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old books'의 서점가 급습

13일 개봉한 영화 ‘안녕 헤이즐’(왼쪽)과 원작 소설.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호흡기를 생명줄처럼 차고 있는 말기암 환자 헤이즐가 골육(뼈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병)을 앓고 있는 어거스터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추석 개봉 예정인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과 원작 소설.17살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선천성 조로증으로 17살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아들의 가족 드라마.20일 개봉하는 기억전달자와 원작 소설전쟁, 차별, 가난, 고통 없이 모두가 행복한 완벽한 시스템을 탈출해 기억, 감정, 선택의 자유를 찾아나선 ‘기억전달자’의 위험한 여정을 SF 대작.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가에서 원작 소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명량’의 인기몰이를 타고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가 오랜만에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톱 10안에 자리했다.또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은 미국의 젊은 스타 작가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다. 책은 국내에서 개봉이 결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2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지금은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 중이다.강동원과 송혜교. 두 명의 스타 배우에 가려져있지만 동명의 ‘두근두근 내 인생‘ 원작 소설의 인기를 잊어선 안된다. 김애란 작가가 쓴 책은 2011년 출판 직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은 책이다. 현재 소설 부문 3위다.관계자들로부터 가장 창의적인 SF영화라 평가 받는 ‘더 기버’의 원작 소설은 미국의 로이스 로우리가 쓴 ‘기억전달자’다. 이 책은 전 세계 1천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수퍼 베스트셀러다. 아직 한국에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다음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8월 2주차 소설 부문 판매량 순위다.1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위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3위 두근 두근 내 인생4위 칼의 노래5위 무의미의 축제6위 불륜7위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98위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9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10위 문제아들이 이세계에서 온다는 모양인데요? 9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8-15 15:35 김동민 기자

[신간]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 아랍권 주요 작가인 타예브 살리흐 대표작의 국내 첫 번역본. 소설속 화자는 수단 나일강둑에 위치한 고향으로 시 공부를 위한 7년간의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다. 어느날 영어로 시를 읊는 낯선 중년 남자를 만나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후 그가 알게 된 그 무스타파의 이력은 사뭇 충격적이다.하르툼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읜 무스타파는 학생 시절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카이로 유학에 이어 영국 런던까지 진출한다. 영리한 무스타파는 뭇 여성들의 호기심과 동정심, 동경을 이용해 이들과 화려한 여성 편력을 이어가지만, 그 끝은 하나같이 비극적이어서 두 처녀를 자살하게 만들고 한 유부녀를 파멸로 이끌었으며, 스스로 아내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작가는 무스타파의 비극을 통해 식민주의적 정복의 전복을 꾀했지만, 검은 백인으로서 허위의식을 끝내 벗어던지지 못했던 자의식을 다룬다. 이는 베니스에서 권력의 핵심에 이르렀지만, 결국 진정한 검은 백인은 되지 못했던 오셀로의 비극과도 같다.이 작품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등과도 종종 비교된다.이상숙 옮김. 아시아. 200쪽. 1만2천원.▲ 대프니 듀 모리에 = 20세기 중반 서스펜스물의 거장으로 불린 여류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대표작 9편을 모은 단편 모음선.앨프리드 히치콕의 ‘레베카’, 니컬러스 뢰그가 연출한 ‘지금 쳐다보지 마’ 등이 그녀의 원작에 기반했다.듀 모리에 서스펜스의 특징은 정교한 내러티브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수께끼의 두 자매를 바라보는 한 평범한 남자가 스스로 이성의 분별을 유지하지 못한 채 악몽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되는 ‘지금 쳐다보지 마’, 눈 수술을 받은 환자 시력이 원상회복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푸른 렌즈’ 등 작가가 쳐놓은 그물망에 빠지는 독자들은 숨 가쁜 가위눌림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이상원 옮김. 현대문학. 380쪽. 1만2천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31 09:13 김동민 기자

