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Pair Paly 인터뷰] 뮤지컬 ‘아이다’ 천진난만 아이다 윤공주와 장난꾸러기 라다메스 최재림

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왼쪽)과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좋아요. 좋은 건 당연한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재밌어요. 연습도, 리허설도, 공연도…생각보다 더 역할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오디션만 세번을 본 끝에 뮤지컬 ‘아이다’(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의 라다메스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최재림은 이렇게 말했다.“여러 시즌 오디션을 준비하고 ‘아이다’를 보면서 ‘내가 하면 어떻게 할까’를 상상해 왔어요. 그 생각과 상상들을 오리지널 연출(로버트 폴스), 협력연출(키이스 배튼)과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죠. 같이 하는 배우들도 자칫 생뚱맞을 수 있는 선택들을 즐겁게 받아주시거든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최선의 라다메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베르디의 동명 오페라에서 시작한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 작품으로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콤비작이다.망국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윤공주·전나영, 이하 관람배우 순), 그 누비아를 집어삼킨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아이비·정선아) 그리고 두 여자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최재림·김우형)의 사랑이야기이자 성장담이다. ◇깊어진 윤공주의 아이다, 열정적인 모험가 최재림의 라다메스“저도 분명 달라진 게 있어요. 지난 시즌(2016년 샤롯데씨어터) 처음 합류했을 때 놓쳤거나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최선이었지만 그런 부분들을 재정비하면서 깊어졌죠. 정리가 안됐던 부분을 깔금하게 정리하다 보니 아이다의 여정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나 싶어요.”두 번째 아이다를 만나면서 “깊어졌다”고 표현한 윤공주는 “키이스 연출과 얘기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누비아 공주로서 아이다의 강인함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아이다가 아닌 윤공주의 감정에 취해서 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엔 아이다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자꾸 내 감정에 취하지 말고 아이다 공주로서 그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 갈등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어요.”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그 변화는 감정 표출에서 도드라진다. 윤공주는 “아이다는 누비아 공주로서의 강인함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태어나 살아온 캐릭터”라며 “감정을 다 드러내기보다 참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그 강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지난 시즌에는 참고 있는 걸 보여주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참는 걸 관객들은 다 알아주시는데 말이죠. 이제는 정말 참고 있어요. 아이다처럼.”‘아이다’의 라다메스는 승전국 이집트의 장군으로 대부분 전쟁의 선봉장에 섰던 인물이다. 파라오(김선동)의 딸 암네리스가 정혼자이며 이집트 최고 권력자를 꿈꾸는 조세르(박송원·박성환)가 아버지다. 자칫 정복자, 침략자처럼 보일지도 모를 라다메스에 대해 최재림은 “남의 것을 뺏거나 내 걸 소유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인물이라기보다 모험과 자유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표현했다.“그 모험심과 자유에 대한 사랑을 뒷받침하기 좋은 이집트 귀족으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한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죠. 전술, 검술 등을 잘 배운 군인으로서 직업을 잘 즐기고 있어요. 자유분방하고 활기 넘치는, 항상 어딘가로 향해 가고 싶은 인물이죠. 그 어딘가로 가고 싶은 욕망이 정복지나 미지의 세계가 아닌 아이다라는 사람으로 바뀌어 버려요.”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왼쪽)와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이어 “가치관과 세계관이 뒤집히는 혼란이 오지만 본질을 꿰뚫으면 열정을 쏟을 상대가 나타났고 열정이 옮겨간 것”이라며 “아이다로 열정을 전환시키는 순간 삶이 확 바뀐다”고 덧붙였다.◇“너랑 하는 건 잘 할 수 있어” 윤공주의 믿음? 최재림의 엄살!  “이번 ‘아이다’ 캐스팅이 신구조합이잖아요. (윤)공주 누나나 (김)우형이 형처럼 경험 많은 배우들과 저나 (전)나영이처럼 ‘아이다’를 처음 하는 배우들이 만나 각자 가진 장점들과 빠질 수 있는 함정들을 보완하고 배워가는 과정이었어요.”뮤지컬 ‘아이다’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전한 최재림은 “이야기가 가고자하는 방향은 같았다. 본인들 개성은 살리면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며 “무엇보다 ‘아이다’는 음악이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들며 사랑받아 온 ‘아이다’의 음악은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을 함께 했던 팀 라이스 그리고 팝스타 엘튼 존이 꾸렸다. “제가 가진 소리가 둥글둥글해서 잘못 쓰면 ‘아이다’의 음악이랑은 잘 안어울리겠다 싶어서 더 과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음악연습 첫날부터 되게 다른 소리로 접근했죠. 음악 자체를 좀 조였다고 할까요. 요즘은 조였던 걸 좀 풀고 있어요. 너무 좁혀서 팝한 소리를 쓰다 보니 원래 생각했던 소리의 지점보다 더 좁혀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조금씩 풀고 있는데…조였다 풀었다 할 것 같아요.”뮤지컬 ‘아이다’의 윤공주(사진제공=신시컴퍼니)최재림의 말에 윤공주는 “뮤지컬 배우 중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다니…”라고 부러움을 표했다. “저는 못합니다. 클래식과 팝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최재림은) 너무나 다양한 장르를 완벽하게 하잖아요. 지금도 기억이 나요. 처음 만난 상견례에서 리딩을 하면서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았거든요.”윤공주의 극찬에 “여기 언니, 오빠들이 엄살쟁이들”이라며 “다 잘하면서 만날 공연 올라가기 전에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좋지만 너랑 하는 건 잘 할게, 잘 할 수 있어’라고 엄살들”이라고 털어놓았다.“(윤)공주 아이다는 든든하죠. 공연 올라가기 전에 항상 ‘나 오늘 너무 힘들어. 너만 믿을게’ 이러면서 엄살을 부리는데 너무 잘해요. 누나는 항상 본인이 맡은 걸 잘 해내는 배우죠. 본인만이 쌓아온 연기 호흡들이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공주 아이다랑 연기하고 있으면 되게 편해요. 과감하게 라다메르스로서 잘 접근할 수 있거든요.” 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최재림의 말에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편안한 상대배우’라는 평이 제일 좋다”고 답하는 윤공주에 최재림은 “잘하니까 편한거야”라고 무심한 듯 대꾸한다. “늘 상대배우에게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윤공주에 장난기가 발동한 최재림은 “저는 늘 상대를 긴장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눙친다.그리곤 허허거리는 최재림에 대해 윤공주는 “연기할 때 살아있게 해주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와 내레이터이자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로 호흡을 맞췄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도 무대 위에서 재밌게 살아 있게 해준 배우”라고 덧붙였다.“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믿음이 가요. 제가 힘들어 하고 있을 때면 장난식으로 툭툭 해주는 말들이 위로가 되고 그래요. 노래가 안될 때도 ‘어떻게 해야 돼’ 물어보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얘기를 툭툭 해줘요.” 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끝내 눈물을 보인 윤공주는 “그런 말들이 진짜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며 “정말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리곤 “장난도 잘 치고 동생이지만 의지할 수 있게 된다”며 “그래서 아무리 컨디션이 안좋고 힘들어도 공연 시작 전 ‘너랑 하는 부분은 잘 할 것 같아’라고 진심으로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작품을 대하는 치열함 깃든 윤공주의 아이다, 로맨틱한 모습만 다른 라다메스 최재림 “저도 아이다와 닮은 부분이 있겠지만 일부러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 안에도 리더십, 책임감 등이 분명 있고 그에 맞는 행동과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기는 해요.”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몸짓이나 감정 등은 아이다로서 이해하고 표현하는 거지만 일부러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순간 집중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최재림이 윤공주와 아이다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었다.“아이다가 극중 힘든 일을 많이 겪잖아요.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다한테는 힘들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려고 굉장히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은 공주 누나가 배우로서 작품을 대할 때의 치열함이 실제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반면 공주로서 체득된 당당함들은 누나가 좀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그리곤 “워낙 겸손한 사람이라 어디서 드러내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을 보탠 최재림은 스스로와 라다메스에 대해 “90%는 닮았고 10%는 안닮았다”며 웃었다.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모험을 좋아하는 활발한 모습이나 당차고 반항하는 모습, 아이다랑 장난치는 모습 등은 저랑 똑같아요. 거의 저로서 연기하는 느낌이죠. 닮지 않은 10%는 로맨틱한 부분인데 철저하게 계산하고 만들어요. 갈고 닦아서 만들어낸 허구의 라다메스죠.”이어 “라다메스의 로맨틱함은 아이다를 위해 굉장히 이타적인 모습으로 누비아 사람들에게 전재산을 줘버릴 정도”라며 “그런 로맨틱함은 저에게 없다”고 부연했다.“누군가를 위해 준비해서 짠~ 하는 걸 진짜 못해요.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못해서 거의 시도를 안하죠. 장난치고 다정한 건 누구나 연애하면 나오는 모습이고 저도 그렇긴 해요. 하지만 너무 헌신적으로 자신을 버리고 상대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 저랑 많이 다른 모습이죠.”◇어른 아이다와 라다메스 윤공주·김우형, 청년과 아이 사이 전나영·최재림뮤지컬 ‘아이다’ 중 라다메스 최재림(사진제공=신시컴퍼니)“어른 아이다와 라다메스 윤공주·김우형, 날것의 아이 같은 아이다와 라다메스 전나영·최재림.”윤공주와 최재림은 더블 캐스트로 공연 중인 아이다와 라다메스에 대해 “어른과 날내 나는 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공주는 “우형이와는 많은 작품에서 파트너로 함께 하다 보니 잘 맞는다면 재림과 연기할 때는 좀더 액티브해진다”고 차이점을 전했다.“저 또한 몸을 좀 더 액티브하게 쓰게 돼요. 재림 라다메스가 청년 혹은 소년 같다 보니 저 역시 말투나 리액션이 소녀와 숙녀 사이쯤으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돼서 재밌어요.”윤공주의 말에 최재림은 “공주 누나가 자신의 행동을 좀더 절제할 줄 아는 아이다라면 (전)나영이는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 명확하고 그 충만한 확신을 발산할 기회만 찾고 있는 아이다”라고 설명했다.“나영 아이다는 실제 라다메스보다 어린 것 같고 공주 아이다는 한두살쯤 많거나 동갑 연인의 느낌이랄까요. 나영이랑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사랑을 확인하며 키스하는) ‘일래보레이트 라이브’(Elaborate Lives)를 연기할 때는 둘 다 야생 짐슴 같아요.”그리곤 “요즘 공주누나도 굉장히 저돌적으로 변했다”는 최재림의 귀띔에 윤공주 역시 “또 그렇게 (상대 배우에) 물들어가나 봐요. 오는 만큼 반응하는 거죠”라며 웃는다. 이어 최재림은 ‘엘라보레이트 라이브’ 장면에서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이 노래를 할 때는 워낙 가깝다 보니 마이크를 하나만 써요. 라다메스의 마이크는 끄고 아이다 마이크만 켜두죠. 라다메스들이 아이다들보다 키가 크다 보니 입이 바로 아이다 마이크 앞에 있어요. 그래서 아이다 볼룸에 맞줘 불러야 하죠. 연습실에서는 알게 모르게 합의한 거리가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은 너무 가까워져서 사운드 파트를 힘들게 하고 있죠.”뮤지컬 ‘아이다’(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아이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비롯한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성장극이기도 하다. 철없이 사치와 향락에만 빠져 지내던 암네리스는 아이다를 만나고 라다메스가 그녀에게 빠져 드는 상황을 겪으면서 진정한 여왕으로서 자리매김한다.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아이다와 암네리스의 연대, 손에 잡히지 않는 라다메스에 대한 애증, 갑작스러운 왕위 등극 등의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한다.“(정)선아 배우랑은 희한하게도 같은 작품을 처음 했어요. 처음 만나서 ‘우리 왜 이제 만났니’ 했어요. 잘 몰랐을 때는 되게 강할 줄 알았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 성향이 암네리스로도 잘 보여지고 따뜻함이 느껴지죠.”정선아의 암네리스에 대해 이렇게 전한 윤공주는 “무대에서만 보던 배우와 같이 연기하니 재밌다”며 “아이다와 암네리스, 두 공주가 잠깐 잠깐 함께 하는 장면들이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몇 마디 안하는데도 같은 공주로서 느껴가는 동질감이나 친구로서 알게 모르게 의지하게 되는 순간순간들이 너무 좋아요. (이)은혜(아이비)랑은 정말 많은 작품을 같이 했는데 볼 때마다 성장속도가 엄청나요. 3년 전에도 잘했지만 이번에는 철없던 공주가 단단해져 가는 과정을 확연하게 보여주더라고요. 너무 잘 표현해서 깜짝깜짝 놀라죠.”윤공주의 말에 최재림은 “선아 누나가 진짜 잘사는 집에서 철없이 자라 자기밖에 모르는 부잣집 딸이라면 은혜 누나는 그냥 타고난 철없는 공주”라고 말을 보탰다.“선아 누나의 암네리스가 주변에서 다 해줘서 당연하게 젖어들었다면 은혜 누나의 암네리스는 타고나기를 철없는 사람 같아요. 그래선지 똑같은 일로 똑같이 변하는데도 좀 달라 보이죠. 전혀 다른 성격의 철없는 두 암네리스 공주가 여왕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재밌어요.”뮤지컬 ‘아이다’라다메스 최재림(사진=강시열 작가)◇“내가 보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뮤지컬 ‘아이다’“저는 요즘 마지막 ‘일래보레이트 라이브’ 리프라이즈를 부르면서 감정이 몰려와요. 음악, 스토리, 무대 등이 너무 잘 만들어진, 마법 같은 순간이거든요.”윤공주가 최근 가장 다가오는 장면으로 꼽은 ‘일래보레이트 라이브’ 리프라이즈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암네리스의 명령으로 굴에 갇히는 것으로 시작해 현대에 환생해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이집트의 유물을 전시한 현대의 박물관에서 시작하는 첫 장면과 연결되는 신으로 윤공주는 “현대박물관으로 다시 돌아와 암네리스가 노래하고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서로를 알아보는 마지막 여정까지가 너무 좋다”고 털어놓았다. 최재림은 “요즘 저는 비참함에 빠져 있다”며 웃었다.“드레싱 룸에 찾아가 아이다와 얘기를 하기위해 암네리스에게 거짓 구애를 해요. 그때 아이다가 저(라다메스)에게 쏘아대죠. 현실의 애인이 저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말문이 막힌 채 돌아서는 초라한 뒷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동시에 알 수 없는 설렘과 떨림, 흥분 등이 뭔지도 모르면서 아이다에게 다가가고 있는 저의 초라함과 비참함에 빠져 있죠.”제작사 디즈니의 레플리카(모든 요소를 그대로) 공연 종료 선언으로 한국의 ‘아이다’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그랜드 피날레를 맞았다. 그 ‘아이다’를 윤공주는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최재림은 “기다림”이라고 표현했다.뮤지컬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라다메스는 자신이 가진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동시에 그 환경이 못하게 막기도 하죠. 안됐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다를 만나면서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서로에게 얻어가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극 마지막 두 사람의 과거가 사라지고 환생한 각자 인물로 만나 다행이고 이제부터 행복하게 살겠구나 싶어서 되게 불쌍하면서도 부러운 사람들이죠. 그걸 맘껏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최재림은 “저도, 관객들도 많이 기다렸던 작품이어서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에게 라다메스는 뭔가를 하고 싶어서 내가 가진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아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 아이처럼 기다림 끝에 자신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는 최재림에 윤공주는 “아이다로 살면서 잘 버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지금, 좀 힘들 수 있는 이 시기에 ‘아이다’가 버틸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작품도, 역할도. 이 작품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응원과 격려, 위로를 해주는 기운들이 느껴지기 때문에 제가 지금 버틸 수 있거든요.” 뮤지컬 ‘아이다’ 라다메스 역의 최재림(왼쪽)과 아이다 윤공주(사진=강시열 작가)윤공주는 ‘아이다’의 그랜드 파이널을 함께 하는 데 대해 “아직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많이 안하려고 노력 중인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있는 것 같다”며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자부심과 소중함을 최대한 누리면서 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이어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끝은 오니까 지금은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나중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재림 역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이다’를 함께 하는 마음을 “영광이고 다행”이라고 표했다.“한국에서 역사 깊은 뮤지컬이고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을 생각보다 더 재밌게 하고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에 합류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 해서 보내주고 싶어요. 제가 보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영광이에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1 15: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상업예술 뮤지컬 시상식의 ‘공공성’이란…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제4회 한극뮤지컬어워즈 기자간담회 MC 이지훈(왼쪽부터), 장은아, 이유리 공동조직위원장, 정영주 집행위원장, 김종헌 후보추천위원장(사진제공=한국뮤지컬협회)“심사위원단이 가지고 있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공공성, 공정성입니다. 작품과 배우의 연기 판단 기준은 감성과 감정이 작용합니다. 철저히 주관적이죠. 그 주관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의미의 ‘공공성’입니다.”4회를 맞는 한국뮤지컬어워즈(1월 20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의 집행위원장이자 지난해 ‘베르나르다 알바’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정영주는 ‘상업예술’인 뮤지컬시상식의 ‘공공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영주는 이어 “뮤지컬 마니아나 전문가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도 어필되고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고르기 위한 냉정한 판단 기준”을 강조하며 “그 기준으로 골라내는 공정성, 공공성이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공론화된 기준에 자신의 이론도 접목해서 설득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죠.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감성이나 감정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어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공공성과 공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제4회 한극뮤지컬어워즈 포스터(사진제공=한국뮤지컬협회)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이하 어워즈)는 100명의 전문가투표단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로 구성된 100명의 마니아투표단의 심사를 거쳐 후보작을 심사했다. 전문가투표단은 배우, 작가, 작곡가, 연출가, 제작·기획자, 스태프, 뮤지컬 전용극장 관계자, 학술평론가 등으로 구성되며 특별부문을 제외한 3개 부문 18개상에 대해 심사한다. 출범부터 운영해온 ‘마니아투표단’은 220명 지원자 중 100명을 선정했고 배우 부문의 6개상을 심사한다.어워즈의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마니아투표단은 한국뮤지컬어워드의 자랑거리”라며 “4회를 맞아 ‘다회 관람’(2018년 12월 1~2019년 12월 1일 기준)이 아닌 ‘다작 관람’에 방점을 두고 선발했다”고 기준을 밝혔다. “회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뮤지컬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제대로 영예를 누릴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추기 위함입니다. 각 부문별 시드 후보 선정작업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먼저 해야 할 작업이죠. 김종헌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후보추천위원회는 전문가·마니아투표단들이 투표를 할 수 있는 각 부문별 시드 후보를 10배수로 선정·추천합니다.”이후 전문가·마니아투표단의 투표를 통해 5배수의 후보작을 선정한다. 이유리 이사장은 “국내 뮤지컬 산업이 재공연, 라이선스 시장 이다 보니 업그레이드 형태가 아닌 단순 반복 공연은 제외하는 원칙을 정했다”며 “더불어 배우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뮤지컬 전문배우들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후보추천위원장인 김종헌 교수는 “좀 더 세분화, 전문화됐다”며 “작품상은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명칭 대신 400석 이상과 이하 공연작으로 나눴고 ‘음악상’은 작곡가와 편곡·음악감독 2개 부문으로, ‘무대예술상’도 상위 2개 분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100% 투표에 참여한 마니아투표단의 전문성과 성숙한 태도에 감사를 표합니다. 특정 작품, 배우에 쏠림 현상 없이 전문가투표단과 거의 유사한 흐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후 마니아 투표단 역할을 확대·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한국뮤지컬어워즈는 매년 시상식마다 뮤지컬 산업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에 대한 캠페인을 병행해 왔다. 지난해 불법 티켓 근절에 이어 올해는 저작권 불법 복제 등을 주체로 캠페인을 진행한다.◇다음은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각 부분별 후보자 및 후보작(이하 가나다 순)과 기준 [작품부문]●400석 이상 공연장에서 창작 초연된 작품 중 선정하는 대상‘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엑스칼리버’ ‘여명의 눈동자’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400석 이상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상‘다윈영의 악의 기원’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스위니토드’ ‘시라노’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400석 미만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상‘너를 위한 글자’ ‘랭보’ ‘시데레우스’ ‘아랑가’ ‘전설의 리틀농구단’[배우부문]●주연상여자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김선영·차지연, ‘엑스칼리버’ 신영숙, ‘스위니토드’ 옥주현, ‘아이다’ 윤공주·정선아남자 ‘그날들’ 오종혁,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휘종, ‘스위니토드’ 조승우·홍광호, ‘시라노’ 조형균, ‘엑스칼리버’ 카이●조연상 여자 ‘구내과병원’ 김국희, ‘엑스칼리버’ 김소향, ‘팬레터’ 김히어라,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이예은, ‘마리 앙투아네트’ 장은아남자 ‘엑스칼리버’ 박강현, ‘스위니토드’ 서영주, ‘시라노’ 육현욱,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창용, ‘윤동주, 달을 쏘다’ 조풍래●2017년 1월 이후 배우 중 주조연을 처음 맡은 배우들 대상 신인상여자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수하, ‘마리 앙투아네트’ 김연지,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이윤하, ‘그리스’ 한재아남자 ‘엑스칼리버’ 도겸,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양희준, ‘아랑가’ 임규형, ‘마리 앙투아네트’ 황민현, ‘전설의 리틀농구단’ 황순종 ●앙상블상‘벤허’ ‘보디가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아이다’ ‘엑스칼리버’[창작부문]●프로듀서상CJ ENM ‘광화문연가’ ‘시라노’ ‘보디가드’ 등 라이브 강병원 ‘랭보’ ‘팬레터’ ‘이선동 클린센터’ ‘마이버킷리스트’ 등오디컴퍼니 신춘수 ‘스위니토드’ ‘지킬앤하이드’ ‘그리스’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등알앤디웍스 오훈식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록키호러쇼’ ‘킹아더’ 등HJ컬쳐 한승원 ‘파가니니’ ‘어린왕자’ ‘더 픽션’ ‘리틀잭’ ‘세종, 1446’ 등●연출상‘시라노’ 김동연, ‘스위니토드’ 에릭 셰퍼, ‘다윈영의 악의 기원’ 오경택,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오루피나,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우진하●극본상‘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강남,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박찬민, ‘전설의 리틀 농구단’ 박해림, ‘다윈영의 악의 기원’ 이희준, ‘그림자를 판 사나이’ 정영●음악상(작곡)‘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김효은, ‘랭보’ 민찬홍, ‘다윈영의 악의 기원’ 박천휘,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이정연, ‘아랑가’ 이한밀, ‘엑스칼리버’ 프랭크 와일드혼●음악상(편곡/음악감독)‘다윈영의 악의 기원’ 김길려, ‘광화문연가’ 김성수,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신은경, ‘전설의 리틀농구단’ 양주인, ‘스위니토드’ 원미솔●안무상‘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김은총, ‘벤허’ 문성우, ‘그날들’ 신선호, ‘신과함께_이승편’ 이현정, ‘시라노’ 정도영●무대, 조명, 음향, 영상, 의상, 분장, 기술감독 등 디자이너 및 무대기술 중 상위 2인 ‘스위니토드’ 음향 권도경,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분장 김숙희, ‘시티오브엔젤’ 영상 박준,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무대 오필영, ‘엑스칼리버’ 무대 정승호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10 14: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관객과의 ‘두 번째’ 만남 앞둔 뮤지컬 ‘웃는 남자’ ‘줄리 앤 폴’

