.박서보 작가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예전엔 책을 많이 봤는데 이제는 일체 보질 않아요. 봐야 나와는 관계없거든요. 내 그림 속 계단식으로 된 건 한강 주변, 밤섬 옆 아파트 8층에 살 때 내려다 본 한강다리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때까지 저는 한강 다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너무 빨리 기능적으로 만들어진, 세상 못생긴 싸구려 다리라고 여겼죠. 그런데 밤에 그렇게 아름답더라고요. 조명에 매혹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봤죠. 보는 각도에 따라 기둥이 두개가, 네개가, 하나가 되기도 하는데…조명과의 관계에 따라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렇게 내 그림에 기둥이, 계단이, 문이 생겼죠.”제목 자체가 ‘묘법’(描法, Ecriture)인 작품들을 이루는 구도와 색채들은 볕 좋은 가을날의 제주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선을 가로지르는 섬, 계절마다 바뀌는 쇼윈도 풍경, 단풍이 절정인 일본 후쿠시마현의 집어 삼킬 듯한 빨강, 점층적으로 꺼지고 밝혀지는 한강다리 조명에서 영감을 받은 형광 연초록 등 자연과 일상, 인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박서보 작가(사진=허미선 기자)“혼자서 별의 별 생각을 다해요. 밤중에 500호짜리를 제작해놓고 ‘멋있구나’ 혼자 감동해요. 어떤 때는 꼭 지옥문 같기도 하죠. 언젠가 내가 저 문을 열고 들어가겠지 싶고. 꽃도 그래요. 내 기억 뿐 아니라 카메라로 촬영해두고 연구하죠. 색 감성은 물론 시대 감성까지 보는 사람에게 잘 전달되록요.” ◇단색화, 채움 아닌 ‘비움’의 미학“단색화는 단색이라서 단색화가 아니에요. 단색화는 행위의 무목적성, 행위의 무한반복성, 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성의 정신화가 있어야 해요. 그것이 없으면 무늬만 단색화죠. 행위의 무한반복성은 스님이 하루 종일 반복해 염불을 외듯 자신을 비워내는 일이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 정신의 세계에 도달해야 하죠.”단색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박서보 작가는 “5살 때부터 아버지가 절에 데리고 다녔다. 내가 부처를 모신 것도 아닌데 그 교리에 나날이 침전돼 갔다”고 털어놓았다. 더불어 그는 “도공의 물레질과도 같다”고 설명했다.“도공이 흙과 물레를 통해 반복적 행위로 만들어낸 달항아리에는 엄청난 우주가 있어요. 모든 걸 안아주죠. 외국인들이 달항아리에 미치는 이유예요. 물레가 있고 그 위에 흙이 있고 그것들이 사람 손에 의한 반복 행위를 통해 세계가 하나 되는 합일을 이루죠.”그는 “젊어서는 부족함이 많았다. 반대로 남보다 뛰어남도 너무 많았다”며 “이 두 개가 내부에서 충돌을 했다. 그 충돌하는 모양들이 뛰쳐나와 저항운동을 하게 되기도 했다”고 반추했다.“문득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불교 교리에 맞는 일을 찾아다니고 책도 엄청 읽었어요. 결국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다 3살이던 둘째 아들이 저희 형 국어 노트에 ‘한국’이라고 쓰는 걸 봤어요.”박서보 작가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한칸에 한 글자가 다 들어가질 못하고 칸칸이 ‘ㅎ’ ‘ㅏ’ ‘ㄴ’ 이렇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데도 도무지 안돼 빗금을 긋는 걸 보면서 ‘포기’ ‘체념’의 깨달음을 얻은 그는 “아들이 하던 짓을 그림에 흉내내면서 반복하다보니 저만의 세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그 무럽부터 그림은 수신을 위한 수행의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단색화’가 이탈리아 현대미술백과사전에도 등재돼 있어요. 서양화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토해내는 데 중점을 둔다는 저는 비워내는 쪽이거든요. 자신들의 미술사에는 없는, 부족한 역사 보충의 의미로 ‘단색화’에 주목하고 있죠. 그것이 한국회와의 한 흐름입니다. 한국서 대학을 나오고 한국서 운동하고 이 사회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면서 투쟁하고 일궈낸 것이 단색화죠.”◇21세기 치유의 예술, 사람의 고뇌를 빨아 당기는 흡인지처럼박서보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저는 70년 동안 아날로그 시대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살아온 작가예요. 그런데 21세기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수없는 사람들이 시대로부터 추락해 버리죠. 그런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쌓여 지구가 병동화돼가고 있어요. 저는 그런 21세기를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요.”그렇게 “20세기, 70년간 성공적으로 살아온 걸 71년째에 다 까먹고 망칠 것 같은 불안감에 무척 떨고 있었던” 박서보 작가는 “결국 극복해보자 결심했다.” 그 결심을 가능하게 했던 것 역시 자연이었다.“2000년 일본에서 칠순을 축하하는 개인전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구한 게 ‘단풍이 절정일 때 해다오’였어요. 쓰나미로 원전이 붕괴된 후쿠시마현이었어요. 그곳의 단풍이 든 골짜기를 보곤 충격으로 소리를 질렀어요. 골짜기가 새빨갛게 돼서 나를 태워 죽이려 쳐들어오는 느낌이었죠. 그 감정을 그려야 겠다 했어요.”박서보 작가(사진=허미선 기자)그렇게 박서보 작가는 반다이산 화산폭발로 생긴 오제누마 호수 언저리의 단풍들에서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자신만의 색채들을 탄생시켜 갔다.“단풍이 태양과 직렬된 전면에서는 형광 빨강을 발라놓은 것 같아요. 바람이 불면 한쪽은 형광 빨강인데 또 한쪽은 거무튀튀하죠. 바람, 태양과의 관계에 의한 자연의 조화로 내 빨강색이 탄생했어요. 감정의 잔파동을 표현할 줄 알아야 예술가죠. 아크릴 등 수성은 제가 갠대로, 바른대로 보이질 않아요. 말라봐야 그 진짜 색을 알 수 있죠.”그의 전언처럼 “중간색, 오묘한 색 등을 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연신 개서 종이에 발라 보고서야 겨우 몇장을 건지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 ‘단풍색’을 비롯한 그의 색채는 ‘홍시색’ ‘황금올리브색’ ‘벚꽃색’ ‘유채꽃색’ ‘와인색’ ‘공기색’ 등 자연의 이름을 하고 있다.“20세기는 자신들이 느낀 것들을 다 토해내요. 사람들은 캔버스에 ‘표현’이라는 이름으로 다 토해낸 그림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면서도 좋아하죠.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 상처, 폭력 등으로 헉헉대는 사람들을 위로는 못할망정 데미지를 가중시키는 예술이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병동화돼 가는 지구, 모든 사람들이 환자인 21세기의 미술은 치유의 예술이 돼야 해요.”“불안한 사람들을 평안하고 행복해지도록 해야 하는” 그런 미술을 박서보 작가는 스스로 즐겨 쓰는 잉크를 찍어 쓰는 펜, 그 펜의 흥건함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흡인지’에 비유했다.“그림은 보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는 게 아니라 흡인지처럼 보는 사람의 고뇌를 빨아당겨줘야 해요. 그래야 편안해지고 행복해지죠. 그게 미래 예술이에요. 자연의 색채를 내가면서, 그 색채가 많은 사람을 치유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색채치유론’을 생각하면서 색을 쓰죠.”◇‘졸수’ 구순에도 꺼지지 않는!박서보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얼마 전 낙상사고로 꿰매고 며칠 전에야 실밥을 풀었어요. 이제는 서 있거나 걷는 자체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일을 한답시고 200호짜리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2019년부터 시작해 아직 끝을 못내고 있죠. 수없이 반복해서 그리고 또 그리고 그 위에 또 그리고…연말쯤 완성될 거라고 생각해요.”그렇게 올 연말쯤 완성해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발표할 200호 작품을 비롯해 ‘졸수’(卒壽)라 불리는 구순에도 박서보 작가는 스승들을 담아내는 데 온힘을 다하고 있다. 이 200호 신작과 더불어 “과거의 연필 묘법, 두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귀띔한 박서보 작가는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들고 눕는 행위도 안된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지금도 꼬박 다섯 시간 정도를 서서 이젤 작업을 해요. 키가 모자라면 의자를 놓고 지팡이를 짚고 올라가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세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밀도감을 그려내는 거죠. 내 인생을 걸고. 앞으로 지구상에서 지낼 시간이 별로 많질 않아요. 그러니 죽어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20 18:00 허미선 기자

