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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바히아 세하브 교수가 전하는 지금 시대 키워드 “너그러움과 친절함 그리고 유연한 정체성”

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문화가 잘 보존돼 있는 걸 봤어요. 인상 깊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죠. 정부가 아름다운 건물을 제공하고 전시 디자이너가 선사시대부터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에서 아이들과 부모,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거든요. 특히 엄마와 함께 관람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정부, 지역사회, 가정, 시민 등 국가와 사적 영역이 함께 모여 문화를 보존하고 경험한다는 게 놀라웠죠. 이것이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큰 지표라고 생각해요. 학교 등 교육기관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박물관을 방문한다는 것 또한 그렇죠.” 올해로 11회를 맞는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29일까지 블루스퀘어, 마로니에공원, 유네스코회관 등) 개막행사인 국제심포지엄 발제자로 내한한 바히아 세하브(Bahia Shehab) 카이로 아메리칸 사립대학교 디자인과 교수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전했다.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바히아 세하브는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A Thousand Times NO’, 나라별 철탑을 탐구한 결과물인 ‘Landscape/Soundscape: 20 Minarets from the Arab World’,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의 인용구를 이용한 글로벌 스트리트 인터벤션 캠페인(Global Street Interventions Campaign) ‘나의 백성’, 여성과 사회를 다룬 ‘Chronicles of Flowers’ 등을 선보인 예술가이자 교육가다.“이집트 혁명 기간 동안 죽을 것 같은 느낌에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집에 앉아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죠. 의사들이 환자를 돕고 변호사들이 감옥에서 사람들을 꺼내올 때 저는 예술가로서 길거리에 섰습니다. 그렇게라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트리트 아트를 시작했죠.”그렇게 문화예술을 통해 폭력, 자유, 독재, 여성의 인권, 혁명, 토지·사람·정체성의 식민화, 현대의 아랍정치 등 사회 문제에 중요한 담론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내온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A Thousand Times NO: Visual History of Lam-Alif’(Khatt 2010), ‘At The Corner of a Dream’(Gingko Library 2019), 공동 저서 ‘A History of Arab Graphic Design’(AUC Press 2020) 등을 출간한 저술가이기도 한 바히아 세하브 교수는 2016년 아랍 여성으로는 최초로 아랍문화에 대한 유네스코 샤르자(Sharjah)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BBC의 ‘BBC 100 Women list’(2013), TED 시니어 펠로십(Senior Fellowship, 2016) 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3년여의 팬데믹, 인간과 연대 그리고 공감span style="font-weight: normal;"제11회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개막 국제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여한 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허미선 기자)‘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 회복과 전환’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1회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국제포럼에서 그는 ‘위기 시대의 교육: 타이프랩 케이스 스터디’(Education in Times of Crisis : TypeLab as a Case Study) 발제자로 나섰다.이 포럼에 대해 그는 “세명의 패널들이 동일한 문제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테마는 ‘친절함’(Kindness)이라고 느꼈다. 위에서 아래로의 교육이 아니라 혜택 받지 못한 이들의 문화와 요구, 방법 등을 존중하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그는 이 발제에서 캘리그래피와 로고 등의 위조 사건으로 담론을 형성해 커뮤니티로 진화한 아랍문자 연구프로젝트 ‘타이프랩’(TypeLab)을 통해 ‘너그로움’(관용, Generousity)을 강조하기도 했다.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지난 3년의 팬데믹 시간 동안 제 교육 모듈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결국 핵심은 공감 그리고 사람으로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피고 돌봐야 하죠. 이전까지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이 어떻게 교육 내용을 수행하고 성취하는지에 신경썼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좀더 공감하는 교육자로서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이제는 학생들에게 보다 친밀하게 다가가고 공감하고자 노력하죠.” 이어 “마치 기계처럼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어떤지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의 ‘공감능력’은 벽화 작업을 하는 그를 연행하려는 정보기관, 정부 등에서 파견된 이들, 작품을 훼손하고 스프레이를 가져간 사람들과 논쟁하는 데서도 발휘됐다. 공감을 통해 상대의 변화를 끌어낸 과정은 꽤 흥미롭다.“대화의 핵심은 공감이에요. 당시 저를 연행하려던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는 정부 산하 소속으로 보상과 처벌 시스템만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 그를 이해하고 그의 두려움에 공감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서 벽화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을 위해, 당신의 어머니를 위해, 우리를 위해 이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공감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서서 그를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었죠. 그는 결국 저를 이해하게 됐어요.”이어 “두려움은 눈을 멀게 하고 소통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상대방에 공감하면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술이 빠르게 진화했고 최첨단화됐다. 그는 이 같은 시대일수록 “인간과 연대 그리고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기계, 디지털 미디어 등은 우리를 통제할 수 없어요. 소통의 도구일 뿐이죠. 그들은 우리의 연결을 돈독히 하기 위한 도구임을 인식해야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비판한 프로젝트인 ‘Those who have no land, have no sea’가 그 예죠. 인공위성, 선박 등 (자유를 찾아 물에 뛰어들어) 익사하는 난민들을 구할 도구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하지 않아요. 우선순위가 인간이 아니라 이익이 되는 것이 문제죠.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기술과 매체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더 이상 예술을 위한 예술은 없다, 우리 모두가 예술가 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저에게 예술은 생존 방식입니다. 예술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기제와도 같아서 해야만 하죠. 모든 인간은 창의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그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억압할 때 문제가 발생하죠.”그는 문화 부흥기였던 르네상스 시대를 예로 들며 “저마다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도록 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너는 과학자’ ‘너는 수학자’라고 인간을 한정하고 단정짓는다”고 토로했다.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하지만 더 이상 예술을 위한 예술(Arts for Art’s Sake)은 필요하지 않아요.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좋은 수단이죠. 예술을 통해 현실을 이해하고 정체성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고 자랑스러워하게 돼요. 사회를 반영해 그런 힘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예술은 나에 대한 것도, 영웅적인 아티스트에 대한 것도 아닌 우리에 대한 것이죠. 우리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것이 예술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술가입니다.”그는 “흥미롭게도 지난 12년 동안 저는 여성 큐레이터들과만 작업했다”며 “이 여성들은 실제 큐레이터가 아니라 나와 같은 관점으로 예술과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었다. 일반적인 큐레이터처럼 작가에게 돈을 주거나 비엔날레를 가기 위해 전시를 기획하는 게 아니라 어젠다를 설정하는 것이 우리의 작업방식”이라고 털어놓았다.“영국 링컨에서는 무슬림 여성, YMCA 등 지역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초대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작업도 했어요. 우리는 어떤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아요. 커뮤니티가 서로 연결되고 포용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죠. 그래서 지금 저의 관심사는 인간이 인간 자체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모델을 만드는 겁니다.”단정지어 틀에 가두는 교육이 아니라 저마다가 ‘진짜 나로 살기’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모델을 고민 중이라는 그는 ‘정체성’ ‘글로벌시민’을 강조한다. 그는 “정체성은 제 모든 활동의 우산”이라 표현하며 “제가 아랍 글자에 집중하는 이유도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모두가 연결된 시대의 핵심 키워드 ‘유연한 정체성’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언어, 배경, 역사, 국가 등은 다르지만 지금의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어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모두가 글로벌 시민이 됐죠. 그렇게 지금의 우리에겐 두 가지 정체성이 있어요. 국가 및 민족을 기반으로 한 근원적 정체성과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죠. ‘내가 너 보다 낫다’는 식민지적 사고방식은 이제 의미가 없어요.”이어 “지금까지는 비엔날레, 올림픽, 월드컵 등 기관과 정부에 의해 기획된 이벤트들로 각각의 문화를 보여주고 글로벌 어젠다를 형성했다면 지금은 소셜미디어, 디지털 플랫폼이 저마다의 문화와 세계를 투영해 보여준다”며 “기관과 정부가 아닌 저마다가 스스로를 세계에 보여주고 자신의 정체성에 편안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제 본래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이 세계에 존재하기 위한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저마다가 가진 본래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해 힘을 부여할 것인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제 작업의 핵심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우리를 연결하는 건 인간성, 인류애예요.”이에 바히아 세하브 교수는 “유연한 정체성”(Flexible Identity)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지리학적, 성적, 물리적으로 정체성의 경계를 짓는 지도를 그려왔다. 문화적 정체성은 그 동안 등한시됐다”며 “지리학적, 생물학적으로 사람들의 정체성을 한정짓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오늘 연사 중 한명이 저에게 물었어요. ‘이집트인인지, 레바논인인지’. 저는 둘 다라고 답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저는 모로코부터 이라크까지의 아랍 지역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예를 들어 저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지만 굉장히 편안함을 느껴요. 동양철학, 특히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철학에 굉장히 친숙하고 편안하거든요. 그렇게 동양과 제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깨달아요. 이처럼 지리적이기 보다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체성이 중요한 시대죠.”◇변화에 발맞추는 교육, 너그러움의 제도화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틱톡,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모듈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 딸은 캐나다, 하와이 등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세대들에게는 국경 개념이 없죠. 온라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도, 가상현실도 아니에요. 다가올 세대의 실제 사고방식이죠. 그런 세대들에게 현재의 교육은 구시대적이에요. 그들만큼 빠르고 발전된 교육 모듈이 필요한 때입니다.”변화에 발맞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히아 세하브 교수는 “문화의 중요성”과 “친절함의 제도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멈췄을 때 인류는 문화예술이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러시아 오페라 하우스는 무료 스트리밍을 제공했고 세계 곳곳에서 무료로 책, 음악 등을 공유했죠. 너그러움과 친절함이 넘치는 사회를 우리는 살아내고 있었던 거예요. 팬데믹이 문화예술이 인간의 생존 기제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죠.”이에 현재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그 친절함의 제도화다. 그는 “친절함을 어떻게 모든 커리큘럼과 기관들의 한 부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제도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가 지금 저의 헤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이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함께 노력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몇백년간 보존된 인도의 아름다운 우물 이야기가 그 예죠. 한 남성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물을 깨끗하고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는지. 그가 답했어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돌봤기 때문’이라고. 결국 친철함의 제도화는 모든 이들이 항상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가능해져요.”◇우리와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동등한 세상을 꿈꾸며 바히아 세하브 교수(사진=이철준 기자)“아랍 여성 디자이너에 대한 책을 저를 비롯한 세 연구자와 함께 작업 중이에요. 오래 전에 아랍 그래픽 다자인 책을 낸 적이 있어요. 그 책에 수록된 80명의 디자이너 중 5명 만이 여성 아티스트였어요. 대부분의 책, 연구 등은 남성, 특히 백인 남성 중심이죠. 이 프로젝트는 2000년에 마무리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스타 디자이너 대부분은 여성이었어요. 이처럼 적히지 않은 역사, 뒤로 밀려난 여성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바히아 세히브 교수는 아랍 여성 디자이너 책을 비롯해 “자본주의의 시작에 관심을 가지고 이집트 광고 역사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한국과 이집트 카이로 문화예술인과의 교류를 제안하며 “안타깝게도 일어나지 않을 현실임을 알지만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모두 동등한 세계가 왔으면 좋겠어요. 인간 뿐 아니라 우리와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동등한 그런 세상이요. 꿈은 때론 비현실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지 않나 싶어요. 더불어 우리의 문화를 공유하고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다리가 더 많은 세상을 꿈꿔요. 결국 맞는 안경을 끼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6 18:3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공예품, 일상을 꿈꾸다…‘2022 공예주간’

