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과 수상한 청년들

박효주 기자
입력일 2016-01-20 17:50 수정일 2016-01-20 17:51 발행일 2016-01-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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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유통업계 출입기자지만 관련 업계 CEO들의 재판이 잇달아 열려 최근 유독 법원에 찾을 일이 많았다. 법원에서는 재판에 회부된 이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특히 최종 선고공판이 있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얼마 전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횡령혐의를 받은 김웅 전 남양유업대표의 2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앞서 1심에서 홍 회장은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김 전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세포탈 액수가 여타 회장님들 보다 많지 않기(?) 때문인지 법원 주변에서는 공공연히 홍 회장의 감형을 예상해온 터였다.

재판 시각은 오전 10시. 판사는 최종 선고에서 홍 회장에게는 벌금형과 김 대표에게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남양유업으로선 최상의 결과였다.

판사의 선고가 끝나기 무섭게 홍 회장과 김 전 대표는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통상 기자들은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기계적으로 소감을 묻는다. 기자 또한 반사적으로 일어나 이들을 곧 뒤따랐지만 홍 회장의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법원에 나타난 수상한 무리의 청년들이 복도를 가로막고 좀처럼 길을 열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구가 작아 눈치껏 빠져나가 보려 했지만 건장한 젊은이들을 뚫을 순 없었다. 결국 몸싸움을 벌이다 지쳐 포기하고, 이들의 신원을 물었지만 청년들은 묵묵히 길을 막는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결국 홍 회장 일행이 법원을 유유히 빠져나간 후 이들은 곧 빠르게 흩어졌다. 법원의 정리에게 이들의 정체를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남양유업 홍보실도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들의 정체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미스테리로 남게됐다. 법원도 남양유업 홍보실도 알지 못하는 수상한 청년들의 정체는 홍원식 회장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박효주 생활경제부 기자 hj030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