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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MZ세대 #NFT아트 #VVIP프로그램 #데이비드호크니…제11회 아트부산

제11회 아트부산에 대해 브리핑 중인 변경원 대표이사(사진=허미선 기자)방문객 10만명, 판매액 600억원, 21개국 134개(국내 101개, 해외 33개) 갤러리 참가, 특별전 14개 그리고 NFT 아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올해로 11회를 맞는 아트부산(5월 12~15일 벡스코 제1전시장)은 예상 수치만으로도 그 규모가 지난해(방문객 8만5000명, 판매액 300억원, 11개국 110개 갤러리, 특별전 10개)에 비해 성장했다. 행사가 치러질 홀 사이즈도 25% 가량 늘었다.참가 갤러리 중 국내 19개, 해외 21개는 아트부산 첫 참가이며 이들 중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하우메 플렌자 등이 전속작가로 소속된 미국의 그레이 갤러리도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장 프루베, 백남준, 오스틴 리 등 특별전 라인업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등 NFT로 민팅될 작품들도 쟁쟁하다.특별전으로 선보일 백남준의 ‘Never Read Writtgenstein’(사진제공=아트부산)“뒤돌아보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코로나19까지 3대 악재를 다 겪었습니다. 사실 한해도 어려움 없이 지나간 적이 없었어요. 한해 한해 난관을 헤쳐가면서 새로운 도전과 좋은 갤러리 유치에 애쓰면서 조금씩 발전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서울 종로구 소재의 컨퍼런스하우스에서 4일 열린 ‘아트부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손영희 이사장은 이렇게 지난 11년을 돌아봤다. 그의 말처럼 심각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컬렉터들의 유입 등으로 지난해 한 차례 성장한 아트부산은 양적 팽창과 더불어 내실 다지기에 나서며 미술시장 현황과 글로벌 미술 트렌드를 만날 수 있는 장(場)으로의 발돋움을 준비 중이다.행사 브리핑에 나선 변원경 대표는 “11회 아트부산으로 아시아에 첫 발을 딛는 미국의 그레이 갤러리를 비롯해 올해 해외 유수 갤러리 수십개가 새로 추가된다”며 “지난해 머스트 프로젝트(특별전)로 제안한 트러스 및 작품용 조명 설치, 나무바닥재 등이 키아프, 화랑미술제 등 아트페어계에서 활용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에 올해는 총 부스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부스디자인 비용을 지원하는 ‘부스 디자인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한다.특별전으로 선보일 데이비드 호크니 ‘Pictures at an Exhibition’(위)과 VIP라운지에 오마주될 장 프루베 하우스(사진제공=아트부산)더불어 14개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이 특별전에 대해 변 대표는 “사실 아트페어는 부스 임대 수익이 대부분이기에 특별전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좀 더 즐기는 아트페어로 만들기 위해 올해도 준비했다”고 밝혔다.특별전 중 하나로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속화랑인 리처드 그레이 갤러리가 지난해 9월 아트바젤에서 선보였던 ‘Pictures at an Exhibition’(2018)이 재현된다. 변 대표는 “그레이 갤러리 부스 한면에는 가로 8.7미터, 세로 2.7미터 규모의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작품 앞에는 여러 개의 의자를 배치해 작품과 관객이 하나 되도록 연출한 전시”라고 소개했다.오스틴 리 특별전(사진제공=아트부산)페레즈 프로젝트 베를린은 오스틴 리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인다. 3D프린팅을 예술매체로 활용해 디지털 아트, 조각, 페인팅 등의 작업을 하는 오스틴 리는 아트바젤, 디자인 마이애미 등 유수의 글로벌 아트페어를 비롯해 베이징 무무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인간낙원’ 등을 통해 MZ세대 컬렉터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특별전에서는 백남준의 월페인팅 및 싱글채널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인 ‘Never Read Writtgenstein’(1988)과 제임스 터렐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인 ‘캇소’(Catso-White)도 만날 수 있다.“터렐의 작품은 하나의 프로젝션이 모서리에 닿아 입체적 도형으로 읽히는 작품이에요. 일본에서는 한명이 5분씩 명상하게 했지만 이번 ‘아트부산’에서는 5명이 2분씩 안마기가 설치된 방에 머물도록 준비 중입니다. BTS가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는 이상수 작가의 ‘플라멩고’, 7미터 규모의 은색 조각 풍선으로 아트페어의 많은 것들을 비출 강재원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죠.”제임스 터렐의 ‘캇소’(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이연 작가 작품, 지난해 머스트 프로젝트 부스(사진제공=아트부산)더불어 지난해 방탄소년단을 주제로 한 전시 ‘CONNECT, BTS’에 참여했던 강이연 작가와 제주 풍경을 담은 김보희 작가의 대형 회화 등도 특별전으로 만날 수 있다. 특별전 외에도 타데우스 로팍, 홍콩의 탕 컨템포러리 아트와 화이트스톤갤러리, 베를린 에프레미디스, 뉴욕의 투팜스 등과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PKM갤러이, 학고재 등 국내외 갤러리들이 부스를 꾸린다.이번 아트부산은 VIP 라운지와 아트투어 등 VIP프로그램 특화에 나선다. 변 대표는 “아트페어와 투어리즘은 같이 가야한다는 전략”이라며 “서울 아트페어에서는 서로 만나기 어렵지만 부산에서는 며칠 머물면서 작가, 컬렉터 등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그만큼 VIP라운지와 프로그램이 중요하죠. 그래서 (아트부산 VIP 오피션 파트너) 어퍼하우스가 아트바젤, 디자인 마이애미 등에서 각광받는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 하우스를 VIP라운지에 오마주합니다. 야외 테라스 느낌으로 디자인된 VIP라운지에서는 아트바젤, 프리즈, 피악 등 글로벌 아트페어의 공식 스폰서인 루이나르 샴페인도 즐길 수 있죠.”이상수 작가의 ‘플라멩고’(위)와 제주 풍경을 담은 김보희 작가의 대형 회화(사진제공=아트부산)변 대표는 “VVIP는 사회적 지위, 경제적 성공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난해 활발하게 작품을 구입 또는 컬렉션한 분들을 각 갤러리에서 추천받아 선정했다”며 “VVIP데이를 만들어 제일 먼저 페어를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참가 갤러리들이 여는 소규모 파티, 디너 등을 비롯해 컬렉터 스튜디오·작가와의 만남 등 프라이빗 투어를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미술계를 비롯한 아트부산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끈 MZ세대 컬렉터들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흥미롭다. 변 대표는 “갤러리 스탠, 갤러리 기체, 실린더, 에이라운지, 디스위켄드룸, 스페이스 윌링엔달링 등 젊은 갤러리와 작가들이 규모를 늘려 대거 참여한다”며 “지하부터 4층 규모의 아트부산 사옥에서는 매일밤 한 갤러리가 원데이 호스트로 나서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VIP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류지혜 컬렉터 스튜디오 방문(사진제공=아트부산)11회 아트부산의 또 다른 특징은 NFT 프로젝트다. 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예술성, 심미성, 대중성, NFT 매체적합성, 포맷, 디지털 완성도 등을 평가해 선정한 4명 작가 작품을 어떻게 NFT화하는지 과정을 보여준다.” 더불어 “어떻게 디지털화하고 민팅해 드롭까지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고 말을 보탰다.“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더 키스’를 전시장 내 설치된 미디어월을 통해 NFT 판매 예정입니다. 가로세로로 각각 100개씩의 선을 그어 1만개 조각을 판매합니다. 한 조각이 1200유로로 한국에서는 아트부산을 통해 처음 홍보를 시작하죠.”NFT 아트는 아트부산의 강연 프로그램인 ‘컨버세이션스’에서도 논의를 이어간다. ‘Meet Galleries’ ‘Meet Artists’ ‘NFT Talk’로 구성된 컨베세이션스에는 ‘숯의 화가’ 이배, 올리버 비어 등 작가를 비롯해 알민 레쉬, 매그너스 랜프류, 에스더 쉬퍼, 타데우스 로파 등 전세계 미술 전문가들이 NFT를 비롯한 미술계 트렌드, 다양한 미술 담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4-05 18:15 허미선 기자

日, '파친코' 역사왜곡 주장…서경덕 "가해 역사 알려질까 두려워"

(사진=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드라마 ‘파친코’에 대한 일본 네티즌 ‘역사왜곡’ 비난에 “글로벌 OTT를 통해 일본의 가해역사가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발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4일 서경덕 교수는 “재일 한국인의 수난사를 그린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 대해 외신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은 ‘역사왜곡’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파친코’는 동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의 만행과 재일교포 문제를 다루고 있다.서경덕 교수는 ‘파친코’에 대해 “일본의 쌀 수탈,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등 일제에 탄압받던 조선인들의 모습, 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에게 벌어진 관동대지진 학살 등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며 “이에 대해 일본 일부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한국이 새로운 반일 드라마를 세계에 전송했다’, ‘한일합병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등 어이없는 비난을 내뱉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일본 내 주요 매체들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중이며, 애플 재팬은 천억 원이나 들여 제작한 이 드라마의 예고편을 일본 내에 공개하지 않는 등 홍보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라며 “‘파친코’의 세계적인 열풍이 일본의 가해역사를 전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리는데 큰 일조를 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해당 게시물에 누리꾼들은 “숨길 수 없는 역사 입니다”, “교수님 항상 감사합니다”, “엄연한 미국 드라마인데 왜 난리”, “도둑이 제 발 저리는거 아닐까요? 드라마로 혼쭐나길”,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들 역사 인식 바로잡히길 바랍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한편,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는 일제치하 금지된 사랑에서 출발한 주인공의 서사가 시대와 세대를 거쳐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는 이야기를 그린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4-04 11:17 김세희 기자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양혜규’라는 이름 뒤의 이름들 “결국 사람”