29일까지 ‘2022 공예주간’이 진행된다(사진=허미선 기자)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온·오프라인 전시, 마켓, 체험, 투어 등에 참가한 이들이 168만명에 이른다. 공예를 일상에서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2022 공예주간’(Korea Craft Week 2022, 5월 29일까지)이 한창이다.‘공예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단법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로 2018년부터 매년 치러지고 있다. 전국 648개 공방과 갤러리,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해 1392개의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한 올해의 ‘공예주간’ 주제는 ‘우리 집으로 가자’다.이 슬로건에 대해 공진원 최종일 본부장은 “공예가 우리 집처럼 가깝고 친근하게 즐기는 문화가 되기를, 공예주간에서의 다채로운 경험과 기억을 다시 집으로 가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내 주변에서 즐길 수 있는 ‘2022 공예주간’ 행사들을 알아볼 수 있는 ‘공예지도’(사진=공예주간 공식홈페이지 캡처)“공예란 무엇인가 물으면 대부분 고려청자나 백자 혹은 박물관이나 할머니 댁에서 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나 있는 것이 공예죠. 같은 와인, 과일, 음식이라도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요. 일상을 보다 풍요롭고 기쁘게 바꿔주는 것이 공예임을, 그 기쁨을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공예주간’에서는 지난 3월 16일 개막한 문화역서울284 공예기획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비롯해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한 3D 특별전시 ‘촉각의 순간들’(Touch in the Dark)과 공예 체험, 작가와의 대화, 공예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전국에 마련된다.더불어 전통 반다지와 현대화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민속X공예 소소하게, 반반하게’, 식음료기업 연남방앗간, 20만명의 팔로를 보유한 숙박업체 스테이폴리오, 대구광명학교와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의 3D 작품전시, 펀딩 스타트업 와디즈 등 다양한 기관, 기업, 협회·단체 등과의 협업 프로그램들도 진행된다. ‘공예주간’의 프로그램들은 온라인 전시관, 인터넷 TV, 메타버스 등으로도 즐길 수 있다.‘2022 공예주간’에 전시된 대구 광명학교의 3D 촉각 졸업앨범(사진=허미선 기자)최 본부장은 “일반 참여 프로그램이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했다”며 “공진원은 일반 참여처의 관심과 노력, 자발적 참여가 ‘공예주간’ 성공의 핵심 키워드라고 판단하고 꾸준히 확대 예정이다. 공예 종사자라면 누구라도 참여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공진원은 공예인 스스로가 포스트가 돼 국민을 맞이해야하는 행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예인 모두가 자긍심을 갖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더불어 ‘공예주간’에 진행되는 ‘촉각의 순간들’을 기획한 강재영 예술감독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은 손으로 모든 사물을 인식한다. 촉각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이들에게 공예를 경험하는 아주 소중한 기회를 선물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이어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 전시된 작품들을 시각장애인들이 경험한 결과물을 3D프린팅으로 변주한 작품들과 대구 광명학교에서 제작한 촉각도구, 촉각책자, 경복궁 여행을 위한 촉각 유물장, 3D촉각 졸업앨범 그리고 특별 기록 영상 등을 소개한다”고 덧붙였다.‘2022 공예주간’에 전시된 3D 프린팅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촉각으로 예술작품을 인식하는 문화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공예박물관 정도가 마련하고 있죠.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일상이면서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분야가 공예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전한 강재영 감독은 “이번 ‘공예주간’에서 마련한 ‘촉각의 순간들’을 통해 시각장애인들 뿐 아니라 관람객들도 어둠 속에서 물성을 가진 공예품을 섬세하게 만지고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종규 조직위원장은 “전통 보존과 더불어 공예의 진화”를 언급했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디자인이란 그릇, 가구 뿐 아니라 어려서의 기억까지 담아내죠. 어려서 송편떡 하나를 만들 때도 굉장히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좋은 프로그램으로 공예의 중요성, 전통의 아름다움을 진화시켜 이 시대에 맞는 공예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21 13: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박물관은 힘이 세다! 2022 박물관·미술관 주간

2022 박물관·미술관 주간에 대해 설명하는 홍보대사 마크 테토(사진=허미선 기자)5월 18일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지정한 ‘세계 박물관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2012년부터 전국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운영돼온 ‘2022 박물관·미술관 주간’(5월 22일까지 전국 박물관·미술관)이 한창이다. 올해의 테마는 ‘박물관의 힘’(The Power of Museums)으로 이를 바탕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박물관의 선한 영향력’을 모색하고 있다. ‘거리로 나온 뮤지엄’ ‘함께 만드는 뮤지엄’ ‘주제형 프로그램’이라는 큰 테마 아래 30여개의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다. 소장품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의 변화를 고민하며 박물관과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장으로 시작한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기획의도는 ‘박물관 문턱 낮추기로 인한 대중화’ ‘다양한 실험 지원’이다.올해로 30주년을 맞은 환기미술관에서 ‘박물관·미술관 주간’ 프로그램 중 ‘함께 만드는 뮤지엄’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뮤지엄 보이스’(Museum Voice, 7월 10일까지 환기미술관)에서 17일 만난 홍보대사 마크 테토는 ‘박물관의 힘’에 대해 “한 사람, 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2022년 박물관·미술관 주간 중 환기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뮤지엄 보이스’(사진=허미선 기자)마크 테토는 “2022년 박물관·미술관 주간 테마인 ‘박물관의 힘’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저도 관련이 있다고 느꼈다”며 “저는 금융업하는 뉴요커로 한국에 와 강남에 살며 현대문화를 즐기던 사람이었다. 그저 집이 예뻐서 북촌 한옥으로 이사하면서 주변 미술관, 박물관을 관람하기 시작하면서 한국문화, 전통미술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박물관, 미술관이 역사와 현대, 미래를 커넥팅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마크 테토는 SNS에 소장작 100점을 미리 공개하고 시민이 직접 선정하도록 한 ‘보이스 뮤지엄’ 전시작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김환기의 ‘매화와 항아리’(1957)에 특별참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마크 테토를 비롯해 가수 하림이 작품에 대한 목소리를 냈고 노순천 조각가, 진유영 음악가, 김예진 미술심리전문가 등이 조형작품, 퍼포먼스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한다.박정은 환기미술관 학예사는 “연령, 성별, 장애 등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함께 풀어내는 시민참여형 열린 전시이자 함께 만드는 뮤지엄을 지향한다”며 “워크숍을 통해 나눴던 전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뮤지엄 보이스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환기미술관에 따르면 큐알코드를 활용해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뮤지엄 보이스’는 온라인, 메타버스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공유될 예정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8 17:30 허미선 기자

조민아, 가정 폭력 피해 정황 폭로…"목덜미 잡아 바닥으로 던져"

(사진=조민아 인스타그램)걸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가 가정 폭력 피해 정황의 글을 게재했다.16일 조민아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강호가 곤히 잠든 사이에 매일같이 반복되던 숨막힘 끝에 엄마는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과호흡성 쇼크로 정신을 잃었고 119가 왔고 경찰이 왔다. 강호를 만나고 어제 처음으로 과호흡이 와서 엄마 너무 놀랐어”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이어 “다행히 강호가 깨어있을 땐 엄마가 우리 강호 옆에서 활짝 웃고 있었지 언제나처럼?”이라며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밝은 에너지로 파이팅 넘치게 강호 곁에 있지 엄마니까”라고 아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남겼다.조민아는 “우리 강호랑 행복만 하고싶다. 잘자 내사랑 내아가 내우주 내보물”이라고 글을 마무리 지으며 ‘#엄마보호받고싶다’라고 해시태그를 덧붙였다.조민아의 글에 한 지인이 “이따 전화할께 아프지마 내친구”라고 댓글을 달자 조민아는 다시 “어제도 안방문고리 발로 차서 부수고 목덜미 잡아서 바닥으로 집어던져서 나 고꾸라지고 119앞에선 심폐소생술 미리 하고 있고 가고 나선 다시 폭언 퍼붓고 매일이 지옥같아 살려줘”라고 대댓글을 달아 가정 폭력 피해를 의심케 했다.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헉 가정폭력? 절대 가볍게 보시면 안됩니다”, “안타깝네요, 절대 그냥 넘기지 마시고 단호하게 대처하세요”, “무슨일이예요 언니 아프지마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한편, 걸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는 2020년 6세 연상의 피트니스센터 CEO와 혼인신고를 한 뒤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으며, 같은 해 6월 첫 아들을 품에 안았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5-16 13:35 김세희 기자

던밀스 아내 “뱃사공 피해자는 사실 나, 고통 속에 살았다”

(사진=뱃사공 인스타그램)래퍼 뱃사공의 불법 촬영을 최초 폭로한 래퍼 던밀스의 아내가 피해자는 지인이 아닌 자신이라고 고백했다.16일 던밀스 아내 B씨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겁이 나는 마음에 진작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제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것 같아 죄송하다. 이제 용기를 내서 말씀드리려고 한다. 제 지인이라고 했던 피해자는 사실 저”라고 밝혔다.B씨는 “저는 2018년 가해자와 만났다. 흔히 말하는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분의 앨범 발표날 바다를 같이 놀러 가게 됐다. 그 날 그 분이 제 사진을 찍어 한 단톡방에 공유했다”고 설명했다.B씨에 따르면 뱃사공이 불법 촬영한 사진은 B씨가 잠들어 있는 사진으로 얼굴 반쪽, 등, 가슴 일부분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팔과 등에 있는 문신이 노출되었다. 저를 아는 사람이라면 저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제가 의식이 없는 사이 동의 없이 찍어 동의 없이 공유했다. 나중에 그 분이 제 사진 한 장을 공유하며 한 발언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B씨는 해당 사진을 발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B씨는 던밀스와 연애 당시 던밀스가 휴대폰을 자신에게 맡기고 군대를 갔으며, 휴대폰을 살펴보던 중 단체 메시지 방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했다고 전했다.B씨는 “그 카톡방을 전부 뒤져봤지만 그 카톡방은 일반 친목 도모 단톡방이었으며 제 사진이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답장을 하지 않거나 반응하지 않았다”며 “많은 인원의 단톡방 틍성상 하루에도 수십개이상의 톡이 올라와서 남편은 그 사진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고 제가 보여준 후에야 알게 되었으며 그때부터 저희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호소했다.B씨는 자신의 신변이 드러나는 것과 해당 단체 메시지 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던밀스와 다른 지인들이 사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를 주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B씨는 최근 해당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1년전 쯤 그 가해자가 이 이야기를 주변 사람에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남편이 가해자에게 ‘우리 둘 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아무데도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했고 가해자는 저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으며 남편은 제가 보기 싫어하니 전달만 해 주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뱃사공이 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 근래 공개적인 방송에서 발언들을 들으며 일말의 죄책감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에 참아왔던 서러움이 터져버렸다. 그래서 참다 못해 저격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B씨는 “제가 너무 힘들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저를 안아주고 저를 사랑해준 제 남편과 서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아껴준 남편 지인들이 다치는 것을 정말 원하지 않는다”며 “이미 수사가 진행중이고 수사를 하면 어차피 밝혀질 일이지만 이 말을 믿지 않을 분들이 계실까봐 두렵다. 거기 있었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에게까지 화살을 돌리지 말아달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앞서 지난 8일 B씨는 SNS를 통해 래퍼 A를 저격하는 글을 게재했다. B씨는 “DM으로 여자 만나고 다닌다는 것까지만 이야기하네? 그 뒤에 몰카 찍어서 사람들한테 공유했던 것들은 얘기 안 하네?”라며 “양심적으로 반성했으면 그런 말도 방송에서 못 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나 보네? 그만하면 좋겠다. 점점 경찰서에 신고하고 싶어지니까”라고 말했다.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래퍼A가 유튜브 콘텐츠 ‘바퀴 달린 입’에 출연 중인 뱃사공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뱃사공은 해당 콘텐츠에서 여러 차례 SNS DM(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연애 상대를 만난다고 밝혀왔다.논란이 확산되자 뱃사공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하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반성하겠다”는 짧은 사과문을 게재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5-16 09:31 김세희 기자

[B그라운드] 판매 활기, 젊어진 컬렉터들…제11회 아트부산, 곳곳에 ‘빨강·초록 스티커’

