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 상황 안 맞는 토지거래허가제 풀 때 됐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3-05 14:18 수정일 2024-03-05 14:20 발행일 2024-03-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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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해제에 대한 주민 기대감이 높다. 그만큼 불편을 감수했고 마지막 큰 걸림돌을 빼야 한다는 인식도 강해졌다. 지난해에는 집값 하락과 매매거래량 급감, 공시가격 하락에도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테지만 이번은 다르다. 아직도 5~6년간 장기 급등한 주택가격을 낮추자는 기조라면 시장 과열방지 기조를 1년쯤 더 유지하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시장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 귀를 세워야 할 듯하다. 압구정·여의도 아파트지구, 목동택지개발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주요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내년 4월 26일까지 추가로 묶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5월 19일이 지정 만료일인 이촌동·한강로1~3가·용산동3가, 6월 22일 만료되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청담동·대치동)도 다르지 않다. 토허제의 주요 타깃인 개발호재로 집값이 급등할 정도는 아니다. 해당 지역은 특히 1·3 부동산 대책이나 재건축 규제 완화의 후속 조치에서도 예외로 묶인 곳이다.

부동산 과열 가능성 때문에 지정한 토허제로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더 많이 내린 부분도 참작해야 한다. 거래가 줄고 집값이 안정되는 수순과 거꾸로 가는 곳이 있다.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 중심 또는 재건축이 가시화된 일부 지역에선 집값은 못 잡고 재산권만 침해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강남·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 해제가 된 상황에서 이중규제 성격을 띠기도 한다. 시장 불안 요인이나 지역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관리할 목적보다는 주택 공급이 제한돼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 측면마저 있었다.

투기적 거래의 방지와 국민 주거 안정은 좋은 정책 명분이다. 다만 건전한 거래를 유도한다는 고려가 지나칠 때는 문제가 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도 시장경제를 왜곡하지 않으며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성격상 주택거래허가제처럼 변질됐다.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는다고 대출·세제·청약을 죄다 풀면서 토지거래허가제만 남겨둔다면 엇박자 정책이다.

서울 초특급 핵심지역이어서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유, “집값은 낮을수록 좋다”는 보다 단일한 이유에만 매달리지 말고 원활한 부동산 흐름을 위해서도 풀 건 푸는 게 합리적이다. 시장에 대한 인식과 시장안정 여부에 대한 판단을 흐리지 않길 바란다. 주택 거래까지 위축시키는 ‘대못 규제’가 굳이 지금 꼭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