두 번째로 관객들을 만날 채비 중인 뮤지컬 ‘웃는 남자’와 '줄리 앤 폴'(사진=EMK컴퍼니 제공, 공식 트위터, 브릿지경제DB)초연 혹은 트라이아웃 공연(Try-out, 본공연 전 작품을 시험하고 보완하기 위한 공연)된 후 두 번째로 관객을 만나기 위해 채비 중인 뮤지컬 ‘웃는 남자’(1월 9~3월 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와 ‘줄리 앤 폴’(1월 10~3월 22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이 개막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낭만파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지킬앤하이드’ ‘황태자루돌프’ ‘마타하리’ 등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로버트 요한슨(Robert Johanson) 콤비작으로 2018년 초연됐다.뮤지컬 ‘웃는 남자’ 2018년 공연사진. 재배치된 '아무말도'(위)와 '모두의 세상'(사진제공=EMK컴퍼니)사회 부조리, 인간성의 상실, 극심한 신분체계와 차별, 부패정치,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 등으로 점철되는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어린이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납치돼 입이 찢긴 상태로 버림받은 소년 그윈플렌(박강현·수호·규현·이석훈,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고군분투기다. 기괴하고 매혹적인 그윈플렌의 여정에는 양아버지이자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양준모·민영기), 시력을 잃은 순수한 소녀 데아(이수빈·강혜인), 또 다른 종류의 결핍으로 휘청이는 조시아나 공작부인(신영숙·김소향) 등 특별한 캐릭터들이 함께 한다. ‘웃는 남자’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프롤로그를 비롯한 신의 길이 조절, 좀더 타이트하게 조인 넘버들, 몇몇 넘버들의 가사 수정, 신 변경 등이 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신 배열”이라고 귀띔했다.이어 “그윈플렌이 자신의 실제 신분을 되찾고 상원위원회에 참석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주장하는 ‘모두의 세상’ 바로 뒤에 배치됐던 조시아나 공작부인의 유혹신 ‘아무 말도’가 2막 전반부로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두 장면의 분리로 “그윈플렌의 좌절이 좀더 당위성을 가지게 된다”며 “서사가 좀 더 매끄러워지고 촘촘해지는 동시에 극 전개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전했다.캐스팅은 초연배우와 새로운 배우들이 고루 배치됐다. 20세기 무성극,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 중 조커 등의 모티프가 된 그윈플렌은 초연의 박강현, 엑소(EXO) 수호를 비롯해 슈퍼주니어의 규현, 이석훈이 새로 합류했다. 초연의 우르수스·데아·조시아나인 양준모·이수빈·신영숙에 민영기·강혜인·김소향이 새로 합류했다.2015년 CJ문화재단 스테이업 리딩 공연된 후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됐던 뮤지컬 ‘줄리 앤 폴’이 2년여의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돌아온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배경으로 자석공장에서 일하다 자석을 삼켜 심장이 자석으로 변하는 병에 걸린 줄리(김주연·이지수)와 사고로 철의 손을 가지게 된 서커스단의 공중 곡예사 폴(송유택·박정원·정휘)의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다. 뮤지컬 ‘줄리 앤 폴’ 2017년 공연사진두 사람의 애틋한 로맨스에는 대대로 에펠탑에 살고 있는 쥐이자 극의 내레이터 나폴레옹(김지민·신창주),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라이벌 서커스단의 장(안두호·정재원), 재당선에 열을 올리는 파리시장(김아영·한세라), 에펠탑 건설을 반대하는 예술가 대표(박준후·허만) 등이 함께 한다.‘줄리 앤 폴’의 관계자는 ‘브릿지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넘버와 대본이 조금씩 바뀌거나 보완된다”며 “가려져 있던 라이브 밴드가 무대 뒤쪽에 오픈돼 배치돼 연주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줄리 앤 폴’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브릿지경제’에 한목소리로 자신감을 전해오기도 했다.“마음이 즐겁고 귀가 행복한 뮤지컬입니다. 예쁘고 따뜻한 애니메이션 한 편을 감상하신 듯한 재미와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해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9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관객들을 ‘안절부절’ ‘낯설게’ 하는… ‘위대한 개츠비’ ‘시적극장’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하게 된다. 연기하는 배우가 친근하게도 관객들의 손목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는가 하면 조근 조근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내용은 분명 익숙한 문학작품인데 형식에 따라 매우 낯선 극으로 변주되기도 한다. 어떤 연극은 이야기 흐름 중 갑자기 시를 읊거나 시적인 요소들로 채운다. 그렇게 온전히 극에 집중한 관객들이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공연들은 관객들이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애를 쓰는 것과는 달리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하느라 안간힘(?)이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2월 28일까지 그레뱅뮤지엄 2층 개츠비맨션)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한 황금기이자 재즈시대를 배경으로 지독히도 가난했던 제이 개츠비(박정복·강상준, 이하 관람배우 우선)의 이야기다.  돈이 없어 첫사랑 데이지 뷰캐넌(이서영·김사라)을 잃었다고 굳게 믿은 개츠비는 닥치는대로 돈을 모아 신흥부자로 급부상하며 매일 밤 광란의 파티를 주최한다. 신흥부자와 전통적인 부자들을 잇는 이는 채권딜러 닉 캐러웨이(이기현·마현진)이다. 그는 이 작품의 이야기를 이끄는 내레이터이기도 하다.  공연장부터 익숙하지 않다. 이제는 신인가수 ‘유산슬’로 더 핫해진 유재석, 김연아, 마릴린 먼로, 조지 클루니, 이민호, 김수현, 지드래곤, 현빈 등 한류스타와 스포츠 스타들의 밀납인형들로 그득한 프랑스 왁스 뮤지엄에 개츠비의 멘션을 꾸렸다. 재즈 선율과 찰스턴 댄스, 샴페인, 화려한 플래퍼룩 등으로 무장한 ‘위대한 개츠비’는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중앙 댄스홀에 뒤섞여서 시작한다.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개츠비와 데이지, 닉 등 7명 이상의 캐릭터를 따라 흩어지기도, 다시 모이기도 하며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하게 한다.중앙에서 시작된 극은 캐츠비, 데이지, 닉을 비롯해 전통부자로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이종석), 개츠비와 데이지를 만나게 해주는 골퍼 조던 베이커(홍륜희), 개츠비의 조력자 조지 윌슨(박성광), 그의 아내이자 톰의 불륜 상대 머틀 윌슨(장항희), 악명 높은 갱스터로 개츠비의 오른팔인 로지 로젠탈(김찬휘), 화려한 사교계를 아우르는 루실(이지은) 등이 관객들을 곳곳에 배치된 시크릿 룸으로 이끌며 진행된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사진제공=마스트엔터테인먼트)캐릭터들의 “함께 하시겠습니까?” “이제 그만 나가주시겠습니까?” 등의 제안에 “예스” 혹은 “노”로 대답하며 다양한 공간으로 흩어지거나 중앙홀에 모이는 관객들은 인물들의 친구가 되거나 스태프 혹은 단역으로 극의 일부가 된다.경우의 수에 따라 수십 가지로 확장되는 이야기로 2015년 첫선을 보인 후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연기 베테랑들과 재기발랄한 신인 배우들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대응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극은 하나의 대형 파티이며 관객들은 그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이다. 그 공연이자 파티의 관객이자 손님들은 1920년대를 연상시키는 ‘드레스코드’와 배우들이 내민 손에 “예스!”를 외치며 기꺼이 잡을 수 있는 마음가짐만 챙기면 된다.‘시적극장’(사진제공=시적극장)‘시적극장’(1월 16, 17일 올림픽공원 K-아트홀)은 무대미술가 신승렬과 김혜림, 매체음악가 박승순, 사운드디자이너 베일리홍, 드라마터그 전강희, 프로듀서 김혜연으로 구성된 창작 그룹이자 획일화된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시적 순간들을 마주하는 상상과 해방의 공간을 설치극장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적극장’이 추구하는 바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 (Michel Foucault)가 주창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현실화된 유토피아)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극 중 인물들과 장면 사이에 느닷없이 시가 배치돼 이질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단순히 시를 읊는 것만이 아닌 움직임, 빛, 소리, 침묵 등으로 표현된 시적 순간들을 극 흐름 속에서 ‘일시멈춤’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극은 흐름과 일시멈춤을 반복하며 상황을, 그 상황 속에 멈춰 선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감각하게 한다. ‘시적극장’(사진제공=시적극장)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곤 투모로우’ ‘차미’ ‘씨왓아이워너씨’, 연극 ‘비 BEA’ ‘나무 위의 고래’ 등을 개발한 우란문화재단이 2017년 ‘시야 플랫폼“ 리처시 랩’ 프로그램을 거쳐 개발하고 무대화한 작품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과 시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 ‘시적극장’은 빛과 소리, 움직임, 침묵 등으로 채워진 공간에 서 있는 관객들에게 어쩌면 낯설지도 모를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발견하고 감각하며 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을 제공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ARKO)의 아트앤테크매칭챌린지 융복합무대기술 매칭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2020년 ‘시적공간’은 2018년 초연당시 블랙박스(변형이 자유로운 상자형 공간)에서 아레나형(객석이 무대를 360도 둘러싼 형태)으로 변형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8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뮤지컬 ‘영웅본색’ 박민성의 마크가 던지는 화두 “가족이란 그리고 형제란…”

