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길을 험난하게 하는 것 하나가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 riers to Trade)이다. TBT 4097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더니 올해 1분기엔 그 기록마저 깼다. WTO 출범 이래 최다 기록이다. 전기전자 및 탄소중립 분야에서 벽을 높게 쌓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생활용품 등에서 장벽을 만드는 개발도상국 아프리카 대륙을 가리지 않는다. 12일 한국은행 ‘BOK 경제연구’에서 본 것처럼 수출의 내·외연적 한계로 작용하는 기술 규제 강화에 대한 대처가 중요해졌다. 분야별로는 식의약품, 화학세라믹, 농수산품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수출 비중이 80%가 넘는 10대 수출국과 5대 신흥국을 일컫는 15대 중점국들의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절차 등 기술규제는 늘어만 간다. 양적인 증가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 점점 정교해지지는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이다. 배터리를 예로 들면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하면서 배터리 재활용 의무화로 확장하고 있다. 신산업·신통상 정책의 대세로 굳어지는 추세인 것이다.이처럼 규제의 망을 치는 목적을 분명히 봐야 한다. 자국산업 보호와 공급망 확보, 경제안보 제고라는 큰 그림까지 이해해야 한다. 20년도 안 돼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한다는 뜻이다. 우간다, 탄자니아, 르완다, 케냐, 브룬디 등 동아프리카공동체(EAC)에서 600건 가까운 기술규제를 제·개정했다. 이 역시 무역기술장벽의 미래를 암시한다.장벽(Barriers)이란 무역에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기업에는 그 자체가 ‘애로(隘路)’다. 국가기술표준원에만 떠맡기지 말고 국가 차원에서 제거해줘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의 복잡성과 기술발전에 따른 동태적 특성으로 정보 파악조차 어렵다. 기술집약이 높은 산업일수록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더 현저하게 받기 마련이다. 주요 교역 상대국에서 탄소국경제도 시행 등 환경정책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강화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우리가 가다듬을 것은 능동적인 전략이다.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과 표준으로 생긴 장벽이므로 다자체제,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협정을 통한 기술장벽 극복 노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무역 1조달러 클럽을 넘어 1.5조달러로 향하는 국가답게 다자·양자 협상과 해외 시험인증기관 협력을 지속하면서 국제표준 조화 원칙을 유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최전선의 기업이 선제적 대응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2024-03-12 14:03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