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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담배사업법 개정해 ‘액상 담배’ 관리해야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다.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한 천연 니코틴이 들어간 제품만 담배라고 하는 담배사업법(제2조 1항)에 따르면 달라진다. 연초 잎만이 아닌 줄기나 뿌리 등 다른 부분까지 원료로 추출하면 담배로 보는 지방세법과 개별소비세법은 약간 확장된 개념이다. 하지만 가지과의 초본성 아열대 식물인 전통의 ‘담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적인 화학물질 합성을 통해 제조한 것도 담배로 분류해 과세하고 관리하는 것이 맞는다. 포괄적으로 담배 정의를 확대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그저 유사담배가 아니다. 법으로 인정하는 일반담배와 동일한 담뱃세 부과 및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1988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담배사업법 2조가 바로 개정의 필요성을 스스로 말해주고 있다. 합성 니코틴 담배를 담배로 분류하고 개별소비세 징수를 결정하는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제조 방식이나 성분에 따라 세금을 달리 매기는 담배 과세 체계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이슈가 청소년 보호다. 청소년이 흡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실 하나 만으로도 구체적인 규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췄다. 온라인 및 비대면 판매 금지로부터 자유로운 액상 전자담배의 92.2%는 합성 니코틴을 쓴다. 사용 목적과 방식이 동일한데 화학적인 합성을 했다 해서 법적인 담배로 간주되지 않은 것 자체가 모순이다.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니코틴으로 확대해야 한다. 합성 니코틴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해외를 둘러보면 폐 손상 사례가 보고돼 전자담배를 판매금지 또는 사용자체 조치를 취하는 나라도 많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관리 사각지대를 노리고 글로벌 담배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는 처지다.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이 잘 검증되지 않았다며 제도권으로 편입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국내 합성 니코틴 용액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몇 달 전에야 발주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연구 용역 결과를 참고하면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액상 담배는 공산품으로만 분류될 수 없다.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1조부터 생명과 건강, 안전과 동떨어져 있다. 담배의 범위를 합성 니코틴 담배까지 확대하는 입법은 금연정책 차원에서도 긴요하다. 합성 니코틴 담배 규제 법안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벌써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합성 니코틴도 니코틴이다. 국회가 지연된 담배 규제를 이제 마무리하기 바란다.

2024-08-12 14:03 사설 기자

[사설] ‘수출 성장세-내수 회복세’ 끊어진 고리 이을 때다

높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 반도체와 자동차가 합작한 수출액만 해도 543억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수출액 증가에 따르는 이윤 증가는 임금과 배당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소비 증가 요인이 된다. 수출은 대외 수요의 증가를 의미하고 국민소득으로도 연결된다. 그런데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가 끊어져 있다. 내수 시장 곳곳은 파열음이다. 수출 실적 자체에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다. 예컨대 7월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13.9% 오른 게 기저효과라는 식이다. 하지만 세계 5위 수출국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가져볼 만한 전체 흐름 아닌가. 호조를 보이고 물가가 2%대 안정세인데 재화 소비는 9분기 연속 줄어 경기 개선을 막는다. 국민계정 회계상 경상수지 흑자(=국민소득-내수지출) 지속은 경기 비관론 확대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눈여겨보면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2.9% 떨어졌다.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 생산은 1년 넘게 감소 국면이다. 고금리와 고물가를 빼놓고 왜 그런가를 분석하긴 어렵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에서 민간 소비가 성장률을 0.1%p 하향시킨 건 이미 경험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주 수정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미약한 내수 회복이 지속되면 경제 성장률 눈높이는 조절될 수밖에 없다.민간소비와 투자 감소의 내용 자체도 좋지 않다. 대외 수요가 높으면 수출품과 중간재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 수요가 증대돼야 정상이다. 그런데 설비·건설투자는 반등은커녕 마이너스 기여도를 보이는 중이다.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렇듯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에 광범위하게 미친다. 금리 인하 시점이 역시 주요 변수다. 10월쯤 금리 인하를 시작해도 온전한 내수 반영에 최소 반년은 소요된다. 파급의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할 것 같다.수출과 내수의 끊어진 고리를 잇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너무 인위적인 내수 자극 정책은 물가 압력을 높인다. 대규모 내수 부양은 자칫 인플레이션 안정세를 흔든다. 성장에 급급해 재정과 금융을 남발하는 고성장기 타성도 이롭진 않다. 물가만 치솟고 깜짝 성장에 그쳐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세가 물가 교란 요소가 되지 않게 유의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버팀목인 순수출이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 기여하도록 연관관계의 고리를 이어야 한다. 이것이 주요 정책 목표가 돼야 하는 시기다.

2024-08-11 14:04 사설 기자

[사설] ‘금투세 폐지’ 매듭지어 증시 혼란 막아야 한다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증시가 요동치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정치 현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정쟁으로 일관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싸늘한 국민 시선에 잠시 누그러진 분위기는 비치지만 협치 싹을 오롯이 키우기엔 이른 듯하다. 금투세에 관해 예상하기로는 더불어민주당이 8·18 전당대회를 거친 뒤에 의원총회 등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빠른 수순이다. 탁상공론 그만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게 가닥을 잡고 조속히 매듭짓는 게 좋다. 일반 투자자 반발 등이 제기되면서 2025년 1월로 2년 유예된 시행 시기가 다섯 달도 남지 않았다. 정부의 입장과 기조도 폐지 쪽이고 이런 내용이 담긴 ‘2024년 세법개정안’이 최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 잠재적인 과세 대상자가 되는 걸 회피하려고 단기매매를 늘리고 투자 규모가 큰 개인투자자는 해외 이탈로 관심을 돌릴 게 뻔하다. 금투세를 피해 슈퍼개미들이 떠나는 모습이 예견된다면 그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며칠 사이로 경험했듯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불확실성’ 그것이다. 제도적 측면의 미흡함은 증시 위축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도 그렇게 보고 있다.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지 못하고 증시 불확실성을 오히려 높인다는 정반대의 반론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해 금투세를 도입해도 시장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행 안 하는 게 조세 기반을 허무는 불합리한 과세 체계라는 지적이 있다.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의 소득에 20% 이상 부과하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대폭 늘어난다. 국내외 변수가 즐비한 경제활동이 세금정책 하나로 결정되진 않더라도 파급력은 엄청나다.개인투자자 수는 2019년 610만 명에서 144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99.1%가 개인투자자다. 장단점은 있지만 투자심리에 미칠 악영향 등 부작용을 본다면 유예 또는 완화, 원래대로 시행이 아닌 폐지가 답이다. 민주당 스스로 다짐하듯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고 싶거든 갈피를 어서 잡아 국내 주식시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국회 다수를 점하는 야당이 반대하면 금투세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은 불가능하기에 촉구하는 것이다. 소속 의원 84명이 참여하는 모임의 이름처럼 ‘경제는 민주당’인지를 행동으로 증명해줄 차례다. 증권시장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고 투자자와 업계 혼란이 없도록 폐지 입법에 힘 모아주길 기대한다.

