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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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LS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유병철 증권부 기자설 연휴가 끝나고 첫 거래일인 11일 국내 증시는 폭락했다. 이러한 와중에 두가지 상반된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7000선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손실가능구간에 진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의 규모는 약 4조원대로 추정된다. 같은날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의 발행잔액이 2003년 발행 개시 이후 13년 만에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원금을 잃을 위기에 놓인 투자자들이 가득한데 왜 자꾸 잔액이 늘어나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이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지 않아 조기상환이 줄어들어 돈이 묶이다 보니 겉으로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한동안 증권사들은 중위험 중수익을 내세우며 매주 많게는 업체당 10개가 넘는 ELS 관련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투자상품이기는 하나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수익도 예·적금보다 낫다는 소식에 앞다퉈 사람들이 가입했다. 그리고 지금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 위험에 가슴 졸이고 있다.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뷰가 떠오른다. 과거 펀드사태 때도 이렇지 않았던가. 한때 대한민국의 여윳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펀드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펀드’를 재테크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증권사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ELS지만, 이 또한 대규모 손실로 내몰리고 있다.옛말에 ‘열흘 붉은 꽃이 없다(花無十日紅)’고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ELS의 ‘위세’가 당장 꺾이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 펀드사태처럼 이번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증권사들은 대체 상품을 꺼내들 것이다. 또다시 증권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

2016-02-11 18:08 유병철 기자

[기자수첩] 포스코 첫 적자에 대한 단상

김정호 산업부 기자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창사 47년만에 지난해 포스코가 적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이유없는 무덤이 없듯, 적자의 원인은 참 많다. 그러나 부실 기업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고가로 인수한 것도 모자라 막대한 자금을 수혈한 것이 화근이 된 것.게다가 정계 인사들과 관계 있는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혜를 제공하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정준양 전 회장은 재판중에 있다.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부실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 결과 포스코는 작년에 960억원의 사상 첫 적자를 냈다.소통을 거부하고 경영진 독단에 따른 경영 실패를 회사 전체가 떠안은 셈이다.이러한 형국에 2014년 3월, 위기에 빠진 포스코의 구원투수로 올라온 권오준 회장의 노력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하지만 포스코의 위기가 쉽사리 극복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만만치않다. 그의 임기가 1년 채 남지 않았고, 업황도 작년보다 좋을게 없다.권 회장은 지난달 28일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그의 발언에 힘이 실리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업계 1위’ ‘업계 맏형’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던 포스코였다. 전임회장 한 사람이 저지른 ‘실수’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전체 ‘포스코맨’들이 자성해야할 때다. 흑자전환도 중요하지만 70년전 ‘철강보국’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래야만이 ‘국민기업’ 포스코로 거듭날수 있다.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

2016-02-10 17:09 김정호 기자

[데스크 칼럼] 고학력자 범죄도 해법은 가족이다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와 협박 쪽지를 남겼다가 경찰에 검거된 30대 남성은 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다. 취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사회에 불만이 쌓여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중생 딸을 5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방치한 혐의로 체포된 40대 목사는 정통교단에서 활동하는 독일 유학파 출신 박사이며, 유명 신학대학 강사이기도 하다. 2011년 5월에는 서울시내 한 명문대학교 대학원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백수로 지내다 못해 우울증에 걸린 김모(당시 47·여)씨가 “더는 세상을 살 힘이 없다”는 메모지를 남긴 채 목을 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과거 고학력자들의 범죄는 주로 금융권에서 이뤄졌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다, 피해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범죄의 특성상 죄의식이 덜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범죄 대상이 자신은 물론 가족에서 불특정다수까로 무차별 확장되고 있다. 고학력자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금융범죄와 달리 이런 경우는 비정상적인 부모나 사회 부적응자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충격이다. 보통사람들에 비해 전문성과 지성을 더 갖췄을 이들이 자신의 좌절과 분노를 참아내지 못하고 폭력 살인 협박 등 반사회적 행위를 서슴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좌절과 분노에 따른 반사회적 행위가 안으로 향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밖으로 향하면 가족이나 불특정다수가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범죄 심리전문가들은 고학력자일수록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사회 탓으로 돌리고, 가족살해 등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심리가 강하다고 분석한다. 자신은 남들보다 더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자신 책임이 아니라 사회 탓이라 여기는 성향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부당한 사회 질서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고, 자신의 부정적 상황을 유발했다는 반사회적 사고를 갖고, 사회를 저주하게 되는 것이다.고학력자들이 느끼는 좌절감의 이면에는 경제난이 원인일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1∼8월 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자 청년의 체감 실업률이 27.9%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체감 실업률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까지 반영한 실질 실업률로, 공식 실업률 통계보다 높다. 고학력 청년 10명 가운데 3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다.사회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입사처럼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목표만 달성하면 웬만한 잘못은 덮어주는 분위기가 한국인들의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입시와 입사의 극심한 경쟁구조도 우리의 인재들을 목표 이루는 데만 익숙하고, 배려심은 없는 ‘고학력 괴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설 명절이 시작된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이는 민족명절이다. 하지만 이 시각 어딘가에는 부모·형제마저 보기가 부담스러워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고학력자가 있을 수 있다.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껴안는 가족의 공감이 필요한 때다.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bhk@viva100.com