[SNS '픽'] '뚜렷한 4계절·라면 자판기'…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한국

벚꽃 만개 제주도 풍경, 단청 문양 가득한 한옥,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종이. 사진=레딧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만의 특색을 나타낸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최근 boredpanda에 따르면 해외 네티즌들은 ‘레딧’을 통해 한국만이 가진 특징을 나타내는 사진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각각 한국을 방문하고 일상을 경험,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한국만의 특징을 알렸다.p도로 위 자동 스프링쿨러, 공항에 돌아다니는 로봇.p계단 걷기를 장려하는 그림, 손잡이 자동 세척 에스컬레이터.p간이 코로나19 검사 부스, 사우론의 탑.p지상 신호등, 죽을 死와 같은 발음 때문에 4층이 ‘F’로 표기된 한국의 엘리베이터 버튼.p태양열 무선 충전 벤치, 길냥이 출몰 지역 표지판.커피 찌꺼기 공유, 자가격리 시 받은 물품들.해외 네티즌들은 태양열로 무선 충전 기능이 있는 벤치, 스마트폰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건널 수 있게 땅에 설치된 신호등, 아파트 페인트 칠을 위해 지상에 주차된 모든 차들에 비닐을 씌운 모습,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 등 한국의 특징 등을 관찰하고 신기해 했다.홍콩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부부 해머(Hammer)와 기욤(Guillaume)은 ‘boredpand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방문기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들은 “우리는 한국이 대부분 사람들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없어서 더 좋았다”며 “약 4년간 한국은 우리의 고향이었다”고 말했다.p뚜렷한 한국의 4계절, 지하철 내 작은 도서관.pKTX 안 힐링 방송.p티켓 뒤 설명된 공항 안내서.p아파트 벽면 페인트칠로 전체 차량을 비닐로 뒤엎은 지상 주차장.p도로 약 500미터 마다 존재하는 쉼터.자동 라면 자판기.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한 기욤의 영향으로 이들은 2018년 한국에 방문했다. 한국의 특색을 사진과 글로 정리한 이들은 “한국인들은 매우 환영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많은 훌륭한 사람들을 만났고 아주 좋은 친구를 사귀었고 한국에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이종윤 기자 yagubat@viva100.com

2021-09-20 08:58 이종윤 기자

[비바100] 스타벅스 건물주 하정우에게 3000만원이란?