2024-08-08 13:59 사설 기자

[사설] K-배터리 글로벌 승부수는 ‘안전성’ 강화에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대규모 화재로 안전이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제품 라인업 다양화에 공을 들이는 K-배터리는 성능과 안전성을 비중 있게 끌어올리고 있다. 배터리의 전류, 전압, 온도 등을 센서로 측정하고 제어하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을 때가 온다. 안정성에 국내와 글로벌 전기차 보급의 미래가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는 아직 크고 작은 균열이 있을 수 있는 초기 시장 단계다. 전기차 캐즘(Chasm)이라 불리는 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감소 또는 느린 수요 향상을 딛고 주류시장에 안착하는 동력을 일궈야 한다.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를 전화위복으로 반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충전설비의 위험성을 제거해 전기차를 매력 있는 상품으로 돌려놓는 게 초미의 현안이다.화재 예방과 대응 관련 기술 개발을 밑천으로 중국 업체들과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화재 위험으로 리콜 경력이 있고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중국산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방식 배터리와는 초격차 수준으로 차이를 벌려야 할 것이다. 중국과 경쟁 중이라 해서 반사이익만 노릴 수는 없다. 배터리 산업이 성장 기조라는 중장기 관점에 기대서는 안 된다. 올해는 특히 14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매출이 역성장할지 모를 고비다. 전기차 기피 조짐이 없게 하는 전략은 수익성이 둔화된 배터리 제조사들의 하반기 실적 회복과 연관이 있다.지향점은 역시 내연기관 대비 낮은 화재 빈도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충전 중, 배터리 결함, 충돌과 함께 ‘원인 미상’까지 원인인 것이 전기차 화재다. 그만큼 모든 유형의 배터리 화재와 진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국내 배터리 업체라고 화재 위험성과 불안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보조금으로 수요를 늘리고 규제로 생산을 확대한 데서 한발 나아가 안전을 추가하는 정책으로 선회해야 악재가 되지 않는다.기존 파우치형과 원통형, 각형 배터리의 장점을 살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안전성을 고도화하는 데 활로가 있다. 중국 정부의 핵심광물 자원 무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성을 뚝 떨어뜨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글로벌 승부수의 ‘끝판왕’이 될 수 있다. 안전성은 곧 성능이다. 신기술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만난 커다란 장애물이 전기차 화재다. 잘 헤치고 나가 안전성을 한국 배터리, 한국 차의 구매 가치로 만들면 그보다 최선은 없다.

2024-08-07 13:52 사설 기자

[사설] 조선노연 ‘하투’ 예고, 신인도·투자심리 어떡하나

혹독하고 길었던 ‘조선업의 겨울’을 끝내고 국외 발주사로로부터 수주 호황을 누리는 조선업계에 불길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바로 노사 갈등이다. 주요 조선사 노조 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의 쟁의 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찬성표(92.9)%를 얻고 동반 파업을 예고했다. 생산 차질과 투자심리 위축, 그리고 글로벌 증시 하락 국면에서 조선주를 더 휘청거리게 할 위험 인자가 파업 리스크다. 조선노연엔 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케이조선·HSG성동조선이 소속돼 파급력은 메가톤급이다. 사양산업 이미지를 벗어내고 장기간 우하향을 못 벗어나던 투자심리를 돌려놓으며 2007년 같은 호황의 정점까지 바라보는 지금이다. 한 가지 잊지 말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던 조선주 상승세를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조선노연의 본격적인 하투(夏鬪·여름 투쟁)는 외국인 투자심리를 부정적인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파업 가능성만으로도 움직이는 시장이다.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자제가 필요한 이유다.잦은 이직으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조선업계는 올해 외국인 근로자 대거 유입으로 급한 불을 막 끈 상태다. 임금이나 복지, 작업 환경과 관련한 노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일방적이고 투쟁적인 노조 관행은 삼가야 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은 한국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사업계획 수립 때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경제인협회 인식조사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G5 국가 수준으로 개선되면 외투기업 투자규모를 평균 13.9% 늘린다고도 답했다. 투쟁적 노조 근성이 초래할 불확실성은 감소시켜야 한다. 입법 독주로 노조 파업만 쉽게 만드는 야당도 국내 산업의 신인도·투자심리 저하와 경쟁력 위축을 함께 걱정했으면 한다.수주 슈퍼사이클(초호황)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일수록 친환경 선박 등 상단 기술에서 절대 격차가 요구된다. 조선노연이 포함된 업계 노사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란다. 글로벌 침체와 중동 전운이 겹친 데다 노조 움직임에 따라 조선업 주가는 언제 또 곤두박질칠지 알 수 없다. 선박 수출 환경과 수출 성적 개선에 힘입어 불황기에 쌓인 적자를 털고 일어서는 조선업 아닌가.그 현실은 해당 조선사 노조가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파업 현실화와 건조 시기 지연이 조선업 신뢰도 하락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선행 투자로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려놔야 할 시점이다. 오랜 침체기를 딛고 일어선 조선업계의 선택지가 납기일 연기를 불러올 ‘휴가 끝나고 하투’가 아니길 바란다.