[신간] 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군주론 이펙트

▲ 마키아벨리, 시민정치의 오래된 미래 = 박홍규 지음.고흐, 고야, 카프카, 니체 등 다양한 인물의 평전을 집필해 온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쓴 마키아벨리 평전이다. 마키아벨리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시민정치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관점에서 그의 사상과 생애를 조명했다.16세기 도시국가 피렌체와 군주제라는 시대적 제약 속에서 이뤄진 사유이긴 하지만, 결국 자유로운 시민의 자치를 군주제의 틀 안에서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현실주의적 이상주의’로 평가한다.이런 시각에서 저자는 마키아벨리즘을 ‘협잡이나 기회주의의 합리화’ 정도로만 해석해 현실에 적용하는 오늘날 한국 정치권의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을 비판한다. 그들이 전범으로 삼는 것은 마키아벨리의 진심이 아니었으며, 그가 꿈꾼 이상적 정치의 핵심은 자유롭고 용기있는 시민의 정치참여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필맥. 412쪽. 1만4천원.▲ 군주론 이펙트 = 필립 보빗 지음. 이종인 옮김.마키아벨리를 ‘근대국가’라는 새로운 정체(政體)의 탄생을 내다본 인물로 해석한 책이다. 영국 출판사 애틀랜틱북스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명저 10권을 선정해 소개하는 ‘10 그레이트 이펙트’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저자는 백악관, 국무부, 국가안보위원회 등에서 고위직을 역임하고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를 모두 경험했다.저자는 그간 연구자들이 마키아벨리의 저작에서 일부 문장만을 발췌, 자신들의 관점에 맞춰 그를 해석했다고 지적하면서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를 연계해 마키아벨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그는 ‘군주론’이 통념과 달리 처세술 교과서가 아니며, 혼란기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역량을 지닌 새로운 군주에게 필요한 측면을 제시한 책이라고 주장한다.아울러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정체는 먼저 강력한 군주가 국가를 건설하고, 이어 그 국가의 권력을 공화정에 이양하는 것이었으므로 군주의 힘을 강조한 ‘군주론’과 공화정을 옹호한 ‘로마사 논고’는 모순되는 저작이 아니라고 설명한다.세종서적. 328쪽. 1만5천원.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2014-07-31 09:11 김동민 기자

생수와 감자튀김의 소비, 이대로 괜찮을까

조선시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원래 모두의 것이었던’ 물은 시대가 바뀌면서 어느새 ‘천연 암반수’, ‘빙하수’ 등의 탈을 쓰고 상품으로 둔갑했다. 지난 20여년간 전세계적으로 생수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남미 등지에서는 거대 자본이 한정된 수자원을 확보한 뒤 물을 팔아 돈을 벌고 있고, 선진국 등에선 생수가 ‘건강한 선택’이라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이처럼 생수 소비의 증가는 빈부를 막론한다. 그렇다고 해서 생수가 이들 모두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음용수를 공급하는 방식일까. 생수는 수돗물보다 안전할까.흔히 환경 파괴를 생각하면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살 곳을 잃는 북극곰, 참치잡이 그물에 걸려 울부짖는 돌고래 등의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생수와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 참치캔 등에서 환경 파괴를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폴 로빈스 미국 위스콘신대 넬슨환경연구소장 등이 낸 신간 ‘환경 퍼즐’은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어 관심을 두지 못했던(혹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에 눈을 돌린다.이를테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프렌치프라이의 대부분은 19세기 루터 버뱅크가 개발한 품종인 적갈색 버뱅크 감자로 만들어진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전세계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사람 대다수가 패스트푸드점에 납품할 목적으로 오직 적갈색 버뱅크 감자만 재배한다는 의미다.19세기 중엽 감자를 주식으로 먹던 아일랜드에서 감자 마름병으로 100만명이 굶어 죽은 사건을 떠올린다면 이런 ‘종의 단순화’는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책은 이처럼 환경 파괴에 대한 막연한 감상과 환경 보호에 대한 낭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냉정하게 환경과 인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권상철·박경환 옮김. 한울아카데미. 419쪽. 4만9천500원. (연합)