제11회 아트부산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솔로부스(B24)로 꾸려 출품한 이희준 작가의 작품 10여점이 페어 오픈 5분만에 판매가 완료됐습니다. 사이즈마다 수백에서 수천만원대로 가격대도 다양했는데 30~50대 젊은 컬렉터층이 각각 구매하셨어요.”12일 VVIP와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린 제11회 아트부산(15일까지 벡스코 제1전시장)은 국제갤러리 관계자의 전언처럼 활력이 넘쳤고 젊어졌다.제11회 아트부산의 국제갤러리 부스(사진=허미선 기자)국제갤러리는 이희준의 솔로부스를 비롯해 메인 부스(B24)를 꾸려 유영국의 유화 ‘Work’(1990 14~16억원), 하종현의 ‘Conjunction 09-010’(2009, 52만 8000-60만 USD), 우고 론디노네 ‘elfterjanuarzweitausendundzweiundzwanzig’(2022, 25만~28만 USD), 양혜규 신작 ‘Sonic Rotating Geometry Type F-Tricolor #69’(2022, 6만~6만 8000유로), 다니엘 보이드 ‘Untitled (TBONSSWM)’(2020, 2만 6000~3만 USD), 이광호의 ‘Untitled 4526’(2022, 2000~2500만원), 박진아 ‘밴 02’(2020, 1만 7000~1만 9000USD), 이희준의 ‘청동 여자상’(2021, 4000~5000만원) 등을 출품했다.  제11회 아트부산 갤러리 스탠 부스(사진=허미선 기자)“고객층도, 선호되는 작가층도 젊어진 현상이 두드러지고 미술이 대중화되는 트렌드가 확고해졌다”는 국제갤러리 관계자의 전언처럼 개막 5분만에 작품 10여점을 팔아치운 1988년생 이희준을 비롯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젊은 컬렉터들의 유입으로 호황을 맞았다.행사 현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VVIP 프리뷰 시간대를 따로 마련해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던 지난해와는 달리 다소 여유로웠다. 하지만 갤러리 스탠을 비롯한 갤러리 기체, 실린더, 에이라운지, 디스위켄드룸, 스페이스 윌링엔달링 등 젊은 작가들이 속한 갤러리 부스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제11회 아트부산 더페이지갤러리는 필립 콜버트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더페이지갤러리는 살바도르 달리 ‘랍스터 텔레폰’에서 영감을 받아 랍스터 조각을 선보이고 있는 영국 출신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의 ‘그래스 헌트’(Grass Hunt), ‘바나나 랍스터’(Banana Lobster) ‘수프캔’(Soup Can) 등 대형조각과 회화 등으로 솔로부스를 꾸려 젊은 컬렉터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작가의 한정판 토이가 전시된 ‘랍스터 마트’도 볼거리다. 제11회 아트부산으로 아시아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갤러리 그레이가 선보이는 51억여원짜리 피카소의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사진=허미선 기자)젊은 컬렉터들의 유입으로 활기차진 아트부산에는 유수의 글로벌 갤러리들도 부스를 꾸려 눈길을 끌었다. 제11회 아트부산을 통해 아시아에 첫 진출하는 갤러리 그레이는 약 51억원(400만 달러)에 이르는 피카소의 회화작업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1964, Tete d‘homme et nu assis)와 알렉스 카츠의 연작들, 하우메 플렌자 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제11회 아트부산 특별전으로 선보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Pictures at an Exhibition’(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데이비드 호크니의 ‘Pictures at an Exhibition’(2018)을 재현한 특별전도 진행한다. ‘Pictures at an Exhibition’은 가로 8.7미터, 세로 2.7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작품으로 지난해 9월 아트바젤에서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매진 기록을 세운 페레즈 프로젝트 베를린은 아트바젤, 디자인 마이애미 등 유수의 글로벌 아트페어와 베이징 무무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인간낙원’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오스틴 리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과 회화작품을 특별전으로 선보인다. 제11회 아트부산에서 특별전으로 선보이는 페레즈 프로젝트 베를린 오스틴 리의 작품(사진=허미선 기자)조은혜 페레즈 프로젝트 아시아디렉터는 “오스틴 리의 최근 영상작품 2점과 회화작품 1점을 전시한 스페셜 전시는 미술관 규모의 설치작품을 아트페어에 가져오는 흥분되는 경험이었다”며 “오스틴 리를 비롯해 한국 관객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작가들인 도나 후앙카, 애드 미놀리티, 리처드 케네디 등과 탄 무, 함 게르데스, 베이롤 히메네즈, 라파 실바레스 등 새로운 작가진들을 집중조명하고자 했다”고 전했다.“현재 선보이고 있는 도나 후앙카의 커다란 조각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것입니다. 이 조각의 같은 시리즈인 다른 작품은 후앙카가 최근 유럽 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에서 공개되기도 했죠. 아트부산에서 선보인 10명의 전속 작가 중 도나 후앙카의 신작 네점과 리처드 케네디의 대작과 소품, 마뉴엘 솔라노의 미술관 전시 이력 작품은 솔드아웃됐어요.”제11회 아트부산 중 페레즈 프로젝트 베를린(사진=허미선 기자)이어 “애드 미놀리티의 대작의 두점도 솔드아웃됐는데 이 중 한점은 국내 사립미술관에 소장됐다. 이번 아트부산에서 선보인 페레즈 프로젝트 작가들의 작품들은 베를린에 있는 작품들도 추가로 판매됐다”고 덧붙였다.“라파 실바레스, 함 게르데스의 신작들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또한 올해 처음 선보인 멕시코 작가 베이롤 히메네즈는 부스에 있는 작품들은 물론 바젤에 선보일 예정이던 작품들까지 세점 선판매됐죠. 이번 세실리아 알레마니가 기획한 베니스비엔날레 메인전시에 참여한 작가 슈앙 리와 탄 무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제11회 아트부산에 타데우스 로팍이 출품한 안토니 곰리의 ‘SPAN’(사진=허미선 기자)타데우스 로팍은 ‘커넥트 BTS 뉴욕’에 참여해 주목받은 안토니 곰리를 비롯해 게오르그 바젤리츠, 로버트 라우센버그, 이불 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갤러리 현대, PKM갤러리, 학고재, 가나아트, 리안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들도 판매에 활기를 띠었다. 대구 리안갤러리는 포스트 단색화가로 주목받고 있는 남춘모 작가의 ‘Stroke-lines 22-20’(2022) 등 회화작품을 첫날 모두 판매했다.제11회 아트부산 갤러리 현대 부스(사진=허미선 기자)갤러리현대가 출품한 정상화, 이강소, 김민정 등과 가나아트 김구림, 심문섭 등의 작품들에는 ‘빨강 스티커’(판매 완료)가 나붙었다. 변웅필의 ‘Someone’ 연작들, 문형태의 오브제들, 미들맨갤러리의 이지은 회화 등 ‘빨간 스티커’ 뿐 아니라 ‘초록 스티커’(예약 판매)가 붙은 작품들도 적지 않다. 첫날부터 빨강과 초록으로 물든 제11회 아트부산은 21개국 133개(국내 101개·해외 32개, 2021년 11개국 110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방문객 10만명, 판매액 600억원을 목표로 한다.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3 19:30 허미선 기자

래퍼 뱃사공, 불법 촬영 논란에 짧은 사과…“물의 일으켜 죄송”

(사진=뱃사공 인스타그램)힙합 뮤지션 뱃사공(본명 김진우)이 여성 불법 촬영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13일 뱃사공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하다.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고 반성하겠다”는 짧은 사과문을 게재했다.앞서 힙합 뮤지션 던밀스의 아내 B씨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래퍼A를 저격하는 글을 게재했다. B씨는 “DM으로 여자 만나고 다닌다는 것까지만 이야기하네? 그 뒤에 몰카 찍어서 사람들한테 공유했던 것들은 얘기 안 하네?”라며 “양심적으로 반성했으면 그런 말도 방송에서 못 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나 보네? 그만하면 좋겠다. 점점 경찰서에 신고하고 싶어지니까”라고 말했다.이어 “친한 동생이 그렇게 찍힌 사진, 보낸 카톡 내용 다 가지고 있다. 신고하면 다른 사람들도 피해 볼까 봐 참았다는데, 모두가 보는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전혀 그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는 거네”라며 “정준영이랑 다른 게 뭐지? 그 (친한) 동생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 시도까지 했었는데”라고 폭로했다.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래퍼A가 유튜브 콘텐츠 ‘바퀴 달린 입’에 출연 중인 뱃사공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뱃사공은 해당 콘텐츠에서 여러 차례 SNS DM(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연애 상대를 만난다고 밝혀왔다.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던밀스는 “많은 분들의 걱정과 염려 감사하고 죄송하지만 피해자는 직접 사과를 받은 후 이 상황이 더 커지지 않기 바라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B씨 역시 “가해자 래퍼A에게 사과 연락 받았고,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며 피해자 입장을 대신 전했다.뱃사공의 사과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와 진짜 아니길 바랬는데”, “진실이라면 법적 처벌 받아야하는거 아닌가?”, “유튜브 보고 좋아했는데 진짜 실망이다”, “두 줄 사과가 뭐지 참” 등의 반응을 보였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5-13 13:47 김세희 기자

