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스바겐의 '민낯'

천원기 산업부 기자
입력일 2016-02-01 15:38 수정일 2016-02-01 15:42 발행일 2016-0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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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기 산업부 기자

“리콜을 받게되면 연비나 엔진 출력 등이 처음보다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2줄짜리 결함 신고서라니….”

환경부로부터 고발을 당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결함시정계획서(리콜)를 접한 자동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전대미문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이 우리나라 정부를 대하는 자세는 안하무인격이다.

환경부가 공개한 폭스바겐의 리콜 계획서를 보면 결함 원인과 리콜 계획에 대해 각각 2줄씩 서술했다. 그나마 결함 원인은 단 한문장에 그쳤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국내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 고객은 봉인가’할 정도로 기업윤리가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내 소비자들은 안전성 문제에서 수입차에 대해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폭스바겐은 이를 역이용한 셈이다.

보상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배출가스 추가 의혹이 제기됐던 ‘투아렉’(TDI V6 유로5 엔진 적용 모델)의 경우 미국에서는 즉각 판매를 중단했지만, 국내에서는 2000만원 가까운 폭탄세일로 작년 재고물량을 전부 팔아치웠다.

“환경부 조사가 끝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입장이었지만 리콜 등 2차 피해가 뻔한데도 당장 팔고 보자는 폭스바겐의 태도는 아연할 수 밖에 없다. 디젤차의 오염물질을 경쟁사보다 55% 더 배출한다는 폭스바겐은 이런 식으로 작년에만 국내에서 3만5700여대를 팔아치웠다. 전년대비 16.5%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태도도 문제지만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차를 팔면서도 ‘배째라’는 식의 폭스바겐의 태도에 우리는 왜 침묵만 하고 있는지 정색을 하고 묻고싶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