2014-07-31 09:11 연합뉴스 기자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 '안중근, 아베를 쏘다' 출간

“역사적 인물 안중근이 회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쏠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최근 역사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이 이번엔 역사와 판타지를 결합한 ‘안중근, 아베를 쏘다’(열림원)로 독자들과 만난다.김 씨는 30일 연합뉴스에 “애초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10월 26일에 즈음해 출간할 계획이었으나 출판사와 협의를 통해 광복절을 앞두고 출간하는 것으로 앞당기게 되었다”며 “짧은 시간 내에 책을 마무리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그간 중국 체류시 고증과 역사 연구를 충실히 해온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소설은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역사 이야기를 다룬 1,2부, 안중근이 아베 총리를 사살하는 허구적 상상력을 가미한 3부로 구성된다.저자는 소설을 쓰기 위해 지난 3년간 중국에 체류하면서 역사 연구에 천착해왔다. 안중근이 거사 후 뤼순 감옥에서 쓴 ‘안중근 자서전’, 수사와 재판 당시 신문과 공판 기록을 꼼꼼히 살펴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김 씨는 “소설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었던 건 안중근이 영웅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영웅 이전에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식민지 하의 아픔 속에서 겪었던 그의 고뇌와 좌충우돌을 담아냈다.일본 현직 총리를 직접 겨냥해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소설의 내용은 최근 일본 정부의 우경화 경향에 따른 한일간 외교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김 씨는 “평범한 사람이 그 같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며 “경고가 아닌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연합)

2014-07-30 13:59 연합뉴스 기자

[신간]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사랑할 것

▲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 강신주 지음.‘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강신주가 각각 2003년과 2004년에 출간한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과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을 1권으로 묶은 책이다. 장자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철학적 출발점을 볼 수 있다.저자는 동양철학계에서 흔히 노자와 장자를 묶어 ‘노장사상’ 또는 ‘도가사상’으로 부르는 시각이 틀렸다며 이런 범주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책에 따르면 노자는 오직 군주에게만 통용될 수 있는 논리를 말하는 국가주의 철학을 편 인물이며, 반면 장자는 험난한 시대를 사는 개인의 단독적 삶과 소통을 모색한 철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서로 상반된 입장을 띤다.저자는 무엇보다 도(道)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이 매우 다르다고 강조한다. “도가 만물을 낳는다”는 노자의 도는 주체와 별개로 ‘미리 존재하는 것’이어서 우리가 사유를 통해 찾아야 하는 대상이다.반면 장자의 도는 그처럼 미리 규정된 것을 주체가 학습하고 내면화하는 개념이 아니라 주체가 ‘걸어감’으로써 사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장자의 관점에서는 주체와 무관하게 설정된 도나 ‘사물’ 개념은 독단적 주장일 뿐이다.2003년과 2004년 출간된 두 책은 학계의 상당한 반발을 불렀다. 저자는 “인간의 자유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당당히 걸어간다면 나는 장자의 계승자가 될 것”이라며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 나는 장자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다”고 말한다.오월의봄. 648쪽. 2만9천원.▲ 사랑할 것 =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한국 국적의 재일(在日) 정치학자인 강상중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학장의 칼럼집이다. 아사히신문사에서 발간하는 잡지 ‘아에라’(AERA)에 2007년 8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연재한 칼럼 ‘사랑의 작법’을 모아 엮었다.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사회 속에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 우울증 등을 화두삼아 ‘사랑’의 중요성을 담담한 어투로 풀어냈다.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함으로써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면 그 바탕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지나온 삶에 대한 개인적 성찰부터 일본 정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한국의 분단과 정치 현실 등에 대한 재일 한국인의 시각이 담긴 글이 6개 주제로 구성돼 엮였다. 소설가 이츠키 히로유키와 ‘우울한 시대’에 관해 나눈 대담도 수록됐다.지식의숲. 280쪽 1만3천800원.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4-07-29 16:00 허미선 기자

