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래미안을 흔드나

박선옥 기자
입력일 2016-01-27 17:15 수정일 2016-01-27 17:16 발행일 2016-0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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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박선옥 사회부동산부 기자

“어느 모델하우스에 갔더니 상담원이 ‘래미안’은 곧 매각되니까 청약하지 말고 꼭 자기네 아파트를 분양 받으라 하더라고요.”

삼성물산 직원의 말이다. 래미안과 같은 생활권에서 분양하는 모델하우스에 들렀는데, 그곳에선 이미 래미안 매각이 확정된 상태였단다. 삼성물산에 다니는 직원조차 모르는 사이 래미안 브랜드는 경쟁사 상담원에 의해 여기저기 팔려나가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벌써 몇 번이나 팔렸을 래미안이 연 초 다시 한 번 매각설에 휩싸였다. 작년부터 계속된 소문이지만 이번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일단 소문의 당사자인 삼성물산과 KCC는 강력하게 부인한 상태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곧 매각될 브랜드의 아파트를 누가 사냐”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래미안 수요자다. 더 비싼 값을 내고도 기꺼이 래미안 아파트를 산 수요자들은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선택한 것이지, 다른 건설사의 래미안을 선택한 게 아니다. 매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파트, 특히 분양권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졸여야 한다.

매각설이 설(說)에 그치지 않고 사실이 될 수도 있다. 기업간 빅딜은 성사되기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보완이 유지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실제로는 협상이 이뤄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팩트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엮여 있어 그럴 듯해 보이다 보니 증권가도, 경쟁사들도 ‘설’에 매달리곤 있지만 거짓일 때 삼성물산과 래미안을 믿고 선택한 수요자들이 입을 피해를 책임질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설’ 유포행위는 그만 해야 한다. 3월 이사회 때까지만 기다리면 될 일이다.

박선옥 사회부동산부 기자 pso982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