[비바100] 한국 최초 개인전 ‘많은 것을 동시에’의 톰 프리드먼 “우리는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무제'에 대해 설명 중인 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지난 2년 간 전세계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와 감소세의 반복을 지켜봤고 추이에 따라 바뀌는 방역지침 등을 경험했어요. 이를 계기로 세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됐는지를 실감하게 됐어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비롯돼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이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연관되는지를 새삼 느꼈죠.”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많은 것을 동시에’(6월 25일까지 리만머핀 서울)를 위해 내한한 톰 프리드먼(Tom Friedman)은 잠시 멈추거나 시각을 달리하면 혹은 선입견을 벗어던지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고 느껴지는 것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톰 프리드먼의 한국 최초 개인전 '많을 것을 동시에' 중 'Listen'(사진=허미선 기자)양귀비 씨앗을 4000만배 확대하면 보이는 표면의 육각형들을 표현한 ‘파피시드’(Poppyseed, 2022)가 그렇고 잘 듣기 위해 애쓰는 듯 머리를 기울인 작은 녹색 조형 ‘리슨’(Listen, 2022)이 그렇다. 사람의 형상을 한 ‘무제’(Untitled, 2021)나 ‘해즈맷 러브’(Hazmat Love, 2017)는 보통의 사람보다 작은 반면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돼온 초현실적 곤충 연작 중 하나인 ‘비’(Bee, 2022)는 호박벌을 실물보다 확대해 표현한다.무거워 보이는 ‘리슨’은 전체가 스티로폼에 페인트칠을 해 실제로는 가벼운 반면 거품형상으로 가벼워 보이는 ‘무제’는 스테인리스로 주조해 크롬으로 도금한 작품으로 그 무게는 200kg에 이른다. 이를 ‘대척점’이라고 표현한 톰 프리드먼은 가벼움과 무거움, 과장과 축소 등를 유희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아버지도, 저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주 사용하는 제스처인데 ‘난 몰라’를 의미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두팔을 벌려 환영하는 데 쓰이기도 해요. 다의적인 의미를 가진 제스처라 흥미로웠고 탐구하게 됐죠.”전시장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무제’는 그의 설명처럼 그 자체로도 ‘대척점’을 표현한다. 그는 “형태적으로는 사람과 유사하지만 외계에서 온 생명체, 에일리언이라고 생각하고 제작했다”며 “어딘가 낯선,.눈에 익지 않은 것으로 의도했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그의 일상, 주변의 것들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되어 메모로, 스케치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특정한 소재를 보고 바로 작품으로 만들어야지 하기 보다는 일종의 필터를 가지고 주변의 것들을 눈여겨봐요. 항상 그들에게서 배운다는 자세로 눈여겨보며 머리와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 뒀다가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 싶을 때 끄집어내죠. 그렇게 눈여겨보고 쌓아두고 끄집어 내 작품화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우거든요.”◇‘대척점’에서 관계형성에 주목하다톰 프리드먼과 ‘Being’(사진=허미선 기자)“거대하게 키우거나 축소시키는 기준은 일종의 관계 형성이에요. 인간 형상을 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실제 보다 작아요. 그렇게함으로서 관람객이 작품을 상대로 주도권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하죠.”이어 “하지만 ‘빙’(Being, 2021)은 거대하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으니 (관람객과의 관계 형성을 가늠해 보니) 확대해서 제작해도 되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에는 없지만 (뉴욕 파크 애비뉴, 시카고 사우스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 텍사스 컨템포러리 오스틴, 록펠러 센터의 채널 가든 입구 등에 순차적으로 설치됐고) 곧 홍콩에서 선보일 ‘루킹 업’(Looking up, 2015)은 3피트나 돼요.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의 형상인데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 모습과 똑같이 위를 올려다보도록 의도한 작품이죠.”그렇게 톰 프리드먼은 유희와 더불어 작품과 관람객과의 관계, 작품 간 관계에도 주목한다. ‘홀 인 더 월’(Hole in the Wall, 2022)과 ‘빙’ 그리고 ‘파피시드’와 ‘월’(Wall, 2017), ‘비’가 그 예다. ‘홀 인 더 월’에 대해 톰 프리드먼은 “드릴 작업으로 구멍을 뚫었고 그 과정에서 생긴 파편이 바닥에 있다”며 “대부분의 작품들이 노동집약적인 반면 이 작품은 그냥 벽에 구멍을 뚫으면 그만이었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뚫기만 하면 되는 ‘홀 인 더 월’의 구멍과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빙’의 머리에 뚫린 구멍을 비교하면서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빙’은 동명의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 연작이에요. 폐품과 폐기물 등을 모아서 작품을 구성해요. 처음에는 실제에 가깝게 채색 작업을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재해석하거나 추상적 표현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사유하죠.”‘파피시드’와 나란히 배치된 ‘월’은 ‘환각’이라는 공통분모로 관계를 맺는다. 그는 “양귀비씨앗은 미국에서 베이글 등 식재료로 자주 사용되지만 마약류나 환각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게 흥미로웠다”며 “그 지점이 ‘월’과 연결된다”고 전했다.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는 톰 프리드먼의 작품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Poppyseed' 'Wall' Bee'(사진=허미선 기자, 리만머핀 서울 제공)“빔 프로젝터로 영사되는 작품으로 통상적인 조명 아래서 제 손이 벽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표현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딱딱한 벽이 아니라 탄성을 가진 것처럼 표현함으로서 좀더 깊이 있어 보이게 했죠. ‘월’과 바로 옆의 조형물인 ‘비’는 제가 자주 선보이는 ‘대척점’의 표현이에요. ‘월’은 물성이 아닌 소재로 뚫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표현했다면 ‘비’는 물성 소재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벽 위에 앉아 있죠. 그리고 ‘비’는 육각형으로 ‘파피시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요. 양귀비씨앗의 벌집구조와 실제 벌 사이의 공간 혹은 관계에 대해 연결 짓고 사유하게 하거든요.”◇서울을 닮은 ‘스페이스타임’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서울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스페이스타임’(Spacetime, 2019-2022)이에요. 서울은 오르막도, 내리막도 많고 공감각적으로도 흥미진진한 공간이죠. 오르면서 보이는 풍경, 내려다보는 풍경 등이 다른, 다각도로 볼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그가 서울과 닮았다고 꼽은 ‘스페이스타임’은 철사(Wire), 페인트, 스티로폼, 판지(Cardboard), 알루미늄 호일, 실(Yarn), 충전재(Pillow Stuffing) 등으로 꾸린 3차원 드로잉 작품이다. 톰 프리드먼은 ‘스페이스타임’에 대해 “물성을 가진 작품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로 인해 형성되는 드로잉까지를 한 작품으로 표현한다”며 “다양한 관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밝혔다.서울을 닮았다는 '스페이스타임' 앞에서 톰 프리드먼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중앙의 인물은 앙리 마티스의 ‘자화상’에서 모티프를 얻었고 파이프는 르네 마그리트에서 영감을 얻었죠. 바나나는 앤디워홀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 안의 점은 쿠사마 야요이의 영감을 받았어요. 그렇게 여러 관계 형성으로 구성된 작품이죠.”‘스페이스타임’ 중 마티스의 ‘자화상’에서 영감받아 표현한 인물과 닮았다는 말에 그는 “특별히 저를 투영한 건 아니지만 마티스가 ‘자화상’을 그릴 당시 나이가 제 또래였으니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며 웃었다. 무엇이든 열려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탐구하는 그는 ‘스페이스타임’ 중 망치에 대한 “뭘 부수거나 두들기고 싶은 거냐?”는 질문에 또 다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망치는 특정 의미를 내포하기 보다는 작업 중 자연스레 녹아들지 않을까 싶어서 넣었는데…. ‘두들긴다’는 말이 흥미로워졌어요. 무슨 의미를 지닐까 생각하게 되네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2 18:3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전통과 현대 창작의 공존, 극과 극의 ‘일무’…“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간다면…”

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의 궁궐에서 거행되는) 종묘제례악 현장에 간다면 현대인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전통 동작들을 짜온 것 같아요.”11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습실 공개에서 시연된 ‘일무’(佾舞, 5월 19~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전통 그대로인 1막과 현대화해 창작무로 변주한 3막 2장에 대해 음악까지 담당한 김재덕 안무가는 이렇게 말했다.‘일무’는 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에 포함된 무용으로 역대 왕들의 문(文)·무(武)덕德)을 기리는 문무(文舞)와 무무(武舞)로 구성된다. 홍주의(紅周衣). 남사대(藍紗帶, 남색의 사로 만든 허리띠), 목화(木靴)를 갖추고 문무는 진현관(進賢冠)을 쓰고 왼손에 약(약, 황죽으로 만든 구멍이 셋인 악기), 오른손에 적(翟, 나무에 꿩 털로 장식한 무구)을, 무무는 피변관(皮辨冠)을 쓰고 간(干, 방패)과 척(戚, 도끼) 혹은 목검을 들고 춤을 춘다.‘일무연구’ ‘궁중무연구’ ‘신일무’ 3막으로 구성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국립극장의 ‘묵향’, 정동국립극장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등의 정구호 연출,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 그리고 현대무용가 김성훈·김재덕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 2막은 한국 전통춤을 온전히 구현하고 3막은 김성훈·김재덕 안무가와 정혜진 단장이 현대적으로 공동창작한다.◇김재덕 안무가 “지금의 유명가수들이 국회의사당 혹은 청와대에서 춤추는 걸 상상했죠”span style="font-weight: normal;"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김재덕 안무가의 설명에 따르면 “각 막은 전통춤의 재현과 현대적 재해석이 공존한다.” 1, 2막, 3막 1장과는 달리 3막 2장은 빠른 속도로 전통 무용 동작들이 구현되는데 이에 대해 김재덕 안무가는 “현대에 맞게 유명가수들이 국회의사당 혹은 청와대에서 춤추는 걸 상상했다”고 털어놓았다.“일무는 문관과 무관들이 추는 춤으로 지금의 경호원, 경찰, 군대, 행정관 등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되게 간단했어요. 그들과 옛날 문무관의 사고는 어땠을까, 지키는 것과 힘이 아니었을까, 힘이 좋으려면 스피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식으로 접근했죠.”이어 “연습실 공개에서 시연된 3막 2장만 빠르다”며 “1, 2막은 느릿느릿하고 3막 1장은 오히려 절제해 심심한 듯 천천히 끌어올리는 맛이 있다”고 덧붙였다.“3막도 계속 동적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1장은 카운트를 크고 느리게 하지만 힘 있게 쓰면서 절제해요. 2장을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민속적 흥을 더 냈다고 볼 수 있어요. 3막 2장에서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훈련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고 동작이 단순화되기도 했죠.”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그리곤 “제일 어려웠던 건 소통이었다”며 “전통 무용을 바탕으로 하는 (서울시무용단) 단원분들과 현대무용하는 제가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다.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마저 달라서 몸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안돼서 몸의 피로도가 좀 높았다”고 말을 보탰다. 3막의 안무 뿐 아니라 음악까지 책임진 김재덕 안무가는 음악에 대해 “미니멀리즘”이라 정의하며 “편경, 어(어, 호랑이 모양으로 음악의 종지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목부에 속하는 체명악기)를 현대화해 믹싱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대나무로 세번 치고 등을 긁는 소리를 리듬화해 드럼의 하이햇 같은 사운드로 만들었어요. 태평소, 피리 등 고음을 내는 악기들은 소리를 빼거나 아예 깎아서 부드럽게 들리도록 했죠. 더불어 콘트라베이스를 많이 사용했어요. 어떻게 전통적으로 현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저음을 깎고 이퀄라이저를 활용해 아쟁이 아닌데 아쟁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 사용했죠.”◇어쩌면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 ‘일무’ 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목표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일무의 재현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공연 자체로 완성도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관객에게 제대로 감동을 주고 일정 정도라도 공감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일무’에 대해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전통 ‘일무’를 재현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 제목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정구호 연출은 “일무가 종묘제례악에 쓰여서 제사를 지내는 춤으로 돼 있지만 세종 때는 연희이기도 했다. 제사를 지내는 게 아니라 연희적 측면을 강조했다”고 강조했다.“종묘제례는 밀도 있는 움직임과 반복 동작이 많아 지금 관객들에게 이 시대 춤으로 보여드리기는 어렵죠. 그래서 연희적인 에너지, 템포, 방향 등이 변형됩니다. 일무의 정해진 동작들을 유지하면서 좀 더 액티브하게 속도 밸런스를 맞췄죠. 합을 이루고 획일적으로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정신이고 부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 3막에서 합하고 에너지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죠.”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김성호 안무가는 “1, 2, 3단계로 나뉘어 움직임의 발전이 있다. 처음 전통 무용을 봤을 때는 답답하고 이해가 안가고 지겨운 부분도 있었다”며 “하지만 체험하면서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움직임들을 현대화하면서 큰 움직임은 작게, 작은 건 크게, 직선은 곡선으로, 느린 건 빠르게 바꿨습니다. (전통 일무는) 바닥에 내려가지 않고 스탠딩이 대부분인데 역으로 바닥에 누워서 하면 어떨까 싶었죠. 중요한 건 춤의 언어예요. 이 춤과 저 춤이 만나면 어떨지, 융합적인 부분을 고려해 안무했습니다.”정구호 연출은 의상에 대해 “1, 2막은 전통의상을 고수하려고 노력했다”며 “정해진 틀 안에서의 색 변화 등으로 주어진 맥락을 흐트러트리고 재조합했다”고 설명했다.“예전의 종묘제례악은 실제 마당에서 가깝게 보는 행사였지만 현대에는 무대에 올려져 멀리 떨어져 관람하게 됐죠. 이에 춤의 디테일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관(冠, 모자)을 과장하는 식으로 변화를 줬어요. 3막의 의상도 현대의상처럼 보이지만 한복 속에 입는 고쟁이 바지가 모티프죠. 더불어 상하의 보색대비로 색을 분리해 현대적으로 표현했습니다.”서울시무용단 ‘일무’ 연습실 공개 현장(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정구호 연출은 무대에 대해서는 “안무과 구성이 너무 꽉차 있어서 제가 했던 그 동안의 작품 중 가장 미니멀한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1막에서는 선 몇개, 2막은 원 몇개, 3막은 여러 개의 선으로 액티브한 무대를 연출한다”고 귀띔했다.“이번 ‘일무’는 다른 차원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무용문법을 잘 아는 정혜진 단장님과 현대적 무용문법을 잘 아는 김재덕·김성호 안무가가 하나의 주제를 엮어 내 승부해야하는 작품이죠. 작품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정혜진 단장은 “일무는 밀도 있는 동작의 합이다. 무용수들이 하나로 똑같이 가는 게 일무에서 보여주는 정신”이라며 “현대화하더라도 똑같이 합을 이루는 동작구현을 통한 통일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이 시대에 맞는 춤의 언어들, 다양한 춤의 언어들이 합을 이룹니다. 전통이든 컨템포러리든 언어는 다양해도 보여주려는 건 하나죠.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며 자신의 할 일을 하다보면 결국 그 마음들이 하나가 돼 하늘을 감동시키고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에 ‘일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1 21:03 허미선 기자

[비바100] 팬데믹에도 만발한 미술꽃밭 제11회 아트부산…특별전만 14개, MZ세대-VIP 특화 프로그램까지!