2024-08-06 14:11 사설 기자

[사설] 美 대선 구도 출렁… 재생에너지 등 영향 챙겨봐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출마로 미국 대선 판도가 급변하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 계산기를 꺼내들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의 시나리오가 분량이 더 많다. 당선 가능성보다는 정책 변화의 진폭 때문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억제와 제조업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운명은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를 밀쳐두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한다는 전망이 대표적이다.기후위기는 ‘사기’라며 바이든 정부에 각을 세워 온 신재생에너지뿐만이 아니다. 해리스냐 트럼프냐에 따라 NATO, 유럽 내 방위비 분담 비율이 늘어나 국내 방산업체 실적은 갈리게 된다. 우리 방위비에도 당장 영향을 미친다. 해리스 후보는 북한 문제에 대해선 원칙론에 입각해 트럼프 측과는 대척점에 서는 입장이다. 주목할 것은 바이든 행정부 2인자로서 바이드노믹스(Biden+Economics)의 뼈대를 공약과 정책으로 이어간다는 점이다. 그렇게 보면 트럼프 트레이딩과 해리스 옷을 입은 바이드노믹스의 격돌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싶다. 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5일자로 대선 후보로 정식 등극한 해리스가 집권하면 IRA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해 반도체와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 근간이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진영은 반도체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입장을 밝힌다. 관련 수혜주가 뜨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현상화하건, 아니면 바이든 정책이 유지된다는 시장 기대가 유입되건 국내 반도체와 이차전지주 등 업종별 성과를 좌우할 일은 앞으로 많아진다. 미국 골드만삭스가 트럼프 재등장이 유럽 경제에 미칠 중대한 악영향을 내다본 데서 우리가 챙길 힌트는 분명히 있다.대선 구도가 어떻게 출렁이든 강화할 것은 보호 무역 대응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유무역을 옹호하지만 기존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한다. 이것이 미국의, 그리고 두 후보의 공통분모다. 미·중 공급망 갈등 속에서 미·중 균형 수출 전략 추진은 사실 우리가 두드릴 계산기다. 미국 대선은 시계 제로에 가깝지만 시장 변동성의 척도인 ‘공포 지수’에 떨 이유는 없다.리스크 확대와 정책 수혜 부각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우리 국익과 조화하면서 우리 길을 간다. 이런 자세로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이슈가 불거지고 변동이 있어도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이어가야 한다.최충식 기자 mars@viva100.com

2024-08-05 14:31 최충식 기자

[사설] PG사 분리 등 확실한 대안적 장치 필요하다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으려면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관련된 업무협약 체결이나 사후관리 자료를 보면 부실투성이일 정도로 허술했다. 쇼핑몰로 치면 계산대 구실을 하는 PG(Payment Gateway)와 이커머스 간 관계 재설정은 일이 터지고서야 떠올랐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동시에 결제를 대행하는 위메프·티몬과 같은 2차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의 분리는 꼭 해결하고 가야 한다. 전자상거래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의 분리 당위성을 직설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티메프 사태다. 온라인 쇼핑몰의 지급불능사태에 대비한 보험 의무 가입도 대안 중 하나다. 판매자와 소비자 피해를 막을 견고한 장치는 이커머스 업체가 자금압박에 시달릴 때 겸영 PG사 자금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 대급 기한을 앞당기는 이른바 로켓배송법 같은 것이 필요하다. 중소상공인 입장에선 한두 달 뒤 정산하는 방식은 자금 순환에도 불리하다.2차 PG사에 대한 유지 조건도 둬야 한다. 인허가 심사절차가 없고 단순 등록으로 영업이 가능한 부분은 손보고 재무 건전성이 나빠지면 라이선스를 반납할 근거 규정은 마련해야 한다. 현행 PG사 경영지도기준은 권고적 수준에 불과하다. 전자금융업 등록 업체 수가 196개나 되는데 몇 명의 검사팀 인원이 도맡는 금융감독 체계에는 문제가 있었다. 국내 이커머스 매출이 전체 유통 매출의 50.5%를 차지했다면 걸맞은 안전망까지 확실히 갖춰야 한다.전자상거래를 본업으로 하고 대금 정산을 부수 업무로 해온 기업에 금융업 수준의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PG사의 경우에도 적자 발생 등 등록취소가 가능한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 에스크로(안전결제) 계좌 예치 확대는 유용한 수단이다. 다만 의무화되면 중소형 사업자들의 운전자본 유동성에 제약이 생긴다. 자본력을 가진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이 개편되는 양면성이 있다. 소비자와 셀러를 위해 판매 대금 정산 방식과 주기를 고민해보되 애꿎은 기업만 규제하는 결과가 되지 않아야 한다.PG사를 별도 분리한 쿠팡, 네이버의 경우는 좋은 대안적 장치다. 네이버의 판매자 3일 정산 등의 시스템은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는 유력한 방안이다. 다만 기존 이커머스와 PG사 분리에서는 비용 발생이나 업체가 받을 충격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이 20년간 340배 성장했다면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진즉 예상했어야 한다.