하정우(연합)배우 하정우가 ‘고난의 40대’를 보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14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정우(43·본명 김성훈)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만8700원을 명령했다. 검찰의 구형량 1000만원 보다 3배 늘어난 벌금형이다. 지난달 단 1회로 끝난 공판에서 구형과 최후진술까지 이뤄지고 검찰이 약식기소와 같은 1000만원 벌금형을 구형하자 정식재판을 열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을 의식한 판결로 보인다. 재판부는 “수면 마취가 필요하지 않은 피부 미용 시술을 하면서 프로포폴을 19차례 투약하고 지인의 인적사항을 쓰는 방법으로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도록 하는 등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 공인의 지위에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하씨가 피부 미용 시술의 목적 없이 병원에 가서 투약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투약 횟수나 빈도 등에 비춰볼 때 하씨가 프로포폴 의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범죄 전력이 없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도 참작했다”고 판결 이유를 전했다. 하정우는 서울 강남의 병원에서 2019년 1월 경부터 그 해 9월까지 총 19회 피부미용 시술을 빙자하거나 시술과 무관하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정우는 원장이 제안한 ‘차명 진료’에 동의해 지인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등 인적사항을 넘긴 혐의(의료법 위반)와 마취가 필요하지 않은 시술에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14일 1심 선고가 끝난 뒤 심정을 묻는 기자들에게 “겸허하게 판결을 받아들이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책임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숙기간을 묻는 취재진에게는 묵묵부답으로 현장을 떠난 하정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의 남은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체류 중이다. 영화계에서는 하정우와 아버지 김용건의 잇단 스캔들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촬영을 마쳤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개봉이 뒤로 밀린 그의 출연작 ‘보스턴 1947’ ‘야행’ ‘피랍’ 등이 모두 수십억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과거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접근한 스미싱 범죄자를 잡기 위해 검찰과 공조를 했을 정도로 떳떳한 행보를 보였기에 이번 오점이 하정우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1-09-16 19: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뒤늦은 저작권 논란, 주호민 작가의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에서는 무슨 일이?

‘호민과 재환’ 중 주호민 작가의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설치 전경(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시리즈 쌍천만 관객동원 신화를 쓴 영화로, 히트 뮤지컬로 변주되며 사랑받은 웹툰 ‘신과함께’ 등의 작가 주호민이 이미지 무단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18일 개막해 8월 1일 이미 마무리된 ‘호민과 재환’ 전시회를 위해 새로 작업한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중에 사용된 캐릭터의 군복 위장 패턴이 문제가 됐다. 그 패턴 이미지에 무단사용,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워터마크가 삽입돼 있었던 것.  이에 12일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SNS에 “원래는 제 작품 ‘짬’에 들어간 구형 위장무늬 패턴을 사용할까 하다가 시대가 바뀐 만큼 픽셀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에 위장무늬 패턴을 검색해 다운로드해서 사용했다”며 “사용된 이미지에 워터마크가 박혀있는지 몰랐다. 전시 시작 직후 관객분께서 알려주셔서 뒤늦게 구입했다”고 경위를 알렸다.전시 마무리 후 폐기된 작품에 대해 주호민 작가는 “전시 시작 후 일주일 후쯤 발견했지만 작품의 규모와 설치 형태상 수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호민 작가는 전시 초반 워터마크가 삽입된 이미지 사용을 알고 조치했지만 전시를 진행한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전시가 끝나고 최근 저작권 이슈가 불거지면서야 알게 됐다.서울시립미술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전시회에 앞서 작가와 협약서를 작성하는데 작가가 모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 기본조항이다. 저작권준수서약서를 청구하고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주호민 작가의 만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재차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 상태였다.”이에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호민과 재환’ 담당 강소연 학예연구사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저작권 관련해서는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주재환 작가의 반딧불 영상, 진도 씻김굿, (서울예술단에서 기획·제작한) 뮤지컬 ‘신과함께’ 중 한 장면인 ‘저승열차’ 등도 공문을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저작권을 확인해 적법한 절차를 걸쳐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음에도 확인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파일 하나하나 더 꼼꼼하게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는 주호민과 그의 아버지이자 폐품을 소재로 사회를 풍자하는 주재환 작가가 함께 하는 2인전 ‘호민과 재환’에 전시된 7미터에 달하는 설치작품이다. 당시 전시장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의 뚫린 공간에 설치된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는 주재환 작가의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1986)를 재해석한 신작이다. ‘변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마르셀 뒤상의 1912년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2’ 중 ‘계단’을 사회 권력과 위계의 상징으로 패러디한 주재환 작가의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바탕으로 주호민 작가 작품 속 캐릭터들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예술경영지원센터, 선재아트센터 등 고문변호사인 이재경 건대 교수는 “웹툰 불법 유통 근절 공공 캠페인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한 이미지였던 주호민 작가이기 때문에 단순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사회적 파장이 뒤따를 것”이라며 “다만 워터마크가 너무 작아 육안으로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말의 아쉬움은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공공예술을 대표하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저작권 위반 작품이 버젓이 전시됐다는 점도 안타깝다”며 “이번 사고를 통해 미술관들의 점검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16 18: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박지윤이 재점화한 ‘노키즈존’ 논란