[신간] 무의미의 축제·헤르만 헤세의 사랑

▲ 무의미의 축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향수’ 이후 14년만에 내놓는 신작.작가는 농담과 거짓말, 의미와 무의미, 일상과 축제의 경계에서 삶과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한층 원숙한 시선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잘 것 없는 것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새로운 에로티시즘의 시대를 여는 배꼽, 아무런 이유도 없고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는 거짓말에 기뻐지는 마음. 농담을 거짓말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세태. 모두가 모인 파티에서 아무런 무게도 의미도 없이 천장을 떠도는 천사의 깃털. 인간적 고통을 안겨주는 칼리닌의 방광 등. 작가는 소설 속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방미경 옮김. 민음사. 152쪽. 1만3천원.▲ 헤르만 헤세의 사랑‘데미안’과 ‘싯다르타’의 작가 헤르만 헤세. 그 헤세가 사랑했던 여인들은 어떠한 이들이었을까? 공개되지 않았던 편지, 문서들을 통해 헤세가 사랑한 여인들을 말한다.사진작가였던 마리아 베르누이, 성악가였던 루트 벵거, 미술사학자였던 니논 돌빈. 헤세는 세 여인을 사랑했고, 그들과 결혼했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의 끝은 행복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헤세와의 사랑을 지우고 싶어 했다.“우리가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보금자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중략) 시간이 흐르면서 내면적 원인뿐 아니라 외부적 원인도 우리의 불행을 재촉했다.”(헤세. 127쪽)프리랜서 언론인인 베르벨 레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헤세의 문학적 천재 이면을 파헤친다. 재능과 성취, 조화로운 삶은 별개일 수 있다.김이섭 옮김. 자음과모음. 564쪽. 1만7천500원.박길명 기자 ghost@viva100.com

2014-07-28 15:14 박길명 기자

장하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징후 곳곳에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사태가 다시 한 번 올 수 있다면서 지나친 외부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28일 말했다.장 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타이밍이나 정확한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한번 올 징후가 곳곳에 존재한다”며 이같이 전망했다.그는 위기 요인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고 그보다는 덜하지만 영국 주식시장에도 거품이 많다”며 “중국은 자본통제가 돼 있어 그렇지 내부적으로는 부실기관이나 정부가 통제 못하는 펀드 등 불안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지금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서유럽 간 갈등이 있는데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다든가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나 석유 수출을 안 하겠다고 하면 유럽 경제가 박살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굉장히 민감해서 어느 한두 가지 일로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장 교수는 한국 정부 차원의 위기 대응책에 대해 “과도한 외부자본 유·출입을 막아야 한다”며 “거품으로 경기를 살려보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런 분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이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부동산 대출규제 등에서 다른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더 악화한 상태에서 위기를 만나면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Prospect)가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 50인’에 뽑히기도 한 장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그나마 있던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정부로부터 비롯한 문제라고 본다”고 지적했다.그는 “안전 문제뿐 아니라 금융규제도 마찬가지”라며 “금융위기가 일어나 실업자가 나오고 생계가 곤란해지고 자살자가 발생해도 규제완화를 잘못해서 사람이 죽는 것이다.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경제적 안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최근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고자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돈을 돌게 하자는 정책 취지와 달리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돈이 흘러갈 텐데 배당을 늘린다고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면서 “제조업체가 현금을 쌓아두든 배당받은 부자들이 현금을 틀어쥐든 똑같을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장 교수는 신간 ‘경제학 강의’에 대해 “경제학 입문서 성격이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해 독자를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자본주의 역사, 경제학의 정의, 여러 학파 간 논쟁 등 복잡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도 많이 소개했다”고 밝혔다.그는 “내가 마치 주류경제학을 무조건 틀렸다고 하고 신고전파는 다 틀렸다고 말하는 학자로 오해받는데 그렇지 않다”며 “나는 정말 솔직히 아무 학파도 아니며, 모든 이론에 장단점이 있고 관심을 둔 주제가 달라서 모든 학파를 다 배워야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라고 덧붙였다.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대중서와 학술서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제학 저서를 내 뮈르달상, 레온티예프상 등을 받았으며 세계적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4-07-28 15:13 허미선 기자