2016-02-04 17:52 방형국 기자

[기자수첩] 건설업계, '잃어버린 6년' 답습치 않기를

권성중 사회부동산부 기자“대출규제가 강화되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아직 수요자들은 ‘집 사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호황기가 언제 또 오겠어요. 분양시장이 살아있을 때 최대한 공급해야죠.” 얼마 전 만난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건설업체들의 ‘밀어내기식 분양’과 공급과잉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국민 1인당 연간 소득 감소 등 그동안 ‘예고’만 돼 온 대내외적 분양시장 악재가 겉으로 분출된 현재, 이 같은 발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익 창출이 최우선인 기업의 논리에 단순히 도의적 책임을 덧씌우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벗어날 정도의 물량을 쏟아내게 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이는 공급자,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집을 산 수요자들도 불안하게 집값을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가 바로 그랬다.지난해 12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1512가구로 전월 대비 1만2000여가구나 늘었다.2013년 12월(6만1091가구)부터 빠른 속도로 소진되던 미분양 물량이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늘어난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닥터아파트 등 연구원·부동산정보업체들은 ‘최근의 미분양 증가 원인은 공급과잉’이라 결론내기도 했다. 시장에 과잉공급에 대한 두려움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건설업체는 판매 마케팅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요에 맞거나, 숨어있는 수요욕구를 끄집어 내려는 마케팅은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다만, 그것이 ‘시장의 기능’에 부합하는 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전세난 덕에 주택시장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불로 불을 끄는 것은 지혜이지만, 시기에 따라서는 우(愚)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6-02-04 10:44 권성중 기자

[기자수첩] "뭘 믿고 안갯속으로 들어가나요"

장애리 금융부 기자“아직 뚜렷한 청사진도 없고 전망도 안갯속이죠.”“사업이 망한다면 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현직 은행원 5명에게 물어봤다. 4명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긍정 반응을 보인 한 명도 그 쪽의 성장 가능성보다는 인력 구조조정 압박 등 이 쪽의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올 하반기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K뱅크’ 컨소시엄의 주주사 우리은행은 최근 인트라넷 공고를 통해 K뱅크로 이동할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직급 수준에 비해 15% 가량 급여를 인상하고 은행 수준의 복지 제도도 약속했다. 과장급 이하 직원의 경우엔 이직 3년 이후 은행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복귀 카드도 내밀었다.‘카카오뱅크’ 주주인 국민은행도 조만간 직원들을 내상으로 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그러나 은행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 잠재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반증이다.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금리대출’, ‘핀테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중금리 상품을 비롯해 인터넷·모바일로 인터넷은행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수년 뒤 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점포와 인력을 줄이는 추세를 봤을 때 3~4년 뒤 복귀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낙오되는 분위기에서 말이다.후발주자의 힘은 새로운 서비스, 즉 차별화에서 나온다. 이것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는 은행’, ‘이직을 후회하는 직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23년 만에 탄생하는 은행, 그 화려한 얼개 뒤에 무시할 수 없는 잠재적 실패요인이 도사리고 있다.장애리 금융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

2016-02-03 16:31 장애리 기자

[새문안통] 爲民(위민)은 없고 홀민(忽民)만… ‘철새도래지’ 국회

한국인의 분노 게이지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구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분노를 하루에 10번 정도 느끼고 그 가운데 8번을 겉으로 표출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50번을 느끼고 그 가운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20번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속으로 삭힌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인내력, 억누름이 가히 신의 경지라는 얘기다. 유독 우리 주변에 화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요즘 정치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보면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필생의 주군(主君)도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다. 잡아먹을 듯이 서로를 물어뜯던 이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깨동무하고 나타난다.현 정부의 청와대 전 비서관이 “배신당했다”며 야당에 전격 입당했고, 박근혜 캠프 출신의 책사들이 대거 더민주당으로 옮겨가는 등 ‘주군 갈아타기’가 이력이 날 정도다.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고 정체성의 경계도 없다. 오로지 공천권을 보장받으려는 철새들만 있을 뿐이다.사실 이런 행태는 어제 오늘일도 아니다. 견원지간이던 김대중-박근혜 전현직 대통령의 가신그룹들 조차도 지난 18대 대선 때 당을 바꿔가며 사욕을 챙겼으니 말이다. 국민을 위하는 위민(爲民)은 없고, 국민을 홀대하고 안중에도 두지 않는 홀민(忽民)만 있다.야당은 분열될 대로 분별되어 수개의 당으로 쪼개졌다 합쳐지길 반복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내부 내편 네편짜기가 한창이다. 이런 아사리판이니 누군들 엉덩이가 들썩하지 않겠는가. 국민들은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을 만나보고 싶어하는데 큰일이다.-국-