뮤지컬 ‘영웅본색’ 마크 역의 박민성(사진제공=에너제딕컴퍼니)“마크에게 가족은 그 조직원들이 아닐까 생각해요. 함께 생활하고 밥을 먹고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 그게 가족이잖아요. 마크에게 그런 존재는 조직원들이라 생각해요. 더불어 마크에게 형제란 자호·자걸과 동의어 아닐까요?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홀로 외로웠던 마크가 자호를 만나 자걸이라는 동생도 생겼잖아요.” 뮤지컬 ‘영웅본색’(英雄本色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 “마지막에 마크가 던지는 ‘형제란, 가족이란 무엇인가’ 같다”는 마크 역의 박민성은 “마크에게 자호·자걸은 형제와 동의어인 동시에 소중한 가족 아니었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크에게 형제란, 가족이란 뮤지컬 ‘영웅본색’ 마크 역의 박민성(사진제공=에너제딕컴퍼니)“개인 위주의 시대잖아요. 혼술, 혼밥이 유행하고 부모·형제들도 잘 안보고 살고…가족극은 아니지만 행복했던 형제가 애증관계가 되고 의형제들이 오해와 복수로얽히고설키는가 하면 배신도 당하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얘기잖아요.” 이 시대에 공연되는 ‘영웅본색’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전한 박민성은 “레트로가 트렌드인 시대에 향수를 자극하고 복고 열풍에 발맞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영웅본색’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열었던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이자웅 등 주연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암흑가의 전직보스 송자호(유준상·민우혁·임태경, 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와 형제 같은 마크(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박영수·이장우·한지상)이 엮어가는 유혈낭자 느와르다.‘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신작으로 1000여장의 LED패널로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무대 위에 구현된다. 화려한 홍콩 밤거리의 뒷골목, 바람에 휘날리는 버버리코트 자락, 잠자리 선글라스, 이로 잘근거리는 성냥개비, 위조지폐로 붙이는 담뱃불, 수백발의 총탄이 난사되는 총격신 등 영화 ‘영웅본색’에서 시작된 홍콩 느와르의 시그니처 장면들로 그득하다.더불어 뮤지컬의 오프닝에 쓰인 ‘공동도과’(共同渡過), 고(故) 장국영이 직접 불렀던 ‘당년정’(當年情), ‘분향미래일자’(奔向未來日子), ‘사수류년’(似水流年), ‘전뢰유니’(全賴有你) ‘지파부재우상’(只怕不再遇上), ‘무수요태다’(無需要太多) 등 유명 OST가 넘버로 변주됐다.  뮤지컬 ‘영웅본색’ 송자호 역의 유준상(사진제공=빅피처프러덕션)“뮤지컬 장르 자체가 함축적으로 요약을 하다 보니 장면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마크와 자호는 생사고락을 같이 했을 거예요. 간단한 대사로 처리되는 12년 전 조직원으로서 처음 임무를 맡아서 갔던 인도네시아에서의 이야기처럼요. 마크의 말실수로 험악한 분위기가 되고 총을 들이밀며 목숨을 위협하는 상대 조직원들에 자호가 나서 위스키 한병을 다 마시고 오줌까지 직접 받아마셔야 했죠. 그 이후로도 이 사람(자호)은 나(마크)를 대신해 총도 몇 번 맞았을 거고 혼자서 나를 구하려고 적진에 뛰어들었을 거라는 서브텍스트를 만들었죠.”이렇게 전한 박민성은 “마크한테 자호는 부모보다 더 끈끈한 존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배우이자 인간 박민성에게 ‘마크의 자호’ 같은 존재로 송자호 역의 유준상과 왕용범 연출을 꼽았다.  뮤지컬 ‘영웅본색’. 왼쪽부터 송자호 역의 민우혁과 마크 박민성(사진제공=빅피처프러덕션)“준상이 형은 몇 안되는 뮤지컬계 조상님, 대선배님이시잖아요. 오래 시간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주고 계시죠. 왕용범 연출님은 진짜 (영화 ‘영웅본색’에서 송자호를 연기한 배우) 적룡을 닮은 것도 같아요.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정말 많은 도움과 영향을 주신 분이죠. 개인적으로는 스승님이고 삼촌이고 아버지고 큰 형님이세요. 연출가와 배우로서는 저에게서 뭔가를 끌어내야할 때는 혹독하게 채찍질을 하시다가도 당근을 주실 땐 또 확실하게 주시죠.”  영화 ‘영웅본색’이라는 원작과 느와르의 시그니처가 되는 장면들 대부분을 연기한 배우 주윤발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그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주윤발이 했던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감히 네가?’라는 얘기는 듣지 말아야 겠다 였다”고 털어놓았다. “마크는 느와르의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캐릭터예요. 불쌍하고 멋있고 짠하고 까불까불하죠. 그러면서도 과거 얘기를 하며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운 트라우마를 다시는 겪지 않으리라고 다짐할 때나 (조직 내) 동생들에게 ‘무자비한 세계’라는 얘기를 할 때는 카리스마가 넘쳐요.” 그런 마크를 연기하기 위해 “제 안에 가진 것들,  필요한 것들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는 박민성은 왕용범 연출·이성준 음악감독 콤비작인 ‘벤허’의 메셀라,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삼총사’의 아라미스, ‘잭더리퍼’ 앤더슨 등을 연기하며 유준상, 민우혁, 한지상 등과 호흡을 맞춰왔다. “서로의 호흡을 잘 알아는 (유)준상이 형이나 (민)우혁이, (한)지상이는 물론 (임)태경이 형, (박)영수 등도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에요. 서로 뭔가를 얘기하지 않아도 호흡들이 맞아들어가는 ‘선수’들이죠. 러프하게 끊어서 연습을 한다고 하다가 런스루(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서 하는 연습)가 돼버릴 정도였으니까요.” ◇놀이터 같은 작품 ‘영웅본색’뮤지컬 ‘영웅본색’ 마크 역의 박민성(사진제공=에너제딕컴퍼니)“왕용범 연출님이 원래 캐릭터와 배우에 맞게 명확한 디렉션을 주시는 분으로 유명하세요. 그런데 이번에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정해진 약속 외에는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주셨어요. 그래선지 좀 더 빨리, 편하게 마크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그렇게 주어진 자유로움으로 만들어낸 대사들도 있다. 박민성은 “대부분 대본대로 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는 나오는대로 막 뱉은 대사들도 있다”며 그 예로 자호를 찾아가 재기를 종용하는 장면을 꼽았다.뮤지컬 ‘영웅본색’ 마크 역의 박민성(사진제공=에너제딕컴퍼니)“자호가 ‘과거는 지나갔어’라고 얘기했을 때 ‘나 아직 살아 있어. 나는 여기가 아직도 미친 듯이 뛰는데!’라는 (막 뱉았는데 채택된) 마크 대사가 그래요. 그런 것들이 절 자유롭게 마크에 몰입하게 하고 감정들을 표출하게 해주지 않나 싶어요.”이어 “등장할 때마다 감정의 최고조를 표출해야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다”면서도 “‘영웅본색’으로 소소하게 형제와 가족에 대한 감정, 복고에 대한 향수에 젖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이지만 영화같아요. 영화기법을 차용하다보니 바가 내려오고 세트가 바뀌면서 순식간에 장면이 전환되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들 속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다 보여주고 있죠. 특히 ‘전뢰유니’(뮤지컬 넘버명 Counting On You)에서는 엄청나요. 홍콩에서 공항검색대를 지나 대만으로 넘어가 그곳 주점에서 복수를 위한 총격전을 벌이는 등 노래 하나에서 영상부터 대도구, 소도구 등이 빠르게 전환되죠.” 그리곤 “영화를 안보신 분들이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1막 마지막과 2막 시작이 데자뷰되면서 자호의 시점과 자걸의 시점이 바뀌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극 흐름을 이해하시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에게 ‘영웅본색’은 놀이터같은 작품이에요. 인물을 연기한다기 보다 하고 싶은 대로 노래하고 말하고 나면 공연이 끝나 있거든요. 매번 놀러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르죠. 저 뿐 아니라 ‘영웅본색’은 출연 배우들 모두가 인생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요. 모두의 인생캐릭터와 더불어 마지막에 마크가 던지는 ‘가족이란, 형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시게 될 거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7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3가지색 고흐…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전시 ‘빛의 벙커’展

세 가지 색 고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빛의 벙커: 반 고흐'展(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HJ컬쳐, 티모넷)그의 삶은 고단했고 혼란스러웠으며 고독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들끓었고 쉴새없이 그림을 그렸고 사람들을, 세상을 만났다. 전세계 모두가 사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이야기는 극적이며 극단적인 감정들의 응축이다.그를 폴 가셰 박사에게 소개한 인상주의의 대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는 “이 남자는 미치게 되거나, 아니면 시대를 앞서가게 될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고흐의 삶은 폭풍 같았다. 카미유 피사로의 말은 어쩌면 틀리지 않았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사진제공=HJ컬쳐)그는 미치광이 화가로 기억되고 있으며 죽고 나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삶이 뮤지컬, 영화, 전시로 2020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가선다. 2014년 초연된 후 5주년을 맞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3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는 화가 빈센트(김대현·조형균·배두훈·이준혁,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의 동생이자 화상(畵商)이었던 테오(박유덕·박정원·송유택·황민수)가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풀어간 작품이다.  가장 곤궁했고 상실감으로 피폐했던 상태에서도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빈센트와 마지막까지 가족으로, 후원자로 형 빈센트를 지원하고 다독였던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으로 독특한 음색의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넘버를 꾸렸다.‘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방’ ‘꽃핀 아몬드 나무’ ‘밤의 카페’ ‘카페테라스’ ‘자화상’ 등 고흐의 명작들이 3D영상 맵핑기술로 무대 위에 구현되며 테오 역의 배우가 테오를 비롯해 아버지, 폴 고갱, 사제 등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초연부터 테오였던 박유덕이 여전히 함께 하며 2015년 재연의 빈센트였던 조형균이 다시 돌아왔다.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 우승팀 포레스텔라 멤버로 무대 활동이 뜸했던 배두훈의 복귀작이기도 한 ‘빈센트 반 고흐’에는 김대현·이준혁과 박정원·송유택·황민수가 빈센트와 테오로 새로 합류했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그의 그림에 대한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인간으로서의 가치관에 집중한다. 작품에 눈물 나게 궁핍했던 삶, 오롯이 동생 테오의 부담거리였던 형, 동료였던 폴 고갱에 집착하는 미치광이 화가, 세상에 거부당한 아웃사이더 등에 대한 구구절절한 표현은 없다. 자칫 신파로 흐를 법한 요소들은 낡은 구두, 얼굴의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게 마른 얼굴, 어지럽게 흔들리는 카메라, 흑백으로의 전환, 소리와 화면의 일체 등으로 대신한다. 고갱과 나눴던 화가 공동체 운영에 대한 대화에서의 깨달음이 가슴을 울리고 빛과 바람, 들판, 사람들, 해바리기 등의 자연에서 이어지는 고흐 작품들의 향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자신을 밀어내기만 하는 세상, 그에 대한 원망과 절망은 오롯이 그림을 그리는 열정으로 승화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고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 음식이나 술, 과일을 건네주었으면 좋겠다”는 첫 내레이션과 “어쩌면 나는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몰라요”라는 독백과도 같은 대사에 함축돼 있다. 오해받고 거부당하며 한없이 쓸쓸했지만 단단했던 예술적 행보와 그 깊이가 느껴지는 윌렘 데포의 고흐, 오스카 아이삭의 고갱, 매즈 미켈슨의 사제, 루퍼트 프렌드의 테오 등이 살아 움직이며 그 여운을 더한다. 제주에서 진행 중인 ‘빛의 벙커’에서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반 고흐’展(10월 25일까지)을 시작했다. 미디어 아트 전시로 고흐 삶의 각 단계와 뉘넨(Neunen), 아를(Arles), 파리(Paris), 생레미 드 프로방스(Saint Remy de Provence) 그리고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 등에서의 흔적을 따른다. ‘빛의 벙커: 반 고흐’ 展(사진제공=티모넷)‘별이 빛나는 밤에’(La nuit etoilee), ‘씨 뿌리는 사람’(Le semeur),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해바라기’(Tournesols), 조카 빈센트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Blossoming Almond Tree), 풍차를 주제로 한 ‘물랭 드 라 갈레트’(Moulin de la Galette), ‘밤의 카페 테라스’(Terrasse du cafe le soir), ‘노란집’(The Yellow House), ‘아를의 반 고흐의 방’(Bedroom at Arles), ‘까마귀가 나는 밀밭’(Champ de bles aux corbeaux), ‘자화상’까지 초기 작품부터 전성기, 말년까지를 아우른다.32분 동안의 메인 전시에 이어 고흐와 가장 친밀하고 강렬하게 교류했던 폴 고갱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폴 고갱의 작품은 고향 브르타뉴 회상을 시작으로 자화상까지 10여분의 짧은 필름 형태로 이어진다. 10분 남짓의 폴 고갱(Paul Gauguin) 전에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집’(The Fare), ‘타히티 정원’(Tahitian Pastorale), ‘춤추는 브르타뉴 소녀들’(Breton Girls Dancing), ‘바이루마티’(Vairumati) 등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교류했지만 결국 반목했던, 그렇지만 전세계 미술사에 강렬한 영향을 미친 두 화가의 작품들을 거닐 수 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7 0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한편의 느와르 영화처럼! 뮤지컬 ‘영웅본색’