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제가 생각하는 것과 세상의 기대가 다른 경우가 99%예요. 궁극적인 걸 절대 헷갈리면 안되는데 헷갈릴 때도 있죠. 그래서 같은 작가 친구들이나 업계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진언들이나 우리까지 하는 선문답 같은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국내외에 꽤 알려지면서 겪는 딜레마를 풀어내는 실마리를 양혜규는 “사람에서 찾는다”고 했다. “오해도, 이상한 기대도 많아서 창작자의 역할에 충실하기가 쉽지는 많지만 표현과 자유, 과정과 도구의 구분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인 걸 잊지 말자는 것”이라는 양혜규는 “세상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 안에서 쳐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현대미술은 컬렉티브한 작업이 많아요. 저 혼자는 못해요. ‘양혜규’라는 이름이 앞에 나서서 그렇지 그 이름 뒤에 엄청난 크레딧이 많이 붙는 거죠. 영화처럼.”◇여전히 모를 나의 객관화, ‘살림 잘하는 주부’ 양혜규?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저를 초대할 때는 작가로서 관심이 있어서겠죠. 객관적으로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객관화를 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또 나 자신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 모르겠는 걸 어느 정도 남이 보는 것처럼 해서 아는 것처럼 하려고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진짜 안보이는 게 자신이니까요.”그리곤 “사실 어떤 때는 제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작업이나 재료, 소재 등 전시에 필요한 걸 팔로업하다 보니 제 취향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취향이 있긴 하다. 소재적 취향이 아니라 태도나 버릇 같은 건데 ‘일을 성실하게 열심히 한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낸다’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태도가 확실히 영향을 준다”고 털어놓았다.“가까운 분들은 저를 예술적이라고 생각 안할 거예요. 오히려 살림을 열심히 잘하는, 성실한 사람이죠. 쓰레기 봉투는 꽉꽉 채워야하고 청소도 그때그때 해야하고…. 전시를 할 때도 그래요.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어떤 전시를 할지가 나와요. 마치 다 들어줄 것 마냥 ‘뭐 할래?’라고 하지만 어차피 예산은 정해져 있잖아요.”“책상(협상)에 자신들이 가진 패를 안보이는 미술관이랑 일하는 걸 싫어한다”는 양혜규는 “예산을 중시한다, 금전적 대가를 꼭 받아야한다 등이 반드시 ‘경제적으로만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렇게 열심히 따지고 계산하지만 바로 잊기도 해요. 그렇게 망각이 되게 중요하죠. 물론 일을 하다 보면 중간 과정에서 열심히 따지고 계산하고 요구해야할 필요도 있고 많은 걸 배워요. 하지만 궁극적인 건 자유로움이거든요. 그 궁극적인 걸 잊지 않기 위해 배운 건 다시 놔야 하고 망각해야 하고 항상 다시 잃어야 하죠.”스스로를 “살림 잘하는 주부” “모범생” “엄청난 오지라퍼”라고 정의한 양혜규는 “하다 뒤집어지거나 중단할 것들은 절대 시작하지 않는다. 하기로 한 건 모든 부분을 열심히, 성실하게 임해 끝을 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객관화한 데 따르면 양혜규는 “작품과 전시관 꾸리기는 물론 작업실 청소부터 가계부쓰기, 예산 꾸리기, 팜플릿의 사진 하나까지 관여해 책임지는 스타일”이다.덴마크 국립미술관 ‘이중 영혼’ 전경(사진제공=국제갤러리)“너무 혼자 조몰락조몰락, 이건 제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해요. 중요한 데 집중하고 나머진 좀 놔야하는데 그러질 못해요. 나쁘게 말하면 많이 분산돼 있죠. 우스갯소리로 친구들한테 ‘나는 주부 같다’고 해요. 가계부도 열심히 쓰고 살림을 엄청 열심히 하거든요. 예를 들어 사이드 프로그램까지 다 신경쓰는 스타일이에요. 젊어서는 전시 초대장까지 제가 다 만들 정도였죠. 사실 ‘모범생’이라는 말도 상당히 미화한 거예요. 굉장한 오지랖에 오버를 하는 거죠.”스스로에 대해 냉철하게도(?) 분석하고 표현하는 양혜규는 “느끼는 바가 있는데 일이 커질수록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몇십명이 같이 하는 일이고 혼자 다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곤 “이제는 정말 조금씩 손을 놓으려고 한다”며 덴마크국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이중 영혼’의 작품들을 설명하는 책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인 ‘드렁큰 스피치’(Drunken Speech)를 예로 들었다.“TV 앞에 앉으면 소리가 아닌 완전 다른 소리가 나와요.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zation)이 안된 상태인데다 조형성도 없이 주절주절 얘기한사운드 작업이죠. 비주얼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운 작업인데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빛이며 느낌이 최고인 사진이에요. 근데 이건 제가 관여를 전혀 안한 사진이에요. 제가 관여한다고 꼭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여행이 주는 가장 큰 교훈…우정, 연대, 차이의 인정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어느 순간 제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스스로 정의내린 것도 같아요. 세상에는 여러 역할이 있어요. 누군가는 해줘야할 일들이죠. 누군가는 블록버스터 역할을 하고 저는 저한테 제일 자연스럽고 어느 정도 실행 능력이 되는 부분을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일상 및 사회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작업들, 아카데믹하게까지 느껴지는 역사 및 인류 탐구 그리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필리핀 마닐라,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중국, 북아프리카 등에서 전시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느 순간 나의 몫이라고 정의한 역할”이라고 답했다.“모두가 똑같은 걸 할 수는 없으니 제 방식은 아니지만 인정하는 작가들도 분명 있어요. 정치성을 함의하거나 이슈를 건드리는, 저라면 절대 비슷하게도 안할 방식이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부분이죠. 미술의 영역은 넓고 해야할 일도 많으니 제가 못하지만 반드시 해야할 걸 하는 사람들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그렇게 스스로의 몫으로 지운 역할은 어쩌면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아직도 문화적 발전이 요원한 곳으로의 여행이다. 국가주의, 지역 홍보성 등을 지닌 엑스포나 월드컵 등 글로벌 행사 유치에 시니컬하게 반대투표에 나서는 유럽과 달리 그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애쓰고 이해하지 못해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의 일부가 돼보는 여행.“평생 사는 건 아니지만 그 사회의 일부가 돼보는 거죠. 그를 통해 지역이나 시대를 알아가는 거고 아랍 문화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나를 고심하게 돼요. 제가 대학다닐 때 진저리나도록 들었던 말이 ‘한국성 구현’이거든요. 그걸 여전히 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어요. 아랍의 정체성, 현재와의 공존 등 식상한 얘기같지만 그들에겐 절실한 고민이죠.”이어 양혜규는 “산업적으로 아랍권은 돈을 벌어보려는 시장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며 “아직도 세계는 그렇게 돌아간다. 이권, 권력 그리고 이해관계로. 특히 아랍에미리트 쪽은 돈과 자원은 많지만 문화예술이 정돈되지 않은 지역”이라고 덧붙였다.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콤플렉스의 일부 같기도 해요. 아시아의 문화강국이라는 한중일의 발전은 서구적 모델을 따르고 있어요.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치우쳐 있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도 유럽(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이라 상쇄해야한다는 감각도 가지고 있죠. 균형 이상이죠. 균형이라면 마치 중간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중간은 없어요. 현대미술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두바이 엑스포, 마닐라 라쌀대학 부속 전시장,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에서의 전시에 그가 기꺼이, 더 나아가 자청까지 해서 나서는 이유도 그래서다.“저는 그 기억이 아직도 있어요. 몰이해요. 유럽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이름 발음도 안되고 젓가락질도 못하고…그런 시대를 알고 겪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후발주자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겸손하게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그는 “아랍에미리트는 저한테 싱가포르 같은 느낌”이라며 “싱가포르가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글로벌 사우스, 특히 동남아를 볼 수 있는 게이트웨이라면 아랍에미리트는 마그레브(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 아프리카 북서부 일대의 총칭) 지방, 아랍 지역, 중동 등의 산업적이고 상업적인 시간으로 통하는 문”이라고 정의했다.“유럽에만 있으면 자꾸 잊어요. 위치와 장소지만 그 안에는 시간들이 있는데 유럽이나 서구 사람들이 가진 오만불손함이 있어요. 거기도 산업만 열심히 하다가 강이 오염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과거를 잊고 지금 그런 시기를 겪는 나라를 저급하게만 보죠.”더불어 물, 전력 등의 부족이 일상인 분쟁지역에서 현대미술을 하는 작가들은 “많이 다르다”며 “중앙시스템이 잘 갖춰져 안정되고 평화스러워서 잊고 있던 부분들을 일깨울 수 있어 (교수로 재직 중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슐레 미술대학) 학생들에게도 많이 권하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너무 함몰돼 있고 진짜 위기를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위기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궁극적인 건 ‘연대의식’이죠. 너무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만 있으면 차이 밖에 안보이거든요. ‘저 사람은 나랑 의견이 달라서 얘기를 못하겠어’라고 치부하고 말죠. 하지만 거시적으로 내다보면 이 정도는 연대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돼요. 서로를 인정하고 설득하고 싶어지면서 더 끈끈해지죠. 여행은 그런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우정, 연대, 차이의 인정…여행에서 얻는 가장 큰 교훈은 이런 것들 같아요.”◇동료들과의 선문답 “결국 사람의 일”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사실 전 공공미술이나 엑스포 작업을 안해요. 많은 관련자들의 생각들이 다 딴 데 가 있거든요. 그래서 절대 근처에도 안가고 발 하나도 안 담그는데 두바이 엑스포를 하게 된 건 순전히 사람이었어요. 이집트 출신의 타렉 아부 엘 페투(Tarek Abou El Fetouh) 큐레이터가 설득을 잘해서 한 거예요.”그렇게 한다고 하고도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던 작업으로 3번이나 고꾸라지기를 반복하다 완성된 작품”이라며 “사실 이 친구도 엑스포나 공공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도대체 그걸 왜 했냐’는 제 물음에 돌아온 그 친구의 답에 둘이 동시에 박장대소를 했다”고 털어놓았다.“그 친구 말이 자기가 하면 달라질 줄 알았데요. 그 말을 한 그 친구나 듣는 저나 박장대소를 했죠. 그 순수한 마음이 정말 황당하잖아요. 하지만 자신이 하면 달라지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면 못했을 일이죠. 시작도 안하고 ‘그거 안돼’라며 뺀질거려서는 세상은 바뀌지 않아요. 좀 황당하더라도 누군가는 영혼을 갈아넣으면서 불가능할 일을 하기 때문에 1밀리라도 세상은 달라지는 거잖아요. 진심으로 ‘이런 작가들과 엑스포를 했다는 데 평생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해줬어요.”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이어 “디테일한 것까지 완전 다 이해했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됐다”며 “제가 줄 수 있는 크레딧은 그 말이 다였다. 그 말이 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인사이더끼리 하는 평가, 경력 인정 등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런 것들이 쌓여서 뭐라도 되는 거잖아요. 그 박장대소했던 순간이 저희에겐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황당한 생각이고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데 대한 이해와 동의, 격려 등 많은 것들이 담긴 웃음이죠. 제가 엑스포를 왜 했겠어요. 계약서를 보고 토할 뻔 했어요. 하지만 그 친구의 ‘내 말만 믿어’라는 말에 바로 사인했어요. 결국 사람의 일이잖아요. 순항하면 같이 순항하고 빠지면 같이 빠진다는 것만 동의되면 기꺼이 배에 올라 함께 노를 젓기 시작해요. 저는 선진국이 아닌 데서 선진적이고 프로그래시브한 미술을 보여주는 걸 지원할 뿐이에요. 서구 예술의 발전 모델처럼 나라가 선진화된 후에 선진 미술을 보여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양혜규는 “훌륭하고 좋은 인간들, 작가들이 너무 많다”며 “최근 가장 인상적으로 본 건 두바이에서의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이라는 작가의 렉처 퍼포먼스였다”고 예를 들었다.“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도 너무 훌륭하죠. 그런 사람들은 그들의 주거지에서 만나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그 땅에서 어떤 인터랙션을 하고 어떤 활동이나 삶을 영위하고 어떤 사회적 태도를 견지하는지…그렇게 힘든 환경에서도 어떻게 그런 좋은 작가들이 많이 나오는지 존경스러워요. 알리고 싶은 작가가 별처럼 많죠.”이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가보지도 못하고 막을 내렸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제일 열심히 했던 게 필리핀의 마닐라 라쌀대학 부속 전시장에서의 개인전”이라고 말을 보탰다.“제가 자원하다시피한 전시였어요. 환경은 열악하고 예산도 ‘0’ 하나가 빠질 정도로 적어 퀄리티를 내기도 힘들었지만 절대 타협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죠. 이 전시 역시 영국에서 유학하고 10년 넘게 그 부속 전시장을 기관다운 기관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인 큐레이터 호셀리나 크루즈(Joselina Cruz) 때문이었어요. 그쪽 기관에서 그간 한번도 일해보지 않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무진장 노력을 했죠.”◇인류에 대한 자괴감과 가능성양혜규의 ‘상자에 가둔 발레’(사진제공=국제갤러리)“코로나19로 국가주의나 국경이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해졌죠. 물리적인 거리감이 실질적인 거리감이 돼 버렸어요. 국가주의 보다는 트랜스 내셔널리즘, 국경보다는 시티즌 개념으로 물자만큼 사람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인류라는 사회가 코로나 사태로 반성하기를 바랐는데 그게 아니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이렇게 토로한 양혜규는 “지역감정과 실제적 거리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철학적으로 타인에 대한 상상력, 정치적 상상력, 사회적 공감 등이 지켜지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인류에 대한 자괴에도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에서 진행될 ‘슐레머에 동動하다-100년만의 삼부작 발레’(Moved by Schlemmer 100 Years of Triadic Ballet, 4월 10~10월 9일)로 인류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이는 바우하우스의 작가 오스카 슐레머의 대표작으로 1922년 초연됐던 ‘삼부작 발레’를 양혜규와 올라 폰 브란덴부르크, 칼린 린데나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슐레머에게 동하다-100년만의 삼부작 발레'에 전시될 '손잡이'(사진제공=국제갤러리)“그쪽에서는 (2015년) 리움미술관이 소장 중인 ‘상자에 가둔 발레’(Boxing Ballet, 1971)를 전시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그건 ‘계승하자’ 밖에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거리 있는 작업을 통해 퍼포먼스, 조각적인 퍼포먼스는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죠. 이 작품은 대중성이랑 동시에 갈 수 없는, 슐레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 수수께끼처럼 남은 부분이 많아요.”그리곤 제목인 ‘Triadic Ballet’와 등장 캐릭터들을 예로 들었다. “제목인 ‘Triadic Ballet’는 뉴욕을 근거지로 했던 중국계 유명 갱단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설이 있어요. 캐릭터 중에는 터키적이거나 발레적인 인물, 초현실적인 스파이럴 우먼도 있죠. 맨 마지막에는 반쪽이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갑자기 무대 전체가 까매져요. 거의 움직임도 없어요. 수수께끼죠.”양혜규에 따르면 이 ‘3부작 발레’는 “엄청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이지만 공연 당시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많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서 완벽 복원은 불가한 작품”이다.양혜규는 “슐레머가 생전에 재연을 위해 애 썼지만 결국 호응이 없어 못했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작품은 퍼포먼스 뿐 아니라 안무, 음악, 현대미술 등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제일 큰 부분은 무대 의상”이라며 “슈투트가르트 주립미술관 소장품인 그 오리지널 의상과 저희 현대작가 3명이 재해석한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고 소개했다.“저한테 ‘삼부작 발레’는 모르는데도 좋아하는 예예요. 사람들은 알아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한 오해가 없죠. 이해도, 공감도 안되지만 좋아할 수는 았거든요. 당시 바우하우스 안에서 퍼포밍 아트는 주변부였어요. 중요했던 건 디자인, 건축, 회화, 조각 등 디자인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부분이었죠. 슐레머가 퍼포밍 아트쪽을 맡았지만 변방 중 변방이었어요. 당시에는 그렇게 호응이 없었는데 나중에라도 발굴돼 가치를 인정받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환영받는 걸 보면 아이러니죠. 인류가 바보같거나 어리석게 보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경우들을 보면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가능성을 믿게 되고 기대를 갖게 되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4-02 16:00 허미선 기자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 진단…배우 은퇴 선언