2016-02-02 17:10 브릿지경제

[데스크 칼럼] ‘시그널’ 그리고 연극 ‘날 보러 와요’가 보내는 시그널

허미선 문화부장“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tvN 드라마 ‘시그널’ 중 2015년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에게 1980년대의 형사 이재한(조진웅)이 묻는다. “여긴 돈 있고 백 있는 사람은 뭘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거긴 어때요?” 이 대사들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이끌었고 “과거랑 무전을 한다는 게 말이 돼요?”라고 혀를 차던 배우 조진웅을 드라마에 출연하게 만들었다.개봉 30주년을 맞아 벌써 네 번째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웅본색’은 어떤가. 바른 삶을 살려는 전직 조직폭력배 송자호(적룡)의 비겁해질 수 있는 용기,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소마(주윤발)의 존재 자체. 그리고 그 시대의 고뇌와 번민을 담은 대사들과 소마가 스러져가며 던진 “형제란!”이라는 외마디가 주는 긴 여운.극렬한 운동권에 속하지 않았어도 일상과도 같던 매캐한 최루가스, 몇 번씩 반복되는 불심검문의 시대. 도서관 전면유리가 단박에 무너져 내리고 전경들이 들이닥쳐 선배며 동기들을 끌어내는가 하면 어제 만났던 선배가 다음날 청량리에서 불길에 휩싸여 죽어갔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던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홍콩 느와르 속 비정한 남자들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시 돌려보내 준다고 해도 도무지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 시절이었다.‘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80년대는 쾌활했고 유쾌했다. 아날로그, 추억, 이웃공동체, 첫사랑 등의 코드를 아우르는 정서적 연대로 어디나 기댈 곳이 있는 따듯한 시대였다. 하지만 ‘응팔’이 가고 또 다른 드라마 혹은 연극으로 돌아온 80년대는 무능하고 부조리하며 척박한 시대다.사실, 그 시대가 무능하고 비체계적이며 부조리했어도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별반 상관이 없다. 현재가 무능하지 않고 체계적이며 반듯하다면 말이다. ‘응팔’ ‘시그널’과 연극 ‘날 보러 와요’의 80년대가 아픈 건 현재가 여전히 무능하고 부조리하며 척박하기 때문이다.여전히 미제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 ‘날 보러 와요’의 20주년 기념공연 프레스콜에서 연출자 김광림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탄식했다. 그리곤 “이런 희생을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한파·폭설에 의한 제주항공 무더기 결항까지 크고 작은 천재지변이 곧 인사로 이어지는 나랏일을 보면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시그널’과 ‘날 보러와요’, ‘영웅본색’이 전하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지 않으면 현재도 과거와 절대 다르지 않다’는 분명한 시그널을.시대를 반영하는 문화 콘텐츠에는 우리가 있고 우리 사회의 염원이 있으며 우리의 미래가 있다. 지나치게 늦어버렸지만 과거의 단서로 사건이 해결되는 현재를 보여주는 ‘시그널’을 보며 다소 희망어린 20년 뒤를 상상한다.미래 어느 때의 결정적 단서가 될지도 모를 오늘의 일상, 그래서 식상한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현재가 더욱 중요하다. 조금은 달라졌기를 바라는 이재한 형사의 마음으로 2036년과의 교신을 또 상상한다.“거긴 어때요? 그래도 뭐라도 달라졌겠죠. 20년이나 지났는데.”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2016-02-02 15:25 허미선 기자