뮤지컬 ‘영웅본색’(사진=허미선 기자)“영화 같은 뮤지컬로 실제로 100장면이 넘게 흘러갑니다. 매신 영화 한편을 찍는 마음으로 모든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기다리고 있죠.”송자호 역의 유준상은 뮤지컬 ‘영웅본색’(英雄本色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 대해 이의 유준상은 “혁신적인 무대로 영화 속에서 실제 배우가 움직이는 뮤지컬”이라고 표현했다. 2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유준상은 “연습을 할 때는 과연 이 무대와 함께 움직일 수 있을까 했다”며 “너무 빨라도 느려도 안된다. 끊임없이 함께 하며 속도를 조절 하면서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송자걸 역의 한지상 역시 “유준상 선배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부분이 템포 싸움”이라며 “편집없는 무대예술에서는 인간이 편집을 한다. 야무지고 차지고 맛있는 템포 위해서 힘쓰며 하고 있다”고 동의를 표했다.뮤지컬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1986년 오우삼 감독, 적룡·주윤발·장국영 등의 동명영화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1000여장의 LED패널로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장면들이 무대 위에 구현되는 뮤지컬이다.,뮤지컬‘영웅본색’(사진=허미선 기자)암흑가의 전직보스 송자호(유준상·민우혁·임태경, 이하 관람배우·가다나 순)와 형제 같은 마크(박민성·최대철), 두 사람을 배신한 아성(김대종·박인배) 그리고 자호의 동생이자 형사인 송자걸(박영수·이장우·한지상)이 엮어가는 유혈낭자한 느와르로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의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신작이다.◇의리는 남자의 전유물?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감성“의리는 남자들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2020년 이 시점에서는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공통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영화 ‘영웅본색’에 대해 “1990년대 남성분들에게 충격을 주고 진한 감성을 심어준 작품”이라며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이야기를 여성이 대부분이 뮤지컬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송자걸 역의 민우혁은 작품을 관통하는 감정인 ‘의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마크 역의 박민성 역시 “느와르 역시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우리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늘 있는이야기”라고 말을 보탰다.“가족, 형제, 우정 등 관계는 일상의 것들이기 때문에 단정 짓지 않으셔도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처음 등장하는 메인 테마나 ‘당년정’ 등은 딱 한소절만 들어도 아는 명곡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감성이 곳곳에 포진해 있죠.”또 다른 마크 최대철은 “연습할 때 저도 모르게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이 울컥하곤 했다”며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결국 감성의 문제”라고 동의를 표했다. 이어 “내 마음 속 감성 하나만 건드리면 남자든, 여자든 공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마크의 매력은 표현을 못한다는 거예요. 형 자호에, 동생 자걸에 대한 마음은 미치겠는데 마크는 그 표현이 안되죠. 제 마음에도 그게 있어서 마크가 너무 많이 다가왔어요. 살면서 친구, 부모·자식, 부부 등 인간관계는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진심, 마음이 통했을 때 사랑이 느껴지거든요. 내 다리 하나쯤, 목숨 따위 중요하지 않아요. 형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마크가 드러내지 못하는, 하지만 관객들은 분명 알고 있을 그걸 전달해 드리고 싶었습니다.”◇퀵체인지 자걸, 첫 뮤지컬 이장우 “수족관 신에 주목!” 뮤지컬 ‘영웅본색’(사진=허미선 기자)“자걸은 1, 2막 열몇번 의상을 갈아입어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준비되고 호흡이 정리되면 좋은데 의상을 갈아 입다가 급하게 들어가야하는 신이 너무 많죠.”자걸을 연기하면서 힘든 부분에 대해 퀵체인지를 꼽은 박영수는 “주옥같은 멜로디를 들려드려야 하는데 거친 호흡인 상태에서 등장해야하는 하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게다가 너무 익숙한 멜로디의 곡들이다 보니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기도 하죠. 아름다운 멜로디를 각자 배역에 맞게 잘 들려드리기 위해 고민이 않았습니다.”뮤지컬 '영웅본색'으로 뮤지컬 데뷔하는 이장우(오른쪽)(사진=연합)‘영웅본색’ 송자걸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는 이장우는 “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영화나 드라마나 뮤지컬이나 같은 연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뮤지컬에 맞는 연기와 영화 등 매체 연기는 따로 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정말 ‘왜 얼굴로만 연기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발끝까지 해야한다’고 하시는데 이제 무릎까지 내려온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분들을 존경하게 됐죠.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거짓말처럼’(Unreal Reality)이라는 수족관 신입니다. 유일한 멜로 신으로 이 장면을 주목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이장우가 가장 주목하길 바라는 ‘거짓말처럼’은 형사인 자걸이 정보를 얻기 위해 일부러 접근한 전 마약왕의 딸 페기와 수족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으로 1000여장의 LED패널로 낭만적이고 사랑스럽게 표현된다.◇‘스탠드업’으로 흥겨움 전하는 견숙 문성혁과 ‘아성’에 매료된 박인배  뮤지컬 ‘영웅본색’ 주요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출연하는 작품마다) 항상 재밌는 역할을 하다 보니 웃음 정도 조절이 가장 힘듭니다. ‘영웅본색’에서도 휴식이나 웃음이 필요해서 원작과는 다르게 견숙이 즐거운 캐릭터로 변주됐죠. 진지한 영화의 색을 해치치 않으면서도 기분 좋게 쉬어가는 타이밍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자걸이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취직을 위해 찾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부르는 ‘스탠드업’(Stand Up)으로 분위기를 흥겹게 하는 견숙 역의 문성혁은 이렇게 전하며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제가 50분 있다가 등장해서 ‘스탠드업’을 불러야 해서 밑에서 엄청 준비를 합니다. 복고 감성이어서 문성우 안무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시너지를 발현했죠. 저는 ‘영웅본색’ 뿐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광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탠드업’ 안무에) 마이클 잭슨 춤 코드를 넣기로 합의하면서 신나게 작업했죠.”이렇게 전하는 문성혁에 대해 유준상은 “반백한살(51세)에 저 몸놀림이 나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며 “휴게소 같은 배우”라고 극찬했다.송자걸과 마크를 배신하며 조직 보스 자리에 오른 아성 역의 박인배는 “(아성 캐릭터가) 멋있었고 매료됐다”며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만의 원칙을 따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가야할 방향이 명확했는데 음악이 들어오면서 혼란을 느꼈어요. 음악을 가진 결이 영화에서 본 악역이 가졌던 묵직함과는 차이가 있어서 접합점을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나쁜 짓을 하는 역할이다 보니 쉽진 않지만 아성의 갈 길이 나름 명확해서 재밌게 하고 있죠.”◇아직 끝나지 않은 우정, 의리, 사랑이야기뮤지컬 ‘영웅본색’ 전 출연진(사진=허미선 기자)“저도 모르게 2020년에 와 있습니다. 어려서는 SF에나 나올법한 시대였는데 실제 2020년에 ‘영웅본색’을 하고 있어요.”이렇게 전한 유준상은 “메말라가는 사회에서도 진실되고 (영웅본색) 무대에서 구현되는, 이런 세계가 있구나를 느낀다”고 덧붙였다.“아직 끝나지 않은 우정, 사랑, 의리가 무대에서는 계속 되고 있구나를 느낍니다. 그걸 본 관객분들은 삶에서 풍요로움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관계들을 통해 메말라가고 각박해지는 세상을 극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웅본색’을 보신 중국, 홍콩 등의 분들이 계약하자고 많은 의뢰들이 오고 있습니다. 중국, 홍콩 등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뮤지컬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시작입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3 21:00 허미선 기자

[B코멘트] 김광보 연출 "연극계 참어른이셨던 구히서 선생, 무언가를 놓쳐 버린 듯 멍하고 먹먹한 슬픔으로 남아"

연극평론가 구히서 선생(연합)“구히서 선생님에 대해 많은 분들이 한국연극계의 대모라고 하시죠. 선생님께서는 히서연극상을 통해 끊임없이 젊은 연극인들과 음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재능있는 연극인들을 위해 노력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서울시극단장인 김광보 연출은 2019년의 마지막 날 새벽 3시 별세한 연극평론가 구히서 선생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구히서 선생은 경기여고,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연구원, 국립도서관 사서, 이대 80년사·여성사 편찬실 연구원 등을 거쳐 1970년부터는 일간스포츠, 한국일보 문화부에 입사해 연극 전문기자로 일하며 ‘저널리즘 연극 비평’을 개척했다.“제가 하는 공연을 보러 와 주셔서 저녁을 먹자시기에 근처 라면집에서 라면을 먹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선생님께서 조용히 ‘사실 나는 밀가루 음식을 안먹는데 덕분에 이렇게 먹어보니 또 맛있고 좋네’라고 말씀하셨어요.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정이 깊으신 분이셨죠. 저는 항상 선생님의 제자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이렇게 전한 김광보 연출은 “처음 만났을 때에는 차갑고 냉정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아 가까이 다가가기 두렵기도 했다”며 “히서연극상 수상을 계기로 잦은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선생님 내면의 따뜻함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았다.공연 현장을 발로 뛰면서 눈여겨 본 연극인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따 1996년 출범시킨 ‘히서연극상’을 수상(2012)하기도 했던 김광보 연출은 구히서 평론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큰어르신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선생님께서는 연극계의 참어른이셨어요. 선생님을 이렇게 보내게되어 공허하고 아쉽습니다. 마음 한켠이 무언가 놓쳐버린 듯 멍하고 먹먹한 슬픔으로 남아있습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3 20: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냉철했지만 따뜻했던 저널리즘 연극 비평 개척자, 구히서 평론가 별세

구히서 평론가(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2019년의 마지막 날 새벽 3시 연극평론가 구히서 선생이 별세했다. 향년 80세로 수년 전부터 노환에 의한 건강악화로 자택에서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여고,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연구원, 국립도서관 사서, 이대 80년사·여성사 편찬실 연구원 등으로 일하다 서른이 되던 1970년부터는 일간스포츠, 한국일보 문화부에 입사해 연극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신문사에서 연극이 지금보다 더 홀대받던 시절 본명을 내건 ‘구희서의 연극수첩’이란 코너명으로 매주 한편의 연극 평을 쓰는 등 고인은 1994년까지 기자로서 현장을 발로 뛰며 연극 ‘비평’에 매진했다. 이 시기에 썼던 연극 평들은 1999년 ‘연극읽기’ 3부작으로 출간되는 등 그는 ‘저널리즘 연극 비평’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1994년부터 5년여간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으로 재임한 고인은 별세하기 2, 3년 전까지도 대학로 극장을 찾을 정도로 연극 비평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2008년에는 그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연극 ‘쿠크 박사의 정원’(Dr.Cook’s Garden)이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서스펜스 소설의 거장 아이라 레빈(Ira Levin) 작품을 고인이 직접 번역한 ‘구히서 헌정작’에는 이호재를 비롯해 김수현, 지자혜, 전진기, 장연익 등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기꺼이 힘을 보태기도 했다.구히서 평론가는 엄격하고 냉철했지만 연극과 연극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열정으로 온기를 잃지 않았다. 그는 1996년 공연 현장에서 눈에 띄는 연극인에게 주는 ‘히서연극상’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오롯이 구히서 평론가가 선정하는 배우, 연출가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첫해 심재찬 연출을 시작으로 2회부터는 ‘올해의 연극인상’ ‘기대되는 연극인상’을 따로 시상했다.극단 코끼리만보의 고(故) 김동현 연출이 2002년, 현재 서울시극단장인 김광보 연출이 2012년, 최근 연극 무대 뿐 아니라 TV,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예수정, 길해연이 각각 2005년과 2012년에 ‘올해의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최근 주목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의 염혜란도 2009년 ‘기대되는 연극인상’ 수상자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3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안톤 체호프, 변주돼 무대 오르다! 연극 ‘외갈매기’ ‘체홉, 여자를 읽다’