‘노키즈존’ 문제는 수 년 전부터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감자였다.  ‘노키즈존’ 존재 자체가 헌법에 위배돼 차별이라는 의견부터 ‘노키즈존’은 사업주와 사업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한 장치라는 반박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은 없다.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와 동반하지 않은 성인 그리고 사업주까지 모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인 박지윤이 한동안 잠잠하던 ‘노키즈존’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가 가족과 함께 한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게 발단이 됐다. 해당 식당은 제주 지역에서 인기있는 장소 중 하나로 유명인·연예인도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지만 주류 판매 등을 이유로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지윤의 SNS에 공개된 사진을 본 한 누리꾼이 해당 식당에 미성년자 출입 여부를 묻자 식당 측은 “박지윤씨 SNS를 보고 연락 주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박지윤씨가 결혼기념일이라 아이들과 꾸미고 왔는데 취소하기 어려워 아이들과 동반해 받았다. 저의 불찰로 인해 고객들께서 혼란을 느끼게 해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노키즈존 정책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 어린이와 동반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식당의 이같은 대응에 누리꾼들은 “유명인에게만 선택적 노키즈존 운영”이라며 분개했다. 노키즈존 정책으로 자녀와 입장이 거부된 경험이 있는 주부들의 분노가 컸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지윤이 지난해에도 같은 식당을 방문한 점, 해당 식당이 정문에 ‘노키즈존’이라고 고지한 점, 박지윤이 현재 제주에 거주 중인 사실을 들며 그에게도 질타의 화살을 보냈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약 식당의 배려로 특혜를 받았다면 박지윤의 게시물로 식당 역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박지윤은 2008년 퇴사 후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몇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한 미디어 커머스 사업도 겸하고 있다. 박지윤은 ‘노키즈존’ 논란에 일체 대응 하지 않고 묵묵히 상품을 판매 중이다. ‘노키즈존’ 논란은 2011년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10살 어린이가 화상을 입는 사건에서 불거졌다. 당시 법원은 종업원과 사업주에게 70%의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2012년 식당가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자 식음료 등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어린이를 배제하는 ‘노키즈존’ 움직임이 확산됐다. 지난 2019년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하자 “어린이들의 소음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영화관 내 노키즈존을 만들어달라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21-09-16 18:30 조은별 기자

박지윤·최동석, 노키즈존 식당 특혜 논란…"사람 가려받나"

박지윤 (사진제공= SBS FiL ‘아수라장’)제주도의 한 노키즈존 식당이 방송인 박지윤, 최동석 부부의 자녀들에게만 출입을 허용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그 유명한 식당’이라는 제목의 게재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제주도의 한 식당에 예약 문의하던 중 ‘룸으로 예약해도 노키즈라 안된다’고 거절당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얼마 후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방송인 가족들이 룸에서 먹고 마신 사진을 봤다며 “이런 곳도 유명인에겐 약하구나”, “사람 가려받나” 라고 씁쓸한 심경을 드러냈다.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식당은 “박지윤 가족 피드를 보고 연락 주셨을 거라 생각한다”고 운을 떼며 “박지윤은 첫 번째 방문했을 때 지인을 거쳐 예약 후 방문했고, 이번 방문도 지인을 통해 예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식당 측 해명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이어 “(박지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약하지 않으셔서 노키즈 존을 크게 인지 못하시고 아이들과 같이 왔다”며 “결혼기념일이라 아이들과 꾸미고 오셨는제 캔슬 내드리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아이들과 동반하여 받아드렸다”고 해명했다.하지만 이 같은 식당 측 해명은 논란에 더 기름을 부었다. 식당 측 해명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꾸미고 가면 받아주는거냐”, “결국 유명인이라 받아준거잖아”, “차라리 해명을 말지”, “손님 차별하는 식당”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한편, 박지윤은 자신의 게시물로 식당 특혜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1-09-14 14:36 김세희 기자