[기자수첩] 규제에 막힌 외국인 투자유치

최달수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외치며 외국인직접투자(FDI)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FDI를 챙기는 것은 공장설립 등 투자 자체로 인한 직접경로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기술이전을 통한 생산성 제고 등 간접경로를 통해서도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를 늘리려 해도 행정절차가 까다로워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지 않기 때문이다.경기도 구리시가 추진하는 월드디자인시티사업(GWDC)이 그런 경우이다. 이 사업은 우리사회에서 생소한 하스피텔리티 디자인을 주력으로 지난 2008년 전임 구리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걸면서 알려진 후 7년 만인 지난 3월 19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그린벨트 해제안을 조건부로 승인함에 따라 본격 추진되는 듯했다.그러나 최근 구리월드디자인시티사업을 관장하는 중앙정부가 구리시에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난관에 봉착했다.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 중앙 투자사업 심사를 통해 수차례에 걸쳐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외부 전문 투자기관과 구리시가 맺은 계약서가 포함된 법적구속력이 있는 투자계획서를 요구한 것이다.이에대해 구리시는 “현재 GWDC 부지가 개인땅인 사유지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이를 규제에서 해제해 달라는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데, 오히려 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토지매매계약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결국 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이 사업은 진행속도에 따라 최대 10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FDI 순위 27위를 순식간에 10단계나 끌어올리는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구리시가 요구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즉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해제하고 인허가에 대한 행정조치를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GWDC 사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은 한국을 유일한 투자처로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는 구리시의 대안으로 중국 상하이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남의 불구경 하듯 요지부동이다.연초부터 차이나 쇼크 등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라 해도 외국인 투자에 적극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적극 지원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최달수 기자 dalsu0112@viva100.com

2016-02-01 16:43 최달수 기자

[기자수첩] 폭스바겐의 '민낯'

천원기 산업부 기자“리콜을 받게되면 연비나 엔진 출력 등이 처음보다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2줄짜리 결함 신고서라니….”환경부로부터 고발을 당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결함시정계획서(리콜)를 접한 자동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지난해 전대미문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이 우리나라 정부를 대하는 자세는 안하무인격이다.환경부가 공개한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서를 보면 결함 원인과 리콜 계획에 대해 각각 2줄씩 서술했다. 그나마 결함 원인은 단 한문장에 그쳤다.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국내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 고객은 봉인가’할 정도로 기업윤리가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국내 소비자들은 안전성 문제에서 수입차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폭스바겐은 이를 역이용한 셈이다.보상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배출가스 추가 의혹이 제기됐던 ‘투아렉’(TDI V6 유로5 엔진 적용 모델)의 경우 미국에서는 즉각 판매를 중단했지만, 국내에서는 2000만원 가까운 폭탄세일로 작년 재고물량을 전부 팔아치웠다.“환경부 조사가 끝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입장이었지만 리콜 등 2차 피해가 뻔한데도 당장 팔고 보자는 폭스바겐의 태도는 아연할 수 밖에 없다. 디젤차의 오염물질을 경쟁사보다 55% 더 배출한다는 폭스바겐은 이런 식으로 작년에만 국내에서 3만5700여대를 팔아치웠다. 전년대비 16.5%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태도도 문제지만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차를 팔면서도 ‘배째라’는 식의 폭스바겐의 태도에 우리는 왜 침묵만 하고 있는지 정색을 하고 묻고싶다.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2016-02-01 15:38 천원기 산업부 기자

[기자수첩] 금수저가 주인공인 영화가 보고 싶다

이희승 문화부 기자영화보다 더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요즘 시대에 또다시 흥미로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일 개봉되는 ‘검사외전’이다.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 부조리를 흥미롭게 다룬다. 정치에 욕심많은 판사와 스타가 되고 싶은 검사, 그리고 밑바닥 사기범, 각종 개발을 둘러싼 검은 돈과 정경유착이 병풍처럼 펼쳐진다.지난해 ‘베테랑’,‘내부자들’의 흥행을 살펴보자. 전작의 경우 한국영화 역대 흥행작의 상위권으로 우뚝섰고, 후자는 ‘감독판’까지 개봉하는 기염을 토했다.주인공들은 공통점이 있다. 직업은 번듯해도 ‘백’이 없거나, 부모가 물려준 돈도 없이 바닥에서 올라온 케이스다. 관객들은 자신과 비슷한 주인공이 스크린에서 강자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장면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검사외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연신 발뺌하는 조폭출신의 사업가에게 변재욱 검사(황정민)가 “내가 왜 삼수해가면서까지 법대 가고, 노량진에서 4년 동안 버텼는지 알아? 너 같은 놈 합법적으로 잡아넣기 위해서”라고. 재미는 솟구치고, 배우들의 케미는 보너스다.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보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잊는’ 장점에 충실한 영화다. 그리고 관객들은 또다시 부조리가 판치는 현실로 돌아간다. 그래서 더더욱 ‘외모 되고, 집안 되고,게다가 실력까지 있는 주인공’의 부재가 아쉽다.할리우드에서는 이런 캐릭터에다 트라우마를 덧씌운 ‘배트맨’을 시리즈로 재탕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재벌 4세대 정도 되는 재력가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뒤 국민영웅으로 거듭나는 스토리를 보고싶다. 아니면 대대로 정치인 집안 출신에서 나고 자란 유력한 대선후보가 국민을 먼저 챙기고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국력까지 꿰차는 영화는 또 어떤가. 한국에서는 그럴 수 없는걸 알기에 영화가 제작조차 안되는 걸까. 영화는 허구가 아니라 잔인한 진실의 반영이다. 이희승 문화부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1-31 17:19 이희승 기자

