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LS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6-02-11 18:08 수정일 2016-02-11 18:10 발행일 2016-02-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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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철  금융 증권부 기자
유병철 증권부 기자

설 연휴가 끝나고 첫 거래일인 11일 국내 증시는 폭락했다. 이러한 와중에 두가지 상반된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7000선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손실가능구간에 진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의 규모는 약 4조원대로 추정된다. 같은날 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의 발행잔액이 2003년 발행 개시 이후 13년 만에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원금을 잃을 위기에 놓인 투자자들이 가득한데 왜 자꾸 잔액이 늘어나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이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지 않아 조기상환이 줄어들어 돈이 묶이다 보니 겉으로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동안 증권사들은 중위험 중수익을 내세우며 매주 많게는 업체당 10개가 넘는 ELS 관련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투자상품이기는 하나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수익도 예·적금보다 낫다는 소식에 앞다퉈 사람들이 가입했다. 그리고 지금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 위험에 가슴 졸이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뷰가 떠오른다. 과거 펀드사태 때도 이렇지 않았던가. 한때 대한민국의 여윳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펀드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펀드’를 재테크 목록에서 지워버렸다. 증권사들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ELS지만, 이 또한 대규모 손실로 내몰리고 있다.

옛말에 ‘열흘 붉은 꽃이 없다(花無十日紅)’고 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ELS의 ‘위세’가 당장 꺾이진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 펀드사태처럼 이번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증권사들은 대체 상품을 꺼내들 것이다. 또다시 증권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시장을 떠나는 투자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