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공예, 인간의 일상과 본질 그리고 사회에 한발 앞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3-22 18:45 수정일 2022-03-22 18:45 발행일 2022-03-2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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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대하는 태도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사진=허미선 기자)

“공예품은 쓸모 있고 아름다운 기물들로 즐기는 공예예요. 넓은 의미의 공예는 인간이 자연 소재를 가지고 특정한 물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반적인 과정이죠. 이 과정을 통한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자 공예의 윤리적·사회적 실천에 대한 고민입니다.”

16일부터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사물을 대하는 태도’(All About Attitude, 5월 29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 대해 강재영 예술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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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사진=허미선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대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2021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관 귀국 보고회인 동시에 지역 작가들의 작품 선보이고 5월 20일부터 진행될 공예주간까지를 아우르는 공예기획전이다.

한국공예·대자인문화진흥원 김태훈 원장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 한국관은 우수 전시회로 선정되는 등 반응이 좋았다. 이를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밀라노 한국관 전시에서 확장해 공예에 좀더 다가가도록 했다”고 전시 기획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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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국민들 사이에 공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워하신다. 이에 작가와의 시연, 체험 행사 등을 준비 중”이라며 “고려청자의 이은규 전북무형문화재 사기장, 안치용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죽공예 한창균 작가, 한선주 섬유공예가께서 시민들 앞에서 시연하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귀띔했다.

38팀, 58명의 작가 작품 29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대지의 사물들’(All About Earthbound), ‘생활의 자세들’(All About Posture), ‘반려기물들’(All About Compaion)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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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1, 2층 전관에는 밀라노 한국관 참가 작가들과 지역 공예가 발굴에 중점을 둔 ‘대지의 사물들’ 공간이다. 우리 공예가 가진 사물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테마로 다양한 기법과 작품들이 선보이다.

중앙홀에서는 죽공예가 한춘균과 NBW의 아트 오브제와 생활용품들, 신성창과 한선주가 선보이는 꽃 조형물과 섬유 설치작, 배가 바다에 침몰한 사태를 모티프로 곰소소금 위에 배치된 부안관요 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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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사진=허미선 기자)

강재영 감독은 “암울한 팬데믹 시기에 아름다운 꽃, 섬유, 옻칠, 죽, 도자 등으로 치유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3등 대합실에는 전시제목인 ‘사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양순열의 조각, 지요한의 영상, 맹욱재의 도자, 신예선의 섬유설치작 등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인간과 동식물, 자연의 관계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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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1, 2등 대합실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블로잉·연마 기법으로 표현한 김준용의 유리공예, 물방울을 형상화한 이가진의 청자, 대나무의 단단함을 보여주는 이승희의 도자설치작을 만날 수 있다.

부인대합실은 문경 수제 한지 위에 달항아리를 담은 남종현의 사진과 임관순의 목가구, 역장실은 장재녕의 다채로운 책조의 백자와 채림의 옻칠 공예와 보석회화, 귀빈예빈실은 강명선의 나전가구와 박종선의 목가구 및 스피커, 귀빈실은 한옥의 원형을 담은 최병훈의 목가구와 점·선, 수직·수평으로 흐름는 이상협의 금속공예 등으로 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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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층 ‘생활의 자세들’에서는 입식과 좌식 모두를 취하고 있는 독특한 한국식 라이프 스타일과 이를 위한 공예와 가구 디자인들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한다.

그릴방에는 고온으로 구워 인간의 한계와 자연의 조화를 탐구하는 김시영의 흑자,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린 추상탄화 기법을 활용한 박홍구의 가구, 세월의 기억을 간직한 대상을 얇은 주물로 뜬 조성호의 금속공예, 지속성과 확장성을 만들어가는 몬스트럭쳐의 모듈 시스템 가구 그리고 채율의 나전공예 등이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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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2층 홀과 회의실, 세미나실은 ‘반려기물들’이 전시된다. 나하나의 니트로 감싼 의자(2층 홀), 강미나·고희승·권슬기·신혜정·오세린·주소원·정호연 등 7명 금속공예가들의 역동적이고도 아름다운 현대장신구들(회의실)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세미나실에서는 성낙윤의 매듭, 채율의 나전가구, 조현형의 목가구, 비단실·모시·삼·무명 등을 꼬고 엮은 이금희의 다회망수, 이동춘의 사진, 박종군·박남중·박건영의 광양장도 등 전통 공예품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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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예물로만 쓰이는 갑비싼 공예, 유행을 타는 패션 액세서리가 아닌 공예가의 장신구, 매듭, 전통가구 등 세대를 이어갈 한국만의 독특한 세계를 품은 아름답고 소중한 기물들을 만날 수 있다.

강재영 감독은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현대를 사는 우리 안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향유할 수 있을까, 현대 공예가들의 기량과 표현이 얼마나 다채롭고 역동적인가, 지금을 사는 공예가들의 제작 태도와 사회적·윤리적 실펀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참신한 디자인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모두가 즐기는 공예문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등 다섯 가지 질문에 작가들이 대답하는 전시”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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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 중인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장인들의 시연과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사진=허미선 기자)

“전시에는 관객과 작품, 사람과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기획자로서 작품을 잘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공간(문화역서울284)을 존중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의 존중은 곧 작품과 관객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