[기자수첩] '츤데레' 일본과 '홀로코스트' 기억하는 독일

김수환 국제부 기자근래 들어 ‘츤데레’라는 단어가 인터넷상에 자주 등장한다. 츤데레는 ‘츤츤’ 즉, 쌀쌀 맞게 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와 ‘데레데레’라는 계속 달라붙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가 합쳐진 말로 ‘사람의 이중적인 태도’를 표현하는 신조어다.일본어에서 온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였던 위안부들에 대해 최근 사과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이 나라가 과거사를 대하는 방식은,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려온 재미 인권단체 가주한미포럼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냥한 미소로 한손으로는 악수하고 다른 손으로는 뺨을 치는” 것이다.70년이 지나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치 과거사를 거듭 사과하는 독일과 위안부를 ‘직업적인 창녀’라 칭하며 망각하는 일본의 차이는 그래서 더욱 커 보인다.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올해도 어김없이 유대인 집단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데이’ 행사를 가졌다. 84세가 된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독일 의회에서 “지난 세기 최악의 범죄에 관여한 이 나라(독일)는 오늘날 세계의 칭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철천지 원수일 수 있는 독일을 칭찬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독일의 사죄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본은 아베 총리를 칭찬하는 위안부 생존자가 나오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재단에 10억엔을 기부하는 전제 조건에는 ‘소녀상 철거’가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한 것은 일본 정부의 이중성이 드러난 것 아닐까.어찌 됐던 일본에게는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눈앞에서 치워 숨기는 것이 우선이었던 모양이니 그런 일본에게 ‘소녀상 철거’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사과와 반성이라고 말한다면 무리인 걸까.김수환 국제부 기자 ksh@viva100.com

2016-01-28 17:20 김수환 기자

[기자수첩] 누가 래미안을 흔드나

박선옥 사회부동산부 기자“어느 모델하우스에 갔더니 상담원이 ‘래미안’은 곧 매각되니까 청약하지 말고 꼭 자기네 아파트를 분양 받으라 하더라고요.” 삼성물산 직원의 말이다. 래미안과 같은 생활권에서 분양하는 모델하우스에 들렀는데, 그곳에선 이미 래미안 매각이 확정된 상태였단다. 삼성물산에 다니는 직원조차 모르는 사이 래미안 브랜드는 경쟁사 상담원에 의해 여기저기 팔려나가고 있던 것이다.그렇게 벌써 몇 번이나 팔렸을 래미안이 연 초 다시 한 번 매각설에 휩싸였다. 작년부터 계속된 소문이지만 이번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일단 소문의 당사자인 삼성물산과 KCC는 강력하게 부인한 상태다.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곧 매각될 브랜드의 아파트를 누가 사냐”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래미안 수요자다. 더 비싼 값을 내고도 기꺼이 래미안 아파트를 산 수요자들은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선택한 것이지, 다른 건설사의 래미안을 선택한 게 아니다. 매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파트, 특히 분양권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졸여야 한다.매각설이 설(說)에 그치지 않고 사실이 될 수도 있다. 기업간 빅딜은 성사되기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보완이 유지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실제로는 협상이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팩트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엮여 있어 그럴 듯해 보이다 보니 증권가도, 경쟁사들도 ‘설’에 매달리곤 있지만 거짓일 때 삼성물산과 래미안을 믿고 선택한 수요자들이 입을 피해를 책임질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설’ 유포행위는 그만 해야 한다. 3월 이사회 때까지만 기다리면 될 일이다.박선옥 사회부동산부 기자 pso9820@viva100.com