[SNS '픽'] 소매넣기 받았던 '짜장좌'…기부자로 1년만 등장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지난해 9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훈훈하게 달군 건국대 ‘짜장좌’가 1년 만에 근황을 알렸다.최근 건국대학교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짜장좌’라고 밝힌 A씨가 근황과 동문들에 대한 고마움을 말했다.지난해 A씨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친구들과의 조촐한 생일 파티를 위해 자신이 선택한 수강신청 과목 양도와 사용한 볼펜, 여드름 치료 밴드, A4용지 등을 짜장면 기프티콘으로 맞바꾸자는 글을 게재했다.이를 본 한 재학생이 너무 비싸고 이해가 되지 않는 거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A씨는 “내일이 생일인데 친구들이 케이크 사주는 대신 제가 짜장면하고 탕수육을 사기로 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글을 올렸다”고 거래 이유를 밝혔다.사연을 접한 재학생들은 스무살 생일에 조촐한 짜장면 파티를 벌일 돈이 없어 수강신청 기회와 사용하던 필기도구 등을 팔려는 A씨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후 A씨에게 기프티콘을 선물해준다는 오픈채팅방이 개설됐고, 그를 향한 재학생들의 마음이 이어졌다.A씨는 뜻하지 않게 자신에 대한 호의가 쏠리자 당황과 부담감을 느끼며 오픈채팅방을 삭제했다. 그러나 다음날 기프티콘 이용 후기글을 올리며 눈길을 재차 끌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거창하게 차려진 생일파티를 경험하지 못했다. 또 남들이 생일 때 받는 축하 기프티콘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며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당시 A씨는 “어제처럼 생일축하 받고 선물 받은 것이 처음이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건국대 학생들께 너무 감사하다”며 “미래에 돈 많이 벌면 2020년 9월 제 생일파티 때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했던 점을 잊지 않고 꼭 크게 보답하고 싶다.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전했다.재학생들도 A씨를 ‘짜장좌’로 명명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가 발산된 에피소드에 열광했다. 이들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 주머니 사정 어려워지면 연락해” “여기 지갑 한명 추가요” “내년 9월 첫째주 학식을 짜장으로 하자” “짜장좌 덕분에 에타가 클린해졌다” 등의 의견을 내보이며 훈훈함을 자아냈다.1년이 지나 A씨는 “아직도 작년 오늘의 기억이 생생하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보잘것없는 제게 과분한 응원을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선배들이 여러 장학재단, 후원재단을 추천해줘 생활비 지원을 받았으며 마스크, 식료품, 선풍기 등 물품 지원도 받았다. 그는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따뜻함을 베풀어준 분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동·청소년지원 비정부기구(NGO)에 결식아동 후원금 10만원을 후원한 사실도 공개, 선한 영향력의 결과를 보여줬다.이종윤 기자 yagubat@viva100.com

