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勞政, '공존생태계' 판은 깨지마라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기자
입력일 2016-01-26 15:48 수정일 2016-01-26 17:08 발행일 2016-0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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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

노동계가 또다시 거리로 나선다. 정부는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세력과 정면 대결을 선포했다. 노사정 대타협은 깨졌고, 공존 생태계는 물 건너 갔다. 대치만 남았다. 노정(勞政)갈등에서 공존의 지혜는 찾아볼 수 없다.

2003년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허덕이던 독일은 사민당 슈뢰더 총리의 주도로 ‘하르츠개혁’을 단행했다. 복지축소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골자이고, 실업률 감소와 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었다. 개혁이 효과를 내면서 2000년대 중반 들어 독일의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다.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독일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것은 당연했다.

하르츠개혁을 ‘완전 성공작’이라 평가하지는 않는다. 논란은 여전하다. 이후 빈부격차가 커지고, 근로자들의 복지와 임금수준이 낮아진 까닭이다. 하지만 독일의 사회주의 학자와 노동계를 제외하고 하르츠개혁을 실패작이라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같은 시기 개혁실패로 인해 국가 부도위기 몰리며 디폴트를 선언과 고실업, 장기에 걸친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의 혼란스런 사례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개혁으로 노사관계 체질을 바꾼 독일은 이탈리아 등 3개 국가를 지원하며 유럽연합(EU)의 경제 안정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은 고민 중이다. 개혁을 거부한 채 ‘공존의 판’을 깨버린 그리스 등과 달리 하르츠개혁으로 ‘공존의 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낮아진 근로자들의 임금과 근로욕구를 높여주기 위한 고민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그 판을 깨지 않고, 성장을 통해 나눔을 가지려는 고민이다.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은 다양한 업종의 해고 판례에서 적시한 해고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돼 있다. 노동전문가들이 이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하려면 해고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이라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행 근로기준법 관련 판례에서도 직무수행 능력 부족을 해고 사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근로계약 본질상 ‘업무능력이 없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 등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의 일반해고 요건 지침은 이미 적용되고 있는 기준이다. 세상에 없는 제도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일반해고’가 ‘쉬운 해고’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억측이다.

지침을 악용해 근로자들을 함부로 해고하거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사용자가 나올 수 있다.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다.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 노동개혁으로 근로자들의 복지나 임금이 낮아질 수도 있다. 이때는 독일의 사례와 같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을 해서 풀어야 할 것이다.

총파업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모르겠으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극한투쟁으로 치닫는 것만으로도 사회·경제·정치적 부담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이로 인한 고통은 청년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일자리를 찾는 고령자나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에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독일로 갈 것이냐, 그리스로 갈 것이냐, 성장과 나눔을 통해 공존할 것이냐, 아니면 공멸할 것이냐. 그 선택은 분명하다.

방형국 사회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