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뭘 믿고 안갯속으로 들어가나요"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2-03 16:31 수정일 2016-02-03 16:33 발행일 2016-02-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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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리 금융부 기자

“아직 뚜렷한 청사진도 없고 전망도 안갯속이죠.”

“사업이 망한다면 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

현직 은행원 5명에게 물어봤다. 4명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긍정 반응을 보인 한 명도 그 쪽의 성장 가능성보다는 인력 구조조정 압박 등 이 쪽의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K뱅크’ 컨소시엄의 주주사 우리은행은 최근 인트라넷 공고를 통해 K뱅크로 이동할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직급 수준에 비해 15% 가량 급여를 인상하고 은행 수준의 복지 제도도 약속했다. 과장급 이하 직원의 경우엔 이직 3년 이후 은행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복귀 카드도 내밀었다.

‘카카오뱅크’ 주주인 국민은행도 조만간 직원들을 내상으로 이직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 잠재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금리대출’, ‘핀테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중금리 상품을 비롯해 인터넷·모바일로 인터넷은행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년 뒤 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점포와 인력을 줄이는 추세를 봤을 때 3~4년 뒤 복귀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낙오되는 분위기에서 말이다.

후발주자의 힘은 새로운 서비스, 즉 차별화에서 나온다. 이것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는 은행’, ‘이직을 후회하는 직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23년 만에 탄생하는 은행, 그 화려한 얼개 뒤에 무시할 수 없는 잠재적 실패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장애리 금융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