2021-09-13 15:29 이종윤 기자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문화예술로, 영상으로, 여행으로…따로 또 같이 신현길·장우정·박주언이 꿈꾸는 창신예술촌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가장 큰 문제는 창신동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청년들을 위한 놀이터는 물론 취업까지를 창신동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싶어요.”박주언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이자 종로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이하 종로사경) 상임이사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몸 담고 있는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종로사경은 물론 신현길 대표의 아트브릿지와 뭐든지하우스, 장우정 대표의 아미스타 등이 각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이미 MOU를 체결한 성균관대학교를 비롯해 배화여자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등과의 산학협력단 사업을 협의 중”이라는 박주언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해 준비를 잘 하면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될 내년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젊은 예술인들, 공방 등을 유입시켜 ‘창신예술촌’을 만들고 싶어요. 그 바탕은 우리끼리의 연대이고 자산화죠. 그리고 그 첫 출발은 콘텐츠 융합과 협력입니다.”◇연대와 자산화를 바탕으로 한 ‘창신예술촌’을 꿈꾸는 박주언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창신동 주민들이 휴식할 만한 넓은 공간, 쾌적한 카페 등이 없어요. 건물들은 노후됐고 문화소외지역이기도 하죠. 종로구는 대표적인 관광지예요. 다만 경복궁 등 화석화된 관광지죠. 동시에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로컬 개념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곳도 창신동이라고 판단했어요.”카페 ‘종로여가’를 창신동에 마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박주언 센터장은 종로여가를 기점으로 ‘종로문예투어리즘’을 브랜딩해 진행 중이다. 박 센터장은 “문화예술인이 투어사업의 주체가 되는 브랜드”라며 “지금까지 고정된 마을투어의 개념을 바꾼, 외국인들에게 질 높은 투어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소개했다.“투어가이드도 연극인들, 액터나 싱어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인들이 해오던 일을 뛰어넘어 업종 구분이 없는 유니크한 종합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투어는 수단이자 비즈니스 모델이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데가 창신동이지 않나 싶어요. 일상생활이 그리고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문화예술 투어랄까요.”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시장조사, 의견수렴을 통해 넓고 깨끗한 휴게 공간, 창신동만의 프로그램 등에 대한 요구는 알고 있었다”며 “그런 공간들을 조성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해보겠다고 창신동에 들어왔던 젊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나간 상태”라고 전했다.“지역에 대한 애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해요. 토박이인 장우정 대표나 마을 대소사를 죄다 꿰고 있는 신현길 대표 같은 분들이 창신동에 살고 있으니 변화의 바람은 분명 올 거예요.”◇창신동 ‘영혼의 소방서’를 꿈꾸며…뭐든지하우스 지은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2012년 절망적인 상태에서 창신동에 매료돼 자리잡고 사회활동을 해오다 3월 뭐든지하우스를 완공하고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박 센터장의 말처럼 변화를 일으켜 보겠다고 창신동에 자리잡았지만 떠나버린 사람들처럼 신현길 대표도 “나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뭐든지하우스 건립을 결심했다. “저희 아트브릿지가 사무실, 연습실, 뭐든지 예술학교 등 3개 공간을 쓰고 있었어요. 그 비용이 한달에 250만원이었죠. 이러다가는 아트브릿지도 못견디고 떨어져나가겠구나 싶어 공간을 마련하자 마음먹었어요.”그렇게 신현길 대표는 3월 서울 종로구 창신길 119에 뭐든지하우스를 지었다. 뭐든지하우스는 젊은 건축가 강건영 소장 작품으로 신 대표 설명에 따르면 “한양도성을 본 딴 건축물”이다.“가로세로로 돌을 쌓는 듯한 느낌으로 한양도성에 앞문이 있는 것처럼 변형하고 주변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주변환경과 지역 역사문화에 맞춘 건물이죠. 이곳에 건물을 지은 건 번지수가 ‘119’여서예요. 창신동 영혼의 소방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책방에서 차 한잔하면서 책도 읽고 공연도 보면서 마음 속 고민과 불행, 부정적 감정 등을 끌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옥상에서는 창신동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죠.”3월 완공, 5월 소극장 오픈, 7월 공유오피스 입주, 8월 책방 오픈 등을 이어오는 여정은 신 대표가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대출잔혹사”라 표현할 만하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정책융자상품인 ‘도시재생씨앗융자’와 최대치의 개인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었고 자금이 생길 때마다 소극장 의자 구입, 주거공간 및 옥상 꾸리기 등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뭐든지예술학교에서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도시문화랩에 참여하는 청년예술인 10명이 ‘뭐든지 예술 활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어요. 뭐든지하우스 공유오피스에는 ‘십이야’ ‘캔터빌의 유령’ ‘스페셜 딜리버리’ ‘삼양동화’ 등의 공연제작사 MJ플래닛, 두명의 젊은 건축 디자이너, 공연 음향엔지니어, 대학로에 자리잡았던 책방 이음 등 문화예술기업들이 입주해 있죠.”2012년 절망적인 상태에서 창신동에 매료돼 자리잡고 사회활동을 해오다 3월 뭐든지하우스를 완공하고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이처럼 창신동에 젊은 문화예술가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신현길 대표, 박주언 센터장, 장우정 대표가 한목소리로 “4단계에 이르렀다” 외치는 창신동의 고령화 해소에 일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다들 부평, 부산, 성북구 등에서 유입된 사람들이죠. 저 뿐 아니라 박주언 센터장님, 장우정 대표님도 지역에 청년 예술인을 유입시키는 활동들하고 있어요. 아미스타도 다른 구에 살았거나 일본인 등 다양한 젊은 인구 유입에 이바지하고 있죠. 당장 효과를 낼 수는 없지만 1, 2년 내에는 작게나마 효과를 볼 수 있을 테고 자연스레 동네 지역의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해요.”◇친근한 동네 형 장우정 아미스타 대표 “창신동 청년들의 기회 확대를 꿈꿔요”span style="font-weight: normal;"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PC방 형, 창작단으로 활동하다 올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스튜디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갖춘 아미스타를 출범시킨 장우정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원로 만화가 40인 아카이빙 등 영상쪽 일을 하면서 15년 동안 창신동에서 PC방을 운영했어요. PC방에서 동네 아이들을 많이 만났죠.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부터 군대를 가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과정까지를 지켜보며 다양한 얘기를 나눴어요.”장우정 대표는 창신동 토박이로 동네 청소년들의 상담을 도맡아 온 친근한 ‘동네 PC방 형’이기도 하다.“도시재생사업, 마을 이야기 등을 영상으로 아카이빙하면서 마을 활동가들, 사회적 기업가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태어나 살고 있는 제가 한번도 해본적 없는 고민을 하고 행동하는 모습, 그들과 그들의 하는 일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돼 사람들을 바꿔가고 있는지를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그럼 나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죠.”그 고민 끝에 장 대표는 영상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살려 문화예술협동조합 창작단을 만들어 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들, 더 나아가 외부인까지 영입해 영상 교육 및 기획, 아카이빙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제가 하고 싶은 건 창신동 청년들의 자존감 회복이에요.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안그래요. 어느 순간 그렇게 변하니 창신동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이죠. 그렇게 자존감도, 자신감도 잃었어요. 제가 ‘마을활동을 같이 하자’ ‘영상기록을 함께 하자’ 등 제안을 하면 첫 마디가 ‘내가 할 수 있을까’예요.”장우정 대표는 그렇게 “한번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해본 적이 없는” 창신동 청년들에게 “해야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니니 누구나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PC방 형, 창작단으로 활동하다 올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스튜디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갖춘 아미스타를 출범시킨 장우정 대표(사진=이철준 기자)“영상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가르치고 함께 작업하는 등 인큐베이팅을 통해 취업을 하거나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길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계속 바뀌면 좋겠어요. 문화예술 관련 교육이든 활동이든을 향유하고 참여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길 바라요.”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지하 스튜디오, 1층 편집숍과 갤러리, 2층 공유오피스, 3~5층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신경 쓴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로 구성된 아미스타를 지었다.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인 1, 2층을 제외하고는 운영을 시작한 장우정 대표는 “지역 청년, 주민 대상도 중요하지만 창신동에 들어오려고 하는 청년들, 온 지 얼마 안된 사람들, 새로 유입된 예술인 등이 정착·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아미스타 설립 이유를 밝혔다. “저는 아주 심플하게 시작했어요. 창신동에도 예쁘고 깨끗하고 안정성이 보장돼 살기 좋은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젊은 사람들 유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창신동은 ‘봉제거리’ ‘달동네’ 등의 정체성을 오래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문화적 공간 혹은 색다른 시각으로 마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이어 “1층 갤러리에는 성균관대학교 예술청년들의 도시재생 관련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셰어하우스 9개 중 8개는 연극하는 사람 등 외부인들이 입주해 있다. 특히 일본 분들이 주거환경과 마을 탐방 등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귀띔했다.“아미스타는 먹고 사는, 수익성 담보에 중점을 두고 세팅했어요. 취지도 좋지만 대안과 수익모델 제안이 창신동 어른신들에게도, 외부에서 유입하려는 이들에게도 중요해 보이거든요. 창신동 사람들에게 ‘여러분들도 이런 거 할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는 동시에 외부인들에게 창신동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마을도 좀 바뀌어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10 18:30 허미선 기자