명량해전 앞둔 조선 수군 "밤낮 눈물로 배 만들어"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발발한 1597년 초, 충청·전라·경상도 3개 지역의 수군을 지휘하던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李舜臣)이 투옥됐다. 그를 견제하려던 일본의 계책에 조선 조정이 말려든 결과였다.이순신이 도원수 권율 휘하에서 백의종군하는 동안 삼도 수군을 책임진 이는 원균(元均)이었다. 원균은 그해 음력 7월 칠천량(漆川梁·경남 거제)해전에서 왜군에 크게 패해 전선(戰船)을 비롯한 전력을 대부분 잃고 자신도 전사했다.선조는 당시 상황을 ‘수군 전군 대패’로 인식했을 만큼 큰 위기를 느꼈다. 그는 충청도와 전라도에 남은 배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끌어모아 전열을 다시 갖추라고 황급히 지시했다. 이순신이 통제사로 복귀하면서 받은 임무였다.그해 9월 이순신이 전선 13척으로 일본 수군 133척을 맞아 승리한 명량(鳴梁·전남 진도)해전의 배경이다. 칠천량 패전으로 전력 손실이 워낙 컸던 탓에 당시 조정의 관심사는 ‘각 도에 남은 배가 얼마나 수습되느냐’에 집중돼 있었다.당시 군 지휘관 체찰부사(體察副使)였던 월탄(月灘) 한효순(韓孝純, 1543~1621)은 조정과 전장에 엄습한 위기감을 이렇게 기록했다.‘그해 여름 사이에 수군이 싸움에서 패하고 군사들이 궤멸했다. 주상께서 애통해하며 ’한산도 수군의 일이 일시에 무너지고 전선이 1척도 없으니 경이 급히 30척을 만들어 수군을 도우라‘고 하명하셨다. 명을 받은 이후 밤낮으로 눈물을 흘리며 주야를 가리지 않고 배를 만들어 변산 지역의 배 태반을 입수했다.’한효순의 후손들이 1864년 펴낸 월탄연보(月灘年譜)에 수록된 글이다. 월탄연보는 한효순이 직접 쓴 글과 이후 다른 이들이 그의 입장을 옹호한 글을 모은 책이다. 임진왜란 때 지휘관으로 활약했고, 이순신을 돕던 인물이어서 당시 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글이 일부 포함돼 있다.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월탄연보는 그간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순신 연구자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이 임진왜란 관련 기록을 모으던 중 월탄연보에 실린 임진왜란 관련 글을 발굴했다.노 소장은 “한효순의 정유년 기록은 칠천량해전 패배 이후 선조를 비롯한 조정 전체가 상당한 위기감을 느껴 급히 전선 확보를 주문하고, 일선에서도 그만큼 막중하게 상황을 받아들인 당시 분위기를 전해 주는 글”이라고 말했다.명량해전에 투입된 전선은 앞서 칠천량해전에서 경상우수사 배설(裵楔)이 이끌고 도망친 배들이었을 터이므로 한효순이 확보한 배가 명량해전에 바로 쓰이지는 않았을 듯하다. 그러나 한효순은 전부터 이미 전선 건조 업무를 맡고 있었다.‘정유년 봄 통제사 이순신과 전라좌수영에서 만나 수군의 일을 상의해 전선 23척을 여러 섬에서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군관을 보내 기한을 정해 일을 감독한 지 몇 달 만에 마치고 연이어 한산도에 전선을 보냈다.’(월탄연보 중 정유년 기록)수군을 잘 알았던 한효순은 한산도 수군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관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병신(丙申)년(1596년) 월탄연보의 기록이다.‘내가 한산도를 왕래한 뜻은 오로지 수군의 일에 있었으니, 격군과 병졸보다 먼저인 것이 없고 식량 공급보다 중요한 일이 없으며 무기보다 긴요한 것이 없습니다. 한산도에 있을 때 통제사(이순신)와 이미 상의하며 다스려 온 부분입니다.’노 소장은 월탄연보에 실린 한효순의 정유년 기록을 최근 출간한 ‘증보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에도 부록으로 소개했다.‘증보 교감완역 난중일기’는 노 소장이 2010년 펴낸 난중일기 교감완역본에 북한 국어학자 홍기문(1903~1992)의 최초 한글 번역본 난중일기를 반영하는 등 내용을 보완하고 다시 번역해 내놓은 최종 완역본이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4-07-28 14:10 허미선 기자

