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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추리소설 속 그 음식의 레시피! '죽이는 요리책'

TV만 틀면 유명 셰프들이 15분 안에 온갖 진기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연예인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산해진미를 음미한다. 요리 서바이벌에 출연한 일반인이 스타가 되는가 하면 아예 아이돌 스타들이 떼로 출연해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음식과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스토리와 레시피가 결합된 흥미진진한 요리실용서가 출간됐다. 신간 ‘죽이는 요리책’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살인도구로 사용됐던 다양한 음식들의 레시피를 모은 책이다.실제로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가들이 총이나 칼, 곤봉이 아닌 음식을 범죄에 활용하곤 한다. ‘추리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커피, 홍차, 핫코코아, 샴페인, 우유, 초콜릿, 무화과 페이스트, 마멀레이드, 커리 등 다양한 음식에 독을 섞어 내곤 했다. ‘죽이는 요리책’은 미스터리 소설에서 음식과 살인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한 미국 미스터리 작가협회(MWA)가 메리 히긴스 클라크, 할런 코벤 등 세계적인 미스터리 작가들로부터 받은 110개의 레시피를 실었다. 미국 ABC 방송국 드라마 ‘캐슬’의 주인공 캐릭터인 추리소설 작가 리처드 캐슬도 한 꼭지를 담당했다.그러나 이 책이 범죄수단으로 활용된 레시피만 소개하는 건 아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된 음식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속 주인공 미스 마플은 스콘과 홍차가 트레이드 마크였고 ‘여형사K’의 킨제이 밀혼은 땅콩버터와 피클샌드위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죽이는 요리책’은 이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독자와 소통했던 음식과 함께 많은 소설가들이 창작의 고통으로 힘겨워했던 시간을 위로해준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사진제공=라의 눈책은 크게 아침(Breakfast), 전채요리(Appetizers), 수프와 샐러드(Soups and Salads), 메인요리(Entrees), 곁들임 요리(Side Dishes), 디저트(Desserts), 술과 음료(Drinks)로 구성됐다. 이를테면 벤 H 윈터스는 에드거상 수상작 ‘모두의 엔딩’ 속 주인공 행크 팔라스 형사가 아침으로 종종 먹곤 했던 달걀 세 개짜리 오믈렛 레시피를 제공했다.소설 속 팔라스 형사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서머셋에서 이 음식을 먹곤 했다. 윈터스는 오믈렛에 버터를 넉넉히 바른 통버터와 뜨거운 블랙커피를 곁들이라고 조언한다. J.A 잰스가 자신의 분신같은 캐릭터 앨리 레이놀즈를 내세운 첫 소설 ‘엣지 오브 이블’에서 선보인 슈거로프 카페의 스위트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상상 속 음식이다. 잰스는 팬들의 레시피 공개 요청에 당황하다 아들 탐의 도움으로 스위트롤을 현실 속에서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슈거로프 스위트롤은 투손의 한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개 창작자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즐겨먹는 음식이 달라진다. 메리 제인 클라크의 캐릭터들은 그가 여행 중 즐겼던 키 라임 파이를 ‘모래 위의 발자국’에서 맛보고 흡족해 한다. 빌 프론지니의 무명탐정 시리즈 속 탐정이 즐겼던 이탈리아 마늘빵은 작가가 지인들을 대접하곤 했던 비장의 레시피다. 빌 프론지니는 이 레시피로 이탈리아 셰프까지 만족시켰다고 흐뭇해했다.소설을 쓰기 전 예열 과정에서 음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작가도 적지 않다. 메그 가디너가 공개한 할머니의 비스킷 킨제이 밀 오클라호마는 그가 소설 ‘섀도우 트레이서’를 쓸 때 평원에 있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 꿀을 발라먹곤 했던 음식이다.책을 엮은 코스모폴리탄 편집장 출신 케이트 화이트는 미스터리 소설을 썼던 어머니의 ‘교활한 콩딥’ 레시피를 공개했다. 열혈 워킹맘인 그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를 찾던 중 삶아서 튀긴 콩과 살사, 치즈를 오븐에 구운 초간편 요리 ‘콩딥’으로 남편과 아이들, 손님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곤 했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레시피를 통해 미스터리 소설 속 다양한 주인공들을 상기하고 그들의 음식을 활자로 음미하는 것은 또다른 호사다. 소설 속 음식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할 사진이나 삽화가 비교적 적은 것도 읽는 이의 상상력을 배가한다. 이 책은 2016년도 애거서 상 논픽션 부분, 앤서니 상 비평 부문 후보에 올라 올가을 수상을 기다리고 있다. 2만5000원.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8-26 07:00 조은별 기자

