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07-31 09:13 수정일 2014-10-15 15:37 발행일 2014-07-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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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 아랍권 주요 작가인 타예브 살리흐 대표작의 국내 첫 번역본.

소설속 화자는 수단 나일강둑에 위치한 고향으로 시 공부를 위한 7년간의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다. 어느날 영어로 시를 읊는 낯선 중년 남자를 만나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후 그가 알게 된 그 무스타파의 이력은 사뭇 충격적이다.

하르툼에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읜 무스타파는 학생 시절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카이로 유학에 이어 영국 런던까지 진출한다. 영리한 무스타파는 뭇 여성들의 호기심과 동정심, 동경을 이용해 이들과 화려한 여성 편력을 이어가지만, 그 끝은 하나같이 비극적이어서 두 처녀를 자살하게 만들고 한 유부녀를 파멸로 이끌었으며, 스스로 아내를 살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작가는 무스타파의 비극을 통해 식민주의적 정복의 전복을 꾀했지만, 검은 백인으로서 허위의식을 끝내 벗어던지지 못했던 자의식을 다룬다. 이는 베니스에서 권력의 핵심에 이르렀지만, 결국 진정한 검은 백인은 되지 못했던 오셀로의 비극과도 같다.

이 작품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 등과도 종종 비교된다.

이상숙 옮김. 아시아. 200쪽. 1만2천원.

▲ 대프니 듀 모리에 = 20세기 중반 서스펜스물의 거장으로 불린 여류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대표작 9편을 모은 단편 모음선.

앨프리드 히치콕의 ‘레베카’, 니컬러스 뢰그가 연출한 ‘지금 쳐다보지 마’ 등이 그녀의 원작에 기반했다.

듀 모리에 서스펜스의 특징은 정교한 내러티브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수께끼의 두 자매를 바라보는 한 평범한 남자가 스스로 이성의 분별을 유지하지 못한 채 악몽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되는 ‘지금 쳐다보지 마’, 눈 수술을 받은 환자 시력이 원상회복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푸른 렌즈’ 등 작가가 쳐놓은 그물망에 빠지는 독자들은 숨 가쁜 가위눌림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이상원 옮김. 현대문학. 380쪽. 1만2천원.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