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뒤늦은 저작권 논란, 주호민 작가의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에서는 무슨 일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09-16 18:45 수정일 2021-09-17 00:30 발행일 2021-09-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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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Talk]
호민과 재환_주호민_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_2021
‘호민과 재환’ 중 주호민 작가의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설치 전경(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시리즈 쌍천만 관객동원 신화를 쓴 영화로, 히트 뮤지컬로 변주되며 사랑받은 웹툰 ‘신과함께’ 등의 작가 주호민이 이미지 무단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18일 개막해 8월 1일 이미 마무리된 ‘호민과 재환’ 전시회를 위해 새로 작업한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중에 사용된 캐릭터의 군복 위장 패턴이 문제가 됐다. 그 패턴 이미지에 무단사용,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워터마크가 삽입돼 있었던 것.  

이에 12일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SNS에 “원래는 제 작품 ‘짬’에 들어간 구형 위장무늬 패턴을 사용할까 하다가 시대가 바뀐 만큼 픽셀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에 위장무늬 패턴을 검색해 다운로드해서 사용했다”며 “사용된 이미지에 워터마크가 박혀있는지 몰랐다. 전시 시작 직후 관객분께서 알려주셔서 뒤늦게 구입했다”고 경위를 알렸다.

전시 마무리 후 폐기된 작품에 대해 주호민 작가는 “전시 시작 후 일주일 후쯤 발견했지만 작품의 규모와 설치 형태상 수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호민 작가는 전시 초반 워터마크가 삽입된 이미지 사용을 알고 조치했지만 전시를 진행한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전시가 끝나고 최근 저작권 이슈가 불거지면서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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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전시회에 앞서 작가와 협약서를 작성하는데 작가가 모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 기본조항이다. 저작권준수서약서를 청구하고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주호민 작가의 만화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 재차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 상태였다.”
이에 “작가가 그린 그림이라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호민과 재환’ 담당 강소연 학예연구사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저작권 관련해서는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주재환 작가의 반딧불 영상, 진도 씻김굿, (서울예술단에서 기획·제작한) 뮤지컬 ‘신과함께’ 중 한 장면인 ‘저승열차’ 등도 공문을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저작권을 확인해 적법한 절차를 걸쳐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음에도 확인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파일 하나하나 더 꼼꼼하게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는 주호민과 그의 아버지이자 폐품을 소재로 사회를 풍자하는 주재환 작가가 함께 하는 2인전 ‘호민과 재환’에 전시된 7미터에 달하는 설치작품이다. 당시 전시장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의 뚫린 공간에 설치된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는 주재환 작가의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1986)를 재해석한 신작이다. ‘변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마르셀 뒤상의 1912년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2’ 중 ‘계단’을 사회 권력과 위계의 상징으로 패러디한 주재환 작가의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바탕으로 주호민 작가 작품 속 캐릭터들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선재아트센터 등 고문변호사인 이재경 건대 교수는 “웹툰 불법 유통 근절 공공 캠페인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한 이미지였던 주호민 작가이기 때문에 단순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사회적 파장이 뒤따를 것”이라며 “다만 워터마크가 너무 작아 육안으로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말의 아쉬움은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공공예술을 대표하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저작권 위반 작품이 버젓이 전시됐다는 점도 안타깝다”며 “이번 사고를 통해 미술관들의 점검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