2024-08-04 14:00 사설 기자

[사설] 美 금리 인하 가시권… 무게중심 옮겨갈 준비해야

8월 22일과 10월 11일, 11월 23일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하반기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차기 회의는 9월 18일, 11월 7일, 12월 18일로 잡혀 있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신호에 10월 한은 금통위가 반응할 거라고 보는 시간적 근거다. 삼성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의 첫 금리 인하 예측 시점도 그때쯤이다.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고 보고 대처할 때가 왔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비둘기 성향(통화 완화 선호) 신호를 확실히 했다. 오는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could be on the table)”고 밝히자 뉴욕증시가 들썩인다. ‘다소(somewhat)’라는 수식어가 추가되는 등 조심스러운 일면은 엿보이나 미국이 경제 연착륙을 위해 현 수준(5.25~5.5%)보다 고도를 낮추는 첫 단계에 진입한 건 분명하다. 고용시장이 완화되고 금리 정책상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은 점은 뚜렷한 금리 인하 지지 신호다. 성장과 물가지표 모두 견고해 미룰 요인이 더 이상은 없어 보인다.세계 주요 중앙은행 사이엔 선제적 금리 인하로 미국과 탈(脫)동조화 양상을 띠는 경향도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금리정책은 미국 FOMC의 영향을 더 받는 편이다. 소비자 물가에 대한 확신이 미국보다 부족하지만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여력 축소, 연체율 상승률 지속 등을 관망할 수는 없다. 국내적으로 지금이 바로 금리 정상화의 마지막 숨고르기를 해야 할 시기다. 12번째에서 3.50% 동결을 끝내고 10월 금리 결정의 부담을 덜어낼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2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간과하지 못한다.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시장과 경기를 살릴 과단성 있는 움직임이 절실하다.다시 중요해진 ‘타이밍’이다. 장기간의 고금리가 거시경제 전반에 주는 악영향 요인이 늘기 시작했다. 통화정책 방향 선회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때란 징후다. 주식시장과 환율도 안정돼야 한다. 금리 인하 결정에서 물가만큼 고용시장 비중 또한 높아진다. 다만 금융 시장에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 잘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이 느슨해질지 모른다. 집값 상승 우려 등 고려할 사항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국내 여건은 금리 인하를 가리킨다. 물가 동향과 국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살펴 금리 인하 사이클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2024-08-01 14:03 사설 기자

[사설] 거부권·재표결·폐기 도돌이표, 경제입법 어디로 가나

올초 한국경제인협회 세미나에서의 ‘의원입법에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떠올려지는 이즈음이다. 21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은 2만3471건이었다. 15대 국회 대비 29배 이상인 것보다 핵심은 무분별한 규제 입법 증가다. 22대 국회 개원 60일 동안 발의된 법안 등 의안 개수 2367개 중에도 그런 유(類)가 많다. 경제를 멍들게 하는 과잉 규제, 입법심사 부실만 대충 꼽아봐도 설득력을 갖는 주장이다. 거대야권 주도의 최다 발의와 최다 폐기의 후속편은 더욱 모질어졌다. 각종 특검법안과 탄핵안에 고용·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25만원지원법(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등 쟁점 법안에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및 폐기라는 이상한 공식이 또 대기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본 것은 승자 없는 정쟁의 악순환이었다. 경제6단체가 본회의 통과도 전에 노란봉투법 거부권 요청부터 했을 정도다. 도돌이표 정쟁의 전개 방식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정작 화급한 민생·경제 법안들은 이 와중에 휩쓸려간다. 공포(公布)와 효력 발생 절차를 밟은 법안은 사실상 한 건이 없다. 입법 만능주의에 빠졌으면서도 무기력하다. 이런 입법부에 대고 생산성 0이라 말해도 표현이 무리하진 않다. 법안 상정, 필리버스터, 야당 단독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상시화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도 극히 예외적인 입법권 견제장치가 돼야 맞다. 이걸 국회 견제용의 효과적 무기로 만성화한 책임은 국회에도 있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도 660회의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엄포 놓는 태도는 물론 잘못됐다. 여야 합의 없는 입법 추진은 극단 대치의 반복을 부른다.이렇게 몇 달 허송한 사이, 22대 국회 앞에는 정말 할 일이 쌓여 있다. 반도체 등 시설 투자의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는 K-칩스법(국가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은 특히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여야 공감대가 있어 얼마든 합의할 수 있다. 고준위방폐장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도 입법화를 지연할 성격이 못 된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으면 당장 6년 후부터 원전은 순차적으로 멈추게 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오히려 넓힌 노란봉투법은 걷잡을 수 없는 노동쟁의의 예고편 같다.경제가 어디로 굴러가건 정작 민생과 직결된 법안은 제대로 못 처리하는 국회에 경제계는 깊이 절망하고 있다. 사생결단식 입법·탄핵 폭주를 멈추고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 경제법안이라도 우선 처리해야 할 것이다.

2024-07-31 14:14 사설 기자

[사설] 8월 ‘재건축 부담금’ 부과, 이대로는 어렵다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4개월 가까이 헛돈 끝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 부과 절차가 가시화하고 있다. 3월 27일부터 시행돼 5개월 이내에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적 조치다. 시장의 반발이 상당하다. 예상과 큰 오차가 없다. 법령대로 부과 절차를 진행하려는 최후통첩에 일선 현장의 반응은 무겁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법에 따르면 면제금액과 부과구간 단위가 확대돼 평균 부과금액이 줄어든 지방이나 저가 단지는 부담금 인하 효과를 보게 된다. 반면 재건축 부담금을 내게 될 단지에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재건축 부담금 청구서가 날아드는 날엔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게 정비업계의 중론이다. 이전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 점까지 제동이 걸린 사유가 된다. 그렇잖아도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고 추가분담금 규모가 커져 있다.입주 시점 시세에 맞춰 높은 부담금을 내야 하는 부분이 재건축 조합들의 반발을 불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우려까지 겹쳐 주택 착공이 줄어들다. 이런 판국에 부담금은 재건축·개개발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재건축 조합 측은 물론 부과 중지 요청을 받은 정부와 지자체 모두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부담금 부과 금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법과 현실론의 거리를 좁히긴 쉽지 않다.재건축 부담금 부과 본격화를 알린 서울 서초구 이외의 다른 지자체들도 부과 절차를 개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개정안 이전을 거슬러가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된 2006~2012년 사이에 소형 단지 몇 곳을 제외하고는 재건축이 중단된 선례도 있었다. 원초적으로 이 법에는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잡는다는 징벌적 과세 성격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뒤집어보면 재건축 시장 침체를 부르고 공급 부족의 부메랑이 될 요건을 갖췄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과 관련한 주택가격 통계 개선으로 해결될 단순한 사안이 아니란 뜻이다.재건축 부담금 8월 부과가 본격화하면 시장의 폐지 논란은 점점 가열될 것이 확실시된다. 긴 안목의 보완장치 마련을 전제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폐지하는 방안을 찾는 쪽이 보다 합리적이다. 재건축을 통한 개발이익을 환수한다는 취지로 급조한 재초환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깨는 방법은 이뿐이다.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말이다. 가뜩이나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있다. 정비사업의 동력까지 잃을 상황은 추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2024-07-30 14:15 사설 기자