[갓 구운 책] ‘삼국지’에서 지금을 사는 길을 찾다, ‘삼국지, 인문학을 배우다’

삼국지, 인문학을 배우다/이규환 지음/지금 출판/3만2000원.(사진제공=지금)중국의 고전이자 베스트셀러이며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변주되는 전략서 ‘삼국지’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사업에 활용할만한 전략 등으로 그득하다. 새책 ‘삼국지, 인문학을 배우다’는 ‘삼국지’의 시대와 공간, 인물에 집중해 풀어냈다. 행정학을 강의하는 저자 이규환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인간 이해서이자 처세의 교본인 ‘삼국지’로 인생 항로의 나침반이 되고 싶었다”고 출간의 변을 전하기도 했다. ‘삼국지, 인문학을 배우다’는 ‘분열의 시대’와 ‘통합의 시대’라는 대주제 아래 14장으로 엮여 두권 세트로 출간됐다. 유비의 도화지계를 답습한 1980년대 등소평의 도광양회 정책 등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 역할, 그들의 관계, 그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 등을 역사의 한 사건, 내 주변의 직장상사, 이웃, 일상다반사에 빗댄다. ‘삼국지, 인문학을 배우다’는 ‘삼국지’의 이야기가 아닌 인물과 사건, 그들의 전략과 그로부터 유래한 고사성어 등 지금을 살아가는 데도 유용한 메시지에 집중한다. 2권 세트 3만20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8-26 07:00 허미선 기자

한강 '채식주의자', 독일에서도 돌풍 예고!

‘채식주의자’ 기사가 게재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홈페이지(왼쪽)와 한강 작가.(사진=한국문학번역원, 연합)지난 5월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The Booker Prize)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소식을 알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독일에서도 출간돼 돌풍을 예고했다. 24일 한국문학번역원은 이기향씨가 번역하고 카프카, 릴케,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작품을 출판한 독일 아우프바우(Aufbau)가 출간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현지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독일의 주요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올해 최고의 문학적 발견”이라고 극찬했고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채식주의자’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라는 찬사를 전했다.북독일방송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집요하게 마음을 파헤치는 소설”이라고 표현했고 주간지 ‘슈피겔’은 “카프카의 ‘변신’을 생각나게 한다”며 그 깊이를 비유했다.또한 독일의 공영방송 ‘체데에프’(ZDF)는 26일 자사의 대표 문학토론 프로그램인 ‘문학사중주’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 2009년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미국의 엠마 클라인의 작품들과 함께 다룰 예정이기도 하다.‘문학사중주’는 작품이 소개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진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8-24 18:38 허미선 기자

[베스트셀러] 드라마 'W'의 그 책,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종합 베스트셀러 2위

예스24, 교보문고 8월 3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국사 강사 설민석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여전히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스토리픽 작가 퍼엉의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예스24 차트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린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글’는 이종석·한효주 주연의 드라마 MBC ‘W’(더블유)에서 소개된 그 책이다.책 속 두 주인공의 따뜻한 모습이 일상적이고도 달달한 로맨스를 실천하는 드라마 상황과 잘 어울리면서 시청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2’는 5위를 기록했다. 교보문고에서도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1’과 ‘풀꽃도 꽃이다2’는 한 계단씩 내려가며 3위와 4위에 자리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의 대사를 모아 인생의 희망과 격려의 말로 재탄생한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은 전주보다 두 계단 올라 9위다. 이 책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도 9위다.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위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올랐다.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독자에게 사랑받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8위다.글=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인포그래픽=이해인 기자 ennlee@viva100.com

