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10년만의 특별전! “여전히 E 성향의 아이처럼” 팀 버튼 “모두의 창작 영감의 원천이 되기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4-29 19:40 수정일 2022-04-29 22:17 발행일 2022-04-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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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

“우주선 같은 공간에 들어오니 집에 온 듯 편안해요. 전시를 하면서 신나는 건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관람객들이 창작 영감을 받아간다는 거예요. 그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드로잉이든, 조각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저마다의 창작물을 만들어가는 영감의 원천에 제 전시가 있기를 바라요.”

‘버트네스크’(Burtonesque, 버튼 양식)라는 세계관의 중심에 선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은 은 2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30일 개막하는 특별전(The World of Tim Burbon, 4월 30~9월 12일 DDP 디자인전시관)을 통해 “어린이를 비롯한 모두가 창작 영감을 얻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늘 좋은 건 제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겁니다. 제가 위대한 예술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아이들이 사진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삶의 무게 중심으로 두고 살아가는 데 영향을 주면 좋겠어요. 제 전시를 보고 ‘나도 그릴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등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팀 버튼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특별전은 2012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하 모마) 기획전에 이어 10년만의 한국 전시로 팀 버튼 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두 번째 월드투어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선보이는 전시로 팀 버튼 감독의 어린시절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 그리고 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를 아우른다.

520여점 중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만도 150여점으로 ‘빈센트’ ‘프랑켄 위니’ ‘비틀쥬스’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스위니 토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 ‘빅피쉬’ ‘유령신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켄위니’ ‘빅 아이즈’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덤보’ 등 연출작들의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과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든 대형 조형물 등도 만날 수 있다.

“10년 전의 전시는 모마와 같이 기획해 뉴욕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어요.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유대감입니다. 제 어린시절의 작품과 지금 작품의 연결성, 창작과정 등을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어디부터 창작을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작품이 나왔는지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죠.”

이어 “새로운 작품들을 전시에 녹여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동선, 흐름”이라며 “신작들만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래서 장소가 중요했다”고 털어놓았다. 팀 버튼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그의 유작인 DDP의 특별함을 털어놓으며 “자하 하디드 등 건축가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건축물을 만든다는 건 영화와 비슷한 창작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DDP를 사진으로 먼저 보고 영감을 받았고 다시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 생각했죠. 영감을 받아 새로운 캐릭터를 조형물로 만들어 입구에 설치했어요.”

이어 “콘텐츠도 그렇지만 장소가 주는 긴요함이 있다. 같은 콘텐츠라도 장소마다 전시가 달라진다”며 “공간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 우주선 내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형의 흐름이 있어 우주선 안에서 돌아다니는 느낌이거든요. 그런 느낌을, 공간과의 유대감을 관람객들도 따라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팀 버튼
월드투어 전시를 한국에서 시작하는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

팀 버튼은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것과 대중들이 원하는 것, 빠른 사회변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제가 원하는 콘텐츠와 대중이 좋아하는 콘텐츠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하는지는 사실 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드로잉이든 영화든 열정을 가지고 임했고 제가 만드는 콘텐츠로 사람들과 이어지기를 바랐어요. 늘 제가 최선을 다하면 잘 이뤄져서 사람들과 유대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리곤 “저는 예술가로서 제가 가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나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며 “사회가 급변하고 SNS 등이 발전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상처 받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뭔가 말하는 게 어려워진 것 같다. 나 역시 과거를 돌아보게 됐는데 제가 가진 확실한 가치, 내가 믿는 것의 가치를 가지고 많이 변하지 않고 살았온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팀 버튼
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

팬데믹으로 팽배한 단절과 우울감에 대해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고, 패러다임이 변해버린 영화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시작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19로 분리돼 살았다고들 하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고립됐다 느끼지 못했습니다. 팬데믹 이전부터 다른 이들보다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많이 느끼면서 살았거든요. 다만 기존에 너무 바빠서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죠. 우린 다들 너무 바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여유가 확보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의 시간들을 산 것 같아요. 부정적인 현상 안에 긍정적인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장 맨 마지막에 배치된 그의 작업실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드로잉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준 데 대해 팀 버튼은 “팬데믹 이전부터 영화 산업은 이미 변화증세를 보였다”며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긴 상태로 변화하던 중 코로나 발발로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전했다.

“극장에서영화를 보지 않는 시대를 맞았다고들 하죠. 그만큼 스트리밍은 강력한 시장이기도 해요. 그럼에도 어떤 일이 있어도 영화관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러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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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사진=허미선 기자)

팀 버튼은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이제는 어른이 됐지만 어린이가 가질 법한 창의력, 창의적인 정신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 같은 시각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성장하면서도 아이 시절에 느낀 강렬하고 특별한 감정을 꾸준히 가져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린아이처럼 머무르라는 게 아니라 아이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겁니다. 그게 예술가들의 특권이자 자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MBTI 중) E(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같아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제 작품에서 유머와 공포를 같이 보여주는 것처럼 창의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내성적 성향의 아이들은 그림, 음악 등을 수단으로 안에 고인 감정을 분출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내안의 것을 밖으로 표현해내는 건 매우 중요하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