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츤데레' 일본과 '홀로코스트' 기억하는 독일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6-01-28 17:20 수정일 2016-01-28 17:55 발행일 2016-01-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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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국제부 기자

근래 들어 ‘츤데레’라는 단어가 인터넷상에 자주 등장한다. 츤데레는 ‘츤츤’ 즉, 쌀쌀 맞게 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와 ‘데레데레’라는 계속 달라붙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가 합쳐진 말로 ‘사람의 이중적인 태도’를 표현하는 신조어다.

일본어에서 온 이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였던 위안부들에 대해 최근 사과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이 나라가 과거사를 대하는 방식은,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려온 재미 인권단체 가주한미포럼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냥한 미소로 한손으로는 악수하고 다른 손으로는 뺨을 치는” 것이다.

70년이 지나도록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치 과거사를 거듭 사과하는 독일과 위안부를 ‘직업적인 창녀’라 칭하며 망각하는 일본의 차이는 그래서 더욱 커 보인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올해도 어김없이 유대인 집단학살을 기억하기 위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데이’ 행사를 가졌다. 84세가 된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독일 의회에서 “지난 세기 최악의 범죄에 관여한 이 나라(독일)는 오늘날 세계의 칭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철천지 원수일 수 있는 독일을 칭찬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독일의 사죄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총리를 칭찬하는 위안부 생존자가 나오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재단에 10억엔을 기부하는 전제 조건에는 ‘소녀상 철거’가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한 것은 일본 정부의 이중성이 드러난 것 아닐까.

어찌 됐던 일본에게는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눈앞에서 치워 숨기는 것이 우선이었던 모양이니 그런 일본에게 ‘소녀상 철거’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사과와 반성이라고 말한다면 무리인 걸까.

김수환 국제부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