[사설] 수출 우상향 흐름… 품목·국가 ‘편중’은 풀고 갈 문제다

수출 우상향 흐름 속에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예약해둔 분위기다. 우측으로 상향된다는 건 계속 성장한다는 의미다. 작년 4분기 이래의 수출 플러스 행진이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13개월째 순항 중이다. 5개 핵심품목의 수출액 목표도 늘렸다. 수출 호조와 서비스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이 쌍끌이하며 물가 안정이 삼박자를 맞추고 고용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면 전망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들이다. 이 같은 장밋빛 기대의 근저에는 최초의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6981억 달러)라는 목표가 있다. 한국은 지난 5월까지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9.9%)을 보였다.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에 오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근거다.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은 반도체,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화학, K-뷰티·K-푸드 등 주력품목의 선전은 수출 활력을 더 이을 견인차다. 동시에 특정한 품목과 지역에 치우친 수출 체질 개선은 오래된 숙제와 같다.미·중 편중, 반도체 편중 등은 효자품목이 있다는 뜻이면서 불균형의 다른 말이다. 수출 주도형 성장 국가로서 지속 가능성에서는 걸림돌이 된다. 올 상반기 중 반도체 수출만 657억 달러였을 정도다. 기업 규모 면에서도 대기업 수출이 전체 수출의 66.3%를 차지한다. 97.3%에 달하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17.6%밖에 안 되는 ‘수출 빈익빈’ 현상은 깨야 한다. 중소기업도 K-뷰티 등 프리미엄급 위상을 확보하는 수출 효자 기업으로 잘 키워낼 여지가 있다. 무역 규모별 맞춤형 지원 정책에 부족함이 없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편중을 벗어나는 일은 수출 확장성과 관계가 있다.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국 중 수출 품목 집중도가 제일 높다. 유사한 일면이 엿보이는 일본, 중국도 우리만큼 심하지는 않다. 중남미 33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도 벌써 4년째다. 2019년까지 30년 연속 무역 흑자 지역이었던 곳 아니던가. 원유, 리튬 가격 고공행진 탓이긴 하나 역시 극복할 문제다. 제조업 해외 현지생산 확대가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리스크 요인이란 생각까지도 이제부터 해보는 게 좋겠다.수출이 완연한 상향세를 보이는 지금 같은 시기에 수출 구조 개선에도 더 많은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기술력 등에서 중국 등의 대체국으로 인정받는 것 또한 우리 몫이다. 다각도의 대응 방식이 요구된다. 교역 구조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과 특정 국가·품목별, 기업규모별 편중 해소는 수출 확대를 위한 지속성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2024-07-29 14:21 사설 기자

[사설] 티몬·위메프 사태, IPO 문제까지 돌아볼 기회다

큐텐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후폭풍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기업공개 재추진에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티메프(티몬·위메프)’ 불똥이 기업가치 개선 등 상장 작업에 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되는 것은 무리한 상장으로 인한 과도한 외형 성장 전략이 부메랑으로 다가온 사실이다. 첫손에 꼽히는 원인은 모회사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자금난이다. 지난 2년간 국내외 플랫폼 5곳(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위시·AK몰)을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사 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다 자충수가 된 것 같다. 이 바람에 컬리나 오아시스, SSS닷컴처럼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투자심리 악화 위기에 직면했다. 한 차례 자본시장 외면을 받은 기업들이 또 고배를 마시면 자금조달 해결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검증 안 됐거나 부풀려진 기업의 상장을 막기 위한 심사 역량은 당연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가 1202억원에 달했으나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에 그친 것은 단적인 예다.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위해 신설된 사업모델 특례에도 허점이 보인다. 타당도, 경쟁우위도, 사업경쟁력만 보고 상장 예심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상당수의 행보는 전과 후가 다르다. 할 일은 해야 한다. 거래소 ‘현미경 심사’를 통해서라도 기업가치 과대평가를 거를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그동안 주로 문제가 됐던 건 기업공개가 늦춰지는 병목 현상이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심사부터 상장까지 수년씩 걸린다면 한국거래소나 주관사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상장 문턱이 높아 미래가치 높은 기업의 자금 조달 기회가 차단되는 것은 정책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공모 과열은 경계해야 한다. 유명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경우도 그렇다. 증시 데뷔 과정에서는 반짝 이목을 끌지 모르나 장기적 기업가치 상향을 충족시킬지는 면밀히 살펴볼 대목이다. 기업공개 시장의 활황만 믿고 상장하게 되면 피해는 개미 몫으로 돌아간다.이번 ‘티메프’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업체들의 자발적 대응으로 사태를 수습할 단계는 지나고 있다. 정산 지연 사태의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되면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파장을 일으킬 파급력까지 지녔다.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내놓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24-07-28 14:32 사설 기자

[사설] 2분기 마이너스 성장, ‘깜짝 성장’ 기저효과인가

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역성장’이라는 키워드와 또 마주했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을 -0.2%로 집계했다. 1분기를 비교시점으로 볼 때는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효과처럼 나타난다. 기저효과에 내수 부진이 겹친 것이다. 전분기가 호조였으니 역기저효과(high base effect)라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다. 다섯 분기 연속 이어지던 성장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우리 경제가 그렇게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건 아니었다. 순수출(수출-수입)과 내수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월과 5월 연속 감소한 소비는 여름 특수를 맞은 6월에도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기업 생산성 증가율이 0%대로 추락하면서 2040년대 한국 경제가 역성장에 빠진다는 경고를 한번 떠올려봐야 한다. 착시효과라고 단정하고 실제로 둔화되는 측면까지 덮어버린다면 왜곡된 결괏값이 나올 수 있다.수출과 내수 모두 양호하고 회복 조짐인 듯하면서 경기 개선세는 미약하다. 민간소비는 물론 제조업 경기 부진 속의 설비투자,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투자 내용이 좋지 않다. 경기 회복 흐름을 이어가려면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민간부채 해법과 자영업 연착륙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되지만 2분기의 마지막인 6월 백화점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5% 줄었다. 내수 회복 낙관론을 펴기보다는 내수 진작책을 더 고민할 때인 것이다.하반기 성장을 견인하려면 내수 제약 요인인 고금리와 고물가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금리 인하 여건을 더 조성하면서 그 지점으로 서서히 이동시켜야 한다. 확장재정은 조심하되 저성장 시대엔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춰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 또한 아쉽다. 새로 출범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체제가 여당답게 실효성 있는 경제 부양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의 이슈를 이끄는 건 좋은데 기업 성장에 반하는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는 중단해야 한다.기억할 것은 지난해 연간 실질 GDP가 1.4%에 그쳤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2분기 성장률은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의 가장 낮은 것이기도 하다. -0.2% 성장의 내용이 100% 기저효과는 아니다. 물가 외에 환율과 가계부채 등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을 제거하거나 완화해 나가야 한다. 더도 덜도 말고 5월 전망(2.5%)에 부합하는 성장 흐름을 기대한다.