연극 ‘외갈매기’(사진제공=공연창작소 공간)체제의 구태의연함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웃음을 가장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간결한 문장에 담아내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듯 하지만 꽤 공들여 관찰하고 빚은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이 번뜩인다.백과사전 급의 방대함, 굴곡진 역사의 대서사시로 유명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고리키와는 달리 풍자와 유머가 담긴 단편을 주로 집필했던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작품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무대에 올려지곤 한다.연극 ‘외갈매기’(사진제공=공연창작소 공간)한국 역시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벚꽃동산’ ‘갈매기’ ‘바냐 아저씨’ 등 체호프의 대표작이 매일 한편씩은 공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2020년 첫 주에도 체호프의 작품이 변주돼 무대에 오른다. 연극 ‘외갈매기’(1월 23일까지 소극장 산울림)는 지난해 여름 극단 산울림에서 진행했던 기획프로그램 ‘산울림 고전극장-러시아 문학’ 중 선보였던 공연창작소 공간의 작품이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갈매기’를 변주한 작품으로 지난해에 이은 앙코르 공연으로 늘 고독하게 혼자 날고 있는 갈매기에 빗댄 인간들의 이야기다.유명배우인 엄마 아르까지나 그늘에 가려진 아들 뜨레쁠레프, 그를 사랑하는 마샤와 그가 사랑하는 배우지망생 니나, 마샤의 부유함을 좇는 메드베덴코와 니나가 빠져드는 아르까지나의 연인이자 작가 뜨리고린, 자꾸만 어긋나는 도른과 폴리나 등 쌍방향이라고는 없는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다.고선웅 연출의 ‘산허구리’ 조연출이자 ‘개를 데리고 사는 여자’ 등의 박경식 각색·연출작으로 한쪽 날개로 나는 갈매기를 닮은 이들의 비참하고 고독한 감정들, 부유하듯 움직이는 무대연출이 흥미롭다.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사진제공=씨어터오컴퍼니)‘체홉, 여자를 읽다’(1월 7~2월 20일 대학로 자유극장)는 체호프가 44년을 살면서 쏟아내듯 집필한 600여편의 단편소설 중 고른 ‘약사의 아내’ ‘아가피아’ ‘나의 아내들’ ‘소피아’ 네편을 엮은 옴니버스 연극이다. 남편이 잠든 밤 군 장교들과 짧은 만남을 가지는 ‘약사의 아내’, 정숙한 아내 ‘아가피아’의 일탈, 7명의 아내를 살해안 라울이 전하는 ‘나의 아내들’, 남편 친구와의 부적절한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소피아’는 매순간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희극, 드라마, 호러, 코미디로 풀어낸다.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순간들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 ‘체홉, 여자를 읽다’에는 박준규, 개그맨 고명환, 걸그룹 파이브돌스의 서은교 등 익숙한 얼굴들이 함께 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20-01-02 07:00 허미선 기자

[‘쁘띠’리뷰+상징] 내 안의 ‘메리 제인’ ‘여신님’ ‘조지아 맥브라이드’ 그리고 ‘스토리’를 찾아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연극 ‘메리제인’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여신님이 보고계셔’(사진제공=극단 맨씨어터, 쇼노트, 오디컴퍼니, 연우무대)누구에게나 있지만 아무나 찾지는 못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오롯이 나로 서기’ ‘나 자신 사랑하기’ 등을 가능하게 하는 씨앗이자 ‘나를 움직이고 살아가게 하는 힘’의 상징이다. 꽤 오래 전부터 그 ‘무언가’를 찾는 데 집중했던 무대 작품들 중 최근 눈에 띄는 것이 연극 ‘메리 제인’(2020년 1월 1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2020년 2월 1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2020년 3월 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그리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020년 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가 그렇다.연극 ‘메리제인’(사진제공=극단 맨씨어터)고단한 일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임 ‘메리 제인’연극 ‘메리 제인’ 속 메리 제인(이봉련·임강희,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일상은 고단함의 연속이다. 중증 장애를 가진 두 살 반짜리 아들 알렉스는 매일 숨이 넘어가거나 토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숨 쉬기조차 버거운 현실을 메리 제인은 온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견뎌낸다. 절친이자 아들의 가정간호사인 세리(정재은·이지하)도, 친절한 아파트 관리인 루디(홍윤희·예수정·우현주)도 ‘그러다 지쳐버릴거야’라고 우려를 표하지만 그녀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웃음을 그리고 단단함을 잃지 않는다.그 무기는 억척도, 희생도 아닌 담담한 ‘받아들임’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여자들의 연대다. 그렇게 버거운 일상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힘, 부제 ‘여자, 그 일상의 영웅’이 되게 하는 ‘즐겁고 명랑한(Merry) 제인’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존재한다.이제야 사랑하게 된 내 안의 나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사진제공=쇼노트)“내 안의 조지아 맥브라이드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의 드래그 퀸(Drag Queen,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한 남자)인 케이시(박은석·이상이·강영석)는 아내 조(유주혜·박희정)에게 스스로를 사랑하기 시작했음을 인정하고 고백한다.드래그 퀸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 앨비스 프레슬리 임퍼스네이터(유명인이나 스타를 흉내내는 예능인)였지만 통장잔고는 늘 마이너스 상태이며 밀린 월세 탓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고 아내는 임신했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조와 달리 마냥 잘 될 거라 희희낙락하는 케이시는 설상가상 실직 위기에 처한다. 망해가는 바 클레오를 살려보겠다는 주인 에디(김승용)가 드래그 퀸 쇼를 기획한 것. 여러 과정을 거쳐 어머니의 고향과 첫 키스 상대의 이름을 조합한 ‘조지아 맥브라이드’라는 드래그 퀸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케이시는 부끄러웠고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멘토 트레이시(백석광·성지루), 늘 만취상태지만 자기애로 뭉친 렉시(송광일·신창주) 등과의 연대로 또 다른 나 조지아 맥브라이드를 받아들임으로서 케이시는 온전한 ‘행복’을 꿈꿀 수 있게 된다.살아갈 힘이 되는 존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사진제공=연우무대)누군가에게는 딸이고, 다른 이에게는 어머니이며 애틋한 첫사랑, 헤어진 가족, 여동생이기도 하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서 ‘여신님’은 죽음 앞에서도 살아남고자하는 힘이자 희망의 상징이다.한국전쟁 당시 포로를 이송하다 폭동과 기상악화로 무인도에 고립된 6명의 남북한 병사들.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이는 전쟁에서 친구를 잃고 정신을 놓아버린 북한 소년병 류순호(정휘·박준휘·정욱진·진호) 뿐이다.그가 배를 고치도록하기 위해 남한군 대위 한영범(성두섭·서경수·조성윤)이 만들어낸 여신님(최연우·이지숙·한보라)은 신석구(강기둥·강기헌·안지환), 조동현(조풍래·김대웅), 변주화(손유동·진태화)는 물론 냉혈한인 북한 상위 이창섭(홍우진·윤석원·차용학)까지도 연대하게 한다. 야만적으로 생존 본능을 표출하며 서로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이들은 저마다의 ‘여신님’을 이해하며 공생을 실현한다.“네 이야길 써!”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사진제공=오디컴퍼니)그 이야기는 서글프고 아프다.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김다현·조성윤·고영빈·강필석·송원근)와 여전히 소년인 채로 고향에 남은 작은 책방 주인 앨빈 켈비(정동화·이석준·이창용·정원영). 한 사람은 죽었고 또 한 사람은 그의 송덕문(Eulogy, 추도연설)을 작성 중이다.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내달리다 슬럼프에 빠져버린 토마스는 떠나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달은 친구이자 자신 작품의 뮤즈였던 앨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엮어간다. 진짜 이야기 같지만 결국 스스로의 죄책감과 열등감이 만들어낸 친구의 모습과 감정들이 부유한다.“앨빈, 너 왜 그랬니?”라고 오열하는 토마스에 “넌 모르잖아”라고 나무라듯 다독이는 앨빈은 “그게 다야 톰” “네 이야기를 써!”라고 위안을 전한다. 그렇게 누군가가 아닌 오롯이 나, 진짜 내 이야기를 시작할 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31 19: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그렇게 사랑은, 전쟁은, 예술은 계속 되었다…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김동연 작·연출(왼쪽부터), 마리 역의 윤문선·한소빈, 사랑광대 강하늘·송광일, 전쟁광대 장지후·기세중, 한스 박규원·최정헌·백동현(사진=허미선 기자)“꿈으로 파괴도, 창조도 가능한 법이다” “사랑은 치열한 전쟁, 사랑은 뛰어난 창작이다. 사랑이란 존재 그 자체, 존재할 수 있는 건 바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예술은 계속 되었다” “그렇게 전쟁은 계속 되었다”연극 ‘환상동화’(2020년 3월 1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의 대사들처럼 삶은 어쩌면 전쟁과도 같고 사랑으로 영위해가며 예술로 풍요로워진다. 꿈꾸는 이들에게는 환상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김동연 작·연출의 연극 ‘환상동화’는 삶의 요소인 전쟁·사랑·예술을 광대에 대입해 풀어가는 작품이다. 강하늘은 연극 ‘환상동화’ 사랑광대로 무대에 복귀한다(사진=허미선 기자)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했지만 전쟁 중 청력을 잃은 남자 한스, 전쟁 나간 오빠를 기다리며 춤추는 눈 먼 여자 마리의 전쟁, 사랑, 예술이야기다.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26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동연 연출은 전쟁, 사랑, 예술을 광대에 빗대 풀어낸 이유에 대해 “원래 광대 캐릭터를 좋아한다”며 “무대에서 우스꽝스럽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삶은 여러 요소들, 사랑·전쟁·예술 3가지 요소로 꾸려가죠. 무대 위에서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고 이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 광대이자 신이라고 생각했어요.”2007년 초연됐고 2008, 2009, 2010, 2013년 공연된 후 6년여만에 돌아온 ‘환상동화’에는 전쟁광대 역의 기세중·장지후(가나다 순), 사랑광대 강하늘·송광일, 예술광대 원종환·육현욱, 한스 박규원·백동현·최정헌, 마리 윤문선·한소빈이 출연한다.“6년만에 돌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뭘 바꿀까 보다 뭘 지키고 간직할지를 더 고민했습니다. 이야기를 떠올리고 연습하고 첫 선을 보일 때의 두려움과 설렘을 현재 함께 하는 배우들과 만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죠. (이 극이 가지고 있던) 원래 의미를 지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이렇게 털어놓은 김동연 연출은 “그걸 지키기 위해 관객과 극장의 변화, 기술발전 등에 맞는 비주얼적·음악적 요소를 보완해 지금 관객을 만족시키고자 했다”며 “극의 메시지나 처음 이 극을 준비할 때의 두려움, 설렘 등의 감정은 그대로 공감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명확한 디렉션, 배우들 저마다의 개성 묻어난 광대들 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연출님이 사랑광대는 가장 순수한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어린아이가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린 친구들에게서 모티프를 많이 얻었죠.”송광일의 말에 같은 사랑광대 역의 강하늘은 “송광일 배우와는 친구”라며 다른 일정들로 제가 늦게 참여하다 보니 광일씨가 많은 것들을 만들어 주셔서 따라하고 있다”고 전했다.연극 ‘환상동화’의 광대들. 왼쪽부터 사랑광대 강하늘, 전쟁광대 장지후, 사랑광대 송광일(사진=허미선 기자)“송광일 배우가 너무 잘해서 떨어뜨린 걸 살살 주워 먹고 있습니다. 광일 배우의 표현법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열심히 따라하고 있죠. ‘다르게 표현하겠다’가 아닌데도 사람 자체가 달라서 다른 느낌을 내는 것 같아요.” 그리곤 강하늘은 “광일 배우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하며 “제 맨 얼굴이 사랑스럽지는 않아서 (사랑스러운) 그 느낌을 주려고 요행을 부리고 있다”고 분장 콘셉트를 설명하기도 했다.전쟁광대 역의 장지후는 같은 배역이지만 배우마다 다른 느낌에 대해 “연출님이 주는 소스나 디렉팅 자체가 명확하다”며 “사과를 원하면 사과를 말씀하시는데 배우들마다 누구는 빨간 색을, 또 누구는 맛을 떠올리는 차이”라고 비유했다.“연출님의 디렉팅을 잘 지켜나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다만 사람마다 성격 등이 다르다보니 다르게 나타나지 않나 싶어요. 전쟁광대에 동의하는 부분은 현실이 전쟁같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순위를 매기는 사회잖아요.”전쟁광대와의 닮은 점에 대해 이렇게 전한 장지후는 “하지만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장지후는 그런 전쟁같은 세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경쟁구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라고 전했다.“어떻게 보면 도망치는 것 같지만 (치열한 경쟁과 순위를 매기는 사회) 거기에 끼고 싶지 않아요. ‘나를 찾아가는 삶’을 따르고 싶습니다.”이렇게 전한 장지후의 말에 또 다른 전쟁광대 기세중은 “저랑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전쟁광대가 가장 이성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전쟁 자체가 현실을 얘기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부분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제가 알고 있는 전쟁과 광대가 말하는 전쟁이 다른 것 같아요. 유치한 일 때문에 일어나는 게 전쟁 같죠. 그래서 순수함, 어린애 같은 마인드에서 시작해야 비슷한 점이 생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전쟁을 안좋게만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생각하는 걸로 녹이려고 하고 있습니다.”사랑광대 역의 송광일은 “세 광대는 각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에 광대들 보다는 마리와 한스에 집중하면 세 광대의 매력이 더 잘 보일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박규원 ‘삶의 의미’, 백동현 ‘태엽’, 최정헌 ‘세상 속으로 이끄는 키’ 연극 ‘환상동화’. 한스 역의 박규원, 마리 윤문선, 한스 최정헌, 마리 한소빈, 한스 백동현(사진=허미선 기자)“극 중 ‘한스는 단 하나를 잃었지만 그로 인해 다 잃었다’는 표현이 있어요. 한스는 청력을 잃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음악을 잃었죠. 삶의 의욕을 잃은 상황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가지고 카페로 가서 마리를 만나요. 마리를 만남으로서 삶의 이유가 생겨 버렸죠.”한스에게 마리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전한 박규원의 말처럼 연극 ‘환상동화’는 전쟁터를 카페로, 화약 냄새를 향긋한 커피향으로, 죽어가는 비명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둔갑시키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전쟁터와 상상으로만 보던 카페를 오가는 사랑·전쟁·예술광대는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스와 마리의 마리오네트 극으로 변주하기도 한다. 한스 역의 백동현은 마리의 의미에 대해 얘기하면서 극의 프롤로그를 언급했다.“프롤로그에 사랑광대가 태엽을 꽂아서 돌리는 장면이 나와요. 청력을 잃은 한스가 마리를 만나면서 삶의 의지, 생명력을 느낄 때 프롤로그에 나온 (사랑광대의) 그 태엽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래로만 내려가는 인물 한스가 마리라는 태엽을 꽂고 움직일 수 있게 되거든요.”또 다른 한스 최정헌은 “세상을 외면하는 한스를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오게 하는 키 같은 존재가 마리”라고 말을 보탰다.최정헌은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려서 피아노를 배워둘 걸 그랬다 생각했다”며 “성악과를 나온 박규원 배우는 변주까지 해서 부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에 박규원은 “부모 강요로 배운 피아노가 쓰임을 받게 됐다”고 대꾸해 웃음을 자아냈다.“작곡가이자 음악가인 한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기왕이면 극 중 연주곡을 직접 작곡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조금씩 공유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감사합니다. 저는 마리오네트 연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끝내 해냈다는 게 기분 좋습니다.”강하늘의 전역 동기이자 ‘신흥무관학교’에서 김동연 연출·강하늘과 호흡을 맞춘 백동현은 연극 ‘환상동화’를 통해 대학로 무대에 신고식을 치렀다.연극 ‘환상동화’(사진=허미선 기자)“저도 (강)하늘 배우와 같이 전역해서 대학로에 처음 들어오게 됐습니다. 막내로서 계속 형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도록 많이 배우고 있어요.”그는 한스를 비롯해 광대 커버(배역을 맡은 배우가 공연을 못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하는 배우)로 참여한 ‘환상동화’에 대해 “많이 감사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백동현을 비롯해 마리 역의 윤문선과 한소빈도 ‘환상동화’가 데뷔작이다. 윤문선은 “현역 무용수로서 첫 연극 도전에 설렘과 기대가 크다”고, 한소빈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환상같은 데뷔”라고 소감을 전했다.◇뮤지컬로 봐야할 이유 찾으며 아직은 개발 중! 연극 ‘환상동화’ 출연진. 왼쪽부터 사랑광대 강하늘송광일, 한스 박규원, 마리 윤문선 한소빈, 한스 백동현 최정헌, 전쟁광대 장지후(사진=허미선 기자)“왜 굳이 뮤지컬이 돼야하지? 연극과 뭐가 달라야하지? 그런 것들을 해결하고 개발하려다보니 좀 늦어지고 있습니다.”연극으로 시작한 ‘환상동화’는 꽤 오래 전부터 뮤지컬화 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렇게 전한 김동연 연출은 “원래 작품이 가진 광대들의 희극성 표현 자체가 쉽질 않았다”며 “현재는 어둡고 무겁게, 물량이 많이 투입돼야하는 대극장 버전으로 개발돼 있다”고 귀띔했다.“소극장 버전 뮤지컬로도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연극으로 해도 되는 이야기를 굳이 뮤지컬로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완전히 해결하질 못했습니다. 뮤지컬은 그 자체로 새로운 느낌, (연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 숙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면 보완해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8 15: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강하늘 “풍경이 달라보이게 하는 작품” 연극 ‘환상동화’로 다시 무대로!