2016-08-21 11:26 김동민 기자,이해인 기자

[갓 구운 책] 유전자 재조합에 대한 합리적 사고, ‘모든 생명은 GMO다’

font color="#000000"span style="font-size: 17.3333px; line-height: 26px;"‘모든 생명은 GMO다’/최낙언 지음/예문당 출간/7800원100세 시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한 노력 중 으뜸은 단연 먹거리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재조합 생물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는 신간 ‘모든 생명은 GMO다’가 출간됐다. 이는 지난 4월 출간된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중 ‘PART 7 슈퍼박테리아와 GMO도 합리적 판단이 가능할까?: 위험 해석력의 확대 적용’을 보강해 출간한 단행본이다. 저자는 ‘맛의 원리’, ‘맛이란 무엇인가’, ‘감각 착각 환각’ 등으로 올바른 식품 정보 전달에 애쓰고 있는 최낙언이다. 당장은 GMO에 대한 위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하지만 GMO와 ‘유전자 가위’로 대변되는 GMO2.0 부작용에 대한 공포는 깊고 넓다. 이에 저자는 GMO를 유전자 현상으로 분석한다. 모든 생명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생명의 진화는 유전자 변이의 결과물이다. 이에 우리 몸 안에는 외래 유전자들이 넘쳐나지만 그들은 내 몸 안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GMO를 과학기술의 발전이 아닌 자연의 생명 진화 현상으로 바라보면 분명 이슈는 달라진다. 그 이슈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한 저자는 GMO문제를 좀더 큰틀에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막연한 걱정과 공포는 GMO보다 더한 부작용을 발발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 GMO에 대해 제대로 알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기초자료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판단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78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8-19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日전자 자존심 '샤프'의 몰락, 그 속에 숨겨진 진실

지난 12일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폭스콘)이 일본 전자업체 샤프 인수를 인수했다. 1912년 하야가와 도쿠지에 의해 만들어진 샤프는 우리가 호치키스, 대일밴드처럼 일반 명사로 쓰는 ‘샤프’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외에도 라디오, 계산기 등을 잇달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LCD(액정디스플레이) TV를 만들며 그 위상을 떨쳤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국내 기업인 삼성과 LG가 액정 TV를 개발해 샤프를 추격했고 때마침 일본 버블경제가 무너지며 내수가 침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샤프가 내건 대책은 그들이 자신 있는 액정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당시 회장이었던 마치다 가쓰히코는 액정 공장을 미에 현 가메야마 시에 공장을 건설해 회사 본연의 정체성인 제조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액정 사업이 기대했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샤프는 결국 무너졌다. 샤프의 몰락에는 경영진의 내부 갈등도 있다. 마치다 회장과 실질적인 경영을 맡은 가타야마 미키오 사장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가타야마 뒤를 이어 취임한 ‘성실한 실무자’ 오쿠다 다카시 사장은 제대로 회사를 추스르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재임 기간은 고작 1년. 경영진의 쿠데타로 사임 된 오쿠다의 시대를 샤프는 ‘불모의 1년’이라 부른다.샤프 붕괴/일본경제신문사 지음/AK커뮤니케이션즈 출판/1만2800원.(사진 제공=AK커뮤니케이션즈 출판)신간 ‘샤프 붕괴’는 일본경제신문사(닛케이)가 샤프의 몰락을 당시 벌어진 사건, 시장 상황, 미공개 에피소드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책이다. 그 속엔 겉으로 드러난 샤프의 역사가 아닌 내부 경영진의 입으로 전해진 생생한 기록들이 담겼다. 일본경제신문사는 일본의 대표 신문사 중 하나로 실제 취재를 바탕으로 책을 구성했다. 책은 샤프가 액정 사업에 전력투구하며 승승장구하던 시기부터 이야기한다. 1998년 사장으로 취임한 마치다는 커다란 브라운관 TV가 시장을 점령했을 때 평면 패널을 넣은 제품 개발을 선언했다. 주위에선 미친 짓이라고 욕했지만 성공했다. 그것이 샤프가 소니와 파나소닉을 일본 가전 시장에서 이기는 무기가 됐지만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 책의 첫장 ‘궁지에 몰린 비운의 프린스’의 주인공은 바로 가타야마 미키오 사장이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신입시절부터 남다른 성과를 낸 기술자였다. 그가 사장이 된 것은 2007년, 그의 나이 49세 때 일이다. 책은 가타야마를 중심으로 샤프가 왜 액정사업에 사운을 걸고 무슨 이유로 사업을 확장했는지 내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다. 또한 지금 샤프의 주인이 된 대만의 홍하이와 어떤 인연으로 만났고 그 협상 과정은 어떠했는지도 상세하게 전한다.일본 오사카시의 샤프 본사. (연합)샤프의 몰락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교훈을 선사한다. 샤프가 승승장구할 때 그 누구도 몰락을 상상하지 않았다. 샤프의 위기는 조용히 찾아왔고 붕괴 조짐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지금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삼성과 LG는 제2의 샤프가 될 수 있다. 삼성은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자 가까스로 갤럭시를 출시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방 전략이 다음에도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다. LG는 뒤늦게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삼성과 애플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도 못한다. 미래 산업이 아닌 현재 닥친 위기 극복에만 전념하는 삼성과 LG의 전략은 액정 사업에만 목메던 샤프와 큰 차이가 없다.샤프의 사례는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무너진 한국의 조선업도 결국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미래를 읽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그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내부 비리가 드러났다.이는 내부 경영진의 기득권 다툼과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진 샤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샤프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기업이 샤프가 침몰당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한다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경영을 해나가야 할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만2800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8-19 07:00 김동민 기자