2024-07-25 15:18 사설 기자

[사설] 중장년 ‘계속고용’, 노동시장 대전환과 직결된 문제다

중장년 ‘계속고용’을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령 인력에 대한 편견을 깬 장년 고용 친화적인 고용노동부 정책도 강화된다. 주초에 서울시가 개최한 2024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에서는 중장년 일자리가 저출생·고령화로 청년 인력 공백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경력설계 컨설팅, 전직 및 취업 지원, 사업주 지원 패키지 등의 고용서비스 측면에서 보완할 것이 많다.국내 중장년 고용 여건은 짧게 압축해서 ‘매우 나쁨’이다. 55~64세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3명 중 1명 이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권고한 바 있지만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과감히 고쳐 일정 경력 이후 성과급제로 전환하는 혁신책이 절실하다.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는 우리 사회의 다종다양한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일례를 들면 높은 임금과 안정성을 누리는 정규직 근로자로 남기 위한 안간힘이 출산·육아를 포기하는 원인이기도 한다.글로벌 추세에 비해 국내 남성은 50대(40대 중반) 이후, 여성은 40대(30대 중반) 이후 고용 불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충은 정규직 노동 수요 부족과 비정규직의 높은 비중과 무관하지 않다. 그 뒤에 임금 연공성과 정규고용(permanent employment) 보호, 조기 퇴직 유도 등 여러 배경 요인이 있다.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노동시장 유연화와 맞닿는 사안이다. 계속고용 및 40·50 재취업을 위한 노동시장 대전환에서 무엇이 중한지 여기서도 알 수 있다.중장년 재직자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현재 업무 관련 능력을 향상시키는 업스킬링(upskilling)도 당연히 중요하다. 재교육으로 스킬 갭을 좁히기 전에 기업에 요구되는 스킬 파악에서부터 우리는 어설프다. 정말 어려운 것은 구조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 다각화라는 원론을 실천하는 일이다. 경영 상황과 관련해 일시해고나 재고용 등으로 고용관계를 이어가는 비중이 낮을수록 중장년 고용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중장년 계속고용은 오히려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정상적인 현상이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보다 국내 중장년층 임금근로자 고용 안정성이 불안하다는 건 굉장한 모순이다.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운 것과 중장년층 채용 감소는 그만한 부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경직적인 우리 노동시장의 대전환 추진이 필요한 이유의 한 가지다. 다시 출근을 준비하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또 성장률 제고 맥락에서도 다뤄질 필요성이 있다.

2024-07-24 13:20 사설 기자

[사설] 실버타운 문턱 낮추기, 고령친화 사회의 시험대다

정부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실버타운 설립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토지·건물을 소유해야 되는 제약을 풀면 노인 주택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지금까지 전체 노인 인구의 0.12%만 수용했다는 것은 전체 노인을 위한 시설이 아니었단 뜻이기도 하다. 극히 일부 노인의 웰에이징(Well-Aging)에 한정한다는 인식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 또한 보편화를 막고 있다. 인구감소지역 89곳에 짓는다는 구상은 공급 면에서도, 지방소멸 해소용으로도 꼭 효과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 자녀 등 가족과의 유대를 원한다면 도심 내 유휴시설과 유휴 국유지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의직주락(醫職住樂·요양, 소일거리, 거주 공간, 즐길거리)을 한 군데서 해결할 집이 굳이 한적한 농촌지역일 이유는 없다. 실버타운도 현실에 뿌리를 둬야지 정책적 이상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2035년까지 전체 노인 인구의 3%가 시니어 레지던스로 분류되는 주택에 거주하게 하는 자체도 쉬운 목표는 아니다. 쉽게 설립하게 공급 규제를 푸는 정책 과실을 중산층과 저소득층까지 누리는 게 물론 가장 바람직하다. 경제적 여유 계층이 타깃이라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과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한 시니어타운 개발 등으로 보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이상을 말한다면 ‘100세 시대’에 어르신이 살기 좋은 주거, 보건 의료, 돌봄 서비스 등을 갖춘 집이어야 한다. 갇힌 듯 사는 요양시설 아닌 지역 공동체 내에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소외되지 않아야 진정한 초고령사회다. 최근의 예로, 고령 운전자를 배제하면 곧바로 교통약자가 된다.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장착과 자율주행 등 기술적 해결책을 곁들여 노인도 같이 운전하는 교통문화가 고령친화사회의 모습이다. 총체적 삶의 질뿐 아니라 ‘노노(老老) 케어’ 시스템 정착과도 관련이 있다. 주거 안전성이나 주거복지를 비롯해 노인에게 친절한 정책을 실제로 펴기 바란다.문턱을 낮춘 실버타운은 초고령화사회에서 하나의 시험대와 같다. 선진국 수준의 최적형 주택 공급을 통해 노인 부양을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커뮤니티 시설이면서 스마트홈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끝으로 ‘시니어 레지던스’에는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 개념이 들어 있긴 하겠지만 노인 주택, 실버타운 등으로 용어부터 정착시키면 좋겠다. 고령자 복지주택(공공임대), 실버스테이(민간임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등도 혼선을 빚을 소지가 있음을 덧붙여 둔다.