연극 ‘환상동화’. 왼쪽부터 예술광대 육현욱, 사랑광대 강하늘, 전쟁광대 장지후(사진=허미선 기자)“너무 따뜻한 공연이에요. 보고 나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고 즐거운 작품이죠. 이 공연을 2009년인가, 2010년에 (한스 역의) 최정헌 배우님과 관람하고 ‘나중에 커서 능력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다’ 했는데 좋은 기회로 (김)동연 연출님을 만나 참여하게 됐습니다.”2015년 박정자와 함께 했던 2인극 ‘해롤드모드’ 이후 4년만의 연극 복귀작으로 ‘환상동화’(2020년 3월 1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를 선택한 데 대해 강하늘은 따뜻함과 오래 전 꿈을 언급했다.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26일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강하늘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예능프로그램 ‘트래블러-아르헨티나’ 등으로 바쁜 중에도 ‘환상동화’ 무대에 오르게 된 이유에 대해 “다른 뜻은 없다”며 “재밌게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고 부연했다.“분명 카메라 앞에 있는 것도 재밌는데 가장 재미를 느끼는 건 무대 위에서 다 같이 하는 작업이에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군 생활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한 작품이고 전역한 민간인 신분으로 공연을 하고 싶었습니다.”연극 ‘환상동화’는 강하늘과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로 인연을 맺은 김동연 작·연출작으로 전쟁·사랑·예술광대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극 중 극 형태의 작품이다. 2007년 초연돼 2008, 2009, 2010, 2013년까지 공연 후 6년여만에 돌아온 ‘환상동화’는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했지만 전쟁 중 청력을 잃은 남자 한스와 전쟁 나간 오빠를 기다리며 춤추는 눈 먼 여자 마리의 전쟁, 사랑, 예술이야기다.연극 ‘환상동화’에서 사랑광대를 연기 중인 강하늘(사진=허미선 기자)이 작품에서 강하늘이 맡은 역할은 사랑광대로 한스와 마리의 로맨스를 이끈다. 강하늘과 같은 사랑광대 역의 송광일을 비롯해 전쟁광대는 기세중·장지후(가나다 순), 예술광대는 원종환·육현욱이 번갈아 연기한다. 한스에는 박규원·백동현·최정헌이 트리플캐스팅됐고 실제 발레리나 윤문선과 신예 한소빈이 마리 역으로 연극에 데뷔한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환상동화’에 참여하고 싶었어요. (연출님이) 전체 그림에서 맞는 역할로 사랑광대를 골라주신 것 같아요. 저는 사랑광대를 사랑밖에 모르는 요정, 순수함을 이미지로 잡았습니다. 용식이도 그렇죠.”“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황용식과 ‘환상동화’ 사랑광대의 닮은 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 강하늘은 “동백이만 좋아하는 용식이의 마음이 사랑광대와 닮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김동연 연출은 강하늘에 대해 “잘하는 배우”라며 “잘 생기고 인기도 있고…연출로서는 최고다. (군 복무 중 출연했던 군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때도 그랬지만 성실한 배우”라고 평했다.“재능도 있으면서 성실하기까지는 힘든데 그게 (강하늘의) 강점이죠. 게으를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이 없어서 실제 작업하면서 놀랐습니다.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말릴 정도로 더 하는 것이 연출로서는 좋았어요. 아마 (강하늘과) 함께 작업했던 영화감독, 드라마 PD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강하늘은 “올해는 전역의 해”라며 군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용식을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저한테는 좋은 선배들과 작업하는 좋은 환경었다”고 털어놓았다.“높은 시청률, 화제성 보다는 그분들과 촬영하던 때가 더 많이 떠올라요. 저에게 가장 좋았던 현장을 선물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환상동화’는 저에게같은 풍경인데 더 예뻐 보이고 다른 풍경처럼 다가오게 하는, 그런 작품이에요. 극장에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눈앞의 것들이 어색해질 때가 있거든요.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통틀어서 그런 작품이 몇개 없는데 ‘환상동화’가 그런 작품 중 하나예요.”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7 19: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카카오엠, 이번엔 뮤지컬제작사 쇼노트 인수…그 기대와 우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사의 영역 확장, 뮤지컬제작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유입 등의 의미 보다는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종합 콘텐츠 기업 카카오엠(카카오M)의 자회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268억원에 뮤지컬 제작사 쇼노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쇼노트는 현재 한창 공연 중인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을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파격적으로 변주한 ‘앨앤제이’, 뮤지컬 ‘헤드윅’ ‘신흥무관학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젠틀맨스 가이드’ ‘구텐버그’ ‘미스터마우스’ ‘벽을 뚫는 남자’ 등과 YB, 이소라, 몬스타엑스, 정세운, 블락비, 케이윌, 김동완 등의 콘서트 및 배우 이동욱 등의 팬미팅을 기획·주관해온 회사다. 쇼노트의 수장 김영욱 대표는 2019년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쇼노트 인수는 카카오엠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엠은 아이유를 배출했고 SK텔레콤 멜론의 운영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2018년 이름을 바꾼 회사로 CJ ENM을 비롯해 온미디어,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 등의 대표이사를 지낸 김성수 대표가 수장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킹콩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합병했고 드라마 제작사 메가몬스터와 모바일 영상제작사 크리스피스튜디오, 인디레이블 문화인, 이병헌의 BH엔터테인먼트, 김태리의 제이와이드컴퍼니, 공유·공효진 등의 매니지먼트숲, 박서준 등의 어썸이엔티 등이 카카오엠 군단이다.지난 9월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의 영화제작사 월광, ‘신세계’ ‘무뢰한’ 등의 사나이픽쳐스의 지분을 인수하고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현빈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개인법인 메종바하를 인수했다. 더불어 이민호의 소속사 MYM엔터테인먼트·MYM의 투자사 유한회사 지엠그룹도 전략적 협력 관계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콘텐츠 기업으로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려는 행보의 마지막 퍼즐이 ‘라이브 콘텐츠’인 셈이다. 이번 쇼노트 인수에 대해 카카오엠은 “콘서트·쇼케이스 등의 기획·제작 역량을 높이고 카카오엠 소속 배우·가수들과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활용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사업들과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하나의 IP(지적 재산권)를 영화, 공연, 디지털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로 기획·제작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완성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한 공연 관계자는 “대형 미디어가 라이브 콘텐츠 제작사를 인수해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어왔다. 설앤컴퍼니가 일간스포츠에 인수된 것처럼”이라고 전했다. 2007년 일간스포츠는 중앙일보문화사업 지분 60%를 출자해 설앤컴퍼니 지분 70%를 55억원에 인수했다. 설도윤 대표가 이끌던 설앤컴퍼니는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에비타’ 등을 선보이며 한국 뮤지컬시장을 일군 회사였다. 하지만 서로가 가진 특성과 사업 방향의 충돌로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콘텐츠만 가지고 독립적으로 확장할 것인지, 쇼노트처럼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시너지를 낼 것인지의 차이일 뿐 공연제작사는 사업적 비전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를 두고 늘 고민 중”이라며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각 업계의 연합이나 합병이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양질의 자본이 합쳐지면서 관객 및 작품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공연시장 및 관객 특성을 제대로 파악·활용하기 보다 ‘수익성’ ‘흥행 확률 높이기’만을 추구할 경우 기존의 관객에게마저 외면당할 리스크도 없지는 않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느냐”다.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은 단순한 흥행만이 아닌 실험과 모험을 통해 평가받아야 성과로 이어지는 장르”라며 “자본을 가진 기업이나 메인으로 움직이는 쪽이 이같은 라이브 콘텐츠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각 미디어·콘텐츠·장르·플랫폼 등은 저마다의 특성과 방식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따로 존재하던 이들을 어떻게 사업적으로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과 숙제가 남은 셈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시장을 거대 자본들이 주목한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너무 경계하거나 거대한 자본에 장악당한다는 우려보다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지가 관건”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조화를 잘 이뤄낼 방법을 찾아낸다면 좋은 배우들, 콘텐츠 등을 공유하며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케이블 공룡 CJ ENM,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상제작사 스튜디오N을 설립한 네이버, 방탄소년단을 전면에 내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 드라마·예능 제작에 적극적인 SM엔터테인먼트 등의 움직임 사이에서 스타영입, 음악·영화·드라마·라이브콘텐츠·디지털콘텐츠 제작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인 카카오엠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라고 전망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7 07: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2019년 끝자락, 부정·모정·형제애·우정…연말무대愛 소복소복