브루스 윌리스 (사진=영화 ‘데드락: 라스트 리벤지’ 스틸컷)미국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실어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브루스의 전 부인이자 동료 배우인 데미 무어는 30일(현지시간) 개인 인스타그램 예정을 통해 가족 성명을 발표했다.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브루스 윌리스 가족은 “브루스의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브루스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으로서 알리고 싶다. 최근 브루스는 실어증 진단을 받았고, 이는 그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실어증으로 브루스는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직업을 그만두고 물러나게 됐다.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힘든 시기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연민, 지원에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이 서명에는 데미 무어를 비롯해 윌리스 아내 에마 헤밍 윌리스, 그의 다섯 자녀가 서명했다. 이들은 브루스가 실어증을 앓게 된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사진=데미 무어 인스타그램)AP 통신은 실어증은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머리 부상 때문에 발생하지만 느리게 자라는 뇌종양이나 알츠하이머처럼 퇴행성 질환 등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한편 1980년 영화 ‘죽음의 그림자’로 데뷔한 브루스는 1987년부터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의 주인공 ‘존 맥클레인’ 형사 역을 맡으며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발돋움 했다. 이후 영화 ‘제 5원소’, ‘아마겟돈’, ‘식스 센스’, ‘오션스 트웰브’, ‘레드’ 등 수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3-31 10:23 김세희 기자

[비바100]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금’ 양혜규…망각과 ‘망각의 망각’의 공존