제11회 아트부산 특별전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데이비드 호크니 ‘Pictures at an Exhibition’, 백남준 ‘Never Read Writtgenstein’, 오스틴 리(사진제공=아트쇼부산)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도 부흥기를 맞은 미술 현장을 만날 수 있는 제11회 아트부산(5월 12~15일 벡스코 제1전시장)이 VIP에게만 공개되는 프리뷰(12일)를 시작으로 나흘간 진행된다.지난해에 비해 홀 사이즈를 25%가량 넓혔고 참가 갤러리도 21개국 133개(국내 101개·해외 32개, 2021년 11개국 110개 참가)로 늘었다. 특별전만 14개가 마련되고 그 중에는 NFT로 민팅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미디어월도 있다. 이에 아트부산을 주최·주관하는 사단법인 아트쇼부산은 지난해(방문객 8만5000명, 판매액 300억원) 보다 높은 방문객 10만명, 판매액 600억원을 예상수치로 발표했다.제11회 아트부산 알렉스카츠의 ‘Vivien in White Coat 10’(사진제공=아트쇼부산)부스를 차릴 133개 갤러리 중 국내 19개, 해외 21개는 아트부산 첫 참가다. 이 중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하우메 플렌자 등이 전속작가로 소속된 미국의 그레이 갤러리(Gray)도 있다. 그레이 갤러리의 아트부산 참가는 아시아를 향한 첫 걸음이라는 데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들은 한쪽 벽면을 알렉스 카츠의 다양한 연작들로 채우는가 하면 50억원에 이르는 피카소의 회화작업 ‘Tete d‘homme et nu assis’를 비롯해 데이비드 호크니, 하우메 플렌자 등의 작품들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아트부산을 찾는 독일의 에프레미디스 갤러리(Efremidis Gallery)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뉴욕 현대미술관(MoMA) 출품작으로 한화 약 40억원에 이르는 ‘Abstraktes Bild(551-6)’를 비롯해 하디 팔라피셰의 회화와 조각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로 세 번째 아트부산에 참가하는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토리 곰리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들과 더불어 독일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 최근 서울 스페이스를 오픈한 홍콩의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뉴욕의 투팜스(Two Palms),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 등 유수의 해외 갤러리와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PKM 갤러리, 학고재 등 최정상 국내 갤러리 그리고 갤러리 스탠, 갤러리 기체, 실린더, 에이라운지, 디스위켄드룸, 스페이스 윌링엔달링 등 아트부산의 성장을 이끈 MZ세대 컬렉터들을 위한 젊은 갤러리와 작가들이 규모를 늘려 참가한다.아트부산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관전포인트를 “14개의 특별전과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이번 아트부산에서는 그레이 갤러리가 지난해 9월 아트바젤에서 선보였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Pictures at an Exhibition’(2018)을 재현한 특별전을 선보인다. 가로 8.7미터, 세로 2.7미터 규모의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앞에 여러 개의 의자를 배치해 작품과 관객이 하나 되도록 연출된다.제11회 아트부산 특별전들. 왼쪽부터 시게방향으로 제임스 터렐의 ‘캇소’, 강이연과 강재원 특별전(사진제공=아트쇼부산)페레즈 프로젝트 베를린은 3D프린팅을 예술매체로 활용해 디지털 아트, 조각, 페인팅 등의 작업을 하는 오스틴 리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과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아트바젤, 디자인 마이애미 등 유수의 글로벌 아트페어와 베이징 무무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인간낙원’ 등을 통해 MZ세대 컬렉터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이번 특별전에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더 키스’를 NFT화한 미디어월 작품도 있다. 이는 가로세로 100개로 나눠 벨베데레 미술관이 조각 판매를 진행하고 아트부산이 그 프로젝트를 특별전 방식으로 소개한다. 한 조각당 가격은 1850유로다. 제11회 아트부산 특별전들. 위 김보희 'Towards', 아래 이상수의 'Flamingo'(사진제공=아트쇼부산)백남준의 월페인팅 및 싱글채널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인 ‘Never Read Writtgenstein’(1988), 하나의 프로젝션이 모서리에 닿아 입체적 도형으로 읽히는 제임스 터렐의 ‘캇소’(Catso-White), BTS가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는 이상수 작가의 ‘플라멩고’, BTS를 주제로 한 ‘CONNECT, BTS’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 작가 강이연과 제주 풍경을 담은 김보희 작가의 대형 회화, 7미터 규모의 은색 조각 풍선으로 아트페어의 많은 것들을 비출 강재원 작가의 작품도 특별전으로 만날 수 있다.  ‘현대미술 경계의 재구성: NFT 아트’ ‘아티스트 대담: Meet the Artists’로 구성되는 12개의 컨베세이션스에는 이대형 아트디렉터와 강이연 작가가 2020년의 ‘CONNECT, BTS’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더불어 ‘숯의 화가’ 이배, 올리버 비어 등 작가를 비롯해 알민 레쉬, 매그너스 랜프류, 에스더 쉬퍼, 타데우스 로팍 등 전세계 미술 전문가들이 NFT를 비롯한 미술계 트렌드, 환경문제 등 다양한 미술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제11회 아트부산 컨버세이션스에 나서 2020년의 ‘CONNECT, BTS’ 프로젝트를 소개할 강이연 작가(왼쪽)와 이대형 아트디렉터(사진제공=아트쇼부산)11회 아트부산의 또 다른 키워드는 NFT다. 예술성, 심미성, 대중성, NFT 매체적합성, 포맷, 디지털 완성도 등을 평가해 선정한 4명 작가 작품을 어떻게 NFT화하는지 민팅부터 드롭까지의 전과정을 공유하는 ‘NFT Art LAB’도 하루 한 작가씩 진행한다. 아트부산 VIP 오피셜 파트너인 어퍼하우스가가 꾸린 VIP라운지, 프라이빗 투어, MZ세대를 위한 파티 등 VIP특화 프로그램도 제11회 아트부산의 특징이다. 어퍼하우스는 아트바젤, 디자인 마이애미 등에서 각광받는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 하우스를 오마주해 VIP룸을 꾸린다. 야외 테라스 느낌으로 디자인된 VIP라운지에서는 아트바젤, 프리즈, 피악 등 글로벌 아트페어의 공식 스폰서인 루이나르(Ruinart) 샴페인도 즐길 수 있다.제11회 아트부산의 VIP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라이빗투어. 류지혜 컬렉터의 히토 슈타이얼 작품(사진제공=아트쇼부산)올해 처음 기획된 프라이빗 투어는 컬렉터들의 집을 방문해 소장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아트부산의 컬렉터 양성 프로그램인 YCC(Young Collectors Circle) 세미나의 1기 회원이자 아트부산 2021 컬렉터스 커미티(Collectors Committee) 멤버였던 류지혜 컬렉터가 집과 프리이빗 컬렉션을 공개한다. 더불어 사전신청을 받아 15명 이내로 꾸린 팀이 강강훈, 이진용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된다. MZ세대를 위한 젊은 갤러리들의 파티도 마련된다. 갤러리스탠, 갤러리 구조, 휘슬 등 젊은 갤러리들이 호스트로 나선 파티가 12일부터 14일까지 수영구에 위치한 F1963의 프라하933에서 열린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11 18:30 허미선 기자

[문화공작소] 이건희, 컬렉션 355점으로 모두를 초대할 집을 짓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展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세기의 기증’이라 일컬어지는 삼성 故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2만 3000여점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제주 이중섭 미술관, 강원도 박수근 미술관 등에 기증된 지 1년여를 맞았다.그 소장품을 기증받은 7개 기관이 1주년을 맞아 일명 ‘이건희 컬렉션’이라 불리는 기증품들로 모두를 초대할 집을 짓듯 마련한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8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이하 어느 수집가의 초대)이 한창이다.이번 특별전에는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 ‘금동보살삼존상’ 등과 김환기 ‘산울림’,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이중섭 ‘황소’, 박수근 ‘한일’ 등 295건 355점이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 2개실에 전시된다.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는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전언대로 “하나로 꿰뚫리는 전시가 아니라 수집가가 자신의 집에 관람객을 초대하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물건 수집으로 인해 보존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그 수집품의 기증으로 좀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수집’이라는 행위가 가진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이며 “인간이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지혜로 활용되는 현장임을 목도하는 전시”다. 입구에는 사특한 기운을 물리치고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조선시대 석인상과 권진규의 테라코타 작품 ‘문’이 맞이한다. 임옥상의 ‘김씨연대기 II’, 박득순 ‘봄의 여인’, 이종우의 ‘부친 초상’, 김정숙의 ‘키스’, 장욱진의 ‘가족’, 권진규의 ‘모자상’, 백영수 ‘모자’,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 전뢰진과 김동우의 ‘가족’이 차례로 환영인사를 전한다.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차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중정을 중심으로 이중섭의 ‘춤추는 가족’ ‘현해탄’ ‘판잣집 화실’, 유배 중이던 정약용이 30세 아들을 여읜 아버지의 요구로 지은 ‘정효자전’ ‘정부인전’ 등이 최초로 공개된다. 따로 마련된 두 개의 방에서는 달항아리와 김환기, 백자와 곽인식 작품 그리고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조선시대 목가구, 수집가의 취향이 담긴 조선 생활용품과 중국 자기 및 청동기, 수집하고 싶었지만 못한 중국 작품들을 그려넣은 병풍 등을 만날 수 있다.조선시대 동자석이 즐비한, 앞마당처럼 꾸린 공간의 창 너머로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 보인다. 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수련이 있는 연못’으로 꾸린 후원이 나타난다.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제2실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는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 등 4개 챕터로 구성됐다. 예술을 자연과 교감하면서 받은 느낌을 표현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날 것 그대로의 자연에 내던져진 인간의 두려움, 자연과의 동화, 극복의지 그리고 물건·예술품과 인간의 관계, 그에서 얻은 지혜 등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중섭의 ‘황소’,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권진규의 ‘손’, 최종태의 ‘생각하는 여인’, 김환기 ‘산울림’, 박수근의 ‘한일’, 백남준의 ‘브람스’를 비롯해 불교 문화재 미술품, 조선 서화류, 그릇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토기부터 백자까지 등을 만날 수 있다.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느 수집가의 초대’展에서 단연 눈에 띄는 공간은 창 너머로 보이는 데서 이어져 후원으로 꾸려진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음악과 디지털 영상을 곁들여 실제 연못처럼 꾸린 공간에 걸린 ‘수련이 있는 연못’은 자식을 먼저 보내고 파리 교외지역인 지베르니에 집을 짓고 그린 연작이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극복한 거장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으로 세부적인 묘사보다는 흐트러져 빛에 스며드는 듯한 색감으로 화면을 채운다. 추상주의로의 전환을 예고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수련이 있는 연못’을 상시 관람할 수 있게 됐다.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조선의 백자, 분청사기에서 영향을 받은 현대작가들의 구상 및 추상 작품들이 한데 모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거칠거칠한 바탕 갈색을 가리기 위해 백포를 바른 후 거칠게 긁어낸 질감의 분청사기 조화 모란문의 항아리와 아크릴 유화로 표현한 강요배의 ‘홍매’ 그리고 이인문의 ‘소나무 아래에서 폭포를 보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등이 어루러진 풍경이 흥미롭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2-05-07 14:41 허미선 기자

‘커밍아웃’ 홀랜드, 이태원서 혐오 범죄 피해…“더러운 게이XX 라고”