[갓 구운 책] 아버지 없는 세상, 텔레마코스처럼 살아라!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마시모 레칼카티 지음/책세상 출판/1만5000원. (사진 제공=책세상 출판)신간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은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아들의 이야기다.책은 부모와 자식, 세대와 세대,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읽고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저자 마시모 레칼카티는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들이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경계하는 감정)’를 재구성한다.책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나르키소스 콤플렉스라는 현대 정신분석학의 기초 개념을 무너트리면서 아버지가 없는 현대사회에 적용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그래서 저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오이디푸스를 대신할 이 시대의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텔레마코스는 전쟁터로 떠난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20년 동안 기다린다. 아버지를 만난 후에는 그때까지 어머니를 빼앗으려던 난봉꾼들을 함께 제압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비롯한 타자와의 유대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책은 독자에게 아버지가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선물한다. 1만5000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6-08-19 07:00 김동민 기자

[비바100] 이런 유럽 본 적 있어? 그냥 여행 아닌 마이 리얼 트립의 생생한 여정, ‘마이 리얼 유럽’

여행책은 많다. 유럽 여행서도 많다. 유럽 도시 곳곳은 다양한 콘셉트와 테마로 묶여 서점의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또 한권의 유럽여행서 ‘마이 리얼 유럽’이 출간됐다. 여행자와 현지 가이드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마이 리얼 트립’과 여기에 속한 유럽 현지 가이드 31명이 꾸린 여행서다. 마이 리얼 트립은 2012년 출범한 여행 스타트업으로 전세계 220개 도시, 현지가이드 750여명이 제안하는 2700개 이상의 여행상품이 서비스된다.피렌체 미켈란젤로.(사진제공=한빛라이프)마이 리얼 트립 여행의 특징은 건축가, 미술가, 파티스리,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지 전문가들이 가이드로 활동한다는 데 있다. 이들의 제안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목적대로 코스 짜기가 가능하며 도시 곳곳의 숨은 명소를 만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지음/한빛라이프 출간/1만5800원(사진제공=한빛라이프)책은 현지 가이드의 추천 멘트를 담은 각 도시의 풍경사진으로 시작부터 눈길을 끈다. 도시의 풍경은 아름다운가 하면 소박하고 신비로운가 하면 편안하기도 하다. 책은 핫 플레이스부터 건축, 예술, 음식, 휴식처, 쇼핑까지 6개 테마로 들여다 보는 유럽 9개국, 20개 도시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겼다.   베를린의 중심부 ‘미테’, 예술가와 힙스터의 거리 크로이츠베르크, 유럽에서 술집이 가장 많은 동네 프라하의 자슈코프, 영화 ‘아멜리에’의 배경이 된 파리의 생 마르탱 운하 등 유럽의 핫 플레이스가 첫 장에 담겼다.  2장은 현지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건축물 순례를 제안한다. 