2024-07-23 14:01 사설 기자

[사설] 장마 업은 농산물 물가, 지금 비상하게 관리해야

전국 수박 하우스 물량의 70%를 도맡는 대표 산지인 충남 논산·부여 수박 재배단지가 침수되면서 작년 수박 대란 초기와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 폭우에 과채류 가격이 오름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상으로 상추는 1주일 새 56.3% 올랐다. 한 달 전보다 136.4% 치솟은 값이다. 산지 출하가 줄면서 평년 가격(최근 5년간 최대·최소치를 뺀 평균값)과 비교하면 48.5% 비싼 수준이다. 채소와 제철과일 가격이 뛰어 물가에 경고 신호가 켜졌다. 잎채소와 일부 과일류 가격이 심상치 않다. 기후와 고물가가 합성된 신조어인 기후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으로 설명되는 상황이 국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생산 물량 자체가 줄었다는 게 농산물 공급량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정부의 고충이다. 재배 면적 대비 침수 면적이 깻잎 9%, 상추 5%에 그치고 특정품목에 한정돼 장기화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게 끝나면 다행이나 밥상물가를 자극할 재료는 많다. 호우 피해 복구와 함께 품목별 주산지 단위로 비상한 관리가 필요하다.농산물 물가 관리가 더 중요한 이유는 내수 부진과 고물가 기조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참외 가격이 일주일 만에 13.9%나 올랐다. 저렴한 제철 과일을 맛보기 어렵다면 안정된 지표가 아니다. 2021년 이후 누적 물가상승률이 14%에 달한 데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 가격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다. 이대로 올해 추석 명절 특수까지 이어져 물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단기간 먹거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은 물가 상방 요인이다. 하반기 평균 물가가 2% 중후반대로 머물려면 상승 영향을 조기에 끊어내야 할 것이다.농작물의 가격 상승 추세가 오래 가지 않고 제한적이라는 낙관론이 대처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일부 품목은 신속한 재정식(재파종)을 지원하면 효과를 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채소와 과일 가격은 상승이 당분간 불가피하다. G7 국가와 유로 지역 등과 견줄 때도 한국은 과일과 채소 가격이 가장 빠르고 가파른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과일과 채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하반기엔 전기요금 등 그동안 동결한 공공요금 인상까지 기다린다. 물가 불확실성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상기후 탓 그만하고 지금은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를 통한 생활물가 관리에 집중할 때다.

2024-07-22 13:59 사설 기자

[사설] 방위비 분담금이 안보·경제 리스크 되지 않아야 한다

악명 높은 동맹 청구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아주 부유한 국가”로 딱 꼬집었다. 다른 게 아닌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다. 변수는 남아 있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트럼프 1기 시절보다 미국 우선주의 색채가 짙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예상되는 또는 예측불허의 경제적 파장과 방위비 분담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 정도다. 집권 1기 때인 2019년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기존의 약 500% 증액을 요구받은 경험을 참고하면서 우선은 12차 회의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방위비만이 아닌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 억제 명분으로도 상도의(trade ethics)를 결여한 거래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다. 어물어물하다간 더 많은 비용을 치른다. 안보·경제 리스크가 되지 않게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2기를 ‘플랜A’로 상정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지만 경제·안보전략은 재설정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 결정은 물론 남은 변수다.우리 역시 방위비 폭탄에 비유되는 분담금에 적극성을 띠면서 확실한 반대급부를 생각해둬야 한다. 부당한 안보 청구서를 내민다 해서 끌려다니지 말고 능동적인 거래 마인드가 요청된다. 대만 방어 질문에 난데없이 반도체 사업을 뺏어갔다며 TSMC에 보조금 주는 행태를 비판한 데서 중요한 전략적 힌트가 나온다. 끈끈해야 할 한·미동맹 관계에서 분담금 갑질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 적용 가능한 논리라는 것과 트럼프 재집권 시 안보와 경제가 더 철저히 연동된다는 시사점을 얻게 된다.한국은 트럼프가 전에 말했던 ‘호구(sucker)’가 아니듯이 미국이 생각하는 무임승차자도 아님을 분명히 부각해야 한다. 자국이 구축하려는 세계 질서의 소요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태도를 우리 시각에서도 좀 냉철히 볼 필요가 있다. 협상이 교착되거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자주 꺼낼 수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언제 결론이 나든 미국이 시혜국가, 동맹은 수혜국가라는 일방적인 발상은 교정하도록 해야 한다. 동맹은 원래 ‘호혜적’이다.방위비 급증을 기본 가정처럼 규정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태 이후 승기를 잡아간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판이 어디로 흘러가든 우리로서는 안보 이슈를 아무 때고 끌어들여 협상의 판을 키우는 전략이 외교적 리스크가 되지 않게 하는 게 현명하다. 미국에도 합리성에 뿌리를 둔 현실적 대처법이 요청된다. 그래야 안보 동맹이며 경제 우방 자격이 있다.

