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안한 전세시장, 주거 사다리 흔들리면 안 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2-19 14:44 수정일 2024-02-19 14:45 발행일 2024-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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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진에 전셋값 오름세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하다. 전셋값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매매 시장 연착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이전 전망은 수정해야 할 듯하다. 전세 매물 부족과 매수심리 약화로 전세 수요가 늘어난 데다 다음달 개학까지 앞두고 있다. 봄 이사철이 겹쳐 서울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는 완연하다.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우려된다. 신혼부부 등 새롭게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수요자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다.

전셋값 상승세의 바탕에는 신축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매물의 절대 부족이 크게 자리한다. 매매시장 불확실성으로 매수대기자가 전세수요로 전환한 것,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으로 빌라(다세대·연립) 수요가 줄며 빌라 공급이 급감한 것도 가세했다. 월세 시장까지 불안해진다. 전세난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전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부에는 역전세 우려도 남아 있다.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 지역별 온도차는 있으나 전세가 흔들리지 않아야 할 주거 사다리인 점은 같다. 유명 학군지나 학원가, 역세권 등 쏠림 현상 있는 선호 단지와 결이 다를 수는 있다.

속성상 가수요가 반영되지 않는 전셋값의 강세 장기화는 주거 상황 악화를 의미한다. 서울의 아파트 신축 입주 물량은 예년 입주 물량이 3만~5만 가구라는 측면에서 거의 ‘실종’ 상태로 보면 된다. 도입 4년차를 맞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전셋값 상승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지도 살필 일이다.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갱신계약해지권에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 시장에 뿌리내려도 걱정, 안 내려도 걱정인 양날의 검이다. 부작용을 빚는 조항부터라도 우선 손질해야 한다. 2020년과 같은 전세대란 내지 입주절벽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전문가의 전망을 빌리지 않더라도 3월 이후 전세 비수기가 되면 전셋값 강세가 다소 완화될 수는 있다. 경계할 것은 매매시장의 불확실성이다. 이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한 전례가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면 주택 수요자들이 전세 쪽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전세가가 더 뛰면 매매 수요 증가로 집값을 자극할 요인으로도 잠재한다.

올봄, 눈앞의 전세시장만이 아니다. 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건설시장 위축과 입주 물량 감소,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전셋값 상승세가 오래 끌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곧 현재가 될 미래다. 아파트 인허가 급감의 효과가 가시화하는 내년~내후년 전세난까지 미리 내다보고 대처해야 정책적으로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