잘 알려진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부터 잿더미에서 미래도시로 부활한 로테르담 블라크 지구, 지속 가능한 개발의 예를 보여주는 프라이부르크의 보봉 마을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역시 여행의 묘미는 식도락이다. 4장에는 시원한 맥주 한잔, 그윽한 커피 한잔, 고소한 베이커리 한입, 깊은 와인 한 모금 등으로 현지인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정보로 그득하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프랑스 콜마르의 이기셰임, 소박한 현지 정찬을 맛볼 수 있는 리옹의 부숑 리오네, 진짜 이탈리아인처럼 저녁간식을 향유할 수 있는 토리노 아페리티보 등을 소개하고 있다.보스포러스 유람선(사진제공=한빛라이프)각 추천 존은 현지인의 추천사로 시작하며 신뢰를 더하고 해시태그와 접근 경로로 편리함을 제공한다. 바르셀로나의 그라시아 축제, 런던의 브릭레인 시장, 프라하의 이태원 지슈코프의 이르자크 파머스 마켓, 프랑스 파리 프로 드 라 가르 근처의 레 독스, 체코의 무하 박물관, 베를린의 달콤한 디저트 카페 미스터 민쉬 등 스페셜 존은 따로 박스처리해 특화했다.바르셀로나 그라시아 축제.(사진제공=한빛라이프)테마 별로 정리된 책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시원시원한 사진으로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여행의 목적이 확실한 이들에게는 유용한 테마별 추천 구성이 한 도시, 한 나라에서 모든 것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찾아보기 번거롭다는 것이다. 나라별 도시별 핫 플레이스 모음과 인덱스가 따로 정리됐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에도 그 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유럽의 구석구석은 분명 흥미롭다. 1만58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6-08-12 07:00 허미선 기자

[베스트셀러]'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종합 베스트셀러 1위

한국사 강사 설민석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지난주보다 두 단계 오르며 예스24 8월 1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저자의 ‘설민석의 무도 한국사 특강’도 순위에서 10위의 자리를 지키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주간 1위를 차지했던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1’은 한 계단 내려가며 2위에 올랐다. ‘풀꽃도 꽃이다 2’는 4위를 기록했고 그 사이 3위는 빅데이터로 꼭 알아야 할 영단어 우선순위를 정리한 ‘BIGVOCA core 빅보카 코어’가 자리했다.성적 향상을 위해 공부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지난주보다 세 계단 내려서며 8위에 머물렀다. CEO 박도봉과 인문주의자 김종록이 부와 성공을 만들어내는 인생의 지혜와 기회를 알려주는 ‘CEO박도봉의 현장 인문학’은 열 계단 오르며 9위로 진입했다.교보문고에서 1위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풀꽃도 꽃이다1’가 이었다. 4위는 전승환의 에세이 ‘나에게 고맙다’다. 잠시 순위권 밖에 머물렀던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지난주보다 세 계단 순위가 오르며 10위에 올랐다.글=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인포그래픽=이해인 기자 ennlee@viva100.com

2016-08-07 11:17 김동민 기자,이해인 기자

[비바100] 니들이 우정을 알아? 세상을 움직인 ‘여자들의 우정’