2024-07-21 13:38 사설 기자

[사설] 두 번째 수출 앞둔 K-원전 ‘팀코리아’의 남은 과제들

‘원전의 여름(Nuclear Summer)’으로 요약됐을 만큼 뜨겁고 쉽지 않은 원전 수주 경쟁이었다. 체코 정부와 체코전력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대한민국 손을 들어줬다. 기자재나 EPC(설계·조달·시공) 수주가 아닌 한국형 원자로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 이후 처음이라 더욱 반갑다. 기존 러시아 노형 원전이 가동 중인 두코바니 지역에 2개 호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5년 안에 추가 여부가 확정될 2개 호기 건설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의미를 더하는 에너지 이슈다. 이변이 없는 한 K-원전은 두 번째 수출을 앞두게 됐다. 막강한 프랑스전력공사를 제친 것은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가 정부와 폭넓은 수주 협업을 벌인 덕이다. 원전 강국 프랑스의 홈그라운드인 유럽 중심부 리턴매치에서 이긴 동력은 무엇보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다. 유럽만이 갖는 경제안보적 네트워크와 규제 환경의 특수성, 동일지역 공급망, 지역 안보동맹 등 열세를 뚫어 더 뿌듯하다. 최종 계약과 상업운전 일정에 맞춘 공사까지 잘 매듭짓는다면 문은 활짝 열릴 수 있다.체코 내에서도 2 플러스 알파(+α)가 가능하다. 15년 만에 이어진 원전 수출 역사를 위해 남은 일정을 순조롭게 푸는 게 전제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은 체코뿐 아니라 유럽 도처에서 안정된 에너지원 확보와 탄소중립 달성의 호재로 각광받는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며 경험했듯이 탈원전, 탈핵시대 등 정권 성향 따라 오락가락 춤추는 에너지정책 기조는 바꿔야 한다.느슨해지지 않았나 걱정되던 한국 원전의 저력을 우리가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지켜봤다. 한국형 원전 도입을 타진 중인 폴란드라든지 영국 등은 새로운 공략 포인트다.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모색하는 루마니아나 원전 2기를 도입하려는 네덜란드, 스웨덴, 러시아 수주 우위 ‘설’이 지금 나온 튀르키예 등 줄지은 신규 원전의 교두보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일부의 ‘덤핑’(생산 비용보다 낮은 가격) 논란, 경제성 시비를 딛고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공급하는 단비 같은 구실을 다해야 한다.선진 시장 유럽에서 원전 경쟁력을 각인시켜 동유럽에 진출한 우리 방위산업과도 전략적 협력 패키지로 쓰면 어떨까 싶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통한 원전 강국 재도약에 모처럼 켜진 청신호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 수주 낭보 후속편을 기다린다. 희소식을 보낸 체코에 집중하는 동시에 팀코리아 차기작도 착실히 준비하자는 것이다.

2024-07-18 13:09 사설 기자

[사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용자 보호’ 더 강화해야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가상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시장 투자자 수(2023년 645만 명)가 주식시장의 절반에 이른다고 볼 때는 ‘시작이 미약’하나 건전한 투자 환경의 시작점이다. 내일(19일)을 기점으로 국내 코인 시장이 제도권 안에 본격 편입된다. 적잖은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겠다. 법이 중점을 뒀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부분은 당연히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 예치금을 자기 자산과 분리 보관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기는 건 기본이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의한 이상거래 감시 등 법 준수에 관한 감독·검사를 받는다. 대규모 재심사를 거쳐 미흡하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예치 자산 관리, 운용 방법 등의 법적 기준에 따른 각종 의무와 처벌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법의 성격은 ‘규제’다.규제 목적은 가상자산 시장 고유의 취약성과 거래 관련 감시·조사체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혼탁한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와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다.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은 44조원, 거래액은 649조원에 달한다. 실체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언제까지나 회색 영역에 남겨두는 건 잘못이다. 다만 내년 첫날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추가 유예할 필요가 있다. 거래 투명성과 거래 안전성을 정착시킨 뒤로 미루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 방향이다.이용자 보호에 관한 1단계 법안은 루나사태 등의 대형 피해 사례를 계기로 제정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19일을 ‘결전의 날’이라 부르기도 한다. 투자자 보호 조치가 뼈대지만 무더기 상폐(상장 폐지)와 시세 폭락은 우려될 만하다. 국내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 국내 기업이 발행한 김치코인을 중심으로 커져가는 혼란은 최소화하기 바란다. 첫 업권법인 이용자보호법에 맞춰 신뢰성과 보안 수준을 높였을 때는 가상자산업계로서도 득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자산은 규제 밖의 널찍한 사각지대도 있다. 가상자산의 발행 주체, 발행·공시·상장 등의 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에도 신경 쓰면서 구체화된 추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관련해서 22대 국회 들어 국회가 한 일은 가상자산 투자세 유예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전부다. 자금조달 사업자 규제, 유통규제 발행 공시 등 공백으로 남은 부분은 2단계 법안을 통해 지체 없이 보완해야 한다.

2024-07-17 14:18 사설 기자

[사설] 자영업자 임금근로자 전환 지원, 실효성이 문제다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가 늘고 있다. 상반기 실업자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1년 전보다 23.1% 증가했다. 월평균 2만1000명에서 2만6000명이 된 것이다. 전체 실업자 증가율과 비교해서도 3배 이상 뛸 정도로 내용이 좋지 않다. 해법은 자영업 살리기나 폐업 자영업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인데, 둘 모두 만만찮다. 취업이나 실업의 전 단계인 자영업자 폐업이 급증한다는 것이 최대 난점이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장기화가 겹친 지난해 1년간 폐업 신고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이었다. 소매업이나 음식·숙박 등 진입 장벽 낮은 업종의 폐업 사업자 비중이 9.9%로 폐업률 재상승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100만 명을 육박하는 이들 중 다수는 성장 중인 자영업자와 달리 경쟁력 강화라든지 스케일업(도약)은 꿈도 꾸기 어렵다. 생계형이며 내수 경기와 직접 연관된 업종들인 점을 지나쳐선 안 될 것이다.자영업 폐업의 수직상승을 막기 위해 과감한 채무조정을 단행하더라도 다음 단계가 다시 문제다. 상반기 실업자 분포가 증명하듯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국내 570만 자영업자의 경영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배달료 등 고정비용 부담 완화가 도움은 되지만 경영 성과를 지속성 있게 담보할 성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둔 이유가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1.6%를 차지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일자리를 늘린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사업을 접은 후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이유 중 자발적인 재취업 포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역대급 고용 호황이란 것과 자영업자 소득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거의 무관한 얘기다. 자영업을 살리려면 단순한 금융재정 지원책으로 그쳐서는 효과가 없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의 정부 종합대책에 재기 지원 방안이 포함되는 건 당연하다. 경영 안정화, 경영 효율화를 바란다면 현금 지원 같은 임시방편, 단기적 유동성 지원 그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억지로 버티고 견뎌서 재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폐업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재교육과 구직 연계 프로그램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경쟁력 낮은 자영업자의 임금근로자 전환 지원은 구체성을 띠지 않으면 효과가 미미하다. 자영업 체질 개선 역시 마찬가지다. 준비 없이 창업과 폐업을 되풀이하는 회전문 창업의 고리를 끊는 데도 정부 대책이 모아져야 한다. 주요국 대비 높은 자영업자 비중의 구조조정은 이런 기조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폐업 사업자 수는 하반기에도 급증할 공산이 크다.

2024-07-16 14:00 사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