2019년의 끝자락 아버지와 아들, 모녀와 고부, 할머니와 손녀, 형제와 부부, 친구 등의 이야기로 ‘온기’를 더하는 작품들이 무대를 채운다. 뮤지컬 ‘빅 피쉬’ ‘영웅본색’ ‘빈센트 반 고흐’ ‘아이언 마스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등과 연극 ‘여자만세2’ 등이 그렇다. 뮤지컬 ‘빅 피쉬’(Big Fish, 2020년 2월 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아버지와 아들, 부부 등 가족을 비롯한 인류애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다니엘 월리스(Daniel Wallace)의 동명소설(1998)을 바탕으로 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의 작가 존 어거스트(John August)가 대본을, 작곡가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넘버를 꾸린 뮤지컬이다.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과 아들 윌,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 등이 풀어가는 이야기로 2003년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로 개봉돼 사랑받기도 했다. CJ ENM의 글로벌프로젝트로 참여한 작품으로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2017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에 이어 6년만에 한국에서 공연 중이다.스캇 슈왈츠(Scott Schwartz) 연출과 ‘록키호러쇼’ ‘베르나르다 알바’ ‘마마 돈 크라이’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한국 프로덕션을 꾸렸고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에 박호산·남경주·손준호(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 ‘팩트’를 중시하는 기자인 아들 윌에 이창용·김성철,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에 김지우·구원영이 캐스팅됐다. [TIP]에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마음을 전하는 1막 엔딩의 수천송이 수선화, 거대한 인형과 인간이 하나로 움직이는 거인 칼(이든) 그리고 마지막 온 사랑과 이해를 전하는 이들의 배웅 속에 ‘황금색 빅 피쉬’에 오르는 에드워드 등의 장면이 ‘힐링 포인트’다. ‘영웅본색’(英雄本色, 2020년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 ‘아이언마스크’(2020년 1월 26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빈센트 반 고흐’(2020년 3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는 ‘형제’라는 관계를 다각도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영웅본색’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작품으로 암흑가의 전직 보스 형 송자호와 경찰인 동생 송아걸, 자호의 암흑가 동료였던 소마(영어이름 마크)를 둘러싼 눈물겨운 형제애와 의리에 대한 이야기다.뮤지컬 ‘영웅본색’(사진제공=빅픽처프러덕션)적룡이 연기했던 송자호는 유준상·민우혁·임태경, 장국영이 분했던 송자걸은 박영수·이장우·한지상, 주윤발이 표현했던 마크는 박민성·최대철, 자호와 마크를 배신하며 조직에 대한 야욕을 불태우는 아성은 김대종·박인배, 자걸과 사랑을 키워가는 전 마약상의 딸 페기는 송주희·정유지·제이민, 자호와 자걸 형제의 조력자 호반장과 견숙은 이정수, 문성혁이 연기한다.     [TIP] 화려한 홍콩의 밤거리, 바람에 휘날리는 버버리코트 자락과 선글라스, 이로 잘근거리는 성냥개비, 위조지폐로 붙이는 담뱃불, 쌍권총과 수백발의 총탄이 난사되는 총격신,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소마의 죽음과 형제의 화해 등 홍콩 느와르 시그니처 요소들이, 더불어 장국영이 직접 불렀던 ‘당년정’(當年情), 자호와 마크의 과거이야기에 흐르는 ‘기허풍우’(幾許風雨) 등 유명 OST가 어떻게 변주되고 극에 녹아드는지가 ‘관전 포인트’.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사진제공=메이커스프로덕션)뮤지컬 ‘아이언 마스크’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 등의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1998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극과 극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먼저 선보여 사랑받았다. 160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쌍둥이 왕 루이·필립(산들·김동한·노태현)과 왕의 친위대장 달타냥(이건명·김분현) 그리고 은퇴한 삼총사 아토스(신성우·서범석)·아라미스(윤영석·박상돈)·포르토스(장대웅·김법래)의 이야기다. [TIP] 부정과 저마다의 정의 등에 반전을 더하는 ‘키맨’ 앤(백주연·김아선·정명은) 태후에 주목!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사진제공=HJ컬쳐)5주년을 맞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 빈센트(김대현·조형균·배두훈·이준혁)와 화상 테오(박유덕·박정원·송유택·황민수) 형제가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를 토대로 꾸린 작품이다. 2014년 초연된 후 5주년을 맞으면서 초연부터 테오였던 박유덕이 여전히 함께 하며 2015년 재연 빈센트 조형균이 다시 돌아왔다. 더불어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2 우승팀 포레스텔라 멤버로 무대 활동이 뜸했던 배두훈의 복귀작으로 김대현·이준혁, 박정원·송유택·황민수가 새로운 빈센트와 테오로 신선함을 더한다. [TIP] 독특한 음색의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꾸린 넘버와 3D영상 맵핑기술로 구현되는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방’ ‘꽃핀 아몬드 나무’ ‘밤의 카페’ ‘카페테라스’ 등 고흐의 명작들이 볼거리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020년 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는 10년 동안 관객들 사이에서 ‘솜’(Story of My Life의 줄임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 위버(김다현·조성윤·고영빈·강필석·송원근)와 작은 책방 주인 앨빈 켈비(정동화·이석준·이창용·정원영)의 성장극이다. 성공을 위해 앞으로만 내달리다 슬럼프에 빠져버린 토마스가 여전히 30년 전 소년의 모습으로 살아가다 ‘죽음’을 맞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을 친구 앨빈의 송덕문(Eulogy, 추도연설)을 준비하면서 겪는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사진제공=오디컴퍼니)엄마의 ‘죽음’으로 주눅 들었지만 책으로 마을 사람들의 쓰린 마음을 쓰다듬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은 앨빈과 재능 넘치고 자신감으로 충만하지만 무관심한 부모로 인해 상처받은 토마스의 첫 만남, 눈 내리는 둘만의 크리스마스 이브, 수많은 추억들이 스몄지만 서로 다른 의미로 남은 책방, 묘하게 어긋나기던 시기 등이 현재와 교차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TIP] 친구의 죽음 앞에 시종일관 담담한듯 이야기를 이어가다 가장 소중한 이의 부재를 깨닫곤 오열하는 토마스의 “앨빈, 너 왜 그랬니?”, 그런 그에게 전하는 앨빈의 따뜻한 작별인사 “그게 다야 톰” “네 이야기를 써”가 아프지만 힐링 포인트.연극 ‘여자만세2’(사진제공=예술의전당)연극 ‘여자만세2’(2020년 2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국민성 작가·장경섭 연출작으로 대학교 인근의 한옥 하숙집에 70대 할머니 이여자(양희경·성병숙)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여자와 하숙집 주인 최서희(윤유선·최지연), 서희와 시어머니 홍마님(정아미), 이여자와 홍마님 등 다양한 여자들의 관계들이 흥미롭다.예술의전당 창작키움프로젝트 2탄으로 일신창업투자주식회사로부터의 1억 200만원을 투자받고 극단 휴먼비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성한 1000만원, PPL(Product Placement) 2000만원 그리고 예술의전당이 투자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TIP] 모두가 힘든 시대에 꼭 필요한 ‘엄마’ 그리고 ‘가족’의 다양한 의미가 주목거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6 0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냉철한 윌에서 이야기꾼 에드워드로! 뮤지컬 ‘빅 피쉬’ 작가 존 어거스트 “크리스마스에 ‘빅 피쉬’로 한국 뮤지컬 관람 데뷔합니다!”

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팀 버튼(Tim Burton)과의 첫 작업이 ‘빅 피쉬’(Big Fish, 2003)였어요. 제가다니엘 월리스(Daniel Wallace)의 소설을 읽고 판권을 확보해 굉장히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비주얼 감각의 소유자 팀 버튼 감독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고 그가 받아들였죠. 작가와 감독으로 함께 한 ‘빅 피쉬’를 시작으로 저와 팀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가 됐습니다.”뮤지컬 ‘빅 피쉬’(2020년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는 물론 2003년작 영화의 대본까지 집필했던 존 어거스트(John August)는 팀 버튼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최근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디즈니의 실사영화 ‘알라딘’의 작가이기도 한 존 어거스트는 ‘빅 피쉬’를 시작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005), ‘프랑켄위니’(Frankenweenie , 2012)로도 팀 버튼과 함께 했다.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저는 팀 버튼 뿐 아니라 로알드 달(Roald Dahl)의 팬이기도 했어요. 10살 때 그의 책을 읽고 손편지를 썼고 답장을 받기도 했죠. 제 어린시절 작가로서의 꿈을 키워준 분입니다. 20년 후 그의 작품을 영화 시나리오로 집필하는 영광의 순간을 맞았죠. 그렇게 어려서의 꿈이 이뤄진 작품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입니다.”◇익숙하고도 낯선 한국 그리고 서울“15년 전 개인적으로 북경, 상하이, 서울 3개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번엔 뮤지컬 ‘빅 피쉬’ 한국 프로덕션을 관람을 위해 가족과 함께 서울에 왔습니다.”그리곤 “소설은 탈고를 하면 그 형태로 영원히 가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나라마다, 프로덕션마다 변화가 생기고 성장한다”며 “작곡가가 새롭게 가하는 변화를 목격하고 다음엔 어떻게 변할지 토론하면서 세상에 있는 모든 프로덕션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소설과 뮤지컬의 다른 점을 짚었다.뮤지컬 ‘빅 피쉬’는 다니엘 월리스의 동명소설(1998)을 바탕으로 존 어거스트가 대본을, 작곡가 앤드류 리파(Andrew Lippa)가 넘버를 꾸린 뮤지컬로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과 아들 윌, 아내 산드라 등이 풀어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2003년 팀 버튼 감독, 이완 맥그리거 주연 영화로 개봉돼 사랑받았던 작품으로 뮤지컬은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2017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이 작품 역시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보스톤, 런던에서 공연했는데 프로덕션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서 작가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 프로덕션의 특징을 가늠하고 성장을 지켜보고 싶어 내한했죠.”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해외 초연 6년만에 선보이는 한국 프로덕션은 스캇 슈왈츠(Scott Schwartz) 연출을 비롯해 ‘록키호러쇼’ ‘베르나르다 알바’ ‘마마 돈 크라이’ 등의 김성수 음악감독이 함께 한다.뮤지컬 ‘빅 피쉬’ 공연사진(사진제공=CJ ENM)15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300석 규모의 런던, 900여석의 한국 프로덕션을 전부 관람한 최윤하 프로듀서에 따르면 “한국의 ‘빅 피쉬’는 대본과 음악을 빼고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이는 판타지에 열광하는 뉴욕 관객과 감정적 카타르시스, 슬프고 감동적인 감정선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의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한국 프로덕션은 “부자 간 갈등이 훨씬 첨예해서 마지막 감동도 더 크게 다가온다.”낭만적이고 황홀한 이야기로 마을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야기꾼 에드워드 블룸은 박호산·남경주·손준호(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 ‘팩트’를 중시하는 기자인 아들 윌은 이창용·김성철,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아내이자 엄마 산드라는 김지우·구원영이 연기한다.“한국어를 할 줄은 모르지만 제가 사는 곳이 코리아 타운입니다. 매일 한글을 마주치고 열네살 딸의 학교에도 한국인이 많죠. 익숙한 나라 한국에 와서 직접 문화를 체험하고 만끽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진화하는 뮤지컬의 매력, 한국 ‘빅 피쉬’에 기대하는 것들  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영화는 비주얼적으로 굉장히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저 역시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복잡한 것을 실현할 수는 있지만 한 캐릭터의 내면을 세세하게 전반적으로 노출할 수 없는 것이 한계죠. 반면 뮤지컬은 인물의 내면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있어요. 아버지 에드워드와 아들 윌 간에 의사소통이나 교감이 별로 없는데 뮤지컬에서는 말로는 표현 안되는 감정들을 노래로 전할 수 있죠.”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존 어거스트는 “영화는 다양한 배경과 장소를 순간순간 편집으로 오갈 수 있지만 공연은 공간적 제약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간적 제약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예를 들어 무대 위 사무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책상 하나만 가져다 놓으면 돼요. 나머지 부분은 관객의 상상력으로 구현되죠. 그만큼 관객의 참여와 관여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제약보다는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아요.”이어 “또 다른 장점은 뮤지컬은 저작권 자체가 작가, 작곡가 등 크리에이터들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저작권 소유자로서 작품의 진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고 죽을 때까지 이 뮤지컬을 다듬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제가 세상을 떠난다면 딸이 이어받아 수정하고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국의 스캇 슈왈츠 연출은 ‘빅 피쉬’의 모든 프로덕션을 봤어요. 그가 저와 앤드류에게 전화해서 각 도시별 대본, 넘버, 무대의 장점들만 취합해서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할 일은 그의 실험과 시도를 승인하는 것이었죠.”그리곤 각 도시별 프로덕션에 따라 상상력이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으로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수선화 신과 거인 칼, 서커스 장면을 꼽았다.뮤지컬 ‘빅 피쉬’ 한국 프로덕션의 스캇 슈왈츠 연출(사진제공=CJ ENM)“극의 배경인 미국 알라바마는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미국 역사와 사회 고유의 특징을 가진 곳입니다. 전통적인 미국적 문화와 스토리가 많이 파생된 곳이기도 하죠. 영화도 원작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알라바마에서 촬영했죠. 하지만 수선화는 원작엔 없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도입한 아이디어입니다.”영화부터 뮤지컬까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흐드러진 수선화에 대해 “제 작가적 상상력”이라고 표현한 존 어거스트는 “노란색을 좋아하는 산드라에게 허풍쟁이 에드워드가 어떻게 프러포즈할까를 고민하다가 수천송이 수선화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존 어거스트는 “25일 아내, 딸과 함께 ‘빅 피쉬’를 본다. ‘빅 피쉬’가 저의 한국 뮤지컬 관람 데뷔작”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뮤지컬 ‘빅 피쉬’의 1막 엔딩 수선화 프러포즈 신(사진제공=CJ ENM)“각 도시별로 수선화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람 포인트입니다. 어느 도시에서는 관객들이, 어딘가는 배우들이 수선화를 한 송이씩 들었죠. 한국 특유의 감각으로 표현될 1막 마지막 수선화 장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더불어 “수선화 이미지를 비롯해 거인 칼이나 서커스 장면이 각 프로덕션 크리에이티브팀 특유의 상상력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지점”이라면서도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한 장면이나 캐릭터라기 보다 장면과 장면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전환되는가다”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굉장히 구체적인인 미국 고유의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라면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한국 관객이 이 미국적 캐릭터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디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 관계를 보는 것도 기대하고 있죠.”◇냉철한 윌이었던 존 어거스트, 이야기꾼 에드워드가 되다! 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원작소설을 20년 전에 읽었어요. 당시의 저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해는 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아들인 윌의 관점에서 따라가며 영화와 뮤지컬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가사 중 ‘서로를 잘 아는 낮선 사람들’이라는 표현에서 저와 아버지의 관계를 떠올렸고 이 작품을 쓰게 됐죠.”이어 “굉장히 미국적인 민화와 설화들이 등장하고 큰 담론과 더불어 아버지와 아들의 작은 이야기를 같이 담을 수 있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20년 전의 저는 아버지는 있었지만 딸은 없는 상태였어요. 게다가 책을 읽기 4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 아버지도 에드워드와 비슷하게 병환으로 시한부의 삶을 살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당시에는 아들 윌로서 작품을 봤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 앞에서는 모든 게 조심스러웠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많은 것을 정리해야하는 특수상황에 공감했습니다.”이렇게 전한 존 어거스트는 “내레이터인 윌은 내성적이고 냉철하고 냉정한 저를 대입한 캐릭터”라며 영화 시나리오 작업 당시 섭섭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원작에는 명확하지 않은 윌의 직업을 기자로 설정했어요. 그런 윌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이 너무 차갑고 냉정한 비호감 캐릭터라고 했죠. 저를 대입한 캐릭터인데 비호감이라고해서 섭섭했습니다.”뮤지컬 ‘빅 피쉬’를 개발하는 3년 동안은 작가 존 어거스트와 작곡가 앤드류 라파가 각 캐릭터들을 나눠 맡아 직접 노래하고 대사를 읊곤 했다. 그 당시에 대해 존 어거스트는 “앤드류는 저와는 반대로 활달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며 “성격에 따라 저는 윌을, 라파는 에드워드의 노래를 했다. 굉장히 저음인 거인 칼 역시 개발 당시에는 제가 연기했다”고 전했다.뮤지컬 ‘픽 피쉬’ 공연장면(사진제공=CJ ENM)“흥미로운 점은 세월이 흐르고 작가, 영화감독으로 출장·파견 등이 많아지고 딸이 생기면서 저도 좀 더 아버지의 관점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어느 순간 활달해지고 허풍도 많아지면서 윌에서 에드워드로 변한 것 같아요.” 이어 “처음엔 윌의 관점으로 써내려갔고 나이가 들면서 에드워드에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 모두의 감정상태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당시 그와 아버지의 모습과 현재 딸과 자신의 관계가 어떻게 다른지도 털어놓았다. “당시의 아버지는 강한 모습만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로만 보여주셨죠. 하지만 지금 시대의 아버지인 저는 과정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공유하며 거기서 파생하는 성공과 실패 모두를 딸에게 보여주죠. ‘빅 피쉬’는 브로드웨이, 보스톤, 런던 등에서 공연되면서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어요. 제 딸은 저와 함께 전세계 프로덕션을 보며서 성공도, 실패도 경험하고 학습하고 이해하고 있죠. 약점도, 강한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지금 아버지로서의 덕목이라고 생각해요.”◇상상력의 원천 극과 극의 대조 그리고 좋은 이야기뮤지컬 ‘빅 피쉬’ 존 어그스트 작가(사진제공=CJ ENM)“윌의 직업을 신문기자로 특정한 이유는 사실을 쫓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기자는 팩트에 착안해서 생각하는 특성 가지고 있잖아요. 저는 문자적 사실과 감정적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에드워드는 감정적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고 아들 윌은 문자적 사실을 추구하죠. 두 사람의 대조를 통해 이야기가 어떻게 귀결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그 극과 극의 대조는 작가로서 존 어거스트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상상력의 원천이자 ‘좋은 이야기’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그는 “두 가지 세상이 존재하는 걸 선호한다. ‘빅 피쉬’에서는 에드워드의 상상과 윌의 현실이 있고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는 모두의 현실과 초콜릿 공장 세계가 대조를 이룬다”고 밝혔다.“관객들에게 기대를 불어넣어주고 그 예상치를 제공하고 감정적 보상을 하는 것이 좋은 이야기죠. 더불어 관객들이 예상 못한, 허를 찌르는 감정까지 보여주는 것이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빅 피쉬’를 보기 전 관객들은 부자 지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 하죠.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예상치보다 훨씬 깊게 파고드는 감정을 느끼고 극장을 나가게 하고 싶어요.”이어 한국 관객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관람하시길 바란다” 당부하며 “중장년에게는 과거 젊은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작품이 되고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젊은 부모에게는 새로운 아이를 이 세상에 어떻게 소개하고 키울지에 관심을 가지고 보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리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로 계획된 한국 ‘빅 피쉬’ 관람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놓기도 했다.“뮤지컬 ‘빅 피쉬’는 사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 시즌과 잘 어울리는 작품 같아요.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요. 전혀 상관없지만 ‘빅 피쉬’가 한국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 시즌 대표작으로 자리잡는 순간을 목격하는 기분입니다. 게다가 영어 버전은 대사의 뉘앙스나 느낌 등이 잘 전달되는지를 체크하느라 긴장하게 되는데 한국어는 제가 알아 듣질 못하니 비주얼적인 스펙타클과 연출적 요소를 마음 편하게 보는 자리가 될 듯해요. 가족들과 함께!”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4 18:00 허미선 기자