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덴마크국립미술관에서 양혜규라는 사람이 전시를 할 때 소수민족과의 관계를, 그린란드를 생각하지 않을 없었습니다. 힘의 밸런스가 상당히 치우친, 식민적이고 정치적인 관계요. 그걸 출발점으로 삼았죠.”덴마크국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개인전 ‘이중 영혼’(더블 소울)에 대해 이렇게 전한 양혜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독일 슈테델슐레 순수미술학부 교수다. 한국은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MoMA),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 영국 테이트 등 전세계의 유수한 기관이며 갤러리들이 열광하는 작가다.1994년부터 2022년까지의 설치, 조각, 텍스트, 소리 등 50여점이 전시되는 ‘이중 영혼’에는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족(Innuit) 사람들이 사냥을 위해 쓰는 물개 가죽 장갑을 비주얼 모티프로 삼은 신작 두점도 함께 선보인다.◇‘양혜규라는 작가’가 덴마크에서 선보이는 ‘이중 영혼’ 덴마크 국립미술관 SMK 양혜규 개인전 ‘이중 영혼’ 포스터(사진제공=국제갤러리)“전시제목 ‘이중 영혼’은 샤머니스틱한 생각에서 훔쳐왔어요. 한국의 무속 뿐 아니라 극 지방에 사는 그린란드 이누이트족의 공동체와 그들의 정신적 삶을 염두에 둔 제목이죠. 이 전시는 지정학적인 것들을 일부러 프레임워크로 가져온 부분이 있어요. 90%가 기존작들이어서 그 위에 어떤 프레임워크를 씌울지 열심히 생각한 결과죠.”짝을 이루는 신작의 비주얼 모티프로 삼고 출발점이 된 장갑에 대해 양혜규는 “이번 전시 리서치 중 덴마크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북극지방 아트걸렉션에서 처음 접했다”고 전했다. “사냥으로 획득한 물질이에요. 식량이 되거나 기름을 내거나 옷을 만들거나…모든 것이 사냥으로 시작하죠. 카약을 타고 그 사냥에 나설 때 끼는 장갑인데 엄지가 두 개죠. 잘 젖으니 돌려서 낄 수 있게요. 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나 존재론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갑이 뻣뻣해 서 있는 걸 보곤 조각적인 느낌을 받았죠.”더불어 전시 준비과정에서 연구되고 신작들에 영감을 주기도 한 피아 아르케와 소냐 펠로브 만코바의 전시도 병행된다. 양혜규의 설명에 따르면 피아 아르케는 “그린란드에서 본의 반 타의 반으로 덴마크로 이주하는 상황을 마주한 작가”로 “야생상태로 자급자족하던 원래 그린란드 사람들 삶의 방식에서 동떨어져 도시 소비자의 삶의 형태로 식민화하는 근대 잔혹사를 조명하고 있다.”“이미 이주 상태에서 미술을 한 피아는 작업을 통해 그린란드라는 정체성, 원형, 고향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만났죠. 피아가 각별한 이유는 너무 오래 단절돼 이누이트족의 말을 못해 그의 연구는 덴마크어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스스로를 몽구르엘(동물에 쓰는 말로 잡종이라는 의미)이라고 표현하면서 어쩌면 적의 언어로 모국문화를 공부해야하는 식민상황을 시작점이자 바탕으로 삼은 작가예요. 세계 미술계는 이 작가를 아직 발굴하지 않은 상황이죠.”소냐 펠로브 만코바는 몸담았던 코브라 그룹에서 남편 아프리카 출신의 어네스트 만코바와 함께 활동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술계에서 주목받았지만 고국 덴마크에서는 다소 늦게 재조명된 작가다. 덴마크 국립미술관 ‘이중 영혼’ 전경(사진제공=국제갤러리)“대부분 생애를 파리에서 보냈어요. 파리에서의 삶은 인종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거고 한계를 많이 느꼈을 거예요. 남편 어네스트가 훗날 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모더니즘의 아머지’로 뒤늦게라도 추앙받으면서 소냐는 붕 떠버렸죠. 피아나 소냐의 생애에서 비주류적이고 소외를 거듭하는 측면을 봤어요. 이들의 행보에서 중요한 건 이들이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작가인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퀄리티(Quality)에요. 후대인 제가 볼 때 놀라울 정도의 순도를 가지고 작업한 사람들이죠.”이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특히 덴마크와 그린란드 간 식민 역사를 탐구하는 피아는 “건드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벽지에 이누이트족 유물들을 넣는데도 공격받을까봐 빼자는 의견도 많았어요. 어떤 방식으로든 이누이트족에게 상처주는 일이라면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하면 안된다, 반대로 공격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잘라내지도 말자고 생각했죠. 일이 나쁘게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저희로서는 부끄럽지 않은 과정을 충실하게 한 것 같아요. ”‘이중 영혼’의 신작들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그렇게 인류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인문학적 요소들로 무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갤리러에서 소규모 전시로 첫선을 보였고 올해 베를린 바바라 빈 갤러리, 파리 샹탈 크루젤 갤러리, 각종 비엔날레를 통해 본격 선보일 한지 콜라주 ‘황홀망’이 그렇다.올해 본격적으로 선보일 ‘황홀망’“한국 무속의 ‘설위설경’을 원본 삼아 한지를 이용한 종이무구 만드는 부분을 공예적 차원으로 접근한 작업이에요. 원본 자체가 인류학적 구석을 가지고 있어 그에 대한 윤리적 책임 같은 것도 담고 있죠. 종이에 매료된 건 다른 재료보다 겸손하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종이로 만든 무구는 사용 후 태워버렸어요. 지물질적이고 물질적이라도 미약하죠. 미약한 데 정신적인 걸 얹는 게 어렵고 그 행위에 담긴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미약한데 너무 강하기도 하죠. 작가로서의 작업과 닮았다 싶기도 했어요.”◇양혜규, 여행자가 되다! 망각의 망각“한국이 후발국가였을 때 외국작가들이 와서 전시하는 걸 보고 어린 작가로서 되게 불만이 많았어요. ‘깃발을 꽂으러 온다’고 하잖아요. 힘의 구조를 바탕으로 한 식민성에 반항심, 자괴감 등이 들었어요. ‘나는 저렇게 안될 거야’라고 다짐하기도 했죠. 이제는 저 역시 어떤 나라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 제 진정성을 확인받으려 노력하죠.”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성큰홀에서 진행한 스테이징 프로젝트 ‘죽음에 이르는 병’이 그 예다. 유카탄 지역의 석회암과 지하수가 만들어낸 수만개의 성큰홀 중 하나에서 20명을 모아두고 자정에 진행한 연극 프로젝트다. 정글 한복판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자라난 맹그로브 사이로 별빛이 보이고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 뗏목을 띄워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동명 소설을 극화해 선보인 게릴라성 작업이다.“제가 뗏목을 묶고 크기와 색이 다른 손전등을 끄고 켜면서 조명까지 책임진 프로젝트죠. 멕시코에서 열리는 큰 전시를 열기로 하면서 주최측에 특별히 부탁해 진행한 프로젝트예요. 그렇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1년 뒤에 공식 전시를 하겠다고 했죠. 광활하고 자연적·문화적으로 풍부한 나라, 멕시코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고 싶었어요. 깃발을 꽂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거든요.”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이는 2006년 자신의 외할머니가 살던 폐가에 꾸렸던 ‘사동 30번지’와 비슷한 맥락의 전시다. 이는 공간과 하나 되기에 애쓰는 작가 양혜규의 도전이기도 하다. ‘이중 영혼’의 전시장 벽에 입체적으로 표현된 손가락도 그 도전의 일환이다. “저는 ‘요소’라고 부르는데 전시 방문하는 사람만 발견하는 것들이에요. 사실 방문해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10%만 볼 수 있는 디테일을 숨겨놓는 거죠. ‘사동 30번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들긴 했지만 찾아온 사람들의 몫이 더 컸던 전시죠. 전시를 보러 가겠다는 결정부터 전시의 일부였어요. 미술관도, 갤러리도 아니고 초대받아하는 전시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떤 경로로든 이 전시를 알게 되고 가보겠다는 자체가 전시 경험의 일부인 셈이죠. 거기 가서 무엇을 봤냐 보다 전시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했거든요. 이런 작업을 해외에서 많이 하고 싶어요.”◇끊임없이 변화하는 작가 양혜규 양혜규(사진제공=국제갤러리)그 스스로의 표현처럼 “이제는 제가 결정하고 콘트롤할 수 있게 됐으니 주어지는 상황보다 제가 하는 결정과 만드는 상황이 되게 중요해졌다. 작가에 대한 리스펙트, 전시 조건 등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요구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저기서 전시 해보고 싶다’는 오래전 꿈같은 느낌은 사라졌고 실제로 그 (꿈꾸던)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작가 양혜규는 제가 봐도 많이 변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서 항상 조심스러워요. 저를 정의하는 데 ‘지금은’이라는 단서를 붙여야 하죠. 작품세계, 작품을 대하는 태도, 작업과정 등도 많이 변했고 심지어는 ‘변해야한다’는 생각도 있어요. 변할 여지를 일부러 만들기도 하죠. 일부러라도 변화를 해야하거든요. 의식화해서 판단을 잘해야 하고 어려운 상황을 저한테 주는 것도 진짜로 필요하죠.”그렇게 변화 여지를 만들어내는 데도, 잊을 만도 한 자리에서도 어린 작가시절의 다짐을 망각하지 않은 데는 “여행이 되게 중요했다.”“이 세상이 얼마나 넓고 내가 모르는 건 또 얼마나 많은지, 어디를 가나 미술에 진심인 사람들도, 훌륭한 사람들도 끓어 넘치는 걸 느껴요. ‘감히 내가?’ ‘네가 어찌 함부로’라는 생각들이 들죠. 그런 느낌과 생각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한곳에 있지 않고 여행을 다니면서 그 유지가 수월해진 것 같아요.”그렇게 그 스스로가 “지금은”이라는 전제를 달아 정의한 “양혜규라는 사람”은 늘 변화하면서도 망각을 망각하기 위해 ‘여행자’의 삶을 선택한 “운이 지나치게 좋은” 작가다. ‘여행자’답게 그의 상반기는 ‘이중 영혼’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소장작품전 ‘열망 멜랑콜리 적색’ 중 ‘종잡을 수 없는 침묵’, 오스카 슐레머의 전설작 ‘삼부작 발레’를 재해석한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의 3인전 ‘슐레머에 동動하다-100년 만의 삼부작 발레’, 유럽 각지에서 선보일 ‘황홀망’ 등 전세계를 넘나드는 전시들로 꽉 들어차 있다.“제 인생의 모토가 ‘후회하지 말자’예요.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다 해버리거든요. 그때그때 충실하게요. 일은 제 시간에 끝내고 파티를 할 때는 밤새 놀고. 야근, 특근 없이도 다 돼요. 그리고 필 받아 놀 때는 ‘렛잇고’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3-28 18: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한국 순정만화가와 글로벌 영아티스트들이 외치는 ‘어쨌든, 사랑: 로맨틱 데이즈’

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이 성수동 서울숲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처음 선보이는 전시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10월 30일까지 디뮤지엄)의 출발점은 7명의 한국 대표 순정만화가들 작품 속 장면과 인물들이다.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의 현겸과 지율에서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때’가, 이은혜의 ‘블루’에서 엇갈리는 연우·해준·승표는 ‘언젠가는 바라봐 주기를 바라던 그 밤’을 섹션화한다.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이빈의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중 지미와 혜정의 오토바이 질주는 ‘미칠 것 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 해’로 내달리고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서지원과 슬비는 ‘애타게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게 한다.비와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원수연의 ‘풀하우스’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결 같던 그 시간’으로, 박은아의 ‘다정다감’은 ‘소중한 추억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 시절’로 이끈다.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속 레 마누의 당당한 뒷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을 맞닥뜨리게 한다.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서툴렀던, 마냥 바라봐주기만을 바랐던, 뜨겁게 불타오르던, 이별하고 그리워하다 성장하는 사랑의 과정을 따르는 전시는 그렇게 7명의 한국 대표 순정만화가의 작품을 모티프로 북미, 유럽 등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꾸린 7개 섹션으로 구성된다.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 속 현겸과 지율에서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코카콜라, 나이키, 애플 등과 협업하는 영상감독이자 포토그래퍼 지미 마블과 아날로그 카메라 작업을 ‘보그’ ‘마리끌레르’ ‘데이즈드’ 등에서 활동 중인 사진작가 루카스 와이어보스키가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때’의 감성을 표현한다.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언젠가는 바라봐 주기를 바라던 그 밤’은 이은혜의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미국 사진작가 트리스탄 홀링스워스, 마가렛 더로우 그리고 한국의 인터랙티브 뉴미디어 아트그룹 아이엠파인(I M Fine) 작품들로 재현된다.10대들의 방황과 내면의 고뇌를 담은 이빈의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한 섹션 ‘미칠 것 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 해’는 프랑스의 테오 고슬린, 모드 샬라드, 폴란드의 막달레나 워싱카, 미국의 채드 무어와 사라 맥스웰의 사진,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속 열정적인 사랑 표현으로 풀어낸다.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애타게 다시 만날 그날’은 투명하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사랑받은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와 공예작가 양지윤의 행잉 오브제 설치작으로 아련함을 더한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결 같던 그 시간’은 원수연의 ‘풀하우스’와 러시아의 화가이자 사진작가 니나 콜치츠카이아와 어우러진다. 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미국의 사진작가이자 비디오그래퍼 헨리 오 헤드, 포토그래퍼 니코 비 영, 이탈리아의 파올로 라엘리 등의 영상과 사진들은 박은아의 ‘다정다감’과 어우러지며 ‘소중한 추억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 시절’로 이끈다.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출발해 에르메스, 아디다스, 프라이탁, 닥터마틴 등과 협업한 아르헨티나의 사진작가이자 아트디렉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델피 카르모나가 꾸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위안과 다시 일어설 힘을 전한다.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전시는 그렇게 설레는 시작부터 이별, 그리움 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르는 7개 섹션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서는 순간, 그렇게 진정한 나를 대면하고 사랑하게 되는 여정을 선사하며 강조한다. 결국은 ‘사랑’이라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디뮤지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사진=허미선 기자)