4명의 여자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우정의 결정체. 인기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 시티’의 한장면.(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여자들이 그렇지 뭐….”이 비하적인 발언에 발끈하다가도 ‘우정’의 교집합에서는 암묵적인 침묵이 존재했다. 대통령이 여자인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유리천장의 두께와 불평등한 시선은 여전히 굳건하기만 하다. 몇 세기 전만 해도 여자의 우정이라는 개념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여성은 우정에 체질적으로 부적합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 바탕에는 우정이라는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정적·지적 깊이는 남성에게만 있다는 논리가 있었다.‘여성의 메릴린 옐롬·테리사 도너번 브라운 지음/정지인 옮김/책과함께/424쪽/1만 9500원유명 젠더 학자인 메릴린 옐롬의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는 남성 중심의 역사 이면에 가려져 있던 여성 우정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다.  책은 그간 폄훼돼온 이 찬란한 감정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공저자 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은 역사와 문학, 철학, 종교와 대중문화를 통해 여성의 우정이 인류 역사를 결정한 결정적 사건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재미있게 추려냈다.이들이 보여주는 여성의 우정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적 에피소드들은 다양하다.최초의 독서클럽이었던 문학 살롱, 일하는 여성의 등장, 가십이라는 현상, 아웃소싱 우정 등 다양한 흐름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생기 넘치며 유익한 정보와 풍성한 디테일이 가득한 이 책은 여성과 여성, 나아가 여성과 남성의 우정까지 생생하게 조명함으로써 ‘우정의 역사’를 온전히 그려낸 문화사다.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점이다.로마 시대에는 집 밖으로 나가 이웃을 방문하는 시간마저 제한되어 있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책 속에서 “오히려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어 있던 그들에게 우정 혹은 유대를 더욱 돈독하고 절실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히고 있다. 여중 혹은 여고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우정의 연대기가 수녀원에서 시작됐음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수녀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때까지 여자들이 오랜 세월 묶여 있던 가정에서 해방된 존재이기도 했다.게다가 성직자라는 비교적 높은 신분과 학식을 쌓을 기회도 있었다.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수녀들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들 덕에 우리는 그 옛날 그들 사이에 오갔던 우정의 여러 가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책이다.하지만 남성들이 읽는다면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을 지침서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각 시대의 환경과 인식에 따라 변하는 우정의 성격은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다. 문학이 꽃 피고 학문이 무르익던 17세기 영국의 문학 서클과 프랑스 살롱의 중심이 여성들이란 점을 기억해 보자.본문에서는 어린 여학생들부터 성인 여성들까지 서로에게 이성애 못지않은 애착과 열정을 표현하던 ‘로맨틱한 우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려된 시대를 보여준다. 이 시기는 여성이 문화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이끌어가기 시작한 일대 전환점이었는데, 여기에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여자들의 우정이었다.최근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자로 지목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동성간의 지지와 연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미 19세기 도시에서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여성들, 중산층 여성들, 흑인 여성들까지 저마다 다양한 단체를 조직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연대했다. 여성참정권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수전 B. 앤서니와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의 일생에 걸쳐 변치 않은 깊은 우정은 공통의 대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여성들 간의 연대, 즉 자매애(Sisterhood)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이 자매애의 가치는 그 이후 세대 페미니스트들에게서 모든 여성을 포괄하는 하나의 이상이자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트너이자 퍼스트 레이디로 불렸던 엘리너 루스벨트.엘리너 루스벨트가 영부인으로서 정치적 거물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인생의 각 단계마다 곁에서 이끌어주고 후원해주고 희로애락을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이 책은 과거의 이야기만 나열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에 소개되는 현재 우정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다.바쁜 생활을 꾸려가는 와중에 SNS를 통해 유지하는 친구 관계는 물론 오히려 인터넷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방법도 나온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서서히 늘고 있는 공동 주거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사회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는 그 어떤 여성학적인 인문책과 심리학 보다 재미있고 알찬 살아있는 필독서다. 1만 9500원.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8-05 07:00 이희승 기자

[갓구운책] 묘한 어울림 '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지식여행 출간/1만3000원.(사진제공= 도서출판 지식여행)당장에라도 목욕탕에서 나와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다.요즘 같은 폭염에 사우나라니 숨이 턱턱 막히지만 ‘낮의 목욕탕과 술’을 읽노라면 어느 순간 동네 목욕탕에 슬리퍼를 끌고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이 책에는 실제로 도쿄 도내에 자리한 목욕탕과 술집 열곳이 등장한다. 1863년에 문을 연 역사적인 목욕탕부터 ‘목욕탕 록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곳까지. 가깝지만 먼 나라의 목욕탕과 술, 안주에 관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국내 독자에게는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로 알려진 구스미 마사유키는 사실 인기 작가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특유의 맛깔나는 문장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동급의 인기를 누리는 작가다. ‘목욕탕’과 ‘낮술’의 절묘한 조합은 온 몸 세포 하나하나가 ‘맥주’를 외치게끔 만든다. 저자는 “나는 지금, 온몸으로 맥주를 받아들이고 영혼을 다 바쳐서 맞아들인다. 사랑, 그런 느낌이다”라는 문장으로 몸안에 죽어있던 연애세포까지 자극한다. 특히 내장구이, 메밀국수, 라면, 꼬치 등 다양한 안주의 향연은 한번쯤 일본을 방문했던 독자들의 추억까지 아우른다. 1만3000원.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2016-08-05 07:00 이희승 기자