[비바100] 버닝썬·조국에 놀란 가슴, 펭수의 위로…2019년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핫피플 ① 1~4월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태의 시발점인 김상교씨부터 쉰이 넘어서야 결혼을 발표했건만 현직 변호사·전직 기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폭로한 성폭행 의혹에 발목 잡힌 김건모, 트로트가수로 데뷔하며 이슈메이커로 등극한 유산슬 유재석까지 2019년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버닝썬 사태로 그 민낯을 드러낸 승리와 양현석, 정준영·이종현·최종훈, 스스로의 표현처럼 ‘불쏘시개’로 뜨거웠던 여름보다 불타오르다 취임 35일만에 전격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으로 인해 2019년의 대한민국은 들끓었다.  더불어 결혼만큼이나 떠들썩했던 송혜교·송중기와 구혜선·안재현 등 스타커플의 이혼, 전미선·우혜미·설리·구하라의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깝게 했고 박경이 쏘아올린 가요계의 사재기 의혹과 국민오디션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등이 공분을 샀다. 그런 중에도 BTS는 여전히 전세계를 호령했고 ‘미스 트롯’ 진 송가인은 삼촌·이모팬을 양산하며 트로트 스타로 자리매김했고 펭수는 속 시원한 입담과 귀여운 외모로 ‘직통령’에 등극했다. 1월 버닝썬사태의 시발점 김상교씨클럽 버닝씬 내부(사진=버닝썬 공식페이스북)2019년의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사태의 시작은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랑이 혹은 주먹다짐이었다. 2018년 11월 24일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김상교(29)씨의 신고에 이어 빅뱅 멤버 승리(이승현)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 운영진들의 모바일매신저 단체 채팅방(이하 단톡방) 대화 내용과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씨와 버닝썬, 경찰들이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면서 단순 쌍방폭행으로 묻히는 듯하던 사건은 는 성폭행, 경찰 및 검찰과의 유착, GHB(일명 물뽕)·해피벌룬 등의 약물투여, 몰래카메라, 유흥업소와 경찰들의 커넥션, 빅뱅 멤버 승리 연관설 등 다양한 의혹들로 번졌다. 버닝썬 사태의 시발점이 된 김상교씨(연합)미미한 날개 짓 하나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김씨의 신고로 버닝썬을 비롯한 ‘베테랑’ ‘내부자들’ 등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일들이 클럽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체육계 미투 점화한 심석희 지난 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체육계까지 이어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가 지난해 1월 선수 폭행 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는 심석희를 만 17세부터 4년간 상습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석희의 미투에 신유용 전 유도국가대표 선수의 피해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신 선수는 지난해 3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신을 상습 성폭행한 고창 영선고등학교 유도부 코치를 고소했다.2월 또 음주운전 안재욱안재욱.원조 한류스타이자 ‘광화문연가’ ‘영웅’ ‘아리랑’ 등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안재욱이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전주 공연을 마치고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10일 서울로 향하던 중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6%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로 인해 출연 중이던 ‘광화문연가’를 비롯해 개막을 앞둔 10주년 ‘영웅’,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시즌2에서 하차했고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녹화를 취소했다. 그렇게 자숙에 들어간 안재욱은 5월 연극 ‘미저리’로 복귀해 너무 이른 행보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폭행·불륜 의혹 휩싸인 손석희 JTBC 앵커JTBC 손석희 대표이사이자 ‘뉴스룸’ 앵커가 폭행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는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SNS메시지, 전화녹취록 등을 공개했다. 그 과정에서 손석희 대표는 폭행·배임, 뺑소니 접촉사고, 불륜 의혹 등의 중심에 섰고 경찰 진술의 진위 논란까지 불거졌다.3월 '버닝썬 후폭풍' 성매매 알선 승리·몰카 정준영가수 승리 (사진=연합)클럽 버닝썬 광풍이 연예계를 휩쓸었다. 성매매 알선, 성접대 의혹에 휘말린 승리를 비롯해 집단 성폭행, 몰래카메라 촬영 및 단톡방 유포 등을 일삼던 가수 정준영과 이에 가담했던 씨엔블루 이종현, FT아일랜드 최종훈 등 스타들의 기행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몇몇 여자 연예인들이 관련 인사로 소환돼 해명에 나서는가 하면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미 캐스팅됐던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2차 가해가 난무했으며 일부 한류스타들의 윤리의식 부재와 연예계·경찰·검찰 유착 의혹까지 3월은 혼돈의 소용돌이였다.4월 '마약 투약' 양치기 소년 된 박유천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그야말로 잔인한 4월이었다. 버닝썬 사태와 정준영 등의 성폭행·몰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연예계는 마약사건에 휘말렸다. 2016년 군복무 중 성추문 사건에 휘말렸던 한류스타 박유천이 이번엔 마약사범으로 전락했다. 한때 약혼자였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씨가 향정신성 약품 불법 복용으로 구속되면서 언급한 “연예인 A씨”가 박유천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자 기자회견까지 열어 억울함을 호소하며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 결과 마약양성반응이 발표되면서 공분을 샀다. 박유천과 더불어 1997년 귀화한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충격을 안겼다.● '정의의 목격자'서 인터폴 적색 수배자로! 윤지오씨윤지오씨(연합)故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가 이슈메이커로 등극했다. 응원에 나서는 이가 있는 반면 김수민 작가는 명예훼손, 사기죄로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등 그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같은 달 말 어머니의 병환을 이유로 캐니다로 출국한 윤씨는 후원금 사기·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됐다. 세 차례나 경찰 출석 요구를 거부한 윤씨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4 07:00 허미선 기자

[B그라운드]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신작개발 #채식주의자 #성역할전복 #디지털아카이브 #배우

2020년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은 다양한 기념행사와 레퍼토리,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사진제공=국립극단)70주년 기념공연이자 배삼식 작가의 신작 ‘화전가’와 천승세 작가의 ‘만선’, 관객이 간절히 원한 고선웅 각색·연출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정진새 각색·부새롬 연출의 셰익스피어작 ‘햄릿’ 그리고 지난해 사랑받았던 ‘스카팽’과 ‘영지’.국립극장과의 70주년 기념식과 ‘배우’를 주제로 한 70주년 기념전시, 조광화 각색·연출의 ‘파우스트’, 성역할 전복으로 화제가 된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의 ‘바냐삼촌’, 벨기에 리에주극장과의 ‘채식주의자’, 신작 ‘스웨트’(가제)와 온라인 상시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으로 개발한 ‘사랑의 변주곡’(가제), 청소년극 신작 ‘상호’(가제), 비디오아트를 접목시킨 ‘트루 유’(가제), ‘근현대 희곡의 시리즈’ 11번째 작품 ‘동양극장 2020’, 원년이 될 디지털 아카이브….“70주년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접점입니다. 과거에 포커싱을 두기 보다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주제도 과거와 중간인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죠. 70년 간의 시간을 정리하고 그 의미를 되살리는 사업도 중비 중이지만 그 70년의 성찰을 밑거름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신경을 쓰고자 합니다.”창단 70주년을 맞을 국립극단의 2020년은 다양한 레퍼토리와 사업들로 빼곡할 전망이다. 18일 용산구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열린 ‘국립극단 창단 70주년 및 2020 주요사업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열 예술감독은 2020년을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같은 시기에 국립극단과 국립극장이 출범했기 때문에 두 단체가 공동 주최로 70년사를 편찬하고 달오름극장에서 ‘만선’(2020년 4월 16~5월 2일, 이하 연도 생략)을 공연하며 명동예술극장에서는 ‘배우’를 주제로 기념 전시(2월 28~3월 22일)를 개최합니다. 국립극단을 빛냈던 여러 선각자적인 배우들 사진을 중심으로 하죠.”더불어 꼭 70주년이 되는 2020년 4월 29일 ‘70주년 기념식’(국립극장 야외마당)을 비롯해 4월 6일 ‘연극인 잔치’(서계동 국립극단 마당)가 열린다. 더불어 이성열 예술감독의 전언처럼 “사라지는 예술로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연의 디지털 아카이브가 상반기 중 오픈될 예정이기도 하다.“금년부터 진행된 2년차 프로그램으로 내년 상반기 오픈을 위해 마지막 피치를 가하는 중입니다. 출연진, 창작자, 연구자, 일반 시민 등 누구나 원하는 공연, 인물, 사건 등에 접근 가능한 자료들이죠.”#여성 #성역할전복 ‘화전가’ ‘파우스트’ ‘말괄량이 길들이기’ 그리고 ‘채식주의자’ 2020년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의 2020년의 키워드 중 눈에 띄는 하나는 ‘여성’과 ‘성역할 전복’이다. 국립극단의 2020년을 열 ’화전가’(2월 28~3월 22일), 괴테의 동명 대작을 아우르는 ‘파우스트’(4월 3~5월 3일), 셰익스피어를 정통으로 계승하고 있는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하 RSC)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6일, 이상 명동예술극장),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5월 6~6월 7일 소극장 판)가 그렇다. 배삼식 작가·이성열 연출, 예수정·전국향 출연의 ‘화전가’는 꽃으로 전을 부치면서 부르는 노래로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의 위태로운 시기를 견뎌내는 여자들의 연대를 다룬다. 9명의 여자들은 모녀, 고부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연대하며 위태로운 시대를 관통한다.수없이 변주됐던 독일문학의 거장 괴테의 ‘파우스트’는 조광화 연출이 각색 중이다. 이번 ‘파우스트’의 특징은 여성 파우스트의 탄생이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했던 배우 김성녀가 파우스트로, ‘리처드3세’ 등의 박완규가 메피스토로 무대에 오른다.RSC의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성역할 전복을 꾀한 작품이다. 올해 봄 초연된 이 신작에 대해 이성열 예술감독은 “남성이 여성을 길들이는 내용이 이 시대에는 안맞는 작품”이라며 “생각을 뒤집는 동시대적 해석을 가미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남자가 약혼자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길들이는 성 역할 전복으로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음악, 의상, 무대 등 엘리자베스 시대를 충실히 재현하는 RSC의 미학과 동시대적 사고를 고루 맛볼 수 있는 작품이죠.”한국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작인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국립극단 70주년을 맞아 전세계 최초로 공연화된다. 여성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 등에 초점을 맞출 ‘채식주의자’는 2020년 국립극단이 중점을 두고 있는 ‘해외 교류’ ‘연출의 판’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로 벨기에 리에주극장과의 장기 파트너십의 일환이다.이성열 감독은 “작품이 아닌 연출가 교환 프로젝트류”라며 “벨기에의 셀마 알루이가 ‘채식주의자’를, 한국의 배요섭 연출이 다원예술 신작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2020년 한국 초연되는 ‘채식주의자’와 배요섭 연출의 신작은 2021년 리에주극장에서 유럽 관객들을 만난다.“벨기에에서 먼저 제안을 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 동안은 작품 위주, 예술가들의 개인적 네트워크로 해외 교류가 이뤄졌었죠. 하지만 앞으로는 극장 대 극장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교류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 발이 벨기에 리에주극장이었고 앞으로 여러 극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입니다.”#동시대성 #퀴어 #지역교류 ‘스웨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2020년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은 다양한 기념행사와 레퍼토리,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사진제공=국립극단)“올해 ‘연출의 판’ 주제는 노동입니다. ‘스웨트’(9월 2~27일 명동예술극장)는 미국 작가 린 노티지의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작이죠. 노동자 계층의 현실을 리얼하고 냉철하게 담고 있는 작품으로 미국 노동자의 이야기지만 이 시대 한국의 노동시장도 반영합니다.”미국 펜실베니아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한 ‘스웨트’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 이성열 감독은 2020년 국립극단의 주요 키워드인 ‘동시대성’에 대해 “이같은 노동문제를 비롯해 (화전가, 파우스트, 말괄량이 길들이기, 채식주의자 등을 통한) 여성문제, 동성애, 청소년 문제 등을 다룬다”고 설명했다.“내년에 첫 시도되는 ‘신작개발 쇼케이스’(10월 예정)를 통해 보다 동시대적인 테마를 다루고자 합니다. 동시대적 주제를 리서치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램으로 2020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본 작가의 신작을 정식 공연합니다. 더불어 한국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박상영 작가의 단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트’가 낭독공연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영역, 주제 등을 넓혀 시대에 발맞추고자 합니다.”‘텍사스고모’ 공동제작 등으로 지역문화재단과 손잡았던 국립극단은 2020년에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를 꾀한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다양한 방향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극단 연출가의 국립극단 제작공연 참여를 통한 제작역량 강화를 비롯해 국립극단 제작공연의 지역공연 등이 마련된다”고 밝혔다.이어 “2020년에는 지역 극단 연출가가 국립극단 작품의 조연출 참여가 예정돼 있고 ‘스카팽’이 지역공연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는 지역 단체와의 공동제작이 계획돼 있진 않지만 작품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이성열 감독은 “성역할에 대한 적극적 해석, 퀴어 문학 시도 등 그간 국립극단에서 하기 힘들었던 영역들로 넓혀가는 시도를 할 것”이라며 “재도약, 디딤돌이 되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2019-12-22 14:00 허미선 기자