[비바100]신현길·장우정 대표, 박주언 센터장 “창신동에서 먹고 살고 예술하며”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창신동 안에서 먹고 사는 것도, 잠자는 것도, 예술활동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올 3월 뭐든지하우스를 지어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의 신현길 대표는 이렇게 바람을 전했다. 정동극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등에서 공연기획을 하다 자신의 극단을 꾸렸던 그는 태풍이 세번이나 들이닥쳤던 2012년 창신동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장영실과 세종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야외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실패로 직원들도, 극단 배우들도 떠나보내고 빚만 떠안은 절망의 시기였다.“대부분 옛것이고 낡았지만 활기찬 느낌이 주는 묘한 위로감에 좋아져” 2014년 아예 터를 잡은“뭔가 모를 묘한 위로감이 드는 동네” 창신동에서 여생을 보낼 것을 결심했다. 그렇게 십여년이 흘러 이제는 창신동 토박이보다 창신동을 더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창신동 찬양론자’다.   2012년 절망적인 상태에서 창신동에 매료돼 자리잡고 사회활동을 해오다 3월 뭐든지하우스를 완공하고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그렇게 창신동에 자리잡은 그는 주민들을 찾아가는 예술 프로젝트 ‘창신동 문화밥상’, 세종·정조·이순신·박수근·정약용 등 역사인물체험연극, 연극·뮤지컬·봉제 등을 배우는 마을 기반형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뭐든지 예술학교’, 마을 오픈마켓 ‘꼭대기 장터’ 등을 기획·진행하며 마을 활동가, 사회적 기업가로 자리매김했다.신현길 대표의 바람을 종로구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30군데가 모여 만들어진 종로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이하 종로사경) 상임이사이기도 한 박주언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로컬’이라고 정의했다.“서울에는 로컬개념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창신동이 하나의 로컬로 자리매김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트렌드는 홍대, 문래 등처럼 낭만적인 친구들이 좋아서 모여 집단을 형성하거나 자연스레 이슈화를 시켰죠. 하지만 또 다른 트렌드는 소셜밸류에 대한 목적지향성을 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기업가들에 의한 로컬화죠.”지난 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그는 “사회적 경제가 도입되고 10년이 넘은 현재의 가장 큰 이슈는 자산화, 자생력, 지속가능성”라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공공기관의 지원에 기대지 않는 자립화를 논의하다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렇게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그리고 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동네 ‘언니네 PC’방 형, 문화예술조합 창작단 활동가로 살아오다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영상 스튜디오, 셰어하우스, 공유오피스 등을 갖춘 문화예술네트워크 스페이스 아미스타(AMISTA)를 설립한 장우정 대표는 의기투합했다.◇예술인 마을 복원을 꿈꾸는 ‘삼각편대’ 뭐든지하우스·종로여가·아미스타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PC방 형, 창작단으로 활동하다 올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스튜디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갖춘 아미스타를 출범시킨 장우정 대표(사진=이철준 기자)“루프탑 카페 데르트르, 게스트하우스 창신동숙 등 핫한 곳도 좀 생겼지만 창신동은 골목투어가 재밌어요. 막다른 골목인가 싶은데 순간 길이 나타나고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은 건물들도 다 있거든요. 건축양식을 비롯해 섀시, 유리, 소품 등으로 그때그때 유행을 알 수 있죠. 타일로만 된 집도 있으니까요.”장우정 대표의 말처럼 창신동은 독특한 공간이다. 복개천 위, 하늘과 맞닿은 절벽 위에 지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한양도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언덕이 존재하는가 하면 도시재생으로 리뉴얼된 ‘핫’한 공간들도 꽤 눈에 띈다.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봉제거리, 절벽마을 등으로 불리는 창신동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머물다 간 동네이기도 하다. 99칸 큰대문집에서 살았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지금까지도 ‘청춘’을 상징하는 영원한 가객 김광석, 스물셋의 나이에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청년 운동가 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소박한 일상을 화폭에 담았던 화가 박수근 등이 머물렀던 예술인들의 골목이다. 더 앞선 조선시대에는 예인, 문학가, 문장가 등이 모여 살던 예술촌이기도 했다.그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연기자 양성원으로 故장민호 선생이 수학했던 ‘조선배우학교’, 일제강점기의 대표 불령선인 김상옥 열사의 ‘영덕철물상회’, ‘아리랑’의 나운규 영화사 ‘나운규프로덕션’ 등이 자리했던 곳이다. 드라마 ‘시크릿가든’ ‘도깨비’ ‘미생’, 영화 ‘리얼’ 등의 촬영장소이기도 한 창신동에는 최근 예술청년들을 위한 사회적주택 아츠스테이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창신이즘? 그런 지역의 사조나 파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창신이라는, 낙후한 옛날 지역에 다양한 문화예술인, 영상하는 사람들의 메카가 만들어졌는데 정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가능했다는 성공사례 혹은 표본이 되면 좋겠어요.”이어 장우정 대표는 “아트브릿지든 종로사경이든 아미스타든 다양한 연합을 통해 굳이 정부예산이나 기획시스템이 아니라 자연스레 변화를 맞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얼마 안 걸려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장우정 대표의 바람에 박주언 센터장은 “매개체는 문화예술관광이다. 문화예술관광이 중심이고 핵심키워드는 사회적 경제”라며 “가장 큰 화두는 자립, 자산화 문제”라고 말을 보탰다.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의식적 활동을 통해 하나의 타운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하고 있어요. 오래 전부터 문화예술, 관광 이슈를 가지고 자산화 가치가 결합된 융합사업을 한번 해보자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됐죠. 종로여가·뭐든지하우스·아미스타, 이 세 군데가 활성화되면 다른 네트워크로도 확대되고 유니크한 공간들이 새로 들어오거나 조성될 거라고 믿어요.”이렇게 전한 박 센터장은 “각자가 가진 프로젝트를 할 때 협업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습관들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기획단계부터 협의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역량을 극대화해 더 큰 파이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관계들”이라고 덧붙였다.“그런 측면에서 시너지가 커요. 세 군데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로 새로운 방식의 실험을 하다보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거라고 확신합니다.”◇하반기 카페축제, 창신동 컨시어지 서비스 등 공동사업으로 서울 창조기지로!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사회적 경제라는 일관된 공통분모가 있고 소셜 임팩트를 공유하고 있죠. 더불어 사회적 경제 관련 일이나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협업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요.”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9, 10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는 카페축제가 협업사업의 한 예다. 신현길 대표는 “창신동에 카페가 많은데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카페들이 활성화되도록 묶어내는 사업”이라며 “그냥 카페만 묶는 게 아니라 친환경 가치를 도입해 사회적 경제를 조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모아 일회용 컵을 줄이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카페축제에 대해 박주언 센터장은 “소셜밸류를 공유하는 지역 공동 협업사업으로 텀블러 세척공장”이라며 “주민들이 가져오면 세척해서 쓰고 반환하는 방식의 제로 웨이스트 카페 투어·축제”라고 부연했다.신현길 대표는 “창신동 컨시어지(탐방) 서비스도 열 것”이라며 “동네주민이나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창신이라는 공간에서 지역의 역사예술, 성곽, 봉제 등 코스를 탐방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반기 출범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미스타, 아트브릿지의 뭐든지하우스, 종로여가, 창작단 등이 결합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카페축제, 창신동 컨시어지 서비스 등 지역 단체들이 힘을 합쳐 지금까지 창신동에 없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아미스타, 뭐든지하우스, 종로여가 같은 문화공간도 없었어요. 인구 1만명이 넘어가는 지역에 책방 하나가 없었으니까요. 주거 밀집지역, 문화시설 전무 등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만도 없잖아요.”이어 신 대표는 “뭐든지하우스의 책방이나 아미스타의 영상스튜디오는 청년들이 모이는 핵심공간이 될 것”이라며 “종로여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지역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창신동을 영상, 연극, 무용, 음악, 문학 등을 하는 창조계급들이 모이는 서울의 창조기지로 만들고 싶어요. 그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1-09-10 18:00 허미선 기자