(사진=홀랜드 인스타그램)성소수자 정체성을 밝히고 커밍아웃 한 가수 홀랜드가 혐오 범죄를 당했다고 호소했다.6일 홀랜드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오늘 새벽 친구와 매니저와 함께 이태원 길을 걷던 도중 한 모르는 남성이 ‘더러운 게이XX’라며 저를 게이라는 이유로 얼굴을 두번 가격했다”며 폭행 피해를 당한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홀랜드는 얼굴에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린 모습이다.홀랜드는 “이것은 명백한 혐오범죄”라며 “제가 커밍아웃한 게이라는 이유로 폭력에 노출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2022년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동성애자 인권이 얼마나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사진=홀랜드 인스타그램)이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고 자라나는 LGBTQ를 포함한 모든 마이너리티 약자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혐오와 폭력보다 희망과 사랑만을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해당 게시물을 접한 팬들은 “혐오도 폭력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헉 얼른 나으세요”, “세상에 길가다 폭행 무슨일이야”, “무엇보다 마음 다치지 않으셨으면” 등의 댓글을 달며 위로했다.한편, 2018년 디지털 싱글 ‘네버랜드(NEVERLAND)’로 데뷔한 홀랜드는 데뷔와 동시에 성소수자 정체성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으며, ‘I’m not afraid‘, ’I‘m so afraid’, ‘Nar_C’ 등의 곡을 발표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5-06 14:18 김세희 기자

[B그라운드] 방정환 창작 동화 속 동물들과 게임판에서 놀자! 국립민속박물관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 세상’

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방정환 선생의 창작동화 중 동물이 등장하는 4개를 선정해 전시로 꾸렸습니다. 더불어 방정환 선생이 발행한 게임 중 ‘세계발명말판’ ‘금강껨’ 원본이 최초로 공개됩니다.”제100회 어린이날을 맞아 진행 중인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2024년 3월 1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2층)에 대해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이렇게 소개했다.김종대 관장의 소개처럼 전시장으로 오르는 길에는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아이들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소파 방정환의 서재로 책상과 책장 그리고 ‘어린이’ 잡지 원본이 즐비하다.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선물 상자 안으로 들어가는 듯하게 꾸린 전시장 입구를 지나면 역대 어린이날 변화상, 방정환이 신문과 ‘어린이’ 잡지에 소개했던 창작동화를 테마로 한 디지털·아날로그 동시 체험존 그리고 각각 1929년 2월호, 1931년 1월 발행한 ‘어린이’ 잡지 부록이었던 ‘금강껨’ ‘세계발명말판’ 원본이 자리 잡고 있다. 방정환의 창작동화 중 ‘일 없는 돼지’ ‘까치의 옷’ ‘누가 먼저 났나’ ‘시골쥐의 서울 구경’은 디지털, 아날로그로 동시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 담당인 국립민속박물관의 이경효 학예연구사는 “각 코너마다 전시내용 및 동화를 영상으로 설명하고 민속 상징으로서의 동물이 교훈을 전한다”고 설명했다.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까치의 옷’ 체험존(사진=허미선 기자)깊은 숲속 오두막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가 이웃 마을로 일을 나가면서 돌봐 달라고 부탁한 아기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올빼미와 까치 이야기를 담은 ‘까치의 옷’은 발로 밟아 구렁이 등을 물리치는 영상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 이경효 학예연구사 설명에 따르면 “진동을 통해 실현되는 게임”이다. ‘누가 먼저 났나’에서는 일촌부터 가족 관계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가 하면 소파 방정환의 어린이선언문, ‘작은 물결’ 등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가는 코너로 구성됐다. ‘청음코너’에서는 도깨비 등 손가락 인형으로 동화 연극무대를 체험할 수 있다.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금강껨’을 하고 있는 부녀(사진=허미선 기자)커다란 우체국 가방에 들어가면서 찢어진 가방 틈으로 서울 구경을 하게 된 시골쥐 이야기 ‘시골쥐의 서울구경’은 커다란 우체국 가방 조형물로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게 조성됐다. 더불어 ‘금강껨’ ‘세계발명말판’을 비롯한 다양한 게임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7일까지는 박물관 야외에서 ‘허재비’에 곡을 붙여 신나게 춤추는 ‘두둠칫 영상 챌린지’, ‘일없는 돼지’ 속 동물들이 총출동하는 ‘동물 가면 퍼레이드’를 비롯해 콩 옮기기, 굴레 벗기, 종이 떼기, 때려 맞히기 등 방정환이 제안한 놀이로 꾸린 ‘나는 방탐대 놀이왕! 방정환 놀이 탐험대’ 그리고 ‘시골쥐의 서울 구경’이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방정환의 서재(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어린이' 잡지 원본(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세게발명말판' 원본(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까치의 옷’ 게임을 통해 아기를 지켜내고 까치 옷을 입은 어린이(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누가 먼저 났나'(사진=허미선 기자)국립민속박물관의 제100회 어린이날 특별전시 ‘오늘은 어린이날, 소파 방정환의 이야기세상’ 중 '누가 먼저 났나'(사진=허미선 기자)

2022-05-05 22:04 허미선 기자

[비바100] 명품백을 살때도 하지 않았던 '오픈런'을 '빵'을 위해 뛰었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먹으려고 사는 거예요? 모으려고 사는 거예요?”말에는 짜증이 섞이고 눈에는 한심함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대부분 등교한 9시 반 즈음 아들이 곧잘 ‘득템했다’고 귀띔한 동네 마트를 찾았다가 당한 봉변(?)이었다. 나는 국진이 빵 세대도 아니고 핑클의 광팬도 아니었기에 ‘빵=스티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빵’은 다르다. 시작은 ‘집돌이’인 아들이 매일 8시 반이면 동네 편의점 순례를 나서면서였다. 학교에서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이 인기라고 했다. 한곳에 줄 서는 사람이 많아서 빵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여러 군데를 돌아야 한다는 말에 두 귀를 의심했다.센스넘치는 품절 안내문. (사진=이희승기자)문제는 ‘하늘의 별따기’인 빵 구하기에 동심이 다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대부분은 아니었겠지만 “포켓몬 빵 있냐?”는 말을 하루에도 수백번 씩 듣는 입장에서 초딩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치고 있으면 짜증이 날 법도 하다. 빵을 구하지 못해 아쉬운 것도 있겠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이들의 언행을 보면 기가 찼다. “없어요” 정도는 애교다. “저리가 있어라” “기다리려면 뭐라도 사 먹던지” 등 하대도 이런 하대가 없다.늦둥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곤 잘 가는 집앞 편의점에 들렸다. 그간 사간 맥주캔만 밟아 쌓았어도 11층 높이는 쌓을 수 있는 단골집이었다. “포켓폰 빵을 구할 수 있냐”고 하자 “그것 때문에 죽겠다”라는 하소연이 돌아온다. 초등학교 앞에 있는 탓에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몰리는데 할당되는 건 하루에 많아야 두개라고 했다. 돈을 더 드릴테니 따로 빼 놓을 수 있냐고 읍소도 해봤지만 단호하다. 빵이 들어오는 시간이 퍼지면서 입고 1시간 전부터 기본 다섯 명이 매장에 앉아 대기하고 있단다. 비슷하지만 다른 각 매장별 포켓몬 빵 안내문. 이런 기본적인 배려가 판매점의 호감도를 높인다는 걸 각 브랜드는 알까?(사진=이희승기자)혹시라도 빵을 빼거나 예약을 받았다고 하면 바로 싸움이 난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먼저 온 학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빵이 도착하는 바람에 부모들까지 와서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었단다. 당시 시간은 오전 9시 20분. 주문서를 보던 단골 주인은 11시쯤에 새로 나온 ‘앙버터 빵’ 1개가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면 사가라는 눈치였다.동네를 둘러보니 사정은 심각했다.  편의점 영업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오픈런’, 물류차를 쫓는 ‘물류런’ 현상은 기본이다. 재출시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포켓몬빵을 사기 위한 부모들의 노력은 상당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첫날 들은 정보덕에 10시 30분부터 매장에서 대기한 후 첫 포켓몬 빵을 살 수 있었다. 물건을 내려주는 기사분에게 어느쪽으로 가시냐고 물어보니 “근처로 간다”는 짤막한 대답이 돌아온다. 하도 많이 들은 말이라 대답할 힘도 없어보였다. 머리를 굴려 근처 CU편의점을 훑었다. 두 번째 방문한 곳은 허탕. 세 번째 도착한 곳은 분명 빵이 보이는데도 “예약제니 휴대폰 번호를 남기라”는 말이 돌아왔다. 3일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린다는 말에 맹모삼천지교도 하는 판국에 이 정도 개인 정보쯤은 흘릴 수 있었다. 기적적으로 이틀 만에 온 빵은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거였다는 건 (안)비밀이다. 그나마 중간에 포기하신 분이 있어 차례가 빨리 돌아온 거라는 말에 위안도 받았다.명품 백을 살 때도 하지 않았던 ‘오픈런’으로 구한 포켓몬 빵. 맛도 훌륭했다. 다시는 사지 않을테지만.(사진=이희승기자)그 와중에  평소에 잘 연락하지 않던 성당 구역장님이 편의점을 운영하신다는 게 생각났다. 안부를 전하며 슬쩍 물어보니 그야말로 대란이란다. 매장에 손님이 없어야 가능하다는 말에 물류차가 들어오는 시간만 얻고 전화를 끊었다. 시간 맞춰 가보니 저녁 9시 반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모습은 없다. 다만 학부모처럼 보이는 사람 두명이 팔짱을 끼고 초초하게 서 있다. 그날 들어온 빵은 세개. 아쉽게 탈락.며칠 편의점 순례를 하다 보니 아침에 들어오는 빵과 저녁에 들어오는 빵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알았다. 저녁에는 초코롤이나 치즈케이크가 배달됐다. 아이들이 빵을 사는 이유는 맛 보다도 안에 들어있는 159종의 띠부실이었다. SPC삼립이 2006년 단종한 제품을 16년 만에 다시 내놓으면서다. 당시 어린이였던 주요 구매자들의 추억을 건들이며 2030성인들까지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한 술 더 떠 띠부실을 중고거래에 내 놓고 사고 팔기도 한다. 실제 아들 역시 희귀 캐릭터인 ‘뮤’가 나오자 “4만5000원 짜리”라고 외쳤다. 혹시나 해서 올려봤더니 실제 구매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빵이 1500원인데 이 가격에 팔리면 분명 남는 장사다. 그 어떤 비상식량도 이렇게 든든하지 않았던 포켓몬 빵 세개를 구한 날. (사진=이희승기자)이제는 아들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애가 닳았다. 집 근처 주요 편의점과 슈퍼에 동선을 그리고 입고시각을 기록했다. 최단 동선을 짜는 게 중요했다. 맘 먹고 한 구역을 돌면 운이 좋은 경우 4개나 득템(?)할 수 있었다. 주말 오전은 빵을 구할 수 있는 황금 시간대다. 남편은 이런 내모습에 “예전에 ‘노(No)재팬’으로 뭉쳤던게 엊그제인데 포켓몬 로열티가 얼마인줄 아느냐?”고 혀를 찬다. 일본 포켓몬 컴퍼니에 돌아가는 금액은 통상 10% 내외라고 알려져 있기에 뜨금했다. 이후로도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났다. 자기 시간대가 아니어서 언제 빵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알바생, 내가 먼저 기다렸다는 말에도 “내가 먼저 집었으니 내 것”이라며 눈을 부라리던 대학생, “먹고 싶어서” 구한다는 말에 따로 빼 놓은 빵을 손에 쥐어주시던 야간 근무자 등. ‘빵 하나가 뭐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세탁기를 거치고, 건조기 속에서도 살아남은 포켓몬 띠부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품질은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사진=이희승기자)결정적인 사건은 세탁실에서 터졌다. 주말 체육을 갔다 온 아들이 그간 모은 띠부실이 없어졌다고 애를 태웠는데 결국 건조기 안에서 발견됐기 떄문이다. 주머니를 확인 안한 엄마 탓을 하며 울고불고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싹 말라 분리된 띠부실을 보더니 “이 참에 다 붙여버리고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말이 돌아온다. 행여나 닳을까, 학교에 가지고 다니면 없어질까 가슴 졸였는데 도리어 마음이 편하다고. 그러고 보니 몇년 전 품절 대란을 일으킨 허니버터칩이 생각난다. 지금은 매장에 보여도 그 옆의 새우깡을 사지, 이 과자를 집어들지 않는다. 2011년 라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꼬꼬면은 어떤가. 연간 5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던 이 라면은 결국 판매라인을 대거 늘렸지만 판매량이 급감하며 사라졌다. 어쩌면 포켓몬도 2040년 정도에 또다시 유행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있을지 없을지 모를 손주를 향해 또다시 ‘오픈런’하지 않을 것임을 이 지면을 빌어 약속한다. 그때까지 나의 관절이 쌩쌩하다면 말이 또 다르겠지만.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5-05 18:30 이희승 기자