2016-01-27 17:15 박선옥 기자

[새문안通] 약팽소선(若烹小鮮) 그리고 의사봉

노자 하편 60장에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는 말이 나온다. 줄여서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고들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잠시 한 눈 팔면 생선이 타고, 반대로 빨리 뒤집으면 설익게 된다는 의미다. 무슨 일이든 그냥 가만히 두고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타이밍을 잘 잡아야 무슨 일이든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활용되곤 한다.2006년에 교수신문이 그 해 한국사회를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선정했었다. 노무현 집권 중반기였던 당시, 교수들은 “아무리 명분이 정당해도 조심, 또 조심해 시행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었다.지금 이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총선 앞에서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는 우리 정치권 탓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이름은 다들 그럴 듯 한데 정작 국민은 안중에 없다. 불판 위 고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딱 그 상황이다.모 방송프로그램에서 국회나 법정에서 의사봉을 3번 치는 이유를 풀이해 준 적이 있다. 아마도 숫자 3이라는 게 ‘완성’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해답이었다.그러면서 작고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예를 들었다. 고인은 의장 의사봉을 칠 때 “처음에는 여당 의원석을 보고, 두 번 째는 야당 의원석을, 마지막 세 번 째는 방청석의 국민들을 보았다”고 했다.국회의원들이여, 요즘 그대들은 얼마나 이런 마음을 품고 의사당으로 들어서는가.-국-

2016-01-26 16:19 브릿지경제

[데스크 칼럼] 勞政, '공존생태계' 판은 깨지마라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노동계가 또다시 거리로 나선다. 정부는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세력과 정면 대결을 선포했다. 노사정 대타협은 깨졌고, 공존 생태계는 물 건너 갔다. 대치만 남았다. 노정(勞政)갈등에서 공존의 지혜는 찾아볼 수 없다.2003년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허덕이던 독일은 사민당 슈뢰더 총리의 주도로 ‘하르츠개혁’을 단행했다. 복지축소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골자이고, 실업률 감소와 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었다. 개혁이 효과를 내면서 2000년대 중반 들어 독일의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다.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독일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것은 당연했다.하르츠개혁을 ‘완전 성공작’이라 평가하지는 않는다. 논란은 여전하다. 이후 빈부격차가 커지고, 근로자들의 복지와 임금수준이 낮아진 까닭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회주의 학자와 노동계를 제외하고 하르츠개혁을 실패작이라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같은 시기 개혁실패로 인해 국가 부도위기 몰리며 디폴트를 선언과 고실업, 장기에 걸친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의 혼란스런 사례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개혁으로 노사관계 체질을 바꾼 독일은 이탈리아 등 3개 국가를 지원하며 유럽연합(EU)의 경제 안정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독일은 고민 중이다. 개혁을 거부한 채 ‘공존의 판’을 깨버린 그리스 등과 달리 하르츠개혁으로 ‘공존의 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낮아진 근로자들의 임금과 근로욕구를 높여주기 위한 고민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그 판을 깨지 않고, 성장을 통해 나눔을 가지려는 고민이다.‘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은 다양한 업종의 해고 판례에서 적시한 해고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돼 있다. 노동전문가들이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해고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이라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행 근로기준법 관련 판례에서도 직무수행 능력 부족을 해고 사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근로계약 본질상 ‘업무능력이 없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 등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의 일반해고 요건 지침은 이미 적용되고 있는 기준이다. 세상에 없는 제도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일반해고’가 ‘쉬운 해고’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억측이다.지침을 악용해 근로자들을 함부로 해고하거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사용자가 나올 수 있다.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다.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노동개혁으로 근로자들의 복지나 임금이 낮아질 수도 있다. 이때는 독일의 사례와 같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을 해서 풀어야 할 것이다.총파업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모르겠으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극한투쟁으로 치닫는 것만으로도 사회·경제·정치적 부담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이로 인한 고통은 청년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일자리를 찾는 고령자나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에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독일로 갈 것이냐, 그리스로 갈 것이냐, 성장과 나눔을 통해 공존할 것이냐, 아니면 공멸할 것이냐. 그 선택은 분명하다.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2016-01-26 15:48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기자

[기자수첩] ELS 팔 때도 군중심리를 조심하라

유혜진 증권부 기자“하루에도 증권사 몇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을 쏟아내더군요. 그게 정말 다 팔리나요?”지난해 여름 어느 증권사 직원과 점심 먹으며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상대는 “다 팔리니까 계속 내놓죠”라고 답했다.소비자가 찾으니까 상품을 내놓는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당시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이면 그주 금요일까지 판다는 ELS 보도자료가 증권사 5~10곳으로부터 밀려들어왔다. 수요일에도 3일 동안 공모한다는 ELS 보도자료가 꽤 많이 나왔다.반 년이 지나 ELS 매물 폭탄이 손실 폭탄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나.다만 쏠림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을 테다.그야말로 부화뇌동이었다. 많은 사람이 자기 생각이나 주장 없이 중위험 중수익 열풍을 따랐다.지난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종가 기준으로 7년 만에 8000선이 무너졌다.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한 ELS만 2조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한다. 투자자도, 증권사도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이제는 너도 나도 중도 환매를 고민하는 모양새다.여기서도 군중심리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가입한 ELS의 원금 손실 구간 진입 여부, 중도 환매 수수료, HSCEI 반등 가능성 등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투자 자산의 종류·지역·업종·기업 등을 나눠 담는 분산 투자를 뜻한다. 분산 투자는 위험을 줄이려는 게 목적이다.분산 투자야말로 지금 당국·업계·소비자가 아로새길 투자 덕목 아닐까.유혜진 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