2022-03-22 20:01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공예, 인간의 일상과 본질 그리고 사회에 한발 앞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사진=허미선 기자)“공예품은 쓸모 있고 아름다운 기물들로 즐기는 공예예요. 넓은 의미의 공예는 인간이 자연 소재를 가지고 특정한 물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반적인 과정이죠. 이 과정을 통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자 공예의 윤리적·사회적 실천에 대한 고민입니다.”16일부터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사물을 대하는 태도’(All About Attitude, 5월 29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 대해 강재영 예술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사진=허미선 기자)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대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2021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관 귀국 보고회인 동시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 선보이고 5월 20일부터 진행될 공예주간까지를 아우르는 공예기획전이다.한국공예·대자인문화진흥원 김태훈 원장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관은 우수 전시회로 선정되는 등 반응이 좋았다. 이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밀라노 한국관 전시에서 확장해 공예에 좀더 다가가도록 했다”고 전시 기획의도를 전했다.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국민들 사이에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워하신다. 이에 작가와의 시연, 체험 행사 등을 준비 중”이라며 “고려청자의 이은규 전북무형문화재 사기장, 안치용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죽공예 한창균 작가, 한선주 섬유공예가께서 시민들 앞에서 시연하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귀띔했다.38팀, 58명의 작가 작품 29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대지의 사물들’(All About Earthbound), ‘생활의 자세들’(All About Posture), ‘반려기물들’(All About Compaion)로 구성된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1, 2층 전관에는 밀라노 한국관 참가 작가들과 지역 공예가 발굴에 중점을 둔 ‘대지의 사물들’ 공간이다. 우리 공예가 가진 사물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테마로 다양한 기법과 작품들이 선보이다.중앙홀에서는 죽공예가 한춘균과 NBW의 아트 오브제와 생활용품들, 신성창과 한선주가 선보이는 꽃 조형물과 섬유 설치작, 배가 바다에 침몰한 사태를 모티프로 곰소소금 위에 배치된 부안관요 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사진=허미선 기자)강재영 감독은 “암울한 팬데믹 시기에 아름다운 꽃, 섬유, 옻칠, 죽, 도자 등으로 치유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3등 대합실에는 전시제목인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양순열의 조각, 지요한의 영상, 맹욱재의 도자, 신예선의 섬유설치작 등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인간과 동식물, 자연의 관계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아우른다.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1, 2등 대합실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블로잉·연마 기법으로 표현한 김준용의 유리공예, 물방울을 형상화한 이가진의 청자, 대나무의 단단함을 보여주는 이승희의 도자설치작을 만날 수 있다. 부인대합실은 문경 수제 한지 위에 달항아리를 담은 남종현의 사진과 임관순의 목가구, 역장실은 장재녕의 다채로운 책조의 백자와 채림의 옻칠 공예와 보석회화, 귀빈예빈실은 강명선의 나전가구와 박종선의 목가구 및 스피커, 귀빈실은 한옥의 원형을 담은 최병훈의 목가구와 점·선, 수직·수평으로 흐름는 이상협의 금속공예 등으로 꾸려진다.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층 ‘생활의 자세들’에서는 입식과 좌식 모두를 취하고 있는 독특한 한국식 라이프 스타일과 이를 위한 공예와 가구 디자인들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한다. 그릴방에는 고온으로 구워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조화를 탐구하는 김시영의 흑자,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린 추상탄화 기법을 활용한 박홍구의 가구, 세월의 기억을 간직한 대상을 얇은 주물로 뜬 조성호의 금속공예, 지속성과 확장성을 만들어가는 몬스트럭쳐의 모듈 시스템 가구 그리고 채율의 나전공예 등이 배치된다.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2층 홀과 회의실, 세미나실은 ‘반려기물들’이 전시된다. 나하나의 니트로 감싼 의자(2층 홀), 강미나·고희승·권슬기·신혜정·오세린·주소원·정호연 등 7명 금속공예가들의 역동적이고도 아름다운 현대장신구들(회의실)이 자리잡고 있다.그리고 세미나실에서는 성낙윤의 매듭, 채율의 나전가구, 조현형의 목가구, 비단실·모시·삼·무명 등을 꼬고 엮은 이금희의 다회망수, 이동춘의 사진, 박종군·박남중·박건영의 광양장도 등 전통 공예품들도 만날 수 있다.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예물로만 쓰이는 갑비싼 공예, 유행을 타는 패션 액세서리가 아닌 공예가의 장신구, 매듭, 전통가구 등 세대를 이어갈 한국만의 독특한 세계를 품은 아름답고 소중한 기물들을 만날 수 있다.강재영 감독은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현대를 사는 우리 안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향유할 수 있을까, 현대 공예가들의 기량과 표현이 얼마나 다채롭고 역동적인가, 지금을 사는 공예가들의 제작 태도와 사회적·윤리적 실펀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참신한 디자인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모두가 즐기는 공예문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등 다섯 가지 질문에 작가들이 대답하는 전시”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장인들의 시연과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사진=허미선 기자)“전시에는 관객과 작품, 사람과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기획자로서 작품을 잘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공간(문화역서울284)을 존중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의 존중은 곧 작품과 관객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죠.”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3-22 18:45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래리 피트먼이 전하는 “그럼에도 인류의 근미래”는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리만 머핀 서울 재개관전인 래리 피트먼의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중 ‘Luminos: Cities with Egg Monuments’3(왼쪽)과 1(사진=허미선 기자)“그럼에도 인류의 가까운 미래는 발광하는 힘의 원천들로 낙관적이고 희망으로 충만할 것이다. 오랜 시기를 거쳐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도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인류사가 그랬듯.”유례없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 간 고통받고 불안한 삶을 이어온 이들에게 래리 피트먼(Lari Pittman)은 “희망과 낙관 그리고 빛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제목부터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5월 7일까지 리만머핀 서울), 안국동에서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한 리만머핀 서울이 재개관전 작가로 래리 피트먼을 선정한 이유다. 더불어 김정연 리만 머핀 디렉터의 말처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40년 넘게 활동하신, 작가로서 입지가 대단한 분이시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리만 머핀 서울 재개관전인 래리 피트먼의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김정연 디렉터는 래리 피트먼에 대해 “복합적인 장식 요소들을 다양하게 배치하는 전무후무한 작업들로 마니아들을 양산했지만 한국에서는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가”라며 “199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휘트니비엔날레 서울 그룹전, 아모레퍼시픽 소장전이 전부”라고 전했다.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젊은 건축가상 수상 기업 에스오에이(SoA, Society of Architecture)가 리노베이션한 리만 머핀 1층과 2층에 걸쳐 전시 제목인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을 표현한 신작 18점들이 순차적으로 전시돼 있다.어시스턴트도, 밑그림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그려내는 래리 피트먼의 작품들은 알, 깃털, 도시풍경과 원주민 천막, 꽃과 나뭇잎, 빛과 총 그리고 인간이지만 인물로 보이지 않는 생명체 등 상징적인 기호와 기표들을 중첩해 인간의 본성과 인류 역사 그리고 지금 우리를 표현해 낸다.리만 머핀 서울 재개관전인 래리 피트먼의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전경(사진=허미선 기자)김정연 디렉터는 “대도시는 지리학적, 지역적 의미라기보다 마천루, 밀집한 인구 등 비슷한 유형”이라며 “전례 없는 오랜 팬데믹 기간에도 생동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이던 대도시도 숨기는 것들이 많다. 그렇게 숨어서 힘들었을 많은 이들에게 알, 도시의 빛 등으로 가까운 미래를 희망적으로 제시하고 싶어하셨다”고 설명했다.“작가는 알에 모계사회, 창조, 삶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오래 전 커밍아웃을 했지만 (성 정체성 등)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사람은 결국 수정란을 통해 나오잖아요. 알과 더불어 빛 역시 (래리 피트먼의) 상징적인 요소예요. 빛은 항상 존재하진 않지만 찰나에 갑자기 생겨나 발광하죠. 그런 빛을 통해 어둡고 힘든 시기가 있어도 어느 순간 변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어요.”2002년부터 인간처럼 보이는 생명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 요소들은 이번 신작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목구비, 팔다리 등의 모양새는 인간인 듯 보이지만 곤충 혹은 낙엽, 나무껍대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인물들은 미국 식민사 속 제국주의, 원주민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성의 상징이다. 어쩌면 산업화와 빠르기만한 기술의 발전에 파묻혀버린 인류의 표현일지도 모른다.리만 머핀 서울 재개관전인 래리 피트먼의 ‘불투명한, 반투명한, 빛나는’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자칫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으로 내달릴 수 있는 작품들은 늘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알, 순간적이지만 분명 발광했던 빛, 어딘가에서 피어오르는 꽃 등을 중첩시키며 ‘희망’을 제시하고 ‘유토피아’를 꿈꾸게 한다.김정연 디렉터는 이번 전시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작품으로 1층의 대규모 연작인 ‘루미노스: 시티스 위드 에그 머뉴먼츠’(Luminos: Cities with Egg Monuments) 1, 3을 꼽았다.“결국 근미래에 대한 가장 희망적인 작품이에요. 도시 풍경이지만 중세 성당의 성화같은 느낌의 작품이죠. 중심의 알은 작가가 말하는 여성, 삶을 상징하지만 그 뒤로 중첩된 다양한 요소들이 저마다의 의미들을 가지고 있거든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3-19 13:00 허미선 기자