[B그라운드] 국립중앙박물관 ‘모두가 어린이’…“이곳에 오신 분들 자체가 선물!”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특별전 ‘모두가 어린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물 속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반영돼 있다는 게 차별점입니다. 놀이동산은 ‘백동자도’(百童子圖)에 있는 것에 착안해 말타기, 나무 타기 등 놀이 조형물을 만들었어요. 종이 책장을 넘기며 숨어 있는 아이들을 찾는 놀이도 조선 풍속 화첩이 반영돼 있죠.”100회 어린이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모두가 어린이’(5월 3일부터 상설전시)의 차별점에 대해 곽신숙 과장은 “문화재와 놀이의 결합”을 꼽았다. ‘백동자도’에서 착안한 조형물로 꾸린 놀이동산을 비롯해 ‘달빛 아래 솔숲 사이 호랑이들’(月下松林虎足圖), ‘까치와 호랑이’ 대형퍼즐 등이 그 예다.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특별전 ‘모두가 어린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모두가 어린이’는 ‘놀이’ ‘선물’ ‘대화’를 주제로 3개 공간에 10종의 체험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됐다.1부 놀이공간 ‘너와 나, 함께 놀자’는 웃음소리, 노랫소리 등이 들리는가 하면 계절풍경이 디지털 영상으로 순환하는 등 어린이날 창시자인 방정환 선생의 글을 소재로 한 반응형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두 번째 선물 공간은 설문조사결과 ‘어린이날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선물’인 데서 착안했다. ‘너와 나, 서로의 선물’이라는 테마로 커다란 선물 상자로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더불어 연도별 선물의 변화상을 볼 수 있는 대관람차 및 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미디어테이블 등으로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제공한다.3부는 대화의 공간이다. ‘너와 나, 이야기하자’라는 테마 아래 ‘어미 개와 강아지’ ‘어미 닭과 병아리’ 등 다양한 동물 가족 문화재에 관람객들이 직접 말풍선을 채울 수 있는 공간과 ‘단원풍속도첩’ ‘평안감사향연도’ 등 옛 풍속화 속에서 숨은 어린이를 찾는 코너가 마련된다.곽 과장은 “옛날 문화재 속 숨은 아이 찾기를 하다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놀이를 좋아하는 등 아이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시게 될 것”이라며 “이를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함께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이를 통해 아이와 부모님이 서로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하지 않고 놀이를 함께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특별전 ‘모두가 어린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천장에서 움직이는 별 모양의 조명이다. 곽 과장은 이에 대해 “관찰의 힘을 생각했다. 그냥 별자리 모양으로 고정돼 있기 보다는 움직임을 통해 좀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며 “북두칠성, 북극곰, 카시오페아 등 별자리 하나하나가 움직이다 보면 아이들의 시선이 가게 되고 관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최첨단 기술들을 활용해 반응형, 디지털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로 꾸려진 전시다 보니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들도 발생하곤 한다. 이에 대해 곽 과장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제대로 된 전시를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람은 온라인 예약제(1일 5회차, 회차당 120명)로 운영되며 관람일 기준 2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놀이, 선물, 대화라는 주제의 목표는 한 가지입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이 선물 같은 존재라는 걸 느끼고 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05 16:08 허미선 기자

[비바100] 어쩌면 단순한 곳에 있을지도 모를 진실을 찾아서…히토 슈타이얼 “전부 이해 못해도, 장난스러워도 괜찮아요!”

