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문안通] 약팽소선(若烹小鮮) 그리고 의사봉

브릿지경제
입력일 2016-01-26 16:19 수정일 2016-01-26 17:07 발행일 2016-0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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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하편 60장에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는 말이 나온다. 줄여서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고들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삶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잠시 한 눈 팔면 생선이 타고, 반대로 빨리 뒤집으면 설익게 된다는 의미다. 무슨 일이든 그냥 가만히 두고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타이밍을 잘 잡아야 무슨 일이든 도모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활용되곤 한다.

2006년에 교수신문이 그 해 한국사회를 압축하는 사자성어로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선정했었다. 노무현 집권 중반기였던 당시, 교수들은 “아무리 명분이 정당해도 조심, 또 조심해 시행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었다.

지금 이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면서 총선 앞에서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는 우리 정치권 탓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이름은 다들 그럴 듯 한데 정작 국민은 안중에 없다. 불판 위 고기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딱 그 상황이다.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국회나 법정에서 의사봉을 3번 치는 이유를 풀이해 준 적이 있다. 아마도 숫자 3이라는 게 ‘완성’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해답이었다.

그러면서 작고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예를 들었다. 고인은 의장 의사봉을 칠 때 “처음에는 여당 의원석을 보고, 두 번 째는 야당 의원석을, 마지막 세 번 째는 방청석의 국민들을 보았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여, 요즘 그대들은 얼마나 이런 마음을 품고 의사당으로 들어서는가.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