이근, 사망설에 "살아 있다…가짜뉴스 그만"

(사진=이근 인스타그램)우크라이나 의용군으로 참여하겠다며 현지로 떠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이근이 직접 근황을 전했다.15일 이근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살아 있다”며 최근 불거진 사망설을 일축했다. 이어 “내 대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하게 철수했다. 난 혼자 남았고 할 일이 많다”며 “가짜뉴스 그만 만들라”고 경고했다.이후 이근은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를 캡처한 게시물을 새롭게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라고 저장된 대화 상대가 이근에게 보낸 메시지가 쓰여 있다.(사진=이근 인스타그램)공개된 게시물에는 “지금 계신 위치를 지도로 확인해서 보내주시면 외교부에 통보해 재외국민 보호를 요청하겠다”, “현재 어디에 계시냐”, “우크라이나이면 현지 외교부 임시사무소가 있다.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외교부에 요청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앞서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로 떠난 이근에 대한 사망설이 제기됐다. 이 같은 루머는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서부지역 훈련기지를 공습해 외국인 용병 약 180명을 제거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한편, 지난 8일 외교부는 “여행금지 대상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입국한 이근 전 대위에 대해 여권법 위반 관련 형사고발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무단으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당부 말씀을 드린다”고 이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3-15 16:37 김세희 기자

[비바100] 반복되는 문체부의 낙하산 인사, 영상자료원만 '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내정하는 인사에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영상자료원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부임한 김홍준 원장이 문체부 출신 인사 A씨 사무국장 임명동의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제출했지만 이사 8명 전원 반대로 부결됐다. 노조는 “김 원장이 이사회 부결 이후 주말 동안 이사들과 따로 접촉해 서면 동의를 받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한다”며 “이는 문체부의 인사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복수의 영화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자료원 사무국장으로는 A과장이 내정된 상태다. 이 사안에 대해 문체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기관들 사무국장은 위원장이 직접 임명해 왔다. 그간에도  영화관련 기관들의 사무국장은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반복돼 왔다. 그 중 영상자료원은 퇴직 관료의 내정이 반복돼 왔다.그간 관행처럼 굳어진 사무국장 인사에 대한 이번 반발은 얼마전 신임 영상자료원장으로 임명된 김홍준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1994년 ‘장미빛 인생’으로 감독 데뷔해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들을 양성해왔으며 평소에도 자료원을 많이 이용하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여러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쌓은 내공으로 행정적인 능력도 인정받았다.하지만 이번 사무국장 인사 결정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영상자료원 관련 규정에는 사무국장은 원장이 이사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게 돼 있다. 노조는 “A씨는 원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문체부가 내정한 인사로 알려졌다. 사무국장은 사실상 문체부가 내정한 낙하산 인사가 맡아왔고 ‘블랙리스트’ 사건도 문체부 퇴직 공무원인 사무국장 재임 기간에 이뤄졌다”고 밝혔다.앞서 문체부가 주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도 영상자료원과 관련해 문체부 퇴직 공무원 임명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제도 개선위가 2019년 발표한 백서에는 퇴직 공무원을 산하기관 사무국장으로 임명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개방형 직위제 도입, 이사 추천제 재도입 필요성 등이 명시됐지만 이를 위한 정관이나 규정 개정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익명을 요구한 영상자료원 측 관계자는 “그동안 사무국장 인사에 대한 내부 불만이 상당했다”면서 “임명되기 전부터 영화인으로서 보여준 신임원장의 결단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조 역시 “퇴직 공무원 보은 인사 임명안을 관철하는 시도가 계속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언론을 통해 “노조측의 의견과 더불어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사무국장 임명 문제를 포함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3-10 18:00 이희승 기자

'블랙팬서' 감독, 은행 강도로 오해받아 체포…인종 차별 논란

라이언 쿠글러 감독 (AP=연합)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은행 강도로 오해받아 체포되는 소동이 벌어져 인종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9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지난 1월 미국 애틀랜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1만 달러(약 1230만원) 이상의 현금 출금을 요청하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은행 직원에게 캘리포니아주 ID카드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카드, PIN 코드, 신분증 등을 제출했지만 해당 직원은 쿠글러 감독을 은행 강도로 오인하고 상사에게 보고 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현장에 출동한 애틀랜타 경찰은 쿠글러 감독에게 수갑을 채워 은행에서 데리고 나왔으며, 차 안에서 쿠글러 감독을 기다리고 있던 일행 2인까지 체포해 순찰차에 구금했다가 쿠글러 감독의 신분을 확인 후 석방한 것으로 전해졌다.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이런 일은 잘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이 사건에 대해 설명해줘서 일이 잘 해결 됐다”라는 입장을 밝혔다.한편, 2013년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로 선댄스영화제, 미국 비평가 협회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2018년 개봉한 영화 ‘블랙 팬서’를 연출해 국내에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 ‘블랙팬서2 : 와칸다 포에버’를 촬영 중이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3-10 15:57 김세희 기자

이근 대위, 참전 위해 우크라 출국…"살아 돌아오면 처벌 받겠다"

(사진=이근 SNS)해군특수전단(UDT) 출신 유튜버 이근 전 대위가 ‘최초의 대한민국 의용군’을 자처하며 우크라이나로 출국했다.6일 이 전 대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ROKSEA’은 즉시 의용군 임무를 준비했다”며 “처음에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출국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느껴 마찰이 생겼다. 여행 금지국가를 들어가면 범죄자 취급받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협박 받았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를 무릅쓰고 결국 출국한 이 전 대위는 “우리가 보유한 기술, 지식, 전문성을 통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팀원들은 내가 직접 선발했다. 살아가 돌아간다면 그때는 내가 다 책임지고 처벌 받겠다”고 출국을 강행한 이유를 밝혔다.이 전 대위는 자신을 “최초의 대한민국 의용군”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해 위상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의용군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대해 여행금지인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이를 어기고 여행금지 국가를 정부 허가 없이 방문할 경우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이근 전 대위 유튜브 전문국민 여러분, 당신이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언제나 인생의 패배자들이 당신을 질투하여 당신을 비방하고 밑으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ROKSEAL은 즉시 의용군 임무를 준비하였습니다. 따라서, 2월 28일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서 그 기사를 게시하고 ‘WE WILL SUPPORT UKRAINE’이라는 힌트를 공지하였습니다. 48시간 이내 계획 수립, 코디네이션, 장비를 준비하여 처음에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출국을 하려고 했으나 한국 정부의 강한 반대를 느껴 마찰이 생겼습니다.결국, 우리는 여행 금지국가를 들어가면 범죄자로 취급받고 1년 징역 또는 1천만원 벌금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협박을 받았습니다.하지만 처벌받는다고 우리가 보유한 기술, 지식, 전문성을 통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무식한 사람들은 보안을 이해 못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비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저의 팀이 문제없이 출국하고 우크라이나 잘 도착해야 해서 관계자 몇 명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저희의 계획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얼마 전에 출국 했으니, 이제 이렇게 발표를 합니다. 저의 팀원들은 제가 직접 선발했으며, 제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그때는 제가 다 책임지고 주는 처벌 받겠습니다.최초의 대한민국 의용군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그럼 임무 끝나고 한국에서 뵙겠습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3-07 09:14 김세희 기자

[비바100] '베토벤 호랑이' 강형구 작가 “용기내 본성대로 살라는 경고이자 기원”

