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아 도움 안 되는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손봐야 한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4-03-18 14:01 수정일 2024-03-18 14:01 발행일 2024-03-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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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인 초저출생 해소를 위해 일과 양육,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지원이 요즘처럼 강조되는 시절도 없었다. 육아휴직이 늘어났다지만 기업별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전체 근로자의 80%인 중소기업 종사자의 육아휴직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필요한 사람이 모두 사용 가능한 육아휴직 활용이 제대로 안 된다는 얘기다. 생계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쓰게 하는 것, 소득대체율의 현실화 문제를 손보는 게 핵심이다.

육아휴직 기간 중의 소득 감소는 휴직을 가로막는 결정적 사유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은 44.6%에 그친다. 부모 각자에게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6+6 부모 육아휴직제보다 진일보한 제도가 아쉽다. 육아휴직 급여액 상한에 막혀 기존의 통상임금 대비 쪼그라든 급여를 받는다. 게다가 급여 일부(25%)는 복직 후 6개월 이상 계속 근로한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야 받는다. 급여 감소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정이 시급한 현안이다. 육아 대책으로서는 합리적이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내놓은 저출생 관련 공약 가운데는 재원 마련이나 관리 대책이 아예 빠진 단발성 정책이 많다. 부모육아휴직제 확대 개편과 휴직기간 육아휴직 급여 100% 지급이 목표가 돼야 한다. 사후지급은 육아휴직 종료 후 퇴사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일종의 ‘볼모’ 성격까지 있다. 대표 정책인 육아휴직제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꼭 손봐야 한다.

상반기 중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이 나오는 대로 예산과 세제 지원 우선순위를 조정해 꼼꼼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휴직 기간에 받는 월급이 적으면 육아휴직 자체를 망설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육아휴직을 갈 수 있는 친가족 구조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문제 등 함께 보정해야 할 정책이 적지 않다.

재원 마련 관련 논의를 충분히 검토하면서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인상하는 것이 좋겠다.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을 제대로 보장하고자 한다면 사후지급과 같은 위헌적인 요소는 제거해야 한다. 아이를 키울 수 있고 부부 맞돌봄이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이보다 좋은 정책은 드물다. 육아휴직 활성화 등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의 기능을 실효적으로 높이는 일 아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빈부 격차’ 해소도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