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농담처럼 얘기하자면 실제 제 삶에서 저 자신도 누군가의 아바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팬데믹 기간 중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들은 감염상황 시뮬레이션에 아바타로 사용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이며 비평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바라보고 표현해내는 현실은 날카로움과 치열함의 산물이다. 이 같은 산물을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인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9월 18일까지 국립현대시물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하나의 현실이 돼버린 디지털 기반의 데이터 사회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데이터의 바다’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 ‘기록과 픽션’ 5개 섹션에 1994년작 ‘독일과 정체성’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의뢰한 신작 ‘야성적 충동’까지 23점이 나눠 담겼다. 히토 슈타이얼의 '자유낙하'(사진=허미선 기자)이들 중 단채널 HD 비디오작품 ‘자유낙하’는 동시대 자본주의와 2008년 경제 위기를 암시하며 항공기 재난, 중동전쟁, 글로벌 자본, 할리우드 시장 등의 관계를 끊임없이 엮어낸 2010년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작품 속 시위에 나선 이들을 진압하는 경찰 아바타들은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에도 익숙한 풍경이다.“저 자신조차 힘든 일을 하고 이메일 등을 보내주거나 소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신 겪어줄 아바타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환상 속에 있거든요. 이러한 아바타들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저의 작은 동지들 같죠. 전쟁 같은 끔찍한 일도 실제 사람들이 죽어나가지 않는 형태로 벌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이어 히토 슈타이얼은 “온라인상에서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결정해야할 일”이라며 “온라인상에 다른 자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24시간 내내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저는 거기에 쏟을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아요. 게다가 공격을 당하기도 해 저는 현재 SNS를 하지 않고 있어요. 온라인상에 한 사람의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이 문제로 인식되기도 해요.”◇아시아 첫 개인전 “한국만큼 적절한 나라는 없다”“2018년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에 와보고 이렇게 좋은 미술관, 이렇게 많은 관람객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데 감탄했어요. 저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하기에 한국만큼 적절한 나라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람객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한번에 모든 내용을 보시려고 굳이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는 겁니다. 한번에 다 이해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베를린 천사의 시’ ‘시티 오브 엔젤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등을 연출한 빔 밴더스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히토 슈타이얼은 영상과 디지털 효과가 어우러진 실험적인 영상으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 문화, 경제, 철학, 정치, 예술 등을 탐구하는 예술가다.2017년 글로벌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계 인사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히토 슈타이얼은 파리 퐁피두센터, 뒤셀도르프 K21, 보스턴 현대미술 연구소 등 유수의 갤러리와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을 비롯한 아트 페어에서 전시회에 열며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모던, 퐁피두센터, 노이어 베를리너 쿤스트페어라인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는 데는 꼬박 4년이 걸렸다. 2017년부터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 소장품전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2018년 개인전 계약을 맺고 2020년 전시 개최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져 올해야 가능해졌다. 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그는 “유럽은 한국과 달리 강력한 방역시스템을 적용하다 보니 신작을 위한 실제 현장 촬영이 어려워졌고 작품 설치도 쉽지 않았다”며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작품 재료, 설치, 자재 등 주문에 평소보다 2, 3배 기간이 들었다. 팬데믹에 이어 전쟁으로 논의가 이어지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유럽 주변 안팎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유고 내전, 이라크전 등 크고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초의 전쟁은 아니죠. 팬데믹과 전쟁으로 미술시장이 활성화됐다고들 합니다. 동시대 미술의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죠. 역설적으로 금융위기, 저금리시대가 미술시장의 양적 팽창과 열풍을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거대 담론? 그 시작은 특정 인물, 실제 상황히토 슈타이얼의 '야성적 충동'(사진=허미선 기자)“제 작품은 특정 인물들, 실제 존재의 특정 상황을 다루고 있어요. 분석을 시도하거나 다른 것을 보려고 시도하는 작품들이죠. 이에 거대 담론에 집중하는 작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팬데믹, 전쟁, 네트워크시대, 해상도가 가시성을 결정하는 디지털 세상 등 거대 담론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평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곤 “고산지대에서 양을 키우는 양치기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스스로가 아니라 동물들의 미디어, 프로필로 운영하면서 겪는 혼란”을 담은 신작 ‘야성적 충동’을 예로 들었다. 이는 영국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한 ‘야성적 충동’을 제목으로 TV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게 된 스페인 작은 산골마을 양치기들의 이야기다. 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팬데믹으로 TV쇼 제작이 중단되고 동물 전투 메타버스 ‘크립토 콜로세움’이 만들어지면서 NFT 적자생존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담고 있다. 사람들의 감정, 탐욕, 야망, 두려움 등으로 시장이 통제가 불가능해지면서 미쳐 날뛰는 ‘야성적 충동’ 상태가 되고 만다. 양치기들의 TV리얼리티 쇼를 통해 작가는 비트코인, NFT, 메타버스 등과 연동된 야생 자본주의 풍경을 담는다. 그렇게 그의 작품들은 거대 담론에 집중한다기 보다 실존인물, 그들의 특정상황 등을 분석하고 다르게 보려 시도하다 보니 거대 담론에 도달해 있는 경우들이다. 율리아라는 인물을 통해 육체 노동이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되는 데이터 사회를 담은 ‘태양의 공장’, 1970년대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에서 영감받은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그의 10대 시설 친구 안드레아 볼프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11월’이 그렇다. 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후세인이 꿈꾸던 세상을 게임 소재로 시뮬레이션한 ‘타워’는 냉전시기 구소련의 컴퓨터 과학의 중심지였던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3D 건축 시뮬레이션 기업의 한 기술자가 내레이터로 참여한다.◇팬데믹과 전쟁의 시대 미술관 “예술에 대한 공적 논의에 대한 책임감”“미술관은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고 갈등이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치열한 공간이죠. 노동자 착취, 비가시적인 존재, 세금 피하기 등 여러 부정적인 문제를 품고 있는 장소기도 하지만 미술관을 통해 예술에 대한 공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예술을 이해하고 토론하고 역사를 살펴볼 기회가 미술관에서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죠. 물론 이런 일은 드물어요. 하지만 분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문제점에도 공적 뮤지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어요.”이어 그는 최근 글로벌 미술관, 옥션 하우스 등의 NFT 제작 러시에 대해 “전통 미술시장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미술관들이 NFT에 뛰어드는 동기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몰입적인 방식, 인스타 감성의 전시 등 NFT 이전에도 미술관들은 이미 많은 걸 추구해 왔다”며 “아마도 재정적 압박 때문이라는 추정되지만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지금까지 미술관이 진행하고 있는 NFT 관련 혁신은 너무 반복돼 지겨운 지경이죠. 근본적으로 전통 미술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이고 그 중 극소수만 이익을 취하곤 하죠.”히토 슈타이얼(사진=허미선 기자)더불어 히토 슈타이얼은 문화와 예술의 힘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팬데믹, 전쟁 안에서 문화가 하는 일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문화가 전쟁에서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며 “제가 진행했던 ‘미술관은 전쟁터다’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했던 말들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술관이 가져야할 것은 일종의 책임감”이라고 의견을 전했다.“시각 예술이 가진 고유의 힘은 그 누구도 어떤 미술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한다, 소유했다고 말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토론의 여지가 남아 있죠. 즉각적인 유용성, 가치 등을 누구도 이해하고 소유할 수 없어서 끊임없는 노력을 요해요. 어쩌면 진리는 단순한 곳에 있을지도 몰라요. 미술작품이 장난스러울 수도 있다는 점이 시각예술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5-02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아름 따다 뿌린 꽃길 위 모두에게 가 ‘꽃’이 되기를!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사진=허미선 기자)“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1992년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문학잡지 ‘개벽’에 발표된 지 100년이 됐다. 3.1운동 후 1920년 천도교청년회가 창간한 ‘개벽’은 4년 뒤인 1926년 강제 폐간, 1934년 복간 등을 거듭하며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2022년 존재론에 대한 시 ‘꽃’의 김춘수 시인은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렇게 ‘진달래꽃’과 김춘수 시인의 탄생 100주년, 꽃이 만발하는 계절을 맞아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7월 3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가 진행 중이다.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 중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더 플라워’(사진=허미선 기자)이 전시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춘수의 ‘꽃’을 비롯해 이상의 ‘꽃나무’,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박목월의 ‘산도화’, 나태주 ‘풀꽃’ 등 근현대시 14편에 대한 작품 설명과 도서관 소장 자료들이 발표순으로 배치된다. 더불어 근현대 꽃시를 주제로 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시(詩)가 된 산수(山水)’, 김종구 작가가 쇳가루로 꽃 관련 시를 주제로 펼치는 설치 퍼포먼스 ‘움직이는 풍경’(Mobie Landscape) 등을 만날 수 있다.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에서 ‘움직이는 풍경’ 퍼포먼스 중인 김종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이남 작가의 ‘시(詩)가 된 산수(山水)’는 LED 패널, 디지털 영상 등을 활용해 시각과 청각 뿐 아니라 꽃향기로 후각까지 만족시키는 오감만족 미디어아트 존이자 시 구절과 꽃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다.전시 개막 당일인 25일 이상의 ‘꽃나무’를 주제로 한 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인 김종구 작가는 “이상의 ‘꽃나무’는 자신한테 갈 수 있는 의식과 무의식을 보여주는 시”라며 “이 전시 의뢰를 받아 어떤 시를 쓸까 고민하던 중 ‘모바일 랜드스케이프’라는 작업에 어울릴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철은 문명의 상징이고 때로는 무기가 되기도 하죠. 그걸 간 쇳가루는 한편으로는 시선의 의미를 가지게 합니다. 풍경으로 바뀌는 것들이 하나의 형상들에 대한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꽃나무’ 퍼포먼스는 우리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업이죠.”문화체육관광부의 박정렬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꽃은 노래가 되기도, 시가 되기도 한다“며 ”시가 가진 고유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역사 속 시가 아닌 지금 우리와 함께 하는 시이며 1950년대 발표된 김춘수의 ‘꽃’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우리가 가진 귀중한 기록 문화를 열심히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우리 도서관 노력의 일환”이라며 “행사를 기획하면서 전통적인 시화전이 아닌 새로운 기술들과 아름다운 꽃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시 기획의도를 밝혔다.“관람객들이 청각, 시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기록 문화 속에 숨겨진 정서들, 곳곳에 박힌 다이아몬드 같은 것들을 계속 개발해 그 진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기록 문화를 지키고 확장시켜나가는 소임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감히 약속 드리겠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4-30 13: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10년만의 특별전! “여전히 E 성향의 아이처럼” 팀 버튼 “모두의 창작 영감의 원천이 되기를!”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우주선 같은 공간에 들어오니 집에 온 듯 편안해요. 전시를 하면서 신나는 건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관람객들이 창작 영감을 받아간다는 거예요. 그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드로잉이든, 조각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저마다의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영감의 원천에 제 전시가 있기를 바라요.”‘버트네스크’(Burtonesque, 버튼 양식)라는 세계관의 중심에 선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은 은 2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30일 개막하는 특별전(The World of Tim Burbon, 4월 30~9월 12일 DDP 디자인전시관)을 통해 “어린이를 비롯한 모두가 창작 영감을 얻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늘 좋은 건 제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겁니다. 제가 위대한 예술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아이들이 사진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삶의 무게 중심으로 두고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면 좋겠어요. 제 전시를 보고 ‘나도 그릴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등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이번 특별전은 2012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하 모마) 기획전에 이어 10년만의 한국 전시로 팀 버튼 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두 번째 월드투어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선보이는 전시로 팀 버튼 감독의 어린시절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 그리고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를 아우른다.520여점 중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만도 150여점으로 ‘빈센트’ ‘프랑켄 위니’ ‘비틀쥬스’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스위니 토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 ‘빅피쉬’ ‘유령신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켄위니’ ‘빅 아이즈’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덤보’ 등 연출작들의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과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대형 조형물 등도 만날 수 있다.“10년 전의 전시는 모마와 같이 기획해 뉴욕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어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유대감입니다. 제 어린시절의 작품과 지금 작품의 연결성, 창작과정 등을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어디부터 창작을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작품이 나왔는지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죠.”이어 “새로운 작품들을 전시에 녹여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동선, 흐름”이라며 “신작들만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래서 장소가 중요했다”고 털어놓았다. 팀 버튼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그의 유작인 DDP의 특별함을 털어놓으며 “자하 하디드 등 건축가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개인적으로 건축물을 만든다는 건 영화와 비슷한 창작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DDP를 사진으로 먼저 보고 영감을 받았고 다시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 생각했죠. 영감을 받아 새로운 캐릭터를 조형물로 만들어 입구에 설치했어요.”이어 “콘텐츠도 그렇지만 장소가 주는 긴요함이 있다. 같은 콘텐츠라도 장소마다 전시가 달라진다”며 “공간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기획했다”고 덧붙였다.“이번 전시 우주선 내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형의 흐름이 있어 우주선 안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거든요. 그런 느낌을, 공간과의 유대감을 관람객들도 따라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월드투어 전시를 한국에서 시작하는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팀 버튼은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것과 대중들이 원하는 것, 빠른 사회변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제가 원하는 콘텐츠와 대중이 좋아하는 콘텐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하는지는 사실 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드로잉이든 영화든 열정을 가지고 임했고 제가 만드는 콘텐츠로 사람들과 이어지기를 바랐어요. 늘 제가 최선을 다하면 잘 이뤄져서 사람들과 유대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그리곤 “저는 예술가로서 제가 가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나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며 “사회가 급변하고 SNS 등이 발전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뭔가 말하는 게 어려워진 것 같다. 나 역시 과거를 돌아보게 됐는데 제가 가진 확실한 가치, 내가 믿는 것의 가치를 가지고 많이 변하지 않고 살았온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팬데믹으로 팽배한 단절과 우울감에 대해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고, 패러다임이 변해버린 영화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시작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19로 분리돼 살았다고들 하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고립됐다 느끼지 못했습니다. 팬데믹 이전부터 다른 이들보다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많이 느끼면서 살았거든요. 다만 기존에 너무 바빠서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죠. 우린 다들 너무 바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여유가 확보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의 시간들을 산 것 같아요. 부정적인 현상 안에 긍정적인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전시장 맨 마지막에 배치된 그의 작업실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준 데 대해 팀 버튼은 “팬데믹 이전부터 영화 산업은 이미 변화증세를 보였다”며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긴 상태로 변화하던 중 코로나 발발로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전했다.“극장에서영화를 보지 않는 시대를 맞았다고들 하죠. 그만큼 스트리밍은 강력한 시장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어떤 일이 있어도 영화관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러길 희망합니다.”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팀 버튼은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제는 어른이 됐지만 어린이가 가질 법한 창의력, 창의적인 정신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 같은 시각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성장하면서도 아이 시절에 느낀 강렬하고 특별한 감정을 꾸준히 가져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린아이처럼 머무르라는 게 아니라 아이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겁니다. 그게 예술가들의 특권이자 자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MBTI 중) E(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같아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제 작품에서 유머와 공포를 같이 보여주는 것처럼 창의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내성적 성향의 아이들은 그림, 음악 등을 수단으로 안에 고인 감정을 분출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내안의 것을 밖으로 표현해내는 건 매우 중요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4-29 19:40 허미선 기자

“언제까지 잴 거예요?” 출연자 태도 논란…‘나는 솔로’, 방심위 권고

지난해 12월 SBS플러스 ‘나는 솔로’ 4기에 나온 남성출연자 영철(가명) (사진=SBS플러스 ‘나는 솔로’)남성 출연자의 강압적인 언행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 논란에 휩싸인 SBS 플러스 ‘나는 솔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권고’ 조치를 받았다.방심위는 지난 12일 방송심의소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를 몰아세우거나 겁을 주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데도 제작진의 개입 없이 자극적으로 방송해 시청하기 불쾌했다’는 민원을 받은 프로그팸 ‘나는 솔로’에 대해 이같이 의결했다.방심위는 제작진이 일일이 개입할 수 없는 ‘관찰예능’이라는 해당 제작진의 소명을 듣고 ‘의견진술’ 보다 수위가 낮은 ‘권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이 법정제재를 받을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내리는 행정지도에 해당하며, 법정제재와 달리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직접적 감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윤성옥 위원은 “관찰예능이라도 안전사고가 나거나 그러면 제작진이 개입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 사안도 제작진이 어느 정도 관여했어야 된다고 본다”며 “그 현장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도 굉장히 강압적으로 느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지적했다.앞서 지난해 12월 1일 방송된 ‘나는 솔로’의 남성 출연자인 영철(가명)은 여성 출연자 정자(가명)를 향한 강압적인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였다.당시 방송에서 영철은 정자가 맘에 든다며 3:1 식사 데이트 참여해 “언제까지 이렇게 잴 거예요?”, “저에 대한 마음이 몇 프로인지 물어봐도 되나”,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하는 거다. 지금 머리로 하고 있다” 등 정자를 다그치는 언행으로 다른 출연자들과 시청자들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해당 방송을 접한 누리꾼들은 “영철 때문에 보는 내내 불쾌했다”, “타인에게 배려 없는 저런 사람들은 제작진이 걸렀어야 하는거 아닌가?”, “제작진이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4-27 13:26 김세희 기자

DJ소다, 美 비행기 탑승 거절…“욕설 바지 불쾌하니 나가라”

(사진=DJ소다 인스타그램)한국의 유명 DJ가 바지 디자인 때문에 비행기에서 쫓겨났다며 항의했다.DJ소다는 26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어제 뉴욕공연을 마치고 LA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출발 직전에 갑자기 쫓겨났다”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DJ소다는 “비즈니스 1번 좌석에 앉아서 출발 직전 웰컴드링크까지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 직원이 오더니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저에게 다짜고짜 짐을 다 갖고 나가라고 하더니 비행기 입구 앞에서 저의 바지가 불쾌하다며 다른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며 “그동안 미국 브랜드에서 선물 받은 이 바지를 입고 수개월 동안 미국투어를 다니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비행기를 탔다”고 설명하면서 영어 욕설이 적힌 바지 사진을 공개했다.(사진=DJ소다 인스타그램)DJ소다는 바지를 갈아입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시간 관계상 모두가 보는 비행기 입구에서 바지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며 “제가 바지를 벗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에게 비행기를 타기 전에 바지를 벗지 그랬냐며 비꼬았다. 이미 저의 바지 때문에 너무 불쾌하다고 저를 이 비행기에 태울 수 없다며 계속 다른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팀원들의 도움으로 바지를 뒤집어 입은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고 밝힌 DJ소다는 “손가락이 부러진 상태여서 아주 불편하게 바지를 벗었고, 모두가 보고 있는 비행기 입구 앞에서 바지를 벗은 것도, 바지를 벗은 채로 비행기를 태워달라고 빌었던 것도 정말 굴욕적인 일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비행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무서웠고 6시간 동안 불안에 떨면서 겨우 도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DJ소다는 해당 글을 영어로도 게재하면서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미국 항공사가 복장때문에 승객을 거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NN은 아메리칸 에어라인 외에도 유나이티드, 델타,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 알래스카 에어라인 등 여러 항공사는 외설적, 노골적, 불쾌감이나 짜증을 유발하는 기내 옷차림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2017년에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이용하려던 10대 소녀 두 명이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절당해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4-27 09:36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