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아름 따다 뿌린 꽃길 위 모두에게 가 ‘꽃’이 되기를!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4-30 13:00 수정일 2022-05-02 16:19 발행일 2022-04-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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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내게 꽃이 되어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사진=허미선 기자)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1992년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문학잡지 ‘개벽’에 발표된 지 100년이 됐다. 3.1운동 후 1920년 천도교청년회가 창간한 ‘개벽’은 4년 뒤인 1926년 강제 폐간, 1934년 복간 등을 거듭하며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2022년 존재론에 대한 시 ‘꽃’의 김춘수 시인은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그렇게 ‘진달래꽃’과 김춘수 시인의 탄생 100주년, 꽃이 만발하는 계절을 맞아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7월 3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가 진행 중이다.

그대 내게 꽃이 되어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 중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더 플라워’(사진=허미선 기자)

이 전시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김춘수의 ‘꽃’을 비롯해 이상의 ‘꽃나무’,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박목월의 ‘산도화’, 나태주 ‘풀꽃’ 등 근현대시 14편에 대한 작품 설명과 도서관 소장 자료들이 발표순으로 배치된다.

더불어 근현대 꽃시를 주제로 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시(詩)가 된 산수(山水)’, 김종구 작가가 쇳가루로 꽃 관련 시를 주제로 펼치는 설치 퍼포먼스 ‘움직이는 풍경’(Mobie Landscape)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대 내게 꽃이 되어
꽃으로 만나는 근현대시展 ‘그대, 내게 꽃이 되어’에서 ‘움직이는 풍경’ 퍼포먼스 중인 김종구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이이남 작가의 ‘시(詩)가 된 산수(山水)’는 LED 패널, 디지털 영상 등을 활용해 시각과 청각 뿐 아니라 꽃향기로 후각까지 만족시키는 오감만족 미디어아트 존이자 시 구절과 꽃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전시 개막 당일인 25일 이상의 ‘꽃나무’를 주제로 한 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인 김종구 작가는 “이상의 ‘꽃나무’는 자신한테 갈 수 있는 의식과 무의식을 보여주는 시”라며 “이 전시 의뢰를 받아 어떤 시를 쓸까 고민하던 중 ‘모바일 랜드스케이프’라는 작업에 어울릴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철은 문명의 상징이고 때로는 무기가 되기도 하죠. 그걸 간 쇳가루는 한편으로는 시선의 의미를 가지게 합니다. 풍경으로 바뀌는 것들이 하나의 형상들에 대한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꽃나무’ 퍼포먼스는 우리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업이죠.”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정렬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꽃은 노래가 되기도, 시가 되기도 한다“며 ”시가 가진 고유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역사 속 시가 아닌 지금 우리와 함께 하는 시이며 1950년대 발표된 김춘수의 ‘꽃’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우리가 가진 귀중한 기록 문화를 열심히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우리 도서관 노력의 일환”이라며 “행사를 기획하면서 전통적인 시화전이 아닌 새로운 기술들과 아름다운 꽃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시 기획의도를 밝혔다.

“관람객들이 청각, 시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기록 문화 속에 숨겨진 정서들, 곳곳에 박힌 다이아몬드 같은 것들을 계속 개발해 그 진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기록 문화를 지키고 확장시켜나가는 소임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감히 약속 드리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