동화작가가 엮은 뉴질랜드 6·25 참전 용사 이야기

동화작가 선안나(여) 씨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귀한 희생의 의미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사 교양서를 최근 출간했다.선 씨는 지난해 뉴질랜드에 있는 한뉴문화원이 펴낸 참전 용사들의 수필집 ‘Never Forgotten War’(잊히지 않는 전쟁)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읽기 쉽게 고쳐 ‘뉴질랜드 참전 용사들의 한국전쟁 이야기’(상상스쿨 간, 132쪽)란 제목으로 펴냈다.참전 용사들이 찍은 생생한 사진도 볼 수 있다. 여기에 화가 조현숙 씨가 실사(實寫)를 활용한 콜라주 스타일의 그림을 곁들여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쟁 소재의 책을 한결 따뜻하고 밝게 만들었다.선 씨는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참전 용사들이 쓴 글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손질했다”면서 “책을 통해 아이들이 생생한 현대사를 배우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은 다른 나라의 전쟁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옛날이야기가 됐어요. 엄연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을 가르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인 뉴질랜드 참전 용사들의 진솔한 한국전쟁 경험담을 좇아가다 보면 교과서에서 읽었던 한국전쟁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 전해 주는 가슴 아픈 희생과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교훈으로서 한국전쟁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이 책에는 뉴질랜드 병사들의 잊지 못할 전쟁 체험이 기록돼 있다. 종군기자였던 이언 매클리는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데이비드 매너링은 1952년부터 1년 동안 겪은 전투 기록을 상세하게 남겼다.전쟁에서 동생을 잃은 형의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17세 나이에 형 존과 함께 참전한 밥 마르치오니는 1951년 8월 25일 격전 중에 북한 땅에서 전사했다. 뉴질랜드 해군은 당시 북한군의 맹추격에 밀려 미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시신을 찾으려고 애썼으나 결국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선 씨는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함께 싸웠던 참전 용사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그 어떤 지식이나 정보보다 꼭 알아야 할 우리의 현대사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일깨워 줄 것”이라고 밝혔다.책은 참전 용사들이 한국전쟁 중에 겪은 사연만 담은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전개됐으며, 어떤 나라들이 참전했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또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도 소개한다.초등역사교사모임의 조희정 교사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균형 있게 보완했다.울산 출신인 선 씨는 1990년 새벗문학상과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동화작가로 데뷔했고 동화책 ‘떡갈나무 목욕탕’, ‘삼거리 점방’ 등을 펴냈다. 단국대 초빙 교수와 성신여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잠들지 못하는 뼈’를 시작으로 현대사를 어린이·청소년 문학으로 풀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동민기자 bridgenews@viva100.com

2014-07-25 14:28 김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