2016-01-25 13:22 유혜진 기자

[기자수첩] ‘명품 항공사’의 ‘귀족 노조’를 바라보며

이혜미 산업부 기자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조종사 노조의 임금인상안이 단연 화두다. 노조가 제시한 것은 37%, 사측이 내놓은 것은 1.9%. 서로가 제시한 숫자의 차이만큼이나 현실을 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조종사 노조는 해외항공사와의 임금수준 비교, 회사의 수용가능성 등을 근거로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한 것 같다.사측 역시 혹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전체 20~30% 항공편이 결항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국민의 발’로 지칭되는 항공업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종사의 파업은 국민적 지지를 얻을 때 가능하다.대한항공은 글로벌 ‘명품항공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동안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업이미지는 극도로 떨어져 있다.국민들은 대한항공이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기를 원한다.사측이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사내 소통 등에서 글로벌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조종사들은 연봉 문제와 함께 단체협약을 위반한 무리한 비행 스케줄이나 폐쇄적 사내구조, 승급의 불투명성 등을 지적하며 처우 개선을 주장해 왔다.‘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파국으로 치닫는 것 만이 능수가 아니다. 눈앞의 이익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회사와 위기를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적인 파트너십을 보일때 그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의 성찬’을 싫어한다. 이번을 계기로 대한항공이 진정한 ‘명품항공사’로서의 환골탈태하기를 원하고 있다.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2016-01-24 16:26 이혜미 기자

[기자수첩] 줏대없는 행정으로 기업의욕 꺾는 서울시

한장희 사회부동산부 기자서울시의 기업의욕을 꺾는 원칙 없는 행정이 선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호텔신라의 장충동 전통한옥호텔 건립계획을 서울시가 21일 뚜렷한 이유없이 반려한 때문이다. 이번만 세번째 반려다. 호텔신라가 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의 요구 사항 90% 이상을 보완했음에도 거부한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 터였다. 호텔신라는 이번 심의는 반드시 통과하겠다고 작심한 듯 했다.한옥호텔 층수 2개층을 축소하고 객실 수도 116개실이나 줄이기까지 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객실 수를 줄이는 것은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것으로 호텔신라가 이번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썼다는 평가다. 설계업계도 도계위 요구사항 90% 이상을 충족한 수정안이 도계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체 어떤 개발계획이 도계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아해하고 있다. 반려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서울시는보류한 데 대한 설명을 내놓지조차 않았다. 서울시로서는 2년 반이나 끌어온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에 모양새도 좋지 않고, 총선 전 괜한 재벌 특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서울시는 스스로에 ‘서울은 기업들이 사업하기 힘든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서울시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상대로 서울시의 ‘행정혁신’을 전파하며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등 외연확대에 나섰다. 아이러니다. 박 시장은 외연확대에 앞서 집안일부터 돌봐야 할 것이다. 지방행정기관이 입맛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면 미래가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기업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기관으로 각인될 것이다. 서울시는 예측이 가능한 행정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한장희 사회부동산부 기자 jhyk777@viva100.com

2016-01-21 14:47 한장희 기자

[기자수첩]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수상한 청년들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유통업계 출입기자지만 관련 업계 CEO들의 재판이 잇달아 열려 최근 유독 법원에 찾을 일이 많았다. 법원에서는 재판에 회부된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특히 최종 선고공판이 있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얼마 전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횡령혐의를 받은 김웅 전 남양유업대표의 2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앞서 1심에서 홍 회장은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김 전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조세포탈 액수가 여타 회장님들 보다 많지 않기(?) 때문인지 법원 주변에서는 공공연히 홍 회장의 감형을 예상해온 터였다.재판 시각은 오전 10시. 판사는 최종 선고에서 홍 회장에게는 벌금형과 김 대표에게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남양유업으로선 최상의 결과였다.판사의 선고가 끝나기 무섭게 홍 회장과 김 전 대표는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통상 기자들은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기계적으로 소감을 묻는다. 기자 또한 반사적으로 일어나 이들을 곧 뒤따랐지만 홍 회장의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법원에 나타난 수상한 무리의 청년들이 복도를 가로막고 좀처럼 길을 열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구가 작아 눈치껏 빠져나가 보려 했지만 건장한 젊은이들을 뚫을 순 없었다. 결국 몸싸움을 벌이다 지쳐 포기하고, 이들의 신원을 물었지만 청년들은 묵묵히 길을 막는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결국 홍 회장 일행이 법원을 유유히 빠져나간 후 이들은 곧 빠르게 흩어졌다. 법원의 정리에게 이들의 정체를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남양유업 홍보실도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들의 정체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미스테리로 남게됐다. 법원도 남양유업 홍보실도 알지 못하는 수상한 청년들의 정체는 홍원식 회장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