180℃ 기름에 호떡 던진 60대 남성 '상해 혐의' 적용…"고의 없었다"

사진=KBS경찰이 호떡을 잘라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180℃ 기름에 호떡을 던져 주인에게 화상을 입힌 60대 남성을 상대로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9일 대구 강북경찰서는 상해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A씨는 지난 5일 오후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호떡 가게에서 호떡을 기름에 던져 가게 주인 B씨(40대)의 몸에 화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기름에 던지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호떡을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 어렵고 또 미필적 고의도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단순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특수상해 혐의나 업무방해죄는 적용되지 않았다.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후 2시 45분쯤 대구시 북구 동천로의 한 호떡 가게에서 호떡 두 개를 시킨 뒤 “일행과 나누어 먹겠다”면서 주인인 B씨에게 잘라줄 것을 요구했다.B씨는 “호떡을 잘라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가게 내부와 메뉴판에 ‘커팅 불가’라는 안내 메시지를 언급했고, A씨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가위를 발견하고 재차 잘라 달라고 요구했다.거듭된 A씨의 요구에도 주인은 “음식용이 아니라 테이프 자르는 데 쓰는 가위”라며 거절하자 격분한 A씨는 욕설을 하며 호떡을 기름통 안으로 주문했던 호떡을 던진 뒤 가게를 떠났다.이로 인해 B씨는 오른쪽 손등과 가슴, 어깨 등에 2~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종윤 기자 yagubat@viva100.com

2021-09-10 13:36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