[비바100] ‘여성혐오’ 근원을 찾아서…‘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여혐’의 시대라고 말한다. 사회 전반에 내재된 여성혐오가 이제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 사건은 그 시작이었다. ‘일간베스트’의 여성혐오(이하 여혐) 발언을 미러링한 메갈리아 논란은 엉뚱하게 하위문화인 웹툰 사이트로 불똥이 튀었다. 게임업체 넥슨이 배급한 ‘클로저스’의 성우 김자연씨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 남성네티즌들의 포화를 맞아 교체된 게 문제였다. 이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한 작가가 김씨를 옹호하며 다시금 ‘여혐’, ‘남성혐오’(이하 남혐) 문제로 온라인이 들끓었다. 정치권도 입을 열었다. 정의당이 이 사태에 대해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김씨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동양북스 출간/1민4500원(사진제공=동양북스)여혐에서 시작된 남녀의 논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신간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는 군대를 비롯해 남성다움을 강요당하는 이 땅의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시각에 메스를 들이댔다. 강남역 살해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면서도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를 남기며 ‘남자는 여자를 지켜주는 강자이고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에 시달리는 남자, ‘모든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라’는 시위를 하는 남자,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침을 튀기며 고생담에 치를 떨면서도 “그래도 남자란 모름지기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자, 예전처럼 열심히 가장으로서 일해도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며 하소연하는 남자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남성들의 모습과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뿌리 깊은 ‘여혐’의 근원을 파헤친다. 저자는 남성들의 주장대로 여성이 설치는 세상이라고 보기에 우리나라 여성 인권이 세계 최하위수준이라고 지적한다.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평등지수는 0.651로 OECD국가 중 꼴찌다. 뿐만 아니라 조사 대상 국가 145개국 중 115위인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현실과 달리 왜 남성들은 ‘여혐’에 빠져 들게 된 것일까. 책에서는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와 학교 교육, 남성 위주의 생계 부양을 꼽았다.권위와 경쟁에 절어있는 학교교육, 폭력, 명령, 복종만이 절대 진리인 군대를 거치면서 남성은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을 점차 상실한다. 하지만 가장이 생계를 책임졌던 가부장적인 과거와 달리 사회는 점차 저성장모델로 변해가고 있다. 남자가 출근하고 아내가 배웅하던 시대로 남자의 가치가 되돌아갈리 만무하다. 저자는 결국 여혐이란 한국사회의 이상한 ‘남자다움’을 맹목적으로 강요받던 누군가가 ‘여자다움’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만을 느끼는 ‘인간다움’을 넘어선 행위라고 정의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회구조적 현상이 일베나 소라넷처럼 약자를 공격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사회학자 오찬호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출산이다. 저자는 의사를 불신한 나머지 제왕절개를 해야 했던 아내에게 자연분만을 강요하고 40시간의 출산과정을 함께하며 느꼈던 경험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했다.그러나 인터넷 매체가 저자의 글에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는 제목을 달아 포털사이트에 송고한 게 문제였다. 군필자들의 댓글 융단폭격을 겪으며 군대로 대변되는 한국형 마초들의 세계를 마주하고 톺아보기 시작한 저자의 시각은 상당히 신선하고 객관적이다.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현상을 다룬 만큼 공감력과 흡입력, 생생한 현장감이 남다르다. 비판의 대상인 남성들의 세계관에 저자 자신을 포함시키는 성숙한 애티튜드도 돋보인다. 1만4500원.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2016-07-29 07:00 조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