2016-01-20 17:50 박효주 기자

[새문안通] 한파보다 견디기 힘든 주머니 사정

설을 앞두고 전국에 ‘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 경기 북부 등 일부 지역은 19일 새벽 영하 14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가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거리에 행인이 없을 정도로 이번 추위가 혹독하게 느껴지지만 과거 서울의 겨울 날씨를 살펴 보면 ‘기록적인 한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서울을 기준으로 역대 최저 기온은 1927년 12월 31일 측정된 결과로 당시 영하 23.1도까지 수은주가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불과 4년 전인 2012년 겨울에도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 16도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그럼에도 이번 한파가 이렇게 더 매섭게 느껴지는 까닭은 주머니 사정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밀려온다.소득은 제자리인데 주거부담, 교육비부담이 점점 더 심해져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설 대목을 앞두고 돈 쓸일이 늘어나 절로 마음이 움추러 드는데 한파까지 밀려오니 엎친데 덮친 격이다.실제로 우리나라 가계의 가구당 가처분소득은 2014년 기준 3924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2.7% 증가한데 비해, 가계의 전체 부채에서 임대보증금을 뺀 금융부채는 2015년말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4321만원으로 1년 전보다 4.9%가 늘었다. 버는 것보다 돈 쓸일이 많아지니 빚이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가정의 주머니 사정이 힘들다 보니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를 하다 걸리는 사람들도 최근 3년 새 57%나 늘었다고 한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에 남의 눈을 피해 돈 안내고 전철과 버스를 타는 서민의 간은 얼마나 오그라 들 것인가. 추위보다 가계 주머니 사정을 좋게할 대책이 더 시급해 보인다.- 물 -

2016-01-19 16:28 브릿지경제

[데스크 칼럼]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한국경제"

김성욱 온라인뉴스부장많은 화제를 몰고 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지난 토요일(16일) 막을 내렸다.응팔 마지막회는 평균 시청률 19.6%, 최고 시청률 21.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이는 ‘슈퍼스타K2’(최종화 평균 18.1%, 최고 21.1%)가 2010년부터 수성해온 케이블 프로그램 역대 최고 시청률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응팔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밝혔듯이 남편 찾기보다는 ‘가족’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쌍문동 고등학생 5인방의 사랑과 우정 외에도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사랑, 갱년기를 겪는 어머니에 대해 딸처럼 살갑게 대하는 아들,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싶어하는 주부 등 88년 당시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려냈다.이처럼 10~20대만의 얘기가 아닌 50대까지 폭 넓은 세대를 아우르면서 응팔은 그야말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응답’하도록 했다.응팔의 배경이 된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다.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70년대 우리 경제는 계획개발로 인해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해왔다.그러다 70년대 후반 2차 석유파동과 정권 교체라는 정치상황이 맞물리면서 1980년 우리나라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다시 안정을 찾고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다시 고속성장에 접어들었다. 특히 86년 10.6%, 87년 11.1%, 88년 10.6%를 기록, 3년 연속 10%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마지막 두자리 경제성장률이다.특히 IMF 구제금융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그리고 현재는 3%를 목표로 할 정도로 저성장 늪에 빠졌다. 뉴노멀(New Normal : 저성장·저물가·저금리) 시대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특히 19일 중국은 2015년 국내총생산(GDP)이 6.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이는 25년 만의 최저치로, 전세계는 ‘바오치(保七) 시대(7%대 성장률)’가 막을 내렸다며 비상이다.세계 경제성장의 핵심이었던 중국이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그러나 응팔이 88년 당시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했듯이 경제도 이를 계기로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응팔은 “눈물겹도록 푸르른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라는 대사로 마지막을 장식했다.청춘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한국경제에 다시 10%대 성장률 시대가 다시 오기는 힘들다. 그래도 어려움을 딛고 일어난 한국경제를 다시 한번 불러본다.“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한국경제여”김성욱 온라인뉴스부장 wscorpio@viva100.com

2016-01-19 16:25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