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사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호랑이를 그리고 싶었어요. 이미 그려놓기도 했죠. 하지만 다빈치는 소띠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1770년생 범띠인 베토벤 호랑이로 결정했죠.”‘Amulet_호령展_범을 깨우다’(이하 호령展, 3월 9일까지 갤러리원, 3월 11~31일 부산신세계샌텀시티) 개막 현장에서 만난 강형구 작가는 출품작 중 하나인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Beethoven of the Black Tiger)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호령’展은 2022년 검은 호랑이해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호랑이의 영험한 기운을 온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전시”다. 부적을 뜻하는 ‘Amulet’과 매년 새해 초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주제로 하는 아트 시리즈 프로젝트의 세 번째 특별전시로 올해는 원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강형구 작가(사진제공=레이빌리지)강형구를 비롯한 박대성, 김선두, 이재삼 등 회화 거장들과 이이남, 김정기 등 디지털·미디어아트·라이브드로잉 아티스트, 젊은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찰스장, 요요진, 코마, 콰야 그리고 아트테이너 구준엽, 김규리 등 38명의 작가들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표현한 호랑이들이 전시된다.세계진출에 뜻을 두고 있다는 ‘호령’展은 갤러리원에서의 원화 전시를 비롯해 LG전자와 함께 하남스타필드에서 선보이는 디지털 작품, 메타버스 구축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며 NFT(대체불가토큰 Non-Fungible Token)로 소장도 할 수 있다.◇움직이는 베토벤 호랑이 “나만의 색으로 감상하시길!”“알루미늄 재질을 활용한 발광으로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연에 나가면 그림의 색도 변해요. 실내에서도 조명, 커튼 색에 의해 변하죠.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그림을 걸어두면 자신만의 색을 즐길 수 있도록요.”이번 전시에 강형구 작가가 출품한 작품 중 하나인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는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패널에 그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초상화로 그 스스로의 설명대로 “제 작품 특징을 담은 베토벤의 확대된 얼굴”이다.마치 사진처럼 표현했지만 이는 세상에 없는 베토벤의 얼굴이다. 그 얼굴의 주름을 호랑이 털처럼 표현한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이하 베토벤 호랑이)와 더불어 전시된 ‘게이즈 오브 제너러시티 1, 2’(Gaze of Generosity 1, 2) 역시 호랑이의 확대된 얼굴로 안광이 유난한 작품들이다.강형구 작가의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담배 연기를 내뿜는 빈센트 반 고흐, 담배를 문 오드리 햅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나이가 훨씬 많이 든 마릴린 먼로와 앤디 워홀 등 그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잘 알려진 사람의 얼굴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그리는 작가”다. “사람들 중에서도 호랑이를 닮은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는 그 역시 호랑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하지만 호랑이 눈빛을 닮았다고 해서 다 호랑이와 어울리는 건 아니에요. 베토벤은 실제로 범띠이기도 하고 호랑이와 잘 어울리기도 하죠. 알루미늄 질감을 살려 단정히 빗기 보다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발광효과를 냈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죠. 머리카락이나 눈빛 등은 제가 창작하고 지어내 그린 거니까요. 실제 베토벤보다는 저만의 상상을 섞는 동시에 대중이 실감하는 ‘베토벤’의 최대공약수죠.”◇발광하는 눈의 경고 “호랑이다운 호랑이 같은 존재를 꿈꾸며!”span style="font-weight: normal;"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제 작품의 특징은 확대된 얼굴이기도 하지만 제 주제가 잡혀 있는 건 발광하는 눈입니다. 지금까지 제 작업형태는 늘 눈동자를 감상자와 맞추는 방식이었어요. 눈이 호랑이의 감정과 메시지를 이빨 보다 잘 드러내는 것 같거든요. 그 눈빛에 관람자가 비춤으로 인해 저마다 다른 느낌을 받아요. 극사실적인 요소가 있지만 실제로는 뿌옇게 만들고 아른아른하죠. 내가 빨려들어가든 그 그림이 나한테 빨려오든 직접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달까요.”그리곤 “눈빛이 감상자들과 마주치는 그림은 소통이 더 빠르고 감동도 굉장히 배가한다”고 부연했다.그렇게 빛나는 눈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서는 “경고”라며 “내가 나한테 하는 경고든, 사회를 향한 호랑이의 경고든 주제는 경고”라고 재차 강조했다. “겉모습은 호랑이지만 사실은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가 야생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을 빗댄 작품들이기도 하다.“사람으로 치면 제도권에 길들여진 부자유스러운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기가 아닌 남을 중심으로 한 인생, 그런 사람들을 향한 야생의 경고죠. 세 그림 다 그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특히 베토벤 호랑이는 사라져가는 청각 등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켜내기까지 얼마나 울분이 컸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지금 사람들이 용기 있는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랐죠. 인간에 의해 사육당하지 않은, 설사 굶거나 얼어죽을지언정 야생에서 자신의 본성을 다해 살아가는 진정한 호랑이같은 존재들이 각계각층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희망과 허구의 현실화, 그것이 인류 역사강형구 작가의 ‘베토벤 오브 더 블랙 타이거’(사진=허미선 기자)“어차피 그림은 허구입니다. 허구를 즐기는 것은 작가의 특권이자 그리는 보람이기도 하죠. 리얼리즘이 결코 아닙니다. 재생이 아니라 허구, 없는 것 그리고 희망·경고 등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 현실화하는 작업이죠. 그렇게 희망과 허구가 현실화되는 것이 인류 역사였어요.”이번 전시는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기술이 가미된 작품들에 대해 “기술보다 작가의 감정과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강형구 작가는 “(기술의 활용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현재 NFT 작품은 눈 깜빡, 입가의 표정 등 미세한 움직임을 가미 시킨 동영상이에요. 앞으로 디지털 작품도 테크닉 보다는 실제 작가의 감정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도한 베토벤과 호랑이 얼굴의 합성이 움직임으로서 베토벤 호랑이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죠.”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이어 “그런 식으로 동물이나 호랑이를 닮은 내 얼굴을 그릴 수도 있고 예쁜 여자의 얼굴도 호랑이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며 “앞으로 마릴린 먼로 호랑이 그리고 자화상 호랑이도 작업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그림을 “없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라 정의한 강형구 작가에게 허구나 보이 않는 것들 중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것에 대해 묻자 “AI(인공지능)”라고 답했다. “궁극적으로 AI는 회화로 볼 때 하나의 작가의 마음입니다. 작가 개인의 AI는 양심의 실현이고 나를 가장 닮은 화가일 겁니다. ‘나에게 그런 AI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 제 마음, 양심을 그대로 실현하고 싶다는 바람이니까요. 지금까지도 그런 자세로 그려왔지만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는 의지죠. 그것이 제가 가장 바라는 AI예요. 그렇게 AI는 유토피아 운동이자 밝은 사회운동이어야 하고 평화스러워야 합니다. (제가 꿈꾸는) 그런 AI처럼 사회현상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담대하고 겸손하게 “그려야할 것은 많고 인생은 짧다” 강형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그려야할 건 많고 인생은 짧습니다. 그래서 큰 계획보다는 제가 시도하고 싶었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꼭 하는 게 계획이에요.”여전히 “표현할 게 너무 많다”는 강형구 작가는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뱀”이라며 “전설로 내려오는 메두사의 얼굴을 그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그건 오래 전 계획이었어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리얼리즘으로 표현되는, 마치 실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올해도 계속 표현할 겁니다. 예를 들어 (36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68세, 90세가 된 마릴린 먼로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그림으로 현실화할 수는 있죠.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갈 겁니다.”  그렇게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을 감상자들에게 제공함으로서 볼거리와 감상의 폭을 넓히겠다” 전한 강형구 작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시기를 오래도록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담담하고 겸손하게”를 강조했다.“코로나19는 우리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상당히 지치게 하고 있죠. 하지만 코로나에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니 너무 탓하거나 기죽지 말고 담대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가 얼마나 고마운 상황이었는지를 인식하게 됐음을 감사하면서요. 코로나 사태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현상이에요. 아무도 끌 수 없는 캘리포니아 산불과도 같죠. 우리가 통제할 수 없어요. 자연진화돼야 하는 우주의 법칙이자 자연현상이거든요. ‘자연재해’라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3-04 18:45 허미선 기자

[비바100] 러-우크라 침공에 세계 문화예술계가 대처하는 자세…보이콧, 징계, 기부, 영상기록

27일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기어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은행권은 러시아 은행을 퇴출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러시아의 국제 경기 개최 및 국가명·국기·국가 사용 금지 징계를 내렸으며 유엔총회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을 매각해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자선 재단를 설립해 기부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제, 외교, 정치, 사회, 스포츠 등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문화예술계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모양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상임 안무가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등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들은 전쟁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각종 예술단체들은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예술가들과 연대해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제공=DG)더불어 親푸틴 예술가들에 대한 보이콧도 확대일로다. 지난달 25~2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세계적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가 이끌고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가 협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親푸틴 예술가로 알려지면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CancelGergiev’(게르기예프를 취소하라) 운동이 거세지자 카네기홀은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Yannick Nezet Seguin)과 조성진으로 교체했다.이를 시작으로 게르기예프와 러시아에 대한 보이콧은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전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는 기르예기예프가 러-우크라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3월 공연 예정이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 지휘자 임명을 철회하겠다 통보하고 5월 3~4일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을 취소했다.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3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미국 공연에서 기르기예프를 제외하고 이미 기획 중이던 플로리다 공연도 다른 지휘자로 교체된다고 발표했다. 기르기에프가 수석지휘자로 오래 몸 담았던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게르기예프에게 이번 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여러 차례 푸틴 지지의사를 밝혀온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덴마크 공연이 취소됐고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도 올여름 예정된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유럽을 아우르는 음악 페스티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로비전)를 주최하는 유럽방송연합(EBU)은 “유로비전의 평판이 나빠질 수 있는 우려”를 표하며 러시아를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공표했다.할리우드 배우이자 감독인 숀 펜은 이번 전쟁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현지를 오가던 그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인, 군인 등을 대통령 관저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다.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1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리그 한국과 덴마크의 경기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연합)한국에서도 러시아 보이콧과 우크라이나 기부 등이 이어지고 있다. 19일부터 캐나다 프린스 조지에서 열리는 여자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여자 컬링 대표팀 ‘팀킴’은 20일로 예정된 러시아와의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대한컬링연맹은 1일 성명을 통해 “팀킴을 비롯한 연맹 소속 모든 팀과 선수들은 앞으로 러시아와 벌이는 모든 경기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남자 세계선수권대회 중 러시아컬링연맹(RCF)과의 경기를 포기하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믹스더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러시아와의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이영애(사진=연합,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 트위터)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의 트위터를 통해 한류스타 이영애가 전쟁으로 위기를 맞은 우크라이나에 1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졌다. 드미트로 포노라렌코 대사가 공개한 편지에는 “전쟁을 겪은 참전 용사의 가족으로서 전쟁의 참혹함을 누구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 모든 분들의 안녕과 무사를 기도드린다”고 희망과 용기를 전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2-03-03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문화강국'연 故 이어령 전 장관 영면… "애초에 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연합)지난달 26일 별세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결식이 2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엄수됐다. 향년 89세.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유족 측은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큰 통증 없이 돌아가셨다. 유언은 따로 남기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말기 췌장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마지막에는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집필에 몰두했다. 이 전 장관은 문학평론가로 가장 먼저 이름을 떨쳤다. 22세의 젊은 나이에 ‘우상의 파괴’라는 글을 써 문단 권력을 정면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30여년간 이화여대 강단에서 국문학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문화예술 행정가로서의 존재감도 뚜렷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회식·폐막식을 총괄 기획, 한국 전통의 ‘여백의 미’를 살린 기획이 개회식에서 등장한 굴렁쇠 소년은 지금도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평가된다.특히 고인은 6공화국 때 문화공보부를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함에 따라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국립국어원을 세워 한국어의 성체를 견고히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해 예술 영재의 터전도 닦았으며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 계획도 수립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문화예술계 인사 25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위원장인 황희 장관은 조사를 통해 “고 이어령 장관님은 불모지였던 문화의 땅에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서 문화정책의 기틀을 세워 문화의 새 시대를 열어주셨다”며 “그 뜻과 유산을 가슴 깊이 새기고, 두레박과 부지깽이가 되어 이어령 장관의 숨결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전임 문체부 장관들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재임한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이어령 장관은 어떻게 보면 우리 문화의 상징이었다”며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 마음이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문체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민주당 의원도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을 잃었다”며 “지성을 대표하시는 분이셨고 문학하시는 분으로 사람의 선한 마음을 믿는 그런 존경할 만한 분이셨다”고 했다.노년의 삶은 작가로 집중했던 날들이었다. 출판계에 따르면 이어령 전 장관의 책들은 별세전 계약한 책만 30여권에 달한다. 지난 1월 24일 출간된 대화록 ‘메멘토 모리’는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됐다. 이 시대의 지성이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마지막 질문에 답한 책이다. 신과 종교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24가지 질문에 답하며 그는 코로나19가 찾아온 세상을 “코로나의 창궐에 대해서는 죽음을 통해 황폐화된 개인을 응시하게 된 것이며 죽음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영결식이 열린 2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 영상에는 ‘대한민국의 큰 스승 이어령 전 장관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라는 추모 문구와 함께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등 고인의 생전 메시지로 마지막 길을 비췄다. 유해는 충남 천안공원묘원에서 영면에 들어간다.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22-03-03 18:00 이희승 기자

'장제원 아들' 래퍼 노엘, 구치소 독방 수용 '특혜 논란'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 (사진=연합)무면허 음주운전 및 경찰관 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 된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이 독거실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2일 경향신문은 “지난해 10월 중순 구속된 노엘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2주의 격리 기간을 거친 뒤 현재까지 약 5개월간 서울구치소 독거실에 수용돼 있다”며 특혜 논란을 제기했다.과거에도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연예인 등 유명인이 주로 교정시설 독거실에 수용돼 특혜 논란이 있었던 바, 보도에 따르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인 노엘의 독거실 수용을 두고 이미 일부 재소자들 사이에선 특혜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노엘 측은 “교정 당국과 면접 당시 여러 수용자들과 함께 방을 쓰는 혼거실 수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독거실에서 24시간 촬영되는 CCTV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왜 교정 당국이 이렇게 결정했는지 알지 못한다. 특혜도 아니다”라고 특혜 주장을 부인했다.서울구치소 관계자 역시 “독거 수용이 오히려 힘든 수용자도 있는 만큼 독거 수용이 특혜라고 볼 수 없다. 독거 수용 사유는 천차만별이다. 교정 당국이 특정인을 봐줄 이유도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노엘은 음주운전 사고로 집행유예 중이던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다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이에 불응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노엘의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노엘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한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은 2017년 Mnet ‘고등래퍼’ 출연 중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으로 하차했으며, 이후 음주운전, 교통사고 후 운전자 바꿔치기, 무면허 운전, 경찰 폭행 등 다양한 혐의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3-02 13:24 김세희 기자

'3·1절 삼성역에 욱일기'…서경덕 교수 "日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

(사진=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삼일절에 서울 삼성역의 한 전광판에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광고가 걸려 논란이다.2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어제 삼일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상황을 많은 누리꾼들이 제게 제보를 해 주셨다”며 한 사진을 게재했다.해당 이미지는 걸그룹 아이즈원 일본인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판으로 왼쪽 하단에 욱일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서 교수는 “이 광고는 중국 팬들이 게재한 것”이라며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몰랐던 ‘역사적 무지함’에서 제작된 광고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측도 똑같이 잘못했다. 삼성역 및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분들이 아무리 많은 광고를 심의한다 하더라도 욱일기 문양은 꼭 걸러 냈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계속되는 논란에 광고는 현재 내려간 상황이지만 해당 광고를 접한 누리꾼들은 “삼일절에 올린거면 고의적인거 아닌가?”, “생각 없다 진짜”, “삼성역은 무슨생각으로 광고를 받은거지”, “이건 사쿠라도 욕먹이는건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서 교수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라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일본측에 욱일기 사용에 대한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욱일기 왜곡에 맞서, 우리가 먼저 욱일기의 역사적 진실을 잘 파악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욱일기=전범기’임을 꾸준히 알려 나가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우리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서고 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3-02 11:25 김세희 기자

[B그라운드] 내 삶은 영화, 그 주인공은 나…알렉스 프레거 사진전 ‘빅 웨스트’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어쩌면 모두의 삶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 삶을 이루는 매순간이 결정적 장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언제나 나여야 한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은 삶의 방식을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연출해 표현하는 아티스트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사진전 ‘빅 웨스트’(6월 6일까지 롯데뮤지엄)가 진행 중이다.배우인 할머니 친구가 어린시절 보내준 선물 박스에는 1950, 60년대 유행했던 가발과 의상, 영화촬영에 쓰였던 소품 등으로 가득했다. 알렉스 프레거는 이를 활용해 영화 속 장면을 연출하는 ‘미장센 기법’(Mise-en-Scene)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번 전시에서는 그렇게 시작된 2007~2010년 초기작 ‘폴리에스터’(Polyester) 시리즈를 비롯해 ‘더 빅 밸리’(The Big Valley), ‘더 롱 위크엔드’(The Long Week-end) 연작, ‘컴펄전’(Compulsion, 2012),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Face in the Crowd, 2012~2015), ‘플레이 더 윈드’(Play the Wind), ‘라 그랑드 소르티’(La Grande Sortie) 그리고 최신작인 ‘파트1: 더 마운틴’(Part 1: The Moutain, 2021) 시리즈 등 100여점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할리우드에서 온 선물박스에서 시작해 ‘파트1: 더 마운틴’ 연작까지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거지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나 성장한 알렉스 프레거는 2001년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e)의 장 폴 게티 미술관 전시 관람 후 사진에 빠져들어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 해 열린 첫 그룹전 ‘르 두’(Le Deux)를 시작으로 LA에서 활동하다 2007년 첫 개인전 ‘폴리에스터’를 개최했다. ‘폴리에스터’ 시리즈에 이은 연작 ‘더 빅 밸리’ ‘위크엔드’ 그리고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그룹전 ‘뉴 포토그래피’(New Photography)로 주목받기 시작했다.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영화 속 장면을 연출하는 ‘미장센 기법’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알렉스 프레거는 사진에 그치지 않고 첫 단편영화 ‘디스페어’(Despair)고 영화계에도 진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브래드 피트·게리 올드만 등이 출연하고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협업한 13부작 영화 ‘터치 오브 이블’(Touch of Evil) 등으로 주목받은 그는 군중의 모습을 담은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 LA 풍경을 담은 ‘플레이 더 윈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촬영한 ‘라 그랑드 소르티’ 등을 선보였다.이들 중 ‘터치 오브 이블’은 2012년 제33회 뉴스 앤 다큐멘터리 에미 어워즈(News Documentary Emmy Awards)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들은 영상 뿐 아니라 스틸 컷 형태의 연작들로 작품세계를 확장했다.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초기작인 ‘폴리에스터’ ‘더 빅 밸리’ ‘더 롱 위크엔드’ 연작들은 1950, 60년대 가발을 쓴 여자들의 현실과 판타지를 믹스매치시켜 그만의 어린 시절 향수와 자신만의 페르소나, 감정의 변화 등을 담았다. 헬렌, 킴벌리, 크리스털, 몰리, 매기, 이렌느, 캐시, 애니, 신디, 로이스, 이브 등 각 연작 속 인물들은 작가만의 감정, 경험, 기억 등에 따라 메이크업도, 의상도, 가발도, 이름도 연출돼 현실과 허구 세계의 경계에 선다.공중의 전깃줄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로 절벽에 매달린 여성, 불타는 집, 물 위를 부유하는 사람들 등의 재난상황과 이를 24시간 지켜보는 듯한 눈이 짝을 이루는 ‘컴펄전’은 재난, 사건, 사고 등 현대사회의 불안한 요소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심리를 표현한 연작이다.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런던 마이클 호펠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서 “작품 속 인물들에게 무슨 사건이 있었냐”는 질문을 받고 전후 상황을 추측할 수 있도록 영화 촬영과 사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시리즈다. 감시카메라처럼 공중에서 촬영한 ‘페이스 인 더 크라우드’ 역시 연출된 연작이다. 공항터미널, 연회장 로비, 해변, 영화관 등에 모여든 작품 속 군중들은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면 가늠되는 시대도, 감정도, 연상되는 영화 속 등장인물도, 처한 상황도 제각각이다.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시대에서 모여든 듯한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보이는가 하면 군중 속에서 집단과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변화를 풀어낸다. 저마다의 감정들을 표출하는 이들을 통해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가 주인공임을 주장하는 듯도 하다.두 주인공이 LA 곳곳을 여행하다 목격하는 기이한 사건들을 보여주는 동명 영화와 함께 작업한 ‘플레이 더 윈드’는 소소하고 다양한 LA의 일상 풍경을 담은 연작이다.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이탈리아 거장 페델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 중 러시아워에 갇힌 주인공에서 영감을 받은 ‘스피드 리미트’(Speed Limit)를 비롯해 놀이동산에 서부시대를 상징하는 듯 청바지를 입은 거대한 여인이 버티고 선 ‘빅 웨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라 그랑드 소르티’ 시리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 의뢰로 바스티유 극장에서 촬영한 동명 다큐 필름과 동시에 작업된 작품들이다. 파리 오페라단의 에투알(Etoile, 최고 수석무용수)이지만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 에밀리 코제트(Emilie Cozette) 이야기다. 발레리나 뿐 아니라 그녀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동시에 보여주며 무대 위 무용수의 불안감을 배가해 표현한다.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최신작인 ‘파트1: 더 마운틴’은 가장 미국적인 인물 사진 시리즈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계시 혹은 심판이 행해지는 장소 ‘산’을 오르는 행위를 고행 혹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결실을 맺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험난한 산세, 지칠대로 지친 육체,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 등을 극복하고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펼쳐질 세상에 대한 상상의 기회를 선사한다.서기만 해도 환호를 보내는 바스티유 극장을 찾은 발레 애호가들로 표현된 멀티미디어, 거울로 봐야 제대로 그 뜻을 알 수 있는 문구들, 벽 하나도 허투루하지 않은 ‘아트워크’(Artwork) 등 전시장 곳곳에서 감지되는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의 메시지는 그렇다. “내 삶은 한편의 영화, 그 주인공은 바로 나.”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022-03-01 14:00 허미선 기자

라이언 레이놀즈 부부 "우크라 피난민에 12억 원 기부할 것"

라이언 레이놀즈, 블레이크 라이블리(사진=라이언 레이놀즈 페이스북 캡처)할리우드 스타 부부 라이언 레이놀즈,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위해 기부에 나섰다.2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26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기부 계획을 전했다. 그는 “48시간 동안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고향을 떠나 이웃 나라로 피난을 갔다. 그들은 보호가 필요하다. 나는 최대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9800만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해당 글을 게재한 라이언 레이놀즈는 UN의 난민 기부 웹사이트 링크를 추가하며 기부를 독려했다.아내인 블레이크 라이블리 역시 SNS 계정을 통해 “USA for UNHCR(유엔난민기구)는 5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 있다. 생명을 구하는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피난민에 대한 도움을 호소했다.한편, 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흘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최대 4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세희 기자 popparrot